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6 년만에 오빠가 돌아왔다.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이후에 새로운 단편소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제목부터 왜 이리도 긴 여운을 남기는지.
그러나, 나는 '김영하'작가를 알게 된 것이 한 3년 정도밖에 안 되니까 계속적으로 그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김영하의 작품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것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통해서이다. 문학장르중에서도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읽게 된 책이었다. 그때 그 책을 통해서 '김영하'의 진수를 알게 된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여행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놓고 떠날 수 있었던... 그리고 떠나온 시칠리아에서 그의 내면적 성찰을 키워나가고 있는 일상들이 그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내게 다가왔다. 언젠가는 떠난 여행자가 시칠리아의 고양이에게 쏟는 애정에서 그의 마음을 엿 볼 수도 있었고.
그리고는 그의 글에 매료되어 'Stay'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여행자 도쿄' 이렇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가 그의 소설로 접어 들었다. 제 1회 문학동네상을 수상한 '나는 나를 파괴한다로~~~ 역시, 김영하의 글은 여기에서 출발했던 것이었다. '자살 안내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져다주는 특이함과 함께 그의 멈출 줄 모르는 상상력.
그리곤 그의 소설 몇 편을... 그런데, 미니홈피를 대입시킨 '랄랄라 하우스'는 그의 신선함과 재치가 담게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에는 '위대한 캐츠비'의 번역까지. 오래전 읽기는 했지만 그당시에 '위대한 캐츠비'를 좀 힘겹게 읽었는데, 그의 번역판을 어떨까 살짝 궁금해진다.
'김영하'작가의 책과의 만남을 늘어놓자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할 말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는 작가가 청탁을 받아서 쓴 글들이 아닌 자유롭게 그동안 썼던 13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다.  낯설지 않고 익숙해진 그의 글들이 빠르게 머리속으로,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작품속의 인물들에게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로봇'에서의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수경.지하철 속의 옆자리 남자의 축축한 우산이 종아리를 건드리는 상황에서 중얼거린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의 살갗이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p9)
'인생은 젖은 우산을 견디는 것' (p14)
'어찌하다 누군가의/ 한 게임이 되었을까 (p15)

그녀에게 찾아온 로봇과의 사랑. '로봇 3원칙'을 어기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그건 불가능한 원칙이었기에.....
'악어'는 동화같기도 하고, 전설같기도 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을까?  작가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 당근... 알 리가 없지.
'여행'에서의 수진과 한선에게 나타난 짐승같은 몰골의 어부의 출현. 기막힌 반전. 예상치도 못한 설정.
언젠가 읽었던 작품인듯한.... '밀회' 그의 작품중에 특이하게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 나왔던 소설인 것이다. 그가 경험했던 아름다운 하이델베르크를 소재로 썼던 단편소설. 낯선 여행지에서의 만남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면 안돼.'(p97)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그들의 욕망은, 그들의 진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p92), 그녀의 남편이 사고로 그녀를 가짜 아내로 생각하는 것처럼, 두 남녀의 사랑도 가짜는 아니었을까... 가짜처럼 시작된 '죽음'도... 남자는 자신의 죽음의 순간에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열 두살의 그 해파리처럼 투명한 육신으로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부유합니다. 나의 눈은 맑고 몸은 유연하며 정신은 명정합니다.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 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p101~102)

'명예살인'은 달랑 18줄의 이야기. 간결하지만 냉소적인 비판의 말이 담긴 짧지만 여운은 긴 작품이다.  
이렇게 짤막한 글은 '바다이야기'에서도 아주 짧은 글들이지만 그냥 재미있다. 어떤 TV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스쳐간 단상이거나, 아니면 해변가에서 보게 된 광경을 썼거나 한 것같은.
이처럼 김영하의 머리 속은 소설의 소재들로 꽉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현실의 모습 그대로. 또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가미되어서 술~~ 술~~ 풀려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그냥 스쳐 지나칠 상황이나 사물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관찰하고 보편적인 문장인 아닌 그만의 특유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작품을 읽는 중에 느낄 수 있는 묘미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내 마음에 조용히 깃든 이 내밀한 유쾌가 문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P271)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작가와 독자가 같은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하' 작가는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지만, 그 작품을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기에. 그리고, 젊은 감각으로 다가오기에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들을 차곡차곡 읽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양한 인물들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의 작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 그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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