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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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신경숙'. 그의 작품들이 출간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읽어왔기에 오랜 친구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가이다. 또한, 화려한 장미꽃이 아닌 수수한 안개꽃같은 느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엄마를 부탁해'로 마음속 깊은 뉘우침을 가져다 주었던 그녀가 이번에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곁에 찾아왔다.
그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 소설' (...) '누구에게든 인생의 어느 시기를 통과하는 도중에 찾아오는 존재의 충만과 부재, 달릴 길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을 어루 만지는 잡고 싶은 손 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p374)
이와같은 말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 청춘소설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말로 씌어진~' 성장소설들은 너무 소재가 빈약하고 구성도 엉성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읽고 나면 그 소설이 그 소설같은 그런 느낌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읽고 나면 가슴에 큰 바윗돌이 올려진듯..... 나자신의 청춘시절을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작가가 살았던 청춘시절을 전후해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겪었던 암울한 시대를 살아온 4명의 젊은이들(윤이, 단이, 미루, 명서)이 버거운 그 시대적 배경과 청춘들이기에 느끼고 고뇌하여야 하는 삶의 모습들을 각각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우리들은 작가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까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하면서 치밀한 글의 구성과 전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춘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고 활기찬 시절이지만, 그만큼 고뇌가 많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시대마저 암울하다면.....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 그러나 물살이 거세기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는 없어. 우리는 무엇인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p62)  - 윤교수의 첫 강의중에서
이 시대는 시련의 연속입니다. 말이 제 값어치를 잃어버린 시대, 그리하여 온갖 부황하고 폭력적인 말들이 지배하는 시대 (p290)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암울했던 시절을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다든가, 체류탄의 냄새 등을 표현할 뿐이지, 그당시의 시대상을 상세하게 표현하거나 고문이나 체포 등의 낱말조차 아끼면서 하지를 않는다. 그런데도 그 시대를 공유했기에 상징적,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문장들이 더욱 처절했던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속에 간간이 나오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시대와 인물들에 대한 많은 정보가 흘러져 나오게도 하고 있다. 그리고, 갈색노트가 그 의미를 부언하고 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이 올까.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 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p210)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 청춘시절을 거치게 되는 것은 인생의 하나의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그 통과의례속에는 아픈 사랑도, 이별도, 상실도, 때론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뿐이다. (p20)
사랑은 이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p241)
산다는 것은 무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p291)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이처럼 4명의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언제든 내.가. 그.쪽.으.로.갈.께. 하는 사람" (p365)
우린 누구에겐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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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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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울고 싶은 십 대를 위하여' 그리고 쓴 만화책이다.
  만화를 그다지 잘 읽지 않기에 만화가인 '최규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는 대한민국들 대표하는 만화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만화인생은 어릴적에 시골에 살던 시절에 불우(?, 작가의 표현)어린이들에게 보내 오는 도시 어린이들의 철지난 선물(?)이었던 만화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만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친구와 함께 미술학원을 다니고, 마침 4년제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기게 되어서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동안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을 학원에서 지도한 경험이 '울기엔 좀 애매한'이란 만화책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을 전공하려는 학생들보다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유난히 가난하고 우울한 환경속에 성장하고 있다. 미술학원에 갈 학원비도 없고, 재능이 있어서 대학에 합격해도 등록금이 없다.  

 ㅜ ㅜ , 정말 울고는 싶은데, 울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이런 현실이 만화속에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인 '원빈~~' 와하~~ 정말 원빈? '무늬만 원빈'도 못 되는 '강원빈' 그의 엄마조차 이런 일이 있을 줄 모르고 '원빈'이란 이름을 지었단다.
원빈아~~'하면 듣는 모든 사람이 호기심에 쳐다본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찌질한 인생, 불가촉 루저 원빈'이란다. '원빈'앞에 붙는 수식어가 정말  찌질하다. 그의 환경은 찌질하지만 만화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어렵게 엄마가 분식집을 해서 마련한 돈으로 뒤늦은 미술학원 만화반에 합류하는데....
미술학원의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돈도 재능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렇다면 정말 '울고 싶은데.... 울기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수채화톤으로 그린 만화와 만화컷 속의 대사들이 가슴을 뭉클 뭉클하게 만든다.
