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재탄생 - 라파엘로부터 앤디 워홀까지 대중문화 속 명화를 만나다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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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간다는 재미가 이렇게 좋을 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미술은 이제 나하고 관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미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게 될 줄이야.

 

미술 관련 책들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미술이 우리 곁에 이렇게 널려 있을 줄이야!

 

한 때 LG가전제품을 명화를 이용해서 하는 광고를 보면서 '와, 참신하다. 저렇게 명화를 이용해서 광고를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을 했었는데...

 

이런 광고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생활에 명화들이 쓰이고 있었음을,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명화는 늘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확실히 알면 보인다는 말,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도대체 있어도 있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런 저런 미술 책을 보면서 자꾸 눈에 익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그 조금씩이 더 자세히 보려는 욕구를 자극하고, 그러다 보니 미술이 좋아지게 되고 있는 상태.

 

명화가 미술 작품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다른 것으로 변용되어 함께 한다는 점, 따라서 파편화 분절화되는, 자기 것만 알고자 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것이 통합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왜 광고나 패션, 영화에서까지 명화들이 쓰이고 있는지, 그것은 명화가 바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고, 진정으로 오래 살아남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술과 문화가 융합되는 모습을 잘 알 수 있고, 그런 융합을 보기 위해서 명화를 직접 보여주고 있기에 명화 감상도 자연스레 되는, 명화 감상을 통해 다시 현대의 문화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교양을 쌓기에는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들로부터 시작하여,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공포영화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이용되기도 하고, 아예 대중문화와 미술이 구별이 잘 안되는 앤디 워홀까지 21명의 작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어서 미술 작품을 보는 재미도, 또 그 미술 작품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깨달음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무언가 얻을 생각이 없이 읽어도 재미 있다. 워낙 그림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점만 따라가도 재미 있는데, 설명도 간결하고 명확하여 이해하기 쉽고, 또 친숙한 소재들이 등장하기에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융합을 생각하게 하고, 자기만의 전문 세계에서 이제는 다른 세계와도 통섭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는데, 그에 어울리는 내용도 지니고 있어서 좋은 책이다.   

 

결국 문화다.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 강국.

 

덧글

 

이 책에서는 서양 미술만 다루었지만, 물론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의 영향을 받았다는 고흐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일본 그림이 나오기는 한다(특히 비를 표현한 그들의 그림), 우리나라 명화들이 어떻게 실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루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들 역시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음을 다른 책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들 말고도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들 중 혹시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작품은 없는지...

 

그것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좀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는 생활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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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 여름언덕 공동선 총서 1
제임스 C. 스콧 지음, 김훈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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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

 

제목이 참 도발적이다. 아나키스트 하면 테러리스트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은데, 책 제목부터 모두가 아나키스트라니?

 

아나키스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하지 않나?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반정부주의자, 반국가주의자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무정부주의자 하면 왠지 위험인물로 취급당할 것 같은 느낌이 되는데,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을 붙여도 되나.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아나키즘에 대한 인식이 확장이 되었고,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나타났으며, 아나키즘의 주요 언어로 에스페란토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렇지. 뜬금없이 우리가 모두 아나키스트라니...

 

도대체 아나키스트가 뭐길래 그럴까? 아나키스트에 대한 이 책의 정의부터 보자. 물론 이 책의 지은이가 정의한 내용은 아니다. 옮긴이가 '옮긴이의 말'에서 한 말인데, 이 책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사람 살기 더 힘들게 만드는 온갖 이념과 제도와 조직과 기관과 시스템과 못생긴 인간들의 전제적 강압과 착취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고, 상호부조의 정신에 의해서 서로 도우면서 진화하는 것을 지향하고, 인간의 자유와 자주성과 창의성과 자발성을 돋워줘서 세상을 좀 더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곧 아나키즘이다.

  아나키즘은 국적이 없고 경계선이 없고 차별이 없고 착취가 없는 '세상을 보는 따듯한 눈길'이다.  - 214쪽.

 

이것이 바로 아나키즘이다. 그렇다면 누가 아나키스트가 되지 않고자 하겠는가.

