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의 물고기" 제목이 재미있다. 내 안에 물고기가 있다는 말로 들리는 이 말은 우리 몸에는 인류 진화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물고기를 알 필요가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되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진화론에 관한 책이라는 거다. 인간은 진화했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제목으로 알 수 있는데, 단지 진화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화석학,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까지 생물학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얼핏 딱딱할 것 같은 책인데 읽어보면 무척 재미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이 책의 작가가 어류와 육지동물의 중간형태에 해당하는 화석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글을 읽을 때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진화론에서 모든 생물이 진화한다면 그 연결고리들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는 '틱타알릭'이라고 이름 붙인 화석을 발견함으로써 유명해졌는데, 이 틱타알릭은 물에서 사는 어류와 뭍에 적응한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단계로 여겨진다고 한다.

 

즉, 물고기에서 육지동물로 진화해 온 과정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화석으로 인해 진화론은 더욱 확고하게 굳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화석 찾기만이 아니라, 그는 우리의 신체기관을 물고기들과 비교하고 있다.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신체기관을 가장 단순화시키면 물고기들의 기관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과학발전으로 발견된 사실들을 예로 들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신체기관 중에서 머리와 손과 눈, 귀등을 통해 그것들이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및 포유류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가장 진화한(여기서 가장 진화했다는 말을 가장 우수한 이라고 이해하면 안된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생물들은 나름대로 환경에 최적화된 상태로 진화했을테니 말이다. 여기서 가장 진화했다는 말은 우리 인간을 생태계에서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는 기존의 생각을 반영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나 역시 인간이니까) 존재를 인간이라고 보면 우리 인간의 손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상응하고, 우리의 귀는 물고기의 아래턱뼈에 상응하고 하는 등등, 최신 과학 성과들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으니...

 

인간이 특별히 온전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주장에 반박할 근거들을 차곡차곡 쌓아둔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고, 우리는 뇌의 발달로 인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게 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존재니, 오로지 현재에 충실한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신체구조는 수억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얘기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이 수억 년 동안 진화로 구성된 우리 몸이 겨우 몇백 년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는 것.

 

즉, 우리 몸이 아직 변하지 않았는데 생활이 급변했음으로 사회변화를 몸이 따라가지 못해 병이 생기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아간 것. 이것은 현대병이라고 하는 것들을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화는 수백 수천 년이 지났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몇만 년은 지나야 할 터이니, 이렇게 진화론을 공부하면 과거를 알게 되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 상태를 알 수 있게 되고 미래 인간에 대해서 예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흥미진진하고 평이한 서술로 책이 이루어져 있어서 읽기에 힘들지도 않다. 한 번 읽으면서 내 안에 있는 물고기들을 찾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아프다. 읽기에.

그럼에도 읽어야 했다.

눈먼 자들이 되지 않기 위해.

적어도 책 한 권에 마음을 담을 수는 있기에.

 

이 책에서 말한 '사건과 사고'라는 낱말의 정의에 동의한다. 그래야 한다. 바른 언어 생활, 그것이 우리를 눈뜨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건과 사고.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고,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는 말, 전적으로 동의 한다. 언론은 한사코 사고라는 말을 쓰는데, 아니다. 그건 사건이었다.

 

사고와 사건의 차이는 이 책에서 박민규의 글에서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눈먼 자들의 국가'

 

이 말에 대해서는 마지막 글에서 엮은이가 정리를 잘해주고 있다.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사건이 정말 사건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산출한다. 진실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 진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때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합하는 일이다. 229쪽

 

이렇게 세월호에 대해서 사고라고 하고, 오로지 보상 쪽으로 문제를 이끌어가면 우리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된다.

 

그렇게 '눈먼자들의 국가'가 된다.

 

이 책 제목이 된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말, 두 가지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국가의 주체를 '눈먼 자들'로 보면 그들은 돈에 눈이 멀었든, 권력에 눈이 멀었든, 진실에 눈을 감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 운영하는 국가라는 뜻이 된다.

 

국민이라는 존재는 안중에 없고 애오라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 그 집단을 권력집단이라고 해도 되고, 관료집단이라고 해도 되고, 자본가 집단이라고 해도 되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자신 이익 외에 다른 것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즉 눈먼 자들이 지배하는 국가는 제대로 갈 수가 없다.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런 눈먼 자들은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또 '진실'을 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눈먼 자들이 지배층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진상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 않았기에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14일 신문에 '세월호 진상조사 위원회' 설치에 관한 대략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나왔다. 300일이 넘은 지금에서야 진상조사 위원회 인원과 예산 정도만 합의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빨리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조사위원회가 작동하려면 사건이 터진 4월 16일을 넘길 전망이라고 한다.