찌질한, 불가촉 루저인 원빈의 생활이 우울하고 슬프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
작가의 체험이 담겨있기에~~~
그리고, 톡톡 쏘는 노골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대사가 돋보인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 '최규석'작가가 자신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기까지의 전과정이 담겨있는 '작가 노트'가 실려 있다. '작가 노트'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열정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온다.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좋은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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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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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년만에 오빠가 돌아왔다.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이후에 새로운 단편소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제목부터 왜 이리도 긴 여운을 남기는지.
그러나, 나는 '김영하'작가를 알게 된 것이 한 3년 정도밖에 안 되니까 계속적으로 그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김영하의 작품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것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통해서이다. 문학장르중에서도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읽게 된 책이었다. 그때 그 책을 통해서 '김영하'의 진수를 알게 된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여행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놓고 떠날 수 있었던... 그리고 떠나온 시칠리아에서 그의 내면적 성찰을 키워나가고 있는 일상들이 그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내게 다가왔다. 언젠가는 떠난 여행자가 시칠리아의 고양이에게 쏟는 애정에서 그의 마음을 엿 볼 수도 있었고.
그리고는 그의 글에 매료되어 'Stay'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여행자 도쿄' 이렇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가 그의 소설로 접어 들었다. 제 1회 문학동네상을 수상한 '나는 나를 파괴한다로~~~ 역시, 김영하의 글은 여기에서 출발했던 것이었다. '자살 안내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져다주는 특이함과 함께 그의 멈출 줄 모르는 상상력.
그리곤 그의 소설 몇 편을... 그런데, 미니홈피를 대입시킨 '랄랄라 하우스'는 그의 신선함과 재치가 담게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에는 '위대한 캐츠비'의 번역까지. 오래전 읽기는 했지만 그당시에 '위대한 캐츠비'를 좀 힘겹게 읽었는데, 그의 번역판을 어떨까 살짝 궁금해진다.
'김영하'작가의 책과의 만남을 늘어놓자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할 말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는 작가가 청탁을 받아서 쓴 글들이 아닌 자유롭게 그동안 썼던 13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다.  낯설지 않고 익숙해진 그의 글들이 빠르게 머리속으로,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작품속의 인물들에게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로봇'에서의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수경.지하철 속의 옆자리 남자의 축축한 우산이 종아리를 건드리는 상황에서 중얼거린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의 살갗이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p9)
'인생은 젖은 우산을 견디는 것' (p14)
'어찌하다 누군가의/ 한 게임이 되었을까 (p15)

그녀에게 찾아온 로봇과의 사랑. '로봇 3원칙'을 어기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그건 불가능한 원칙이었기에.....
'악어'는 동화같기도 하고, 전설같기도 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을까?  작가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 당근... 알 리가 없지.
'여행'에서의 수진과 한선에게 나타난 짐승같은 몰골의 어부의 출현. 기막힌 반전. 예상치도 못한 설정.
언젠가 읽었던 작품인듯한.... '밀회' 그의 작품중에 특이하게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 나왔던 소설인 것이다. 그가 경험했던 아름다운 하이델베르크를 소재로 썼던 단편소설. 낯선 여행지에서의 만남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면 안돼.'(p97)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그들의 욕망은, 그들의 진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p92), 그녀의 남편이 사고로 그녀를 가짜 아내로 생각하는 것처럼, 두 남녀의 사랑도 가짜는 아니었을까... 가짜처럼 시작된 '죽음'도... 남자는 자신의 죽음의 순간에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열 두살의 그 해파리처럼 투명한 육신으로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부유합니다. 나의 눈은 맑고 몸은 유연하며 정신은 명정합니다.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 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p101~102)

'명예살인'은 달랑 18줄의 이야기. 간결하지만 냉소적인 비판의 말이 담긴 짧지만 여운은 긴 작품이다.  
이렇게 짤막한 글은 '바다이야기'에서도 아주 짧은 글들이지만 그냥 재미있다. 어떤 TV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스쳐간 단상이거나, 아니면 해변가에서 보게 된 광경을 썼거나 한 것같은.
