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혁명
마리엔 프랑케 그리쉬 지음, 풀라 옮김 / 샨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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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라. 처음엔 무슨 뜻인지 헷갈렸는데... 

가족을 세운다라는 말을 가족을 살린다는 의미로 생각해서 가족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리면 자연스레 학생의 행동이 좋아진단 쪽으로 의미부여를 했었는데... 읽다보니 어,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족세우기였다. 자신이나 가족의 대리인을 선정하여 적당한 위치에 세우는 일, 이것이 바로 가족세우기였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대리인을 세우고 이 대리인들의 모습, 행동, 말 등에서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이론이었다. 

이미 가족세우기란 상담치료 이론이 소개되었는데, 그 쪽으로는 문외한이라서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 가족세우기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데,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도 효과를 미친다. 이는 아마도 관계를 중시하고, 영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연결이 되어 있고, 가족은 특히 더욱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 주장. 

그래서 애써 감추거나 묻어두려 하지 말고 바깥으로 드러내 인정하라고, 인정하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고, 가족을 바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바로 볼 수 있다고, 그러면 자연스레 변화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안정된 상태의 나는 가족에 소속되어 있으며 자연스레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하고, 또한 서열을 거스리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대가족 제도를 언급하고 있단 느낌. 우리나라는 예전에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얼마나 강했던가. 나보다는 우리라는 의식을 지니고 살지 않았던가. 제사라는 이름으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유대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장자 우선이라고, 가부장제라고 서열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았던가. 소속감과 서열이 확실한 사회에서 주고받음의 문화는 당연한 문화였을테고.  

또 신주라는 이름으로 죽은 사람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지 않았던가. 이런 상태라면 가족세우기에서 말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제도인데, 과연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던가. 

의문은 여기서 생겼다. 과연 서열을 지켜야 안정이 되는가. 지은이는 서열을 매우 중시하여 서열이 어그러졌을 때 상당한 불안정과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권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지은이의 이 주장이 상당히 보수적이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보수의 장점이 많으니, 우리도 생물학적인 순서에 의한 권위가 아닌, 자연스레 형성된 권위는 존중하고, 이런 권위에 의해 만들어진 서열은 존중하지 않는가. 이 정도면 인정할 수 있지만, 지은이가 가족내의 서열을 매우 중시하는  점은 인정하기가 조금 어렵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문제풀 때 너희 부모님이 네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풀렴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좋게 작용할 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예전에 급훈 중에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급훈이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급훈으로 인정되지 않았던가. 독일과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사회환경의 차이를 생각하고 이 책에서 말한 가족세우기를 응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독일의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지은이가 실시한 방법을 따라하다간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해지겠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쓸모가 있다. 갈수록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표면상으로는 해체되었지만 그건 보이는 모습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각자의 가슴 속에는 가족이 남아 있다는 말. 그리고 가족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함께 잘 살아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일들을 처음부터는 할 수 없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 책의 지은이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몇몇 생각과 방법들은 '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적용한 가족세우기를 능력있는 심리학자, 상담치료사들이 시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서 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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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공현 외 지음, 인권교육센터 ‘들’ 기획 / 한겨레에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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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권, 교문을 넘다"이고, 학생인권쟁점탐구가 작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은 교문을 넘어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 하고, 인권은 반대로 교문을 넘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교문이라는 말은 우선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안과 밖을 가르는, 그리고 안과 밖이 명확히 갈려 있음을,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봐도, 교문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는, 학교에서 정한 시간이 되어야만 가능하지 않았던가. 이 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절차가 필요했다. 무언가를 먹고 싶어 밖에 있는 가게에 가고 싶어도, 아니 준비물을 깜박 잊고 와 사러 나가려 해도 담임이 외출증을 써 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는 철옹성, 그것이 바로 교문 아니었던가. 

