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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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 작가가 2015년부터 2년간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퐅랜(포틀랜드)에서 아내 선현경, 딸 은서, 고양이 카프카와 생활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선현경의 책 <하와이하다>를 먼저 읽었는데, 시간 순서도 출간 순서도 이 책이 <하와이하다>보다 먼저다. 그러니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을 읽고 나서 <하와이하다>를 읽는 편을 추천한다. ​ ​ ​ 


익숙한 서울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저자는 우연히 퐅랜을 알게 되었다. 인구가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하고, 미국인데도 물가가 저렴해서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일 년의 절반이 우기이고,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환경친화적이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러닝이나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한 강변도 있고, 주말마다 중고 마켓이 열리는 곳도 많고, 저자가 수집하는 중고 음반을 실컷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레코드숍도 많았다. ​ ​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미술을 전공하는 딸 은서가 퐅랜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린 그림들을 책으로 엮어 독립출판한 일화다. 경험 삼아 추억 삼아 만든 책이 퐅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그 책으로 은서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니 너무 멋진 이야기 아닌가. 이 책은 은서가 대학에 진학한 후 저자 부부 둘이서 퐅랜을 떠나 태평양의 섬으로 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이후의 일들은 선현경의 책 <하와이하다>에 자세히 나온다. 이 책도 꿀잼이다!). ​ ​ 


이후 저자가 하와이에서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을 아는 나로서는, 이 책의 차분하고 (딸과 헤어져서) 다소 쓸쓸하기까지 한 결말이 왠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살다 보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결말 같달까. <하와이하다>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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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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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이자 마케터인 저자 생각노트가 5박 6일 동안 교토에 머무르며 발견한 '디테일'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때부터 교토에 도착해 관광지를 돌아보고 숙소를 이용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하는 모든 순간에 발견하고 감탄한 교토 사람들의 발상,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소개한다. 


교토에 여러 번 가본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정보도 있고(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기요미즈데라 입장권, 탑승하는 승객을 배려해 인도 쪽으로 기울어지는 버스 등), 이제는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도 있지만(식당이나 카페 테이블 아래의 짐바구니, 지하철 칸마다 혼잡도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화면 등),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장면들도 많다. 이를테면 공공장소 대부분의 화장실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와 조각으로 제작된 실내지도를 배치한 것이라든가, 자원 절약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공항이나 역에서 버려진 우산을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결국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란 유능한 사람을 뜻하는 또 다른 표현 아닐까요."라는 PUBLY 박소령 대표의 말처럼 유능한 사람은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고, 디테일에 강한 사람은 강자와 다수자가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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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고독한 날 - 정수윤 번역가의 시로 쓰는 산문
정수윤 지음 / 정은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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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쓴 산문집을 좋아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을 해서 그런지, 관점이 기발하고 사고방식이 유연하다는 인상이 있다. 좋아하는 번역가의 산문집 목록에 이 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정수윤의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이다. 번역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해서 확인해보니 <장서의 괴로움>,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읽는 인간> 등을 번역한 분이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쓴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의 집에 초대받아 다녀온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온다. 좋아하는 작품의 후일담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일본의 고유한 시 형태인 '와카'를 주제로 한다. 와카 한 편에 저자가 쓴 산문 한 편이 연결되는 식이다. 와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오래된 시와 한국인 번역가의 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것이고, 와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와카의 세계를 경험하고 와카를 음미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할 것이다. 나는 후자인데, 한국에서도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이 천 년 전 '오노노 코마치'라는 여자 시인이 쓴 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대 그리다 까무룩 잠든 탓에 나타났을까. 꿈인 줄 알았다면 깨지 않았을 것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느 날 이 와카를 읽고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몰랐다면 아쉬웠을 이야기. 알고 나니 <너의 이름은>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책에는 저자가 이십 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 간 이야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로 번역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이야기, 번역가가 된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한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와카도 좋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아서, 오래오래 간직하며 생각날 때마다 들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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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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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환경에 덜 피해가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설득해 친환경 인쇄를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출판사에서 친환경 인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는 이것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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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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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천재'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책이다. 외국인 방송인이 책을 내면 대체로 한국에서의 경험을 소개하거나 자국의 언어 또는 문화를 알리는 내용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아니고 저자의 전공인 정치학이나 특기인 언어와도 무관한 '환경'이다. 


저자의 고향인 미국 북동부의 버몬트 주에는 스키장이 많다. 그런데 기후 위기로 인해 날씨가 따뜻해지고 눈이 적게 내리면서 스키장의 영업 일수가 줄고 스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저자는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문제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미래에 일어날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미국에선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신의 자동차를 구입해 운전하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매연가스와 온실가스가 발생하며 그 피해는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암, 호흡기 질환, 피부병 등이 대표적이며, 미세먼지도 온실가스,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조금이라도 환경에 덜 피해가 가는 생활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되도록 새 옷을 구입하지 않고 원래 가지고 있던 옷을 돌려 입으며,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간단한 채소류는 집에서 직접 길러먹는다. 이 책을 만들 때에도 엄격한 친환경 인증인 FSC 마크를 획득하고,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 또 환경 부담을 덜기 위해 잉크 사용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바람직한 시도이며, 앞으로는 이것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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