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음사 출판그룹 논픽션 브랜드 민음인 입니다.

학벌·스펙을 떠나 열정으로 최고가 된 멘토들의 직업 이야기!

2월 17일 출간 예정 도서 <네가 즐거운 일을 해라>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뭘까?”

‘즐거운 나만의 일’을 찾기 위한 진로 컨설팅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평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혹은 적당히 소득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할까.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책 『네가 즐거운 일을 해라』가 ㈜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학벌과 스펙을 떠나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무한대로 발휘해 최고가 된 12명의 직업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뮤지컬 배우에서 엔지니어, 벤처기업가에 이르기까지 각 직업의 장단점과 필요한 자질 등 실용적인 정보와 함께 진로 설계와 직업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책 속에서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봤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그때 선택에 만족한다. 다시 태어나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젊은 친구들도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 뮤지컬 배우 최정원


카메라가 찰칵거리는 소리를 듣는데 숨이 막혔다. 평생 이 소리를 듣고 살기로 결심했다. 사진으로 먹고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선택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에 힘들어도 극복할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은 행운이다.

- 사진작가 조선희


성공하는 데 특별한 비결은 없다. 오래 다니면 된다. 그러려면 성실해야 하고 적성에도 맞아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론은 적성 더하기 오래 버티기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은미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은 기질이 없으면 못한다. 사장은 되든 안 되든 일단 시작하고 본다. 스티브 잡스가 못 되겠으면 팀 쿡이 되면 된다. 다들 유재석만 되고 싶어 하는데 세상에는 박명수도 필요하다.

- 벤처 기업가 김현진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눈앞의 현실이나 이해득실에 휘둘리지 마라. 앞을 내다보고 스스로 맞다는 판단이 들면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

- 데이터 설계자 이화식



 

이벤트 참여방법

 

1. 모집 기간: 2월 12일 ~ 15일 / 당첨자 발표 : 2월 16일

도서 발송 예정일 : 2월 17일

 

2. 모집인원: 10명


3. 참여방법
1.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 한다.(필수)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URL

그리고 도서 받을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기면 끝!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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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의 "국토"를 좋게 읽었었다.

 

그러니 헌책방에서 조태일의 시집을 보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게 된 것.

 

예전 그의 시에서는 남성성이 느껴졌다면 이 시집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한없는 부드러움, 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강함을 껴안고 가는 그러한 부드러움이다.

 

강하게 서로 자기주장만 할 때 한 발 물러서서 조용히 감싸안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풀꽃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풀꽃을 꺾는다 하지만

너무 여리어 결코 꺾이지 않는다.

 

피어날 때 아픈 흔들림으로

피어 있을 때 다소곳한 몸짓으로

다만 웃고만 있을 뿐

꺾으려는 손들을 마구 어루만진다.

 

땅속 깊이 여린 사랑을 내리며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노래 되어 흔들릴 뿐.

 

꺾이는 것은

탐욕스런 손들일 뿐.

 

조태일,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창작과비평사, 1995년.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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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소설을 통해서다.

 

"소년이 온다"

 

한강은 많은 소설을 썼는데, 작년에 이 소설로 한강을 처음 만났다. 물론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리고 한강이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것. 마치 성석제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고.

 

하긴 소설과 시가 확연히 구분되어 한 분야에만 종사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니...

 

최인훈의 "광장"을 보라. 그 소설 속에서 이미 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작가 최인훈이 주인공인 이명준을 빌려 시 창작을 하고 있는데...

 

더 오래 전으로 가면 "소나기"로 잘 알려진 황순원은 시인으로 시작을 했고, 또 마지막에 시인으로 작품을 썼으니... 시와 소설이 함께 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

 

이상이라는 말이 나오니, 이상은 시와 소설 분야에서도 독특하기로 소문난 사람 아니던가. 한강 역시 시와 소설 분야에서 모두 자기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보자마자 한강이라는 이름에 그냥 손에 들고 만 시집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런 시는 이 시집에 없다. 다만 이 시집에 실린 시의 내용들이 이 제목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할 뿐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말이 무엇일까?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늘 저녁에 자신이 곁에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제 저녁은 내 필요할 때만 꺼내 볼 수 있게 넣어 두었으니, 저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무튼 이 시집의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다. 저녁, 어둠, 겨울 등의 시어들이 많이 나와 대체로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무언가 축축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자화상. 2000. 겨울'이라는 시를 보면 방향을 잘못 잡아 결국 파멸로 이르는 초나라 사나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방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회복기의 노래',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이라는 시가 있는 것을 보면 시인은 어둠을, 겨울을 이제는 이겨내고 있나 보다.

 

그래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만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는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이 시가 제일 눈길을 사로잡아 계속 몇 번이고 읽게 만들었는데...

 

                    저녁의 소묘 3

                - 유리창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감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4년 초판 4쇄. 65-66쪽 

 

흑백의 차가움.

 

이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저녁도 붉은 황혼이 들 때 따스함과 편안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시에서는 유리창으로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유리창을 얼음의 종이라고 표현해서 차가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리창은 투명하지만 안과 밖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안과 밖을 보인다는 것을 계기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라고 표현해서 보이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래서 차단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뒷연에서는 이를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라고 표현하고 있고, 그래서 소통이 되지 않으니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자신은 단단한 밀봉을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함께 있어야 할, 내 육신에서 심장이 떨어져 나가 서랍 속에 있다는 것은 자신 역시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들은 보통 심장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장은 즉 마음이다)

 

결국 유리창은 나와 밖을 가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몸과 영혼으로 가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차갑고 어두운 무채색의 분위기를 이 시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이 시집의 맨 마지막 시 '저녁의 소묘5'에서는 '(살아 있으므로) /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고 하여 긍정적으로 시집을 마치고 있다.