자기 스스로 배우고 싶어 온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굳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대상이 바로 교문이기도 하다. 배우고 싶어 왔다면 그곳은 입출입이 자유로운 곳이었으리라. 그래서 교문이라는 말에는 이미 반인권이 담겨 있단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학교는 이미 반인권, 비인권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기에 고쳐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너무도 비인권적이라 안에서 스스로 고칠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교문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인권이 이렇다고 주장해야 한다는 뜻, 인권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깨쳐나가야 하니, 인권을 가지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지 않고, 당당히 넘어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안으로 들어간 인권은 다시 교문 안에 갇히지 않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문을 넘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되, 다시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때서야 학교는 인권이 실현되는 장으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런 인권을 실현하는 기본이 바로 사람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사람을 삶,앎이라고 하지 않던가. 삶을 알기 위해서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이 경험은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을 통해 나오지 않던가. 이렇게 삶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사람 사이. 이 때 사이를 관계라고 하면 관계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어떤 무엇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무엇이다. 이 삶들이 서로 제대로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즉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인권이다. 즉 인권이 무시되었을 때 사람, 인간으로 살아가니는 커녕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존재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나의 권리, 너의 권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을 아는 사람들의 권리,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 그것이 바로 인권이다. 

이 인권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이 침해받고 있는가. 

우리는 학생을 사람으로도, 인간으로도 대우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사람이기 전에, 인간이기 전에, 너희들은 학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두발부터, 몸에 대한 권리, 체벌,양심, 휴대전화, 양심의 자유, 자율이라는 이름의 강제 학습, 정치적인 또는 집회의 권리, 그리고 사랑까지 다 통제하고 규제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바로 이 점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가고 있다. 

대전제로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이라고, 인간이라고 따라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고 이것이 학생이라고 얼마나 통제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끔 쟁점이 되는사항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한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잃어버린 자유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하기(249쪽) 때문이다. 이게 인권이야. 너희는 지금 이것이 없어라고 알려주려 들었다면 이미 그 자세 자체가 인권에서 멀어지고 있게 되는데, 그 점을 잘 알고, 인권에 대한 생각을 읽은이가 스스로 정리하게 해주고 있으니...'아!'에서 끝나지 않고,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가지 나아가게 하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인권의 내용에 대한 기초적인 생각거리를 정리해주고 있다. 이것들은 흔히 학생인권 하면 뒤따라오는 반론들에 대한 재반론을 하는데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인권, 인권.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있는 나라, 비록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인권은 우리 시대의 화두다.  

그래서 인권은 교문을 넘어야 한다. 단지 학교 내에서만 인권, 인권 하면 안 된다. 처음에 인권의 불모지대인 학교로 인권이 담을 넘어 들어가야 하겠지만, 이 인권은 반드시 다시 교문을 넘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 때서야 인권은 보편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날을 꿈꾸며, 인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란 희망을 지니게 된다. 

덧말 

72쪽에서 루이 15세라고 했는데... 프랑스 대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은 루이 16세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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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행동하고 표현하라 - 독일 공립학교의 개혁 모델, 헬레네 랑에 학교의 교실 혁명
게롤트 베커 외 지음, 이승은 옮김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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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 랑에 학교. 

독일의 입시기관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종합학교로 탈바꿈을 한 학교. 

그것도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토의를 통해서 전환을 이룬 학교. 

이 학교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지금까지 스웨덴, 핀란드, 독일, 일본의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개혁을 다룬 책들을 읽었지만, 그 책들은 여러 학교를 다루거나, 또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또는 학교 외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학교 하나를 두고, 종합적인 면을 서술한 책이다. 

지은이도 한 명이 아니라, 이 학교 구성원과 이 학교와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고, 한 해 두 해의 성과를 기록하지 않고, 종합학교로 바뀐 이후의 변화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아우르면서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훌륭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과정, 수업내용, 체험학습, 그리고 학생들의 청소, 또 평가, 그리고 학교 관리인에서 행정실 직원, 교육청, 지방자치 단체까지 아우르면서 어떻게 한 학교를 만들어갔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혁신, 자율 학교도 이 헬레네 랑에 학교의 경우를 염두에 두면 좀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 앞 부분에 나온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먼저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로 하는 공부, 모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배우는 공부, 문제지와 프로젝터로 하는 공부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학교 생할은 지루하지 않고 공부는 생활과 밀접해야 한다. 실용학습이란 학생들이 주제와 구상을 세우고 학교 밖에서 탐구하며 과학실험을 직접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도우며 공연, 벽신문, 전시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33쪽)생각 말이다. 

하여 이들은 교과과정을 다시 짰으며, 체험학습을 중시해서, 가끔은 교과과정을 건너뛰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학생회 중심으로 5-6학년에서 성적표를 없애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죽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살아 있는 지식, 즉 닫혀 있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열려 있는 학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마음에 와닿은 이야기가 학생들의 청소문제다. 우리나라야 학생들의 청소가 당연하고,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부모가 청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나라는 지자체에서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교 청소를 하는가 보았다.  

