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 이야기 -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
첸즈화 지음, 김재원 옮김 / 다산에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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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스해진다. 편안해진다. 우리나라 교육을 잠시 잊고, 북유럽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늘 선진교육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들의 교육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책을 읽기도 했지만, 이 책처럼 그냥 북유럽에 거주하면서 아이들이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적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대만 사람인 저자가 핀란드에 가서 6년동안 생활하면서 자기의 자녀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한 이야기지만, 저자의 나라인 대만도 우리나라와 현실이 비슷함을 알게 된 소득이 있었다고나 할까.

 

대만 역시 일류학교를 향한 한없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런 경쟁에서 핀란드에서의 생활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었음을 책의 행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전혀 다른 교육방식을 접한 아이들이지만, 이 교육방식이 아이들이 일류학교를 향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즉, 다른 길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오로지 한 길을 향해서만 달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 우선 드는 생각은 "부럽다"인데, 그냥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답을 찾지 않고 있으니...

 

과도한 수업량, 그리고 너무도 바쁜 아이들, 취미생활도 대학과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봉사활동조차도 점수화되어 진학과 관련이 되는 지금의 현실은 아이들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핀란드의 밤이 길기도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학교 수업시간이 많지 않고, 또한 석차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서로간의 경쟁보다는 협동을 더욱 중시하게 하고 있으며, 사교육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에, 이들이 받는 사교육은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취미활동을 하는데 쓰이고 있는 현실. 그러한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자신이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고 하는데, 현재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미래에 행복하단 보장이 어디에 있는지...일찍 독립을 시키는 핀란드에 비해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못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데... 대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행복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

 

책의 곳곳에 공감과 이해의 장면이 나오고 있고, 특히 뒷부분에서는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안 좋은 일을 묻어두지 않고 공개해서 함께 느끼는 모습, 거기에서 핀란드의 저력을 보았다고나 할까.

 

단지 부러워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길게 교육정책을 집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교육정책 중에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것은 아이들을 심심하게 하는 것이다. 심심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된다. 지금 아이들은 너무도 바쁘다. 공부, 공부, 그것도 아니면 휴대전화기를 끼고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다.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하늘을 한 번이라고 볼 시간이 있겠는가. 우리는 어떤 교육정책보다도 우선 아이들이 심심하게, 많은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교육,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그런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떤 교육제도에서 아이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남 얘기라고만 치부하지 말자. 우리 얘기가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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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혁신의 패러독스 : 교민에서 회인으로
서근원 지음 / 강현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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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혁신학교가 있고, 혁신 학교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와있고, 또한 더불어서 교육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많은 문제점들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 방법이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지만, 수많은 문제들이 계속 쌓여가고만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를 제기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해결 의지를 동반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도, 무슨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우리 교육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깊은 문제의 수렁 속으로 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알렉산더와 같은 사람이 나와 단칼에 끊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학교 개혁, 교육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시도도 많았으며, 최근에는 혁신학교라고 해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과연 우리는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오히려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지 않은가. 이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 속에서 나름대로 해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두 단어로 문제와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문제는 교민(敎民)이고, 해결점은 회인(誨人)이다.

 

교민은 철저하게 정답은 이미 존재한다는 관점에 서 있다. 있는 정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그렇기에 수량화할 수밖에 없고, 개체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교사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보다는 우월한 입장에서 무언가를 전달해줘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교민의 자세로 교민의 문화에서는 어떠한 혁신 교육도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교민의 교육방법이나 제도, 문화는 위로부터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자율하고는 거리가 먼 또 하나의 타율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교민의 혁신은 외국의 사례나 다른 학교의 사례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도 한다. 자기가 있는 학교의 현실을 분석하고, 그 현실 속에서 혁신을 이루려는 모습보다는 성공한 외국사례라든가, 아니면 이웃학교의 사례를 자기가 속한 학교에 적용하려고 하니, 이것이 학교 혁신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학교 혁신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한다.

 

반대로 회인의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생각해보면 이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수단 역시 목적을 정당화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결과만을 추구한다기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교육 방법이 회인의 방법이다.