이처럼 김영하의 머리 속은 소설의 소재들로 꽉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현실의 모습 그대로. 또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가미되어서 술~~ 술~~ 풀려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그냥 스쳐 지나칠 상황이나 사물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관찰하고 보편적인 문장인 아닌 그만의 특유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작품을 읽는 중에 느낄 수 있는 묘미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내 마음에 조용히 깃든 이 내밀한 유쾌가 문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P271)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작가와 독자가 같은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하' 작가는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지만, 그 작품을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기에. 그리고, 젊은 감각으로 다가오기에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들을 차곡차곡 읽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양한 인물들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의 작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 그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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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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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등단하여, 등단할 때의 나이만큼인 40년이 흐른 이 시점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작가 '박완서'
박완서의 작품은 평이한 글들인 것같지만, 그 글속에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어서 즐겨 읽곤 했다. 그런데, 재작년인가 그의 에세이를 읽던 중에 작가의 까탈스러운 성격과 아집이 그대로 책 전체에 흐르는 글들을 보면서 참 언짢았던 적이 있다. 그 책은 여행을 다녀와서 쓴 책이었는데, 아마도 원하지 않은 여행길이었었는지 불편했던 심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의 나의 느낌은 '아 ! 이 분도 이젠 할머니들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출간 소식에도 선뜻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내 손에는 박완서의 신간 서적이 들려 있으니, 은연중에 나는 그의 글에 중독이 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편적인 층의 독자들을 가진 박완서의 글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는 6.25 전쟁일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교육열....
작품마다 등장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작가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6.25의 경험이 없었으면 내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느끼고 남들도 그렇게 알아줄 정도로 나는 전쟁 경험을 줄기차게 울궈 먹었고, 앞으로도 할 말이 얼마든지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곤한다. (p24)
역시나, 이 책에서도 60년이나 지난 그 시절의 이야기가 날짜별로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함을 적고 있다.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고 떠오른 단상이 '추위'였고, 그것은 작가의 6.25 전쟁때의 추위, 굶주림, 불안, 분노 였다고 하니, 그 체험이 얼마나 힘겹고 뼈저린 아픔이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독자들에겐 똑같은 문장이을 그대로 이 책, 저 책에서  또다시 만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 중 나쁜 기억도 마땅히 썩어서 소멸돼야하고, 차마 잊기 아까운 좋은 기억이라해도 섞어서 꽃 같은 것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을 (p65)
'박완서'의 에세이들이 일상의 편린들이었다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전의 에세이들보다는 영화,책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 있는 것이다.
영화 'Away From Her'의 착한 남편의 이기적인 사랑에 멋진 복수를 하는 아내의 치매를 황홀한 치매라고 표현하면서도 치매의 실체는 결코 그렇게 고상하고 황홀하지 못한 현실임을 이야기해주니, 그 영화에 관심이 간다.
또한,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의 이야기른 외아들의 죽음에 대한 끔찍하고 고통스러움을 약간의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책 역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구성이 3부로 되어 있는데, 그중의 2부 '책들의 오솔길'은 그 내용이 참 좋았다. 모 일간지에 실린 '친절한 책읽기'란 코너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책을 읽다가 잠깐 오솔길로 새버린 이야기들이다.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닌, 책을 읽던 도중 느낀 단상들과 독서중에 떠오른 이야기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부분이 좋았던 이유는 책이야기이기에, 내가 읽었던 책들은 작가가 그 책을 읽으면서 오솔길로 빠져나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으면서도, 내가 그 책을 읽었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들이 있었다. 미처 못 읽은 책은 그 책을 언젠가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놓친 열차가 아름답듯이~~' 그리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아쉬움이 남듯이~~~
박완서 작가도 이처럼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40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老)작가의 요즘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작가가 그토록 징그럽게 느끼는 6.25 전쟁, 그것 역시 그녀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평생의 업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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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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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 속 인물과 사건중에서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고,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은 스캔들은 영국의 '헨리 6세와 앤 블린'이야기와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와네트'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영미권에서는 이 두 이야기가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수없이 반복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중에서 헨리 8세와 앤 블린의 이야기는 미국 드라마 '튜더스' 영화 '천년의 스캔들' 그리고 아주 오래전의 영화로 '천 일의 앤'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주로 왕실을 중심한 헨리 8세와 캐서린, 앤 블린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힐러리 맨들'이 쓴 '울프 홀'은 이야기의 중심에 토마스 크롬웰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의 소설과 영화와는 좀 다른 각도에서 '튜더' 왕실을 들어다 보게 되는 것이다.