 

이렇게 좋은 아나키즘에 대해서 우리는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나키즘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지은이 역시 아나키즘에 대해서 사상의 핵심이라든가, 사상가들의 사상이라든가 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기 보다는 자신이 겪은 일을 중심으로 아나키즘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제도들의 비합리성, 비자주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단일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우리들의 자발성과 창의성 또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이것들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 바로 아나키즘임을 알게 한다.

 

마찬가지로 학교도 그렇다. 학교라는 제도가 알게모르게 사람들을 통제, 훈육하는 역할을 하는데, 또 학교를 통해 배출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사회적 의제를 결정하려는 모습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극서이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아주 사소한 예로 신호등을 들고 있다. 신호등이 교통안전을 지켜준다는 신화 속에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는 그 신호체계를 무작정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네덜란드의 한 마을에서 신호등을 없앨을 때 일어난 일을 들어, 우리들이 권력, 제도에 굴복하여 우리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주의 이론이나 맑스주의에서 비판하고 있는 프티부르조아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프티부르조아는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본성일지도 모른다는 것. 누구나 자신이 살 만큼의 땅과 집을 지니고 싶어한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자율성과 자유, 생계를 보장하는 방법이라는 것. 이런 프티부르조아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한 사회일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시각이다. 사적 소유를 없애려고 했던 시도들이 무력화된 지금, 대자본이 모든 것을 잠식해 가고 있는 지금, 소농, 자영업자, 자유노동자 등 프키부르조아들을 배격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아나키즘이 어떤 지점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온전한 개인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 협동. 바로 이것이 아나키즘이라는 생각. 그런 사회가 바로 유토피아 아닐까. 획일화된 사회가 아니라, 모든 것이 표준화된 사회가 아니라, 우연에 기댄, 그러나 그 우연 속에서도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기 개성을 뽐내면서도 서로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아나키즘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다시 다가온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

 

아래 생각하기에 좋은 문장.

65쪽. 카리스마의 핵심조건은 아주 주의 깊게 듣기와 반응하기다. ... 사회 밑바닥 계층 사람들은 대체로 최상위 계층 사람들보다 더 잘 듣는 편이다.

75쪽. 질서, 합리성, 추상성, 이름 일람표의 종합적인 명료성, 풍경, 건축술, 작업 공정 등은 위계 권력에 도움이 된다.

83쪽. 다양성을 지닌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고 번성하는 사례가 꼭 식물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인간의 본성도 역시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해서 협소한 획일성을 피하려는 성향을 지닌 듯하다.

109쪽. 개방성의 정도는 어떤 활동이나 제도(그것의 형식, 목적, 규칙들)가 그런 활동을 수행하거나 그런 제도 속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욕구에 의해서 얼마만큼 수정되거나 병경될 수 있느냐에 따라 가늠이 된다.

113쪽. 포유동물들은 요란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포함한, 얼핏 무질서해 보이는 놀이를 통해서 신체적 기능 조정과 신체적 능력, 정서적 조절, 사회화와 적응과 소속과 사회적 신호와 신뢰와 실험 등의 능력을 계발한다.

... 놀 기회를 박탈당한 인간들은 폭력적인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거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불신하는 경향이 아주 높다.

122쪽. 공립학교 시스템의 크나큰 비극은 그것이 대체로 단일 제품 생산 공장이라는 점이다. ... 이런 제품은 대체 어떤 제품일까? 그것은 협소하게 구획된 특정한 형태의 분석적 지성 혹은 재능이다.

134쪽. 우리의 일상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관행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 우리의 일상 관례들과 기대치에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136쪽. 나는 붉은 신호등 철거를 책임감 있는 운전법과 시민 예절을 훈련하는 온건한 형태의 연습으로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내가 경험한 일인데...예전에 베트남에 갔을 때 신호등이 없었다. 알아서 차들과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보행자들이 길을 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137쪽, 교통 관리의 공유 공간 개념은 차량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지성과 양식, 주의 깊은 관찰에 의지하고 있다.

139쪽. 자주성과 자유는 상호부조의 정신과 더불어 무정부주의적 감성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144쪽. 하위 계급 사람들은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는 변경에서 살거나 작은 재산과 결부된 최소한의 권리 정도만을 누리며 국가 안에서 사는 두 가지 형태의 삶을 통해 상대적인 자율성과 자주성을 누릴 수 있었다.