 

여기다 회인은 학생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다른 선진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자기가 속한 학교의 학생을 중심에 둔다는 얘기는 자신이 속한 학교의 현실을 파악하고, 학생들의 실태를 파악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함께 할까를 고민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회인의 방법에서는 교육은 이미 존재하는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답을 만들어가는 교육이라는 방법이다. 즉 학생의 깨달음을 중심에 놓고 있는 교육방법이 회인의 방법이고, 이러한 방법으로 교육을 했을 때 혁신학교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회인은 획일적이고 수량화, 개체화된 모습을 떠나 다양하고 자율적이고 자기 깨달음을 토대로, 또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함께 변해가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이 과정은 어렵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교사가 지금까지 자신을 형성해왔던 관점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입견, 관점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학생을 보기, 그리고 자신을 지금까지 옭죄고 있었던 교민의 방법을 회인의 방법으로 바꿔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렵다고 포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 말하듯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우선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고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회인, 깨달음. 교사가 중심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 그러한 교육, 그러한 배움. 우리가 실천해야 할 교육이지 않은가.

 

이런 과정과 더불어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문제는, 교사 개개인이 변하고, 또 함께 변하기도 해야하지만, 제도적인 문화적인 변화도 역시 수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회인의 방법으로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사는 제도와 문화를 회인의 교육으로 바꾸는 일까지도 해야 하는, 아주 힘든 그런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이것이 교사의 숙명이다. 교사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나아가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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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 - 우리는 대화한다. 고로 우리는 점프한다.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4
김삼진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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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이 말이 와닿는다. 혁신학교가 한두 개도 아니고, 또한 성공한 학교도 있고 실패한 학교도 있을텐데, 자꾸 혁신학교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앞의 말과 같은 이유다. 무언가 자꾸 성공한 사례에 대해서 읽고 알고 있다면, 교육의 변화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를 할 때도 자꾸 이겨 버릇해야 한다고 한다. 져 버릇하면 지는 일이 습관이 돼 이기도 있다가도 불안에 떤다고 한다. 이러다가도 우리 또 지지 않나 하는. 그러나 이겨 버릇한 팀은 지고 있어도 자신감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뒤져 있지만 조만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기게도 한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실패한 사례를 두고 왜 실패했는가를 찾기보다는 성공한 사례를 두고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 성공 사례 하나하나에서 좋은 점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비교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붙고, 그 자신감이 성공으로 다가가게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덕양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한 번에 서두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 나갔다. 그래서 한 번에 배움의 공동체로 가지 않고, 이 학교의 실정에 맞게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한 수업의 형태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다. 그렇다고 이런 형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각 수업의 내용에 맞게 그 때 그 때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수업의 형태를 바꿔가게 된다. 이런 점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무언가 하나를 정해놓고 우리 모두 이렇게만 하자고 하지 않는 자세. 서로가 합의를 볼 때까지 끝까지 설득을 하며 시간을 두고 합의해 가는 과정.

 

배려

 

덕양중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에서 중심을 이루는 낱말이 배려다. 남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나를 받쳐주고 있는 'ㅁ'이 있다. 이 'ㅁ'이 나를 받쳐주고 있는데, 나만 홀로 커지면 'ㅁ'이 나를 받쳐주지 못한다. 내가 크기 위해서는 'ㅁ'역시 커야 한다. 이게 덕양중학교에서 바라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남은 또다른 나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 그것이 혁신학교다.

 

성찰

 

이러한 배려가 몸에 체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없다.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힘,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힘이다. 사실 자기를 바라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런 여유를 찾아주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과정, 그것이 혁신학교다.

 

여기에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바로 이 덕양중학교에 딱 맞는 말이다. 사실 혁신학교들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고. 그래서 잘하는 아이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나머지 아이들은 배우는 관계가 아닌, 서로 배우는 관계. 그것도 학생은 배우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교사도 학생들을 통하여 배우는 관계, 이것이 바로 혁신학교의 모습이다. 이것은 바로 배려와 성찰이 이루어진 모습이다.