 

이들은 그래서 자꾸 세월호를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아먄' 하는 어떤 것으로 말이다.

 

눈먼 자들에는 또다른 뜻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 눈멀었다는 뜻. 우리는 늘 속으면서도 그놈이 그놈이지, 아니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권을 선택하곤 한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말에 혹해서 다시 눈이 먼다. '이번에는' 하고 투표를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가 된다.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눈먼 국민들은 눈먼 정치인을 양산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도 눈 멀고, 정치인도, 경제인도 눈 멀면, '사고'는 언제나 '사건'이 되고 만다.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위에 있는 자들이 눈 멀었다고 해도, 국민들이 눈을 뜨고 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가 '눈 멀고 있었음'을 알려준 '사건'이다. 눈을 떠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세월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눈물겹도록, 가슴 시리도록, 그렇게...

 

이제 눈 떠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사건'을 '사고'로 바꾸고,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눈먼 자들의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아니, 눈먼 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제대로 그들이 갈 수 있도록.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도 아팠던, 그래도 눈 뜨기 위해서, 눈이 멀지 않기 위해서 읽어야만 했던 책...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잡게 한 책.

 

이렇게 기록으로, 행동으로 남겨야 한다. '진실'을 찾기 위해,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

 

'사건'의 '기억'을 위해 '진실'을 촉구하기 위해 글을 써준 12명의 작가들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70
김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니, 무얼 느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집에 실린 시들이 대개 길어서 짧음을 기대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길고 또 무슨 무슨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범상치 않다. 무슨 오물 냄새, 정액 냄새가 진동하는 이야기들이다. 비루한 것들을 모아놓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라블레 소설에서 느끼는 몸의 충만함, 몸으로 넘침 같은 그러한 몸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무언가 밝음이 아니라 어둠이, 내놓아야 할 것이 아니라 감춰야 할 것이 시들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춰야 하고, 숨겨야 하고,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간직해야 하는데, 그것을 과감하게 밖으로 드러낸다.

 

그래, 나 이렇다. 어쩔래? 하는 투다. '나 이렇다'가 아니라 '우린 본래 이런 존재야. 내숭 떨지 마'라고 하는 듯하다.

 

가리고 싶은 이면을 굳이 드러내서 그것이 현실임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임을, 그런 존재가 바로 우리임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집에 실린 시들은 난해한 시들도 있고, 도대체 이게 시가 되나 하는 시들도 있고, 어디 세상 뒷골목 이야기를 모아놓은 듯한 이야기도 있고, 적나라한 성, 성이라는 말이 그러면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들도 있다.

 

똥 냄새, 정액 냄새. 우리가 밑으로 뱉어낼 수 있는 냄새들... 결코 내세우고 싶지 않은 냄새들. 그러나 우리를 이루고 있는 원초적인 냄새들. 우리 삶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 냄새들이 이 시집에서 진동하고 있다.

 

꼭 빌헬름 라이히의 이론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인간을 오르가즘의 존재로 규정하고, 모든 병의 근원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데서 온다고 주장했던 그. 그래서 자유롭게 섹스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

 

진정한 오르가즘은 사람을 환희에 떨게 하고, 그런 기쁨으로 인해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움직이게 되니, 병도 자연스레 치유될 가능성이 있을테지만...

 

김민정의 이 시집에서는 아직 그 단계까진, 진정한 오르가즘의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쁨의 냄새보다는 무언가 숨기고 싶은 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지... 하여튼.

 

그런데... 제목이 된 시를 읽어보면 도대체 그녀가 무엇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알 수 없음을 채우는 것이 독자의 몫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이 시집의 뒷표지에는 '시라는 것'을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인이 이 시에서 말하는 처음, 느낀 것은 무엇일까... 시일까? 삶일까? 아님, 이러한 비루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그 따뜻함은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시임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냥 읽어 보자. 그냥 읽어 보라. 그녀가 처음, 무엇을 느꼈는지...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은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더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사. 2014년 초판 6쇄. 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어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창비교육총서 1
고용우 외 24명 지음 / 창비교육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육은 시대를 막론하고 화두다.

 

언제나 중심에 있고, 사회의 고민을 집약하고 있다. 특히 그 나라 자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에서는 더더구나.