나는 많은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땅 한 뙈기와 자기 집과 자기 가게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엄청난 욕구는 주로 행동의 자유와 자주성과 그런 재산들이 제공해주는 안전이라는 현실적인 이익뿐 아니라 자신의 존엄성과 지위, 작은 재산과 결부된 명예(국가나 이웃 사람들의 눈에 비친)도 함께 확보하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85-186쪽. 양적으로 우수성, 질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수량적인 감사 시스템에 주로 의지하는 것이 안겨주는 진정한 피해는 활발한 민주적 토의의 일부가 되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회의장에서 다루지 않고 중립적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의 수중에 맡기는 데서 온다. 원래 공적인 영역에 속해야 마땅할 것들을 그 영역에서 빠앗아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수많은 시민과 공동체의 삶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 과정에서의 이러한 사이비 탈정치화다.


아나키즘 사상가들과 선동적이지 않은 포퓰리스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한 가지 확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적인 시민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참여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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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나무 ART 22
손철주 지음 / 효형출판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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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말이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사람 역시 아는 만큼만 보게 된다는 말은 우리가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낙서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이 귀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닌 그림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전통적인 책들과 그림들을 불쏘시개로 쓴 적도 있지 않았던가.

 

아궁이에 들어갈 뻔한 작품을 건진 일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정말 알아야 한다. 안 만큼 보이니,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미술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작가는 서문에서 그러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 한다.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나는 동,서양의 미술계에 흩어진,, 그야말로 좁쌀같은 이야기를 주워담는 일로 그 옹고집에 접근했다. -5쪽

 

전문가 답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지 않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이 비록 좁쌀과 같이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이것들이 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좁쌀들을 통해서 미술의 맛을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가에 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 화상들에 대한 이야기, 미술 비평가들에 대한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여 편제를 "작가 이야기, 작품이야기, 더 나은 우리것 이야기, 미술동네 이야기, 감상 이야기, 그리고 겨우 남은 이야기"로 나누어서 미술 관련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짧막한 글들에 그 글에 맞는 그림 한 편씩, 하여 글을 읽으며 그림도 감상할 수 있고, 그림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고, 다르게 이해해도 좋다. 어차피 그림이란 내 눈으로 보는 것이고, 내 눈은 내가 아는 만큼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도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서 적어도 하나씩은, 미술에 관해서 몇 가지는 알게 되었으니, 보게 되는 것이 몇 가지는 늘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한 작품은 그 작품을 보는 사람 수 만큼 감상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나만의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앎들,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러 방면의 미술 관련 책을 읽어도 미술에 관해서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직접 그림을 보고 느끼면서 보는 경험을 해야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미술 주변에 흘려져 있는 좁쌀들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나도 미술이라는 정찬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서두르지 않고 계속 작품을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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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 교사의 내면을 세우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좋은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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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읽으면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수처럼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경험만을 나열하지 않고, 경험 속에서 느낀 점들을 심화시켜 하나의 실천 방법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경험이 묻어 있기에, 그럼에도 경험을 넘어서 있기에 더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을 힘들어하고, 수업에서 지치고 좌절하고 결국 관행적인(이 관행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그냥 예전에 했던 대로 했을 뿐이라는, 책임을 미루는 말이지 않은가) 수업 방식으로 돌아가고 마는 현실에서,

 

"그럼에도"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수업을 변화시켜 가려 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그런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쓰여진 책.

 

자신의 수업을 바꾸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교사가 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냈던 '수업 비평'이나, '아이의 눈으로 수업보기'나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를 넘어 자신만의 방법을, 철학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수업을 바꾸고 싶어하는 교사들의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천을 통해 자신의 수업을 한 번 바꾸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책이기도 할 것이고.

 

수업을 바꾸기 어렵다. 교사들은 생각이 진보적일지라도 실제 행동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또한 학교 다닐 때 모범적인 생활을 많이 한 사람들이 교사들이기에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를 부단히 신경쓴다.

 

그것이 바로 수업을 잘하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왜냐 하면 나만 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는 교사도 많고, 또 입시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교사도 있기에 남들과 같이, 입시에 나올 만한 내용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 책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에서 자신감이 없다고, 불안해 한다는 말로 이야기하고 있다. 즉 교사들은 꽤나 자신있게 수업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교사들은 수업을 하면서 많은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내고 있다.

