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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평점 :
이유 없이 쓸쓸하고 울적해서 오늘 밤 이대로 잠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책장에서 마스다 미리의 책을 아무거나 골라서 읽는 게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었다. 어제는 마스다 미리의 신간 <오늘의 인생 2>를 펼쳤는데, 첫 장부터 팬데믹 때문에 달라진 일상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계신 도쿄도 상황이 좋지 않구나, 한 주에도 몇 번씩 카페에 들르고 이따금 동쪽으로 서쪽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던 작가님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번호도 모르면서 괜히 작가님한테 안부 전화를 드리고 싶고, 주소도 모르면서 편지라도 적어 보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오늘의 인생. (^^)
책에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일상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팬데믹 발생 전인 2017, 2018, 2019년 초까지는 저자의 예전 일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이 펼쳐진다. 매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일을 마치면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을 하고, 카페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기도 하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고양이를 마주치면 인사하고, 큰일을 마치고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일상이다.
그랬던 일상이, 팬데믹으로 크게 바뀐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 팬데믹으로 인한 긴급 사태 선언이 발동되어 있다 보니(현재는 해제) 가까운 곳에 나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카페 나들이는 꿈도 못 꾸고, 친구들과도 영상 통화로 만난다. 오사카에 혼자 계신 어머니와 5개월 만에 영상 통화를 했을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라면 어떻게 일상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느냐며 한탄하거나(한다), 상황이 좋았을 때 좀 더 즐길 걸 그랬다며 후회했을 것 같은데(했다), 저자는 오히려 "멀어진 흔하디흔한 매일에... 제대로 감사해왔다. 그때그때 제대로 음미해왔다."(217-8쪽)라며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고 의연하게 앞을 본다.
언젠가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보다는 현재의 확실한 행복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쓴 문장을 봤는데,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온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처럼) 절망하거나 후회하며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배우고 싶은 자세, 다다르고 싶은 삶의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