 

리더의 힘

 

교장은 학교의 리더다. 그냥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들을 이끌고 학부모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또한 지역사회와도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한 교장을 통해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그리고 지역사회가 변하게 된다. 이 변화는 학생들의 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내게 된다. 덕양중학교의 성공은 교장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하는 리더로서의 교장으로부터 혁신학교는 시작한다.

 

이렇게 덕양중학교와 같은 성공사례들이 자꾸 알려져야 한다. 알려져야 할 수 있단 생각을 하고, 우리 교육이 변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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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모두가 행복한 학교 참여하는 수업 만들기
윤성관 지음 / 살림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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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에 대한 책이 워낙 많이 나와 있어서, 제목만 보고는 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강의법부터 시작하여 혁신학교에 관한 책까지, 여기에 대안교육에 관한 책과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배움의 공동체 책까지 하면 교육에 관한 책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게다가 자율학교부터 혁신학교까지 얼마나 다양한 학교가 있는가? 또 학교에서는 얼마나 다양하게 실험을 하고 있는가? 교육의 백가쟁명 시대라고 하면, 이런 시대를 만들어준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에 관해서는 저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지만, 현실에서는 늘 그 얘기가 그 얘기가 되고만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그건 이론에 불과해 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으며, 학생들은 그런 논의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잘 알지 못하고 넘어가고 있으며, 부모들 중에서도 소수의 부모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에 관해서는 저마다 자신의 이론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 이론들이 현실로 들어오는데 오래 걸리며, 또한 들어와서도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듯이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이론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거의 다라고 해야 한다.

 

그 결과 학교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 모습 그 대로 주욱 버티고 있다. 곳곳에 작은 균열이 났음에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난 건물과 같이 학교는 그 균열들을 껴안고 그냥 그렇게 안녕하다. 우리의 학교는 늘 안녕하다. 전혀 안녕하지 않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을 보태 학교의 변화,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책이 나왔다. 제목을 보면 얼핏 일본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그러나 사토 교수의 글이 일본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책이라면, 이 책은 철저하게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또 실천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책의 부분 부분이 수업행복으로 되어 있다. 수업행복1에서 수업행복7까지 글쓴이는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일곱 개의 장에서 잘 담아내고 있다. 물론 자기와 똑같이 하라는 소리는 당연히 하지 않는다.

 

학교는 다 다르고, 같은 학교라 해도 교실은 다 다르며, 같은 교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수업 각각은 다 다르고, 아이들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들도 다 다르다. 이 다름을 인정한다면 수업행복에 다가가는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학교가 이 다 다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직 우리,우리 했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는 생각을 하면 다름의 인식은 곧 수업행복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의 행복을 찾는 길,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가로 시작하여 왜 수업이 힘들까,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은 왜 수업에 어울리지 못할까, 이런 아이들을 어울리게 하는 방법은, 수업을 힘들에 하는 이들은, 그리고 나는 나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가라는 내용의 제목들을 각자 달고 있다.

 

교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들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초중학교는 거쳤기 때문에, 자신들이 경험한 학교와 자신들의 자손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를 비교하고, 지금도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다름을 인식한 데서 출발한 이 책은 이게 정답이다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는데 교육이 전부인 줄 알고 지내온 우리들에게는 좀 황당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교육에 정답은 없다. 정답은 주어진 무엇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교육에서 수업의 행복을 찾은 길은 그 때 그 장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러한 나, 우리의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 노력에 행복한 수업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할테다.

 

뒤로 갈수록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나는 별아저씨, 문학과지성사1993년 20쇄 65쪽)

 

행복한 수업을 이 시의 섬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은 학교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사이'이리라. 이 사이를 섬이라고 하고, 수업이라고 하면 아이들과 교사들은 이 수업을 가운데 두고 서로가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과정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누군가 커다란 다리를 놓아줄 수도 있지만, 그 다리가 놓인 섬은 교사와 학생이 가고 싶은 섬이 아니다. 그 섬은 그냥 지나쳐가는 섬에 불과하다. 그런 섬을 교사와 학생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그들이 고려하는 '사이'로 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은 수업이라는 섬에 하나 하나 자신의 힘으로 징검다리를 놓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징검다리가 결코 편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제 발 길이에 맞게 놓는다면 수업이라는 섬에서 즐겁게 서로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러한 징검다리를 놓는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아니,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징검다리를 놓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해야 하겠다.