그런데 이 학교는 이런 청소를 학생들이 하자고 나선 것이다. 자기가 쓰는 공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었고, 또 이런 청소비를 모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데... 이 과정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토의-토론은 물론이고,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 또 공공노조와의 토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청소비를 가지고 특별수업을 하는 교사의 인건비로 쓴다니..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렇다면 먼 미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준별 수업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교실을 분리하는데, 이 학교에서는 수준별로 나누되, 교실은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니, 이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만큼 독일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지금껏 논의되고 있는 많은 교육개혁 주장들과, 구체적인 실천사례들을 종합해서 우리나라에 맞는, 그 지역에 맞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마냥 부러워 하기만 할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다만 목표를 정하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교육을 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간다면... 이 학교, 남의 학교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학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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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 - 공간, 시간, 소리, 색채에 관한 교육학적 성찰
송순재 지음 / 아침이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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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교육정책이 조변석개하는 이 나라에서, 학생으로 살아가기도, 학부모로 살아가기도 힘드니 말이다. 

어느 광고에서는 학부모와 부모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던데, 우스운 일이다. 부모나 학부모나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지. 사회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다니... 

도대체 이 나라는 복지부터 모든 일들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개인이 할 일이 있는데,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도 개인에게 하라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가 교육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사회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수는 있어야 하고, 사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사회에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이기정의 책은 교육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김종철의 책은 교육 외부에 초점을, 그리고 김대유의 책은 다시 교육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여행을 가도 어느 동네인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은 학교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동네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따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학교는 또 얼마나 찾기 쉬운가. 어느 지방을 가도 사각의 정형화된 틀을 하고 있는 덩그라니 콘크리트 건물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면 그것은 학교이다. 

건물부터, 이름까지 아무런 특색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학교. 이런 학교에서 어떻게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키운다는 건지... 

그래서 송순재의 이 책은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학교 공간에서부터 시간, 소리, 색채 등을 다루고 있다.  공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과연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던가. 

획일화된 공간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여 저자는 여러 공간에 대한 탐색을 하고 학교 공간에 조금씩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학교 공간이 학생들에게, 또 우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공간과 더불어 시간도 마찬가지고, 시공간 속에서 소리에 대해서, 그 소리가 얼마나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지금까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색채는 교육내용과도 관련이 되지만 공간과도 연결이 된다. 학교의 색깔을 생각해 보라. 생각해 볼 것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학교란 그냥 존재하는 곳, 도대체 어떤 색채를 지녀야 교육적인지 고민도 해보지 않지 않았던가. 

그냥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색깔에 도대체 변화라고는 없는 학교에서 지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색채를 이용하여 변화를 주면 정서에도 그리고 지식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공간, 시간, 소리, 색채를 가지고 학교에 대해서 다시 사유하게 한다. 이 사유를 통해 학교라는 객관적 대상이 얼마나 교육이라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결국 교육은 교과내용뿐만이 아니라, 학교라는 외적인 요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이제는 혁신 학교, 자율학교 등등 변화를 추구하는데, 아직까지는 내용의 변화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내용의 변화에 외적인 변화까지 이루어진다면, 정말로 학생들의 삶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단지 학교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것을 집에 적용하면 그대로 들어맞는다. 우리들은 얼마나 획일화된 집에 살고 있는가. 이 책을 학교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확장해서 읽으면 우리 삶 역시 더 윤택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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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학교 웃지 않는 아이들 - 교육과 입시에 관한 6가지 진실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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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다. 여섯 가지 진실이라니. 그만큼 우리는 교육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걸까? 

여섯 가지 진실이라고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것,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또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미 모르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지만 어렴풋이 알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려는 사실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저번에 읽은 김종철의 책(교육이냐 사육이냐)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했다면 이 책은 학교 현장으로 다가간, 미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 가지를 나열하면, 진보교육감 시대, 이상한 입시제도, 아이들이 공부 다음으로 싫어하는 세 가지, 교장공모제, 전교조, 그리고 학교 현장의 개혁이다. 

