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의 노래 3
코토야마 지음, 정은서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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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거부 중인 중학생 코우는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를 배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코우는 나즈나라는 수수께끼의 소녀를 만나는데, 알고 보니 나즈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흡혈귀였다. 그 사실을 안 코우는 나즈나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자신도 흡혈귀가 되고 싶다며 물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나즈나가 코우를 무는데, 코우의 기대와 달리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인간이 흡혈귀가 되려면 흡혈귀에게 물려서만은 안 되고, 흡혈귀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3권에서 코우는 밤거리를 배회하다 또 다른 수수께끼의 소녀들을 만난다. 알고 보니 나즈나와 같은 흡혈귀인 그들은 나즈나가 '권속으로 삼을 마음도 없으면서' '특정 인간의 피를 계속 먹는'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코우를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즈나 말고 자신들은 어떠냐며 코우를 도발하는데, 아무리 유혹해도 코우는 순순히 넘어가지 않고, 나즈나가 아니면 안 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흡혈귀가 될 거다,라고 나즈나에 대한 일편단심을 전한다. 


그러자 뱀파이어들은 한 가지 사실을 정정해 준다. 그것은 처음 피를 빨린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흡혈귀가 되지 못한 인간은 평생 흡혈귀가 되지 못한다는 것. 보통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해야 하는데, 코우는 당황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까지 흡혈귀가 되고 싶을까. 그렇게 나즈나가 좋을까. 코우와 나즈나의 야행(夜行)은 어떻게 끝이 날까. 발상도 전개도 신선한, 결말을 종잡을 수 없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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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하렘 번외편 - 영한 약속, 완결
유메키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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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사막의 하렘>의 번외편에 해당하는 3편의 만화를 엮은 책. <혼례> 편, <신혼여행> 편, <첫날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본편 후반이 '당도가 낮았던 터라' 번외편에서라도 당도 높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으셨다고.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카르무 왕과 미셰의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특히 마지막 <첫날밤> 편은 <사막의 하렘>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누구나 기대했을, 카르무 왕과 미셰의 수위 높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카르무 왕과 미셰가 아빠, 엄마가 되는 장면도 나오니 끝까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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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란 8
암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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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해 별명이 '절벽 위의 꽃(아름답지만 가까이하기는 어렵다는 뜻)'인 란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자신처럼 곱고 예쁜 꽃을 벗 삼아 살고 싶은 란에게 한 남학생이 눈에 띈다. 같은 반의 사에키 아키라다. 밝고 온화한 분위기의 아키라는, 알고 보니 란이 즐겨 찾는 꽃집의 외아들이었다. 꽃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발견한 둘은 금세 친해졌고 결국 사귀게 된다. 하지만 선남선녀인 두 사람을 주변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계속해서 사랑의 훼방꾼이 등장하는데... 


8권에선 란이 부장으로 활동하는 원예부의 신입부원이자 아키라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화훼농가의 아들 메구무의 이야기가 일단락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어(갑자기?) 란과 아키라는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로 해변에 놀러 간다. 물놀이를 하려면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아키라에게 수영복 차림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란은 수영복 대신 원피스를 입는다. 그리고 아키라의 수영복 차림을 실컷 감상한다(이것이 21세기의 여성향 로맨스 만화다!). 이윽고 날이 저물고 둘만의 밤을 준비하는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은 무사히(!) 이 밤을 넘길 수 있을까(궁금하면 읽어보시길). 갑자기 진도가 빨라져서 너무 좋고(^^), 얼른 다음 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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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의 폴짝 - 정은숙 인터뷰집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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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마음산책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스무 해를 함께 보낸 문인(소설가+시인+평론가) 20명을 인터뷰한 글을 엮은 책이다. 인터뷰와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스무 해를 도약대로 폴짝 뛰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인터뷰에 응한 문인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문인들이 각각 어떤 운동화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브랜드, 색상, 디자인 등등)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태반인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구절이 많았다. 무엇을 쓰겠다고 결심해서 쓰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무엇을 알게 되고 그것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쓰게 되는' 이야기들이 소설이 되고 책이 된다. 김숨 작가는 고미술품 복원 과정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복원사를 만나게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L의 운동화>를 집필하게 되었다. 정이현 작가는 육아 때문에 집필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틈틈이' 글을 쓴다. '무엇을 쓸 수 있을지, 무엇을 쓰는 것이 맞는지, 내가 계속 쓰는 것이 맞는지'는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써봐야만 알 수 있다. 


쓰는 사람의 자세에 관한 구절도 많았다. "폴 발레리가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문장이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에도 인용돼 있는 문장이고요. 예전에는 사는 대로 생각했던(썼던) 것 같아요. 내 삶의 구조와 그 본질로부터 자연스럽게 산출되는 생각을 진실하게 쓰는 것, 이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기 시작했어요.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써야) 된다고 말이죠. 제가 옳다고 여기는 생각을 글에 담아 먼저 보내고, 제가 제 글을 좇는 거예요." (신형철, 38-9쪽) 


김용택 시인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동네 아버지들이나 어머니들은 학교를 안 다녔지요. 책도 안 읽었어. 글자를 몰라요.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마을에서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어요. 농부들이 농사짓는 것을 보면, 하루하루 일상적인 삶이 공부였어. 삶 속에서 공부가 되었던 거지요." (504쪽)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쓰면 글이 된다고 하지요. (중략) 글을 써서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다가 보면 무엇을 하게 되더라. 또 사실 무엇이 되어 있기도 하지요." (506쪽) 이 밖에도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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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없는 판타지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오혜진 외 지음, 오혜진 기획 / 후마니타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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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라는 제목으로 2018년 1월부터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강좌와 이를 바탕으로 쓰인 10편의 원고에 더해 추가로 의뢰해 얻은 네 편의 글들을 함께 묶어서 만든 책이다. '문화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상업영화,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현대미술, 대중가요, 디지털게임, 순정만화, 로맨스 소설, 동인지,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대중잡지 등 다양한 문화 매체 및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한채윤 선생의 <'톰보이'와 '언니부대'의 퀴어링>이다. 'F(X)'의 멤버 엠버는 데뷔 당시부터 소년 같은 짧은 머리와 반바지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엠버는 '여자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거나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저자는 이 현상을 보면서 1980년대 '이선희 신드롬'을 떠올렸다. 엠버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 차림을 고수하는 여성 연예인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선희가 대표적이고, 이상은, 임주연, 그룹 '유피(UP)'의 이정희, 그룹 '카사 앤 노바' 등이 뒤를 이었다. 저자는 이런 스타일을 '보이시'나 '톰보이'로 규정하거나 '여자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실제로 이런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지우는 행위이며, 성별 표현의 다양성을 제거하고 나아가 성적 욕망과 상상력을 통제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문학연구가 오혜진의 <할리퀸, 여성동아, 박완서>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이야 문학 독자들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했을까. 저자는 1980년대 할리퀸 로맨스의 대유행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박완서가 주부 대상 잡지인 <여성동아>를 통해 등단한 사실을 지적하며, 실제로는 책 읽는 여성이 아주 많았지만 이것이 의도적으로 은폐되거나 여성들 스스로 자신이 열렬한 독자임을 모른 채 지나왔음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허윤의 <한없이 투명하지만은 않은 '블루'>, 이승희의 <'한국적 신파' 영화와 '막장' 드라마의 젠더'>도 흥미롭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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