 

이 시를 바꾸어 생각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섬이 있다. 교사와 학생은 그 섬에 가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섬에 가는 길은 누가 놓아주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 자신들의 발길이에 맞게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래서 한 발 한 발 건너 섬에서 만나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즐거운 수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이루어진다면, 교사는 조향미 시인의 '고향 같은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려 있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 되었으면

조향미, 고향 같은 선생님 전문(나는 선생이 아니다, 우리교육, 2002년 13쪽)

 

이런 선생님, 바로 우리가 섬에서 만난 선생님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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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혁명 - 교육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 미룰 수 없다
교육혁명공동행동 연구위원회 지음 / 살림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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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교육에는 혁명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혁이나 개량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한 번에 확 갈아엎는 혁명이 필요한데... 과연 지금은 혁명이 가능한 시대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참 많은 논의들이 있었고, 시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성공했다고 하는 개혁은 없었다. 그러므로 혁명이 필요하다. 이 논의에는 동의한다.

 

혁명을 하는 방법은 교육의 공공성 확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사적인 자본에 맡기지 말고, 공적 자본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교육 혁명이 시작되고, 이 혁명의 첫 단계로 대학평준화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학벌사회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서열이 확연하게 나뉘고 있으며, 이 서열이 너무도 공고해서 삶의 전반을 좌지우지한다. 유럽의 나라들처럼 평준화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 교육의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논의다.

 

개인 재산으로 취급되고 있는 대학을 국가에서 평준화한다 만다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평준화시키고, 그 다음에는 중등교육을 평준화시킨다.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없애고, 학생의 선택권도 없애며, 거주지에서 가까운 학교로 학생들을 배정하며, 시설이 열악한 학교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교육의 질이 동등해지도록 노력하자고 한다.

 

또한 3년, 3년씩 분리되어 있는 중고등학교를 6년으로 통합해서 운영하자고 한다. 그러면 소단위 학급이 되고, 오히려 공동체 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다음으로는 정책 면으로 나아가서, 교육부를 해체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한다. 교육청도 교육지원센터로 바꾸고... 좋은 말이다. 군림하는 관료집단이 아니라, 학교을 보조하고, 도와주는 집단으로 바꾸어야 한다.

 

전면 무상교육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당연한 일인데도,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고, 또 학교의 비정규직 문제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렇듯 교육의 전반적인 면에서 교육 혁명을 하자고,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나름대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는데 이 책의 의미가 있는데...

 

다만, 너무도 좋은 이야기는 어쩌면 하지 않은 이야기하고도 같을 수가 있다는 우려가 든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혁명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교육혁명공동행동 연구위원회에서 내놓은 방안이라는데, 이들의 방안에서 아쉬운 점은 방안은 제시했으나 이 방안을 어떻게 강제해낼 것인지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산부터 시작하여 평준화 문제는 정말로 강한 반대 세력이 있다. 이 반대 세력이 너무도 강해서 우리는 좋은 방안을 제시하고도 늘 제자리 걸음을 하지 않았던가.

 

청사진의 제시도 좋지만, 하나부터 실현해 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 즉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말로만 그친다면, 이 책 역시 방안의 제시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교육에 대해서 또 하나의 허무주의를 낳을 뿐이다.

 

정말 혁명을 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나온 방안들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아니면 가장 시급한 일부터 손을 대야 한다. 그 분야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한다. 집중해서 관철시켜 내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일을 하기가 쉬워진다. 한 번에 모두라는 생각을 하다간 혁명은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부터 힘을 집중해야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교육 혁명 방안들, 두고두고 생각해 둘 필요는 있다. 꿈이 없는 것보다는 꿈이 있는 것이 더 낫고, 이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있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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