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용기 - 거침없이 살기 위한 아들러의 인생수업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유진상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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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무엇일까.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벌거벗었다!"라고 외친 소년처럼 거짓을 보고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 거짓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리켜 "용기 있다"라고 하지 않나.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하는 용기는 보다 내면적인 차원의 것이다. 누구에게나 불편함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겪는 고난에만 천착해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보다 남을 더 챙기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들러는 후자야말로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는 용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세상과 맞설 용기를 지닌 긍정적인 인물로 평가한다. 


책에는 아들러의 관점으로 분석한 삶과 경험의 의미,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 열등감, 불완전한 기억의 의미, 꿈, 부모의 인성교육, 학교 교육의 필요성, 사춘기의 시련과 도전, 범죄에 대한 접근성, 협력과 사회적 공헌, 관심에 의해 진보하는 인류, 편견을 배제한 사랑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이다. 아들러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으며, 몸의 상태와 마음의 상태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몸은 마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마음은 몸을 보호할 목적으로 선택을 하고 환경을 다스린다. 어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하다면, 이는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신체적 상태를 지키기 위한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용기는 육체와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다. 자세가 대표적이다. 자세가 바르고 당당한 사람은 삶의 태도 역시 바르고 당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세가 구부정하고 불안정한 사람은 삶의 태도 역시 그렇다. 이는 키나 몸무게 같은 신체적 조건과 무관하며, 병이나 장애와도 관련이 없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것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지다. 이 밖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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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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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지식이 과거에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나 관념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를테면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처음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라든가, 진화론을 처음 주장한 다윈이라든가, 흑인 노예 해방 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등에 앞장섰던 운동가들이라든가.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은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상식을 바꾸고 지식의 발전과 기술의 발달에 큰 공헌을 한 인물들의 생애를 소개하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 다른 이들과 영향을 주로 받으며 인류 역사를 견인했는지를 꼼꼼하게 조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시작은 요하네스 케플러다. 천동설이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여겨지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한 케플러는 이로 인해 어머니가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질 뻔한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천문학은 지금은 한낱 미신으로 여겨지는 점성술의 아류로 여겨졌는데, 케플러는 자신과 어머니가 같은 별자리 아래 태어났지만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산 이유를 '성별'에서 찾았다. "천공을 아무리 뒤진다 해도 점성술사는 성별의 차이를 찾을 수 없다." (48쪽) 같은 별자리라도 자신과 달리 어머니가 불학무식한 것은 어머니의 본성이 아니라 어머니의 성별, 정확히는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자리에 위치하게 한 사회구조 때문임을 간파한 케플러. 17세기에 - 현대의 남성들도 좀처럼 다다르지 못하는 식견을 지닌 - 이런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나에게는 '발견'이다. 


케플러의 어머니가 '여성'이라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인물이 마리아 미첼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최초의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여성 회원, 미국 정부에 "전문 기술직"으로 고용된 최초의 여성 등등의 타이틀을 지닌 마리아 미첼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퀘이커교 신자인 아버지의 보호 아래 어려서부터 독학으로 라틴어와 수학, 천문학 등을 공부했다. 미첼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에서 금훈장을 받은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캐럴라인 허셜을 동경했고, 마거릿 풀러가 주최하는 사교 모임에서 아이더 러셀을 만나 사랑을 나눴다. 마거릿 풀러는 당대 최고의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로,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에밀리 디킨슨이 가장 존경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연결된 인연의 끈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인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철 카슨에게로 이어진다. 책에는 카슨의 초기작 <바닷바람을 맞으며>와 출세작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출간 비화가 자세히 나온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동물학 석사학위를 받고 정부에서 일하는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인정과 주목을 받지 못했던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카슨은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과학을 믿지 않고, 진화론을 믿지 않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지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 과학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영광보다는 고통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발견과 연구는 세상 사람들이 알기에는 너무나 앞선 것이었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 역시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언젠가 어딘가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 것.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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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7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한줄 한줄 씹어가며 다시 읽고싶은데 페이지의 압박이.... ㅎㅎ 제가 재밌게 읽은 책을 또 다른 분들도 재밌게 읽고 남겨주시는 리뷰들을 보니 좋네요. ^^

키치 2021-03-17 13:27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그래요. 저도 하루에 한 챕터씩 읽기로 정해놓고 어젯밤에 겨우 완독했습니다. 여러 번 더 읽으며 음미하고 싶은 책이에요.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지음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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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 작가 부부의 외국 생활 에세이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퐅랜>, <하와이하다>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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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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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을 잃고 황망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 책에 나온 ˝그 고통은 이미 누가 겪은 고통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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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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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죽었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다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을 때의 고통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시인 유병록의 산문집 <안간힘>은 저자가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읽는 동안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갑자기 딸을 잃고 황망해 하면서 구슬피 울던 두 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고작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떠나보낸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자기 손으로 거두어 서른 해 넘도록 키운 딸을 먼저 보낸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딸이 죽었는데 나는 살아있다고, 살아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부끄럽다던 친구 어머님.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아들은 온기를 잃고 장례식장 안에 누워 있었고, 나는 누나가 사 온 죽을 먹고 있었다. 그것은 치욕이었다." (16쪽) 


욕되고 수치스러워도, 삶은 계속되고 산 사람은 살아간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저자는, 자코메티가 만든 조각상을 보러 가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방송댄스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들 생각을 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진다. 전세 계약 기간이 지났지만, 아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내가 너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슬프고 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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