 

우리나라 역시 국어교육에서는 고민이 많다. 자기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일, 그것은 단지 언어를 가르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삶을 가르치고, 또 민족의 영속성을 지켜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는 식민지 시대를 겪었지 않았던가. 자국어 공부가 삶이자 목표인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외국어에 밀려, 특히 영어에 밀려 천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게다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우리말은 다 알아요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가. 굳이 배울 필요없다고... 배우지 않아도 말하고 쓸 수 있는데 왜 배우냐고?

 

여기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면 국어교육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교육에 학생들이 집중할 리가 없고,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는 교과는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국어교육을 우리말이니까라는 당위로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제는 당위가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국어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일선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고민이 있다.

 

과연 국어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까? 물론 몇몇은 자신만의 노력으로 학교 교육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국어교육을 받지 않으면 학교 교육을 넘어설 수 없다.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며, 더더구나 우리말로 된 문화를 향유하기가 힘들어진다.

 

글자는 읽을 수 있는데 의미가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의미는 알겠는데 감동을 못 느낀다거나, 그냥 기계적인 언어만을 나열할 뿐이라던가... 그런 모습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국어교육과 관련있는 사람들이, 아마도 창비 교과서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국어교육 전반에 관해서 제각기 글을 써서 모았다.

 

그렇게 모은 결과물이 이 책이다.

 

국어교육에 대한 총론부터 시작하여 국어교육의 교육과정, 교과서, 그리고 국어교육의 각 분야에 걸쳐서 한 고민들과 실천의 결과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예비교사들에게는 국어교육의 전반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할 책이고, 현직 국어교사들에게는 자신의 국어교육을 돌아볼 거울 역할을 할 책이고, 학자들에게는 국어교육을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책이다.

 

국어교육에 관계된 사람들로 독자가 국한되겠지만, 적어도 국어교육에 관계된 사람들은 한 번은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이론과 실천이 결합된 책이라고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일곱 살에 애를 낳았다. 여자도 남자도 고등학생이었을 때, 그러나 그들은 애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포기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열일곱 살이 되었다. 물리적인 나이는 열일곱. 그러나 육체적인 나이는 팔십.

 

조로증이다. 일찍 온몸의 세포들이 늙어가 남들보다 일생을 길고도 짧게 살게 된다.

 

열일곱이 된 내가 열일곱에 자신을 난 부모들을 보면서, 그 부모들이 늙었을 때 모습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서서히 죽어간다. 이렇게 죽어가는 젊지만 늙은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열일곱에 애를 가졌을 때 포기하지 못했던 것처럼, 다시 열일곱이 된 아이가 자신들을 떠나려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못'이 아니라 '안'이다. 의지다. 그럼에도 아이는 떠나간다. 그리고 다른 아이가 오려 한다.

 

아이는 열일곱의 인생에서 한창 여름을 글로 남겨놓았다. 부모는 여름도 없이 가을로 갔고, 그들은 아이의 죽음으로 곧 겨울로 접어들텐데, 아이는 자신이 글을 써서 남김으로써 부모에게 부모의 열일곱, 그 여름을 돌려주고 있다.

 

그렇게 돌려 받은 여름이 이 소설의 끝이다.

 

여러 이야기가 중첩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읽어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죽 읽고 싶어진다. 그런데, 나는 무슨 심술이 났는지 한 번에 읽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내용을 반추하면서 읽었다.

 

그렇게 한 번에 읽기보다 조금씩 되새김질 하면서 읽으니 더 재밌다. 아니 더 울림이 있다.

 

열일곱, 나는 인생의 여름을 어떻게 보냈던가. 인생의 여름을 맞이하고도 여름을 즐기지도 못한 이 소설의 주인공 '아름'. 그리고 이런 아름이로 인해 자신들의 가을을 겨울로 만들어야 했던 부모, 대수와 미라.

 

죽음을 생각할 수 없는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아름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마도 우리는 자신이 그 계절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거리를 두어서야 그 계절의 맛을 알게 되는 것, 아름이로 인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인생이라는 그 여름의 무성함을, 그 다양함을 알게 되니 말이다.

 

여름일 나이에 겨울을 맞은 아름이를 통해, 그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내 인생이 다시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지만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경이,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에서 들리는 소리, 내 심장에서 들리는 소리, 그런 두근두근 하는 설렘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 설렘을 이 소설이 다시 찾아주었다.

 

우리에게는 모두 각자의 인생이 여름이라고... 모두 두근거리는 인생이라고.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여름이라고... 무성하고, 깊고 다양한, 생명이 살아 넘치는 그런 여름이라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