 

어둠은 밝음을 예비하고 있으니, 그래서 저녁은 서랍에 넣어 두었으니, 이제는 나에게는 밝음이 나타날 거라는 희망... 아마도 이 시집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는 '괜찮아'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지금은 어둡다. 어두워. 그런데 뭐? 괜찮아. 어둠은 곧 사라질테니... 어둠은 밝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니. 어둠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을테니.

 

그래서 한강의 이 시집을 읽으며 회복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한강의 이 시집에서는 시어들이나 또는 시행이 (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참 많다. 이러한 (  )의 사용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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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온갖 일이 일어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이것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일어난다.

 

가정에서도 공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온갖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아이들을 보살핀다는 곳에서도, 기강이 바로 잡히고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는 군대에서도 잡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순수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연이라는 말처럼 그냥 그렇게 살 수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자꾸만 자기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겠다.

 

종교의 힘으로, 또는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이 윤리적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 윤리 자체가 이미 인위적이고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를 강조하는 것은 반대로 윤리가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그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자연스레 피고, 자연스레 살아가는, 그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들꽃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면 좋겠다.

 

인위적이지 않고, 계산적이지 않고, 무언가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그렇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따지고 계산하고 오로지 제 이익만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는 시대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그대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삶 자체가 시인 사람. 삶 자체가 종교인 사람. 삶 자체가 자연인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안수환의 시집을 읽다. 그가 신학과를 나왔다고 하니 종교적인 내용이 시집에 많이 실렸지만, 기독교든 불교든 또는 우리 토속 종교든 그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다.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나에 정통하면 다른 것에도 정통할 수가 있다는 말. 내 종교를 진실하게 믿는다면 남의 종교도 진실하게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런 점에서 모든 종교는 하나로 귀결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고, 그 자연스러움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안수환의 이 시집에서 제목이 된 시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이 여러모로 읽기에도 좋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우리는 시가 순수함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시도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다. 그냥 읽어서 마음에 담으면 좋겠다. 이 시는.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들쥐들이 다니는 길보다도 시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은 죄를

이 언어로 씻을 수 없음을 절망하는 동안

해가 산마루에 떠오릅니다

허물지 마셔요 당신과 내가 한몸으로

저 해와 산을 가슴에 담는 시간을

허물지 마셔요 어둠이 몰려오면

산딸기 덩굴처럼 엎드린 부끄러움을

우리 곁에 달리 놓을 곳 없습니다

오늘 큰 산과 해를 받들어 몸에 두르고

들꽃들은 저렇게 피었습니다

저것들이 우리 거동 아니면 몸이 아니면

높은 하늘도 땅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들쥐들이 다니는 길보다도 시는

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허물지 마셔요

시보다도 먼저 오는 깨끗한 시간을

아아 날마다 눈부신 이 부끄러움을

다 뽑아놓은 자리에 들꽃들이 피었습니다

허물지 마셔요 당신과 내가 한몸으로

저 해와 산을 가슴에 담는 시간을

허물지 마셔요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시간을

 

안수환,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문학과지성사. 1994년 재판.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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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 있지 않은가.

 

'일광욕하는 가구'라니. 가구가 어떻게 일광욕을 하지? 가구는 햇빛을 쬐는 순간 수명이 단축되지 않나? 꼭 그렇지는 않나?

 

하지만 햇빛을 직접 받는 가구가 좋을 리는 없다. 그러니 가구가 일광욕을 한다는 얘기는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인간 생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와 인간 생활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대별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시인은 자연에게서는 한 없는 경외심과 편안함을 지니고 자연을 바라본다. (대숲에서, 순장자처럼, 흐르는 물 : 이 시들에서 자연은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 생활에 대해서는 고쳐야 할 것으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이 독성 이 아귀다툼, 바보 고기, 노부부: 이 시들에서는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우리는 어떤가? 우리 인간의 삶이 어차피 자연과 공존해야 하지만 인간의 삶 자체는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무한한 것으로 여겨졌던 자연이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자연을 파괴하지만 그 자연이 회복가능할 정도로만 파괴해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는데...

 

시인의 이 시집에서 제목이 된 시는 두 가지를 모두 바라보고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왜 가구들이 일광욕을 하겠는가? 홍수라든지, 폭우라든지 하여 집 안에 물이 들어와 가구가 젖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젖은 가구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려고 하는 모습. 여기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태풍이든, 홍수든, 폭우든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횡포(이를 횡포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를 받아들이며, 그를 다시 자연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이 '일광욕하는 가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 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

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

삐걱거리며 엎드린다

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

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

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

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룩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섭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

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

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

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최영철, 일광욕하는 가구, 문학과지성사. 2000년. 41쪽.

 

이 가구들을 자연으로 보지 않고, 우리네 삶으로 보아도 좋다. 우리들 알게 모르게 늙어간 우리들도 한 번 햇볕 쬘 날이 있을테고, 이렇게 버티던 삶들도 쨍쨍해질 때가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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