이 여섯 가지가 그간 학교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부모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 나아갈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그간 언론에서 들었던 파편적인 정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또 학교 현장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즉 교장제도의 문제부터, 혁신학교, 그리고 담임제도, 또 입학사정관제까지 다뤄줌으로써 아이를 둔 부모들이 어떻게 학교와 만나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교사이고, 또 전교조 활동을 해왔던 사람이므로 구체적인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으리라. 그렇다고 이 책은 전교조만을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전교조 내부의 갈등으로 이미 탈퇴를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교조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비판을 하고 있으니, 나름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불거지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 투표와 학생인권조례제정 청구 운동을 살펴보라.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이 두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무상급식은 교육감의 권한임에도 서울시장이 반대를 하고, 무상급식에 관한 투표을 위한 홍보지를 서울시장만이 발행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해석이 나왔다. 기다 무상급식 반대 서명이 80만명을 넘어섰는데, 의무교육에서 아이들 밥 하나도 무상으로 하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이렇게 나오는 현실이다. 주민투표가 서울 투표권자의 1/3을 넘어 개표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이 생긴 것 자체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우지 못한 학교의 책임임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그간 우리 교육은 입시교육만을 해왔지(우리가 받아온 교육을 생각해 보라. 옆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내 대학 합격을 견제하는 적이라고 은연중에 압박을 받아오지 않았던가.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도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라고 교육받은 세대들이 어떻게 자신들과 무관한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반대로 학생인권조례 청구 서명은 8만명을 넘기기가 힘들어 (무효처리가 된 서명지가 만 장이 넘어 다시 만 장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지고 있으니... 

같은 현상이다. 교육의 부재다. 정작 필요한 사항에서는 움직임이 없고, 하지 않아도 될, 해서는 안 될 일에는 와 하고 움직이는 이 교육의 부재 현상 앞에서, 학교는 정말로 웃기는 그야말로 쇼를 하는 공간이 되고, 그나마 이 쇼는 자신만을 위한 쇼가 되니 학생은 쇼를 보고도 웃지 않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웃기는 학교에서도 점차 학생들을 웃길 수 있는 학교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교사들, 학부모들, 학생들의 힘이리라. 여기에 교장, 교감, 그리고 교육청, 교과부의 관료들은 들어가지 않는데, 최근에는 진보교육감이 탄생함으로써 교육청, 교장 등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기에 교육에 대한 대안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와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를 쓴 이기정 교사의 주장 중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건 아마도 이 대안이 지금의 입시, 학교 서열체제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방안이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교육운동이 이 방향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학급제를 폐지하고, 학점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이다.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다 비슷한 능력을 가졌으리라는 생각만 버리면, 왜 같은 나이 때 학생들이 자신들의 흥미, 적성,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시간 동안 똑같은 과목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가진다면,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공부를 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한다면 이 학점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학점제가 되면 그간 문제가 되던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레 풀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운동단체, 시민사회, 학부모단체, 그리고 교수단체들도 중고교를 학점제로 운영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좀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주었지만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읽으면 많은 구체적인,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겠단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런 책을 읽은 사람이 늘어나면 적어도 무상급식 반대 서명에는 동참하지 않겠지. 

이야기가 옆으로 새지만, 한 때 텔레비전에서 임상옥의 술잔, 계영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술이 70%이상 차면 흘러 나와 남지 않는다는 너무 많이 가져서는 안되다고 경계하는 술잔이라는... 

우리나라 좀 있는 사람들이 임상옥같은 사람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 그 가진 것이 넘치지 않게 사회에 환원하게.. 그렇게 주장해야 보수 아니던가. 보수는 이 사회를 유지하길 목표로 삼은 집단이고,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없는 사람을 있는 사람이 돌보아야 하지 않는가. 그건 진보라 할 수 없는, 보수의 몫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교육, 그런 교육을 받으면, 이런 책을 읽으면 적어도 보수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무상급식 반대는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학생인권조례도 역시 반대하지 않으리라. 

덧말 

이런 책을 읽다가 몇 가지 사실이 눈에 거슬리는데... 

하나는 정몽주가의 아들 정몽준은 이라고 나오는데, 이걸 뒤의 이병철가의 이건희는과 연결지으면 정몽주가 아니라, 정주영으로 바꿔야 할 듯하고...  92쪽 

또 하나는 신일고의 강의석 군은, 이 말은 강의석은 신일고가 아니라 대광고다. 대광고의 강의석 군은으로 바꿔야 한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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