 

이 불안감을 감추려고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자신의 수업은 한 교실에서 문을 꼭꼭 닫아걸고 오직 자신만의 수업으로 이끌어가는 교사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사들은 대부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힘들어한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비평적 관점으로 수업을 보고,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보고, 교사의 내면을 중심으로 수업을 보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차례로 또는 융합적으로 작용하게 자신의 수업을 성찰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불가능하니 수업 친구를 만들라고 한다. 수업 친구 모임. 그것을 통해서 수업을 함께 공유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수업은 한 번에 확 변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려고 하게 된다고.

 

교사들... 읽으면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수업을 성찰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책이니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렇게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수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에 희망이 보인다.

 

역시 교사는 수업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업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보람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각할 만한 문장들이다.

37쪽. 수업을 예술적인 차원에서 음미하는 것이 ‘비평적인 관점으로 수업보기’이다. ... 수업은 예술이다. 교사라는 예술가에 의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창작되는 것이 수업이다.

39쪽. ‘교사가 어떤 목적으로 수업을 했고, 그 목적대로 수업이 구현되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46쪽. 나의 경우에는 사고의 수준을 가지고 배움의 양상을 판단한다. 내게 있어 배움이란, 학생들이 사고를 통해 생각이 새롭게 되어 삶이 변화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적 사고-> 추론적 사고 -> 비판적 사고 -> 창의적 사고 -> 성찰적 사고

52쪽. 예상외로 많은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수업을 잘하고 싶어도 준비한 대로 수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53쪽. 학생들의 마음을 잘 모아서 한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려면 교사의 내면이 견고하게 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의 작은 행동에도 신경이 쓰이고, 그것으로 인해 수업은 흔들리게 된다.

57쪽. 수업을 같이 보고 내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교사들은 큰 힘을 얻고 수업을 개선해 갈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된다.

70쪽. 우리가 수업을 처음 볼 때, ‘수업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수업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즉 수업의 정체성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72쪽. 내 수업의 정체성 찾기! 이를 위해 교사들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해야 한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85쪽. 진정한 교사라면 내 수업 속에서 학생들에게 교과 지식을 익히고 습득하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 수업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세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참다운 행복을 누리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적 신념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105쪽. 배움이 있는 수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실 내에서, 적절한 질서 속에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친밀한 관까 형성되어야 한다.
... ‘경계’가 있지만 ‘존중’이 있는 수업을 우리는 지향해야 한다.

109쪽. 수업 내 관계에서 교사 스스로 자신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학생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내게 학생은 어떤 존재인지’,‘학생은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는지’. ‘나는 학생을 어떻게 성장하게 하고 싶은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학생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췄다면 이제는 교사 스스로가 평소에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차려야 한다.

116쪽. 수업의 경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교사들은 대개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 ‘내 수업이 재미없으니까 애들이 떠드는 거야’, ‘나는 학생들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무능한 교사야.’라는 패배의식이 수업 속에서 학생들과의 경계를 세우는 것을 어렵게 한다.

139쪽. 통제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을 존중하는 수업으로 나아가려면, 교사는 일단 수업의 힘을 빼야 한다. ... 과도하게 권위만 내세웠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

149쪽. 대화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는 어떤 형태로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행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152쪽. 교사가 수업 속에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을 둠으로써, 학생 스스로 친구와 혹은 교사와 대화하면서 의미 있는 배움이 만들어진다.

153쪽. 수업에 여백을 갖는 것은 (이처럼) 교사 주도의 수업을 멈추고 학생들이 생각하고 발표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160쪽. 교사가 대화 있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을 하려면, ‘학생 개개인의 소리를 깊게 들어야겠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163쪽. 수업 개선의 열쇠는 오히려 작고 소박한 데 있다. 학생들이 발표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학생들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것이다.

173쪽. 의미, 의문, 논리, 성찰, 창의, 위계가 있는 내용을 통해 학생들을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끌어야 한다.