 
 
 '울프 홀'은 이야기의 시작이 1500 년, 퍼트니에서 펼쳐진다. 대장장이인 월터 크롬웰이 술이 취해 자신의 아들을 흠씬 때리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이를 피패 크롬웰은 배를 타고 먼 길을 떠난다. 그후 세월이 흘러 크롬웰은 안락한 가정을 꾸미고 변호사가 되어 토머스 울지 추기경의 법률담당 변호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헨리 8세는 자신의 첫 왕비인 아라곤의 왕녀 캐서린이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핑계로 이혼을 하려고 하는데, 그 뒷배경에는 앤 블린이 있다는 것이다.
왕은 이혼문제 등으로 로마 교황청과의 마찰을 빚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울지 추기경은 자신이 거처하던 햄프턴 궁에서 쫓겨나서 초라한 이슈의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수장령까지 발표하면서 이혼을 하려는 헨리 8세.
정당한 혼인 관계였음을 주장하면서 절대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캐서린
헨리 8세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이혼후에만 결혼을 하겠다는 앤 블린
헨리 8세의 이혼을 성사시킬 수 없었기에 초라한 모습으로 일생을 마치게 되는 울지 추기경.
그리고, 울지 추기경의 옆에서 법률일을 하다가 헨리 8세의 총애를 받게 되는 토머스 크롬웰
토머스 크롬웰과는 달리 영국의 법률가인 존 모어경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왕실의 재무를 담당하면서 외국 사절 영접 및 조약의 기초 등을 작성하기도 하는 변호사 토머스 모어.이런 인물들이 총 동원되어서 이 소설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크롬웰의 성장 과정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인 '힐러리 맨틀'의 머릿속의 상상력이 크롬웰을 아버지의 매를 피해서 가출한 소년, 프랑스 용병, 대 부호의 주방장, 교역상을 거쳐서 변호사가 된 것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헨리 8세가 그토록 신임하고 곁에 두었던 토머스 모어 못지 않는 국왕의 충실한  신하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이용할 수 있는 인간과 버릴 인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냉혹한 궁정에서 크롬웰 나름의 입지를 굳혀 나가는 것이다.
이야기가 시종일관 토머스 크롬웰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헨리 8세와 캐서린의 이혼 문제가 많이 진척된 상황의 영국 왕실이야기로 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영국 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좀처럼 소설을 읽으면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16세기의 영국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와의 관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캐서린이 스페인의 아라곤 왕실의 공주인데, 왜 헨리 8세의 아내가 되었는지. 그리고, 캐서린의 이혼을 동의해 주지 않는 교황청의 입장. 이 당시 신교의 발생으로 구교와 신교의 대립 상황, 헨리 8세의 수장령 과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서 인내하면서 기다렸던 혹독한 상황, 엘리자베스 여왕 치세때의 성공회의 탄생까지를 .....
특히, 유럽 왕실의 결혼은 정략 결혼이 성행했었다는 것도.

익숙한 이야기를 낯선 시각에서 풀어낸, 지적 상상력이 넘치는 놀라운 작품, 오백 년 전에 일어났던 이야기가 새롭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타임즈)- 책 뒷표지 글
능란하고 악마적이며, 음험하고 심술궂다. 한마디로 매혹적이다. (뉴욕 타임스)- 책 뒷표지 글
이 소설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이와같은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낯익은 이야기가 '울프 홀'에서는 낯설게 펼쳐진다는 느낌을.... 그것은 바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토마스 크롬웰이기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이 시대를 바라보기에 '울프 홀'은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이다.  
'울프 홀'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1권은 토머스 울지 추기경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2권은 바야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토마스 크롬웰이 신분의 장벽을 뛰어 넘어서 권력의 정상인 헨리 8세의 측근이 될 것이며, 지금까지 왕의 총애를 받았던 토마스 모어는 런던탑에 갇혔다가 길로틴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을까....
토마스 크롬웰과 토마스 모어는 서로 다른 신분에서 출발하여 권력의 최정상까지 올라간 인물들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헨리 8세와 그 의 여인들의 암투와 신경전.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는 탐욕의 장, 울프 홀, "먼저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당한다. " - 책뒷표지 글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피튀기는 한 판 승부가 2권에서는 더 적나라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소설을 소개하고 싶다.
영국의 시오노 나나미라고 불리는 작가인 '앨리스 위어'의 장편 소설
☆ 헨리 8세와 여인들 1,2 권 (앨리슨 위어)
    엘리자베스 1세 (앨리슨 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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