안녕 커뮤니티 2 - 완결,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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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 진행자 김하나 작가님이 추천해 주셔서 알게 된 책이다. 막상 사려고 보니 권당 정가가 2만 원이라서 놀랐고, 사놓고 보니 권당 장수가 600쪽이 넘어서 놀랐다. 읽고 나서 보니 권당 정가가 얼마든 사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다드래기 작가 님의 다른 작품들은 물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절로 하게 되었다. 


만화의 배경은 가상의 동네인 문안동이다. 원래는 고만고만하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데, 윗동네는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촌이 들어섰고, 아랫동네는 인적이 뜸해진 상가와 쪽방촌이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골목에서 사진관을 하던 박 씨가 고독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충격을 받은 동네 사람들은 매일 아침 간밤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차 전화하는 '안녕 커뮤니티'라는 것을 만들기로 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만한 시스템이 없다 싶다. 한 동네에 살아도 누가 어떻게 사는지 전혀 몰랐던 사람들은,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교양 있고 잘 사는 듯 보였던 은퇴 교사 부부는 알고 보니 가부장제와 권위주의로 인해 오늘 내일 이혼할지 모르는 상태였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부동산 사장님은 알고 보니 오랫동안 동거한 동성의 애인을 간병하고 있었다는 식이다. 


작가 후기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은 남쪽의 어느 지방에 있는 한 동짜리 건물에 살고 계시는데, 이 건물에는 - <안녕 커뮤니티>의 등장인물들처럼 -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도 많이 산다고 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며 살고 있고 실은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계속해서 '정상성'을 강조하며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억지로 지우거나 감춘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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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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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과몰입한 상태라서 그런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내용과 겹쳐 보여서 혼났다. 이를테면 책 도입부에 나오는 인용 문장 -  "항상 선하려고 애쓰는 자는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드시 파멸하게 되어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을 읽었을 때는 '오윤희'가 생각났고, "권력 게임은 외양을 가장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당신은 상황에 맞는 다양한 가면과 기만 전략을 준비한다."를 읽었을 때는 '나애교'로 변신해 돌아온 '심수련'이 떠올랐다. (아이고 나여...) 


각설하고, 이 책은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로버트 그린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된 <권력의 법칙>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려 편집한 에센셜 에디션이다. 이 책은 역사 속의 가장 뛰어난 전략가, 정치가, 궁정 신하, 사기꾼 등에 관한 글들 가운데 정수를 뽑아 그것을 토대로 엮었다. 등장하는 인물로는 카이사르, 칭기즈 칸, 제갈량, 마타 하리, 나폴레옹, 미켈란젤로 등이 있으며, 각각 다른 시대를, 다른 장소에서 살아간 인물들을 '권력'이라는 키워드로 묶어서 보니 흥미로웠다. 


가령, 로마 황제 카이사르는 자기 창조의 천재였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마치 배우처럼 생각하고 자신의 외양과 감정을 통제할 줄 알았다. 그는 죽어가는 때조차 극적 효과를 잊지 않았다. ("브루투스, 너마저!") 비슷한 예가 마타 하리다. 마타 하리는 신비화 전략의 귀재였다. 그는 사실 춤을 춰본 적도 없고 극장에 서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춤이나 얼굴, 외모보다 신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그는 새로운 의상과 연출, 부풀려진 소문과 거짓말로 관객들의 주의를 끌고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유럽 전역에서 공연하며 최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고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책에는 권력의 원천과 획득, 유지, 행사에 도움이 되는 48가지 기술이 나온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술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재능이나 창의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람들이 내가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평소에 관계를 만들어 둬야 한다. 나쁘게 보면 사람을 조종하거나 휘두르기 위한 능력도 되지만, 좋게 보면 사람 관계가 다 도움 주고 도움받고, 의지하고 의지 받는 관계가 아닐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요즘이라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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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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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안데르센'이다.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엄지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등을 쓴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 말이다. 영국인인 저자가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가 안데르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저자는 덴마크인인 아내를 따라 덴마크에서 살게 되었고, 덴마크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덴마크어로 된 동화를 읽고 자국어로 번역하는 숙제를 내줬는데, 그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의 대표작 <인어공주>였다.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이고, 저자도 디즈니 영화 버전으로 수없이 본 작품인데, 원어로 읽은 원작은 내용도 느낌도 전혀 달랐다. 


"작가의 시각은 공감이 갈 만큼 여성적이면서도 완전히 가학적이라고 할 순 없어도 이따금 대단히 여성 혐오적이다. 한편 금지된 침묵의 사랑 이면에 동성애의 암시가 숨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뿐인가?" (32쪽) '세상에 어떤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호기심을 느낀 저자는 그날부터 안데르센의 동화와 자서전을 읽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안데르센이 실제로 유럽 대륙을 여행했던 경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가게 된 곳이 독일, 이탈리아 피렌체, 로마, 나폴리, 몰타, 아테네, 콘스탄티노플, 다뉴브강 등등. 그냥 유럽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안데르센의 눈과 안데르센에게 호기심과 경의를 품고 있는 저자 마이클 부스의 눈을 통해 여행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여행도 하고 문학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글이 너무 웃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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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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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좀머 씨 이야기>가 새 옷을 입고 돌아왔다. '광복 이후 최대 베스트셀러 50'에 선정될 만큼 유명했던 작품인데, 직접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 읽고 난 후 내 감상은, 대체 이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일단 화자는 어린 소년이다. 소년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좀머 씨'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가 이사를 온다. 좀머 씨는 매일 직장에 나가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는 기색도 없이, 오로지 배낭 하나만 매고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다. 마을 사람들은 좀머 씨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렇게 걷기만 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누구 하나 정확한 답을 알지는 못한다. 소년도 처음에는 좀머 씨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지만, 점차 일상의 풍경 정도로만 여기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후 소년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기기도 하고, 피아노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면서 점점 아이 티를 벗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우연히 뜻밖의 장소에서 좀머 씨를 만나게 되고 좀머 씨의 기이한 행동을 보게 된다. 좀머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이며, 그날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책에는 끝까지 좀머 씨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걸어야만 했는지, 왜 갑자기 살기를 그만두고 죽으려 한 건지 구체적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에 반해 소년을 괴롭힌 -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비혼의 노년 여성인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혐오 섞인 묘사는 지겹도록 길었다. 이 소설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명작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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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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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든다. 나 역시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데(구두 자체를 안 신는다), 아픈 운동화는 가끔 신을 때가 있다. 디자인이 예뻐서, 비싼 거라서 등등의 이유로... 


내용은 마스다 미리 하면 떠오르는 비혼 프리랜서 여성의 일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멋진 안경점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추천받아 써보지만 결국 가장 무난한 디자인을 고르고 마는 나, 친구들에게 야간 경마를 보러 가자고 제안해놓고 당일에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나, 새 노트북을 산 것까지는 좋았는데 와이파이 연결하는 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나 등등 남이지만 어쩐지 나 같은,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야기가 줄줄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 좋았던 건 일상 이야기 중간중간에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는 점이다. 마쓰모토, 가나자와, 도요카와 이나리, 삿포로, 오키나와 등등 저자가 살고 있는 도쿄에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일본) 국내 여행지에서의 여행 경험을 소개해 줘서 흥미롭고 유익했다(나중에 여행 갈 때 참고해야지). 출간 기념행사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의 이야기도 실려 있고, 지금은 없어진 침대 열차 '카시오페아'를 타고 홋카이도에 간 이야기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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