180-181쪽. 교사는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요약 정리를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교과 지식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학생들이 발견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세계를 더 깊고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192쪽. 똑같은 내용 속에서도 학생을 도전하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과제를 만드는 교사가 진정한 의미의 ‘좋은 교사’이다. 이것이 교사의 전문성이다. 수업의 프로인 교사는 학생의 지적, 문화적, 정서적 상황을 고려하여 정교한 활동 과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216쪽. ‘마음 열기 – 생각 쌓기 – 생각에 날개 달기 – 삶에 접속하기’의 4단계 틀로, 기승전결의 4단계 글쓰기 구조를 변용

237쪽. ‘수업 친구 만들기’는 학교 동료 선생님 한 명과 함께 서로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 대해 내면적인 대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

252-253쪽. 수업 나눔은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내가 그것을 의식하고 관찰하고 성찰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 수업 나눔에서 중요한 것은 해결의 ‘끝’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도전의 ‘시작’을 만드는 데 있다.

265쪽. 수업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은 교사는 직접적으로 수업의 문제점을 알려 달라고 하거나,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중심으로 조언을 해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문제 사항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을 하는 컨설팅의 방법을 사용하면 좋다.

268쪽. 예상 외로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대화 하면서 내용을 연결하는 ‘소통 능력’이 부족해요.

272쪽. 교사는 수업을 열어야 한다. 아무에게나 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친한 동료 교사 한 명에게는 수업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진솔한 수업 나눔을 시작하면서 수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아픔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318쪽. 교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 첫째는 학생에 대한 공감 능력 키우기, 둘째는 세계에 대한 민감성 키우기, 셋째는 공동체에 속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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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 - 손우정 교수가 전하는 희망의 교실 혁명
손우정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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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라는 말과 공동체라는 말이 합쳐져 우리 교육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 수업에서 환멸을 느끼던 교사들이 돌파구로 일본에서 실시한 배움의 공동체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리라.

 

배움의 공동체는 그래서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무슨무슨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와는 달리, 교사들로부터 시작해서 교사들이 정착시킨 교수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모습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사실 수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수업을 가장 많이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바로 교사 자신들이고, 자신의 수업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역시 교사들이다.

 

그런 교사들이 무기력과 분노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배움의 공동체를 배우고자 했고, 학교에 도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런 교사들과 배움의 공동체의 다리 역할을 이 책을 손우정 교수가 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대학에서 직접 사토 마나부 교수에게서 지도를 받고, 또 그와 함께 여러 배움의 공동체 현장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전파한 사람이 바로 손우정 교수다.

 

물론 배움의 공동체가 일본과 똑같은 방식으로 갈 수는 없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특성은 다르며, 또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마다 특수성이 있기에, 자기 학교에 맞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따라서 이 책에서 손우정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배움의 공동체는 특정한 수업기술(매뉴얼)이 아니라 교육 철학이라고 해야 한다.

 

철학의 공유. 이것이 바로 교육개혁의 시발점이었다. 수업개선의 첫걸음이었다. 얼마나 수업을 바꾸고 싶었으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받아들였겠는가.

 

배움의 공동체를 받아들이고 정착시킨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배움이 커졌다고 한다. 배움이 커졌다는 얘기는 무력감에 빠져 학습으로부터 도피하는 아이들이 줄었다는 얘기가 되고,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얘기이며, 교사는 교사, 학생은 학생이라는 대립적인 관계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로 변했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 손우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관련해 그동안 그가 겪은 실천을 바탕으로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이론에 대해 정리해주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이 좋은지, 또 구체적인 수업사례를 들어 배움의 공동체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은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개론서라 할 만한데, 개론서는 큰 틀의 이론을 제공하고 있으니, 세부적인 사항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채워넣어야 한다.

 

그 채움을 교사들이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한 학교도 있다. 그리고 배움의 공동체를 시도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다. 지금 서울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눈을 뜨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 한 반에 5-6명 남짓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교사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중학교에서는 학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조차도 익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이것을 한 번에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한 방법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도입할 수는 있겠다.

 

물론 지금 학교 현장의 현실적인 면에서 많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교사들이 스스로 이런 수업방법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길게, 조급하지 않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아이들을 배움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수업 방법, 그 중에서 검증된 방법인 이 배움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임상실험 보고서이자, 이론서이면서 홍보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이 책의 개론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채워넣으려는 많은 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아직은 우리 교육에도 희망이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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