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미각 -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19명이 각각 하나씩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택해 해당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채(오향장육, 량반황과), 주요리(북경오리구이, 동파육, 농어회, 쑹수구이위, 마파두부), 식사류(만두, 호떡, 양주볶음밥, 짜장면), 탕(솬양러우, 훠궈), 후식(장원병, 광동당수, 반도복숭아), 음료(백주, 약주, 용정차), 간식(야식), 연회차림표(만한전석)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으면 잘 차린 중국 음식 한 상을 대접받은 느낌이 들지도.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글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짜장면에 관한 글이었다. 짜장면이 북경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먹는 비빔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 음식이 1883년 인천 개항 당시 중국 산둥지방에서 건너온 화교 1세들에 의해 한국에 전해져 현재의 짜장면이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짜장면은 원래의 춘장에 캐러멜 소스를 더해서 보다 달착지근한 맛이 강조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워가고 있는 요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팬데믹으로 달라진 일상을 솔직하게 담았다. 성실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작가의 ‘인생‘의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유 없이 쓸쓸하고 울적해서 오늘 밤 이대로 잠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책장에서 마스다 미리의 책을 아무거나 골라서 읽는 게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었다. 어제는 마스다 미리의 신간 <오늘의 인생 2>를 펼쳤는데, 첫 장부터 팬데믹 때문에 달라진 일상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계신 도쿄도 상황이 좋지 않구나, 한 주에도 몇 번씩 카페에 들르고 이따금 동쪽으로 서쪽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던 작가님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번호도 모르면서 괜히 작가님한테 안부 전화를 드리고 싶고, 주소도 모르면서 편지라도 적어 보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오늘의 인생. (^^) 


책에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일상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팬데믹 발생 전인 2017, 2018, 2019년 초까지는 저자의 예전 일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이 펼쳐진다. 매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일을 마치면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을 하고, 카페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기도 하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고양이를 마주치면 인사하고, 큰일을 마치고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일상이다. 


그랬던 일상이, 팬데믹으로 크게 바뀐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 팬데믹으로 인한 긴급 사태 선언이 발동되어 있다 보니(현재는 해제) 가까운 곳에 나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카페 나들이는 꿈도 못 꾸고, 친구들과도 영상 통화로 만난다. 오사카에 혼자 계신 어머니와 5개월 만에 영상 통화를 했을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라면 어떻게 일상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느냐며 한탄하거나(한다), 상황이 좋았을 때 좀 더 즐길 걸 그랬다며 후회했을 것 같은데(했다), 저자는 오히려 "멀어진 흔하디흔한 매일에... 제대로 감사해왔다. 그때그때 제대로 음미해왔다."(217-8쪽)라며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고 의연하게 앞을 본다. 


언젠가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보다는 현재의 확실한 행복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쓴 문장을 봤는데,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온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처럼) 절망하거나 후회하며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배우고 싶은 자세, 다다르고 싶은 삶의 경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커뮤니티 2 - 완결,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껍고 비싸지만 직접 사서 읽어 볼 가치가 있는 만화입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커뮤니티 1 -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팟캐스트 <책읽아웃> 진행자 김하나 작가님이 추천해 주셔서 알게 된 책이다. 막상 사려고 보니 권당 정가가 2만 원이라서 놀랐고, 사놓고 보니 권당 장수가 600쪽이 넘어서 놀랐다. 읽고 나서 보니 권당 정가가 얼마든 사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다드래기 작가 님의 다른 작품들은 물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절로 하게 되었다. 


만화의 배경은 가상의 동네인 문안동이다. 원래는 고만고만하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데, 윗동네는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촌이 들어섰고, 아랫동네는 인적이 뜸해진 상가와 쪽방촌이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골목에서 사진관을 하던 박 씨가 고독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충격을 받은 동네 사람들은 매일 아침 간밤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차 전화하는 '안녕 커뮤니티'라는 것을 만들기로 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만한 시스템이 없다 싶다. 한 동네에 살아도 누가 어떻게 사는지 전혀 몰랐던 사람들은,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교양 있고 잘 사는 듯 보였던 은퇴 교사 부부는 알고 보니 가부장제와 권위주의로 인해 오늘 내일 이혼할지 모르는 상태였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부동산 사장님은 알고 보니 오랫동안 동거한 동성의 애인을 간병하고 있었다는 식이다. 


작가 후기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은 남쪽의 어느 지방에 있는 한 동짜리 건물에 살고 계시는데, 이 건물에는 - <안녕 커뮤니티>의 등장인물들처럼 -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도 많이 산다고 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며 살고 있고 실은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계속해서 '정상성'을 강조하며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억지로 지우거나 감춘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