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 시대 후반기에서 해방과 전쟁, 4.19와 5.18로 이어지는 소용돌이의 시대를 살았던 김수영의 삶은 좌도 우도 아닌 중도의 삶이었다. 하지만 중도의 삶이 더 힘들었던 시대에 그는 술과 시로 그 시대를 버텼다. 그의 삶과 시세계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의 삶이지만 술 먹고 객기부리는 시인의 치열한 삶이 불안하게만 보인다.
조선전기에 쓰여진 연애소설 여섯 편을 모았다. 선비들의 글답게 고풍스럽고 정갈하며서도, 연애소설답게 애절하면서도 질퍽하기도 하다. 여섯 편이 조금씩 다른 색깔을 드러내면서 색다른 매력을 주고 있고, 번역도 읽기 쉽게 정성스러게 되어 있다. 선비들이 책상머리에서 지어낸 소설들이라 사대부의 가부장성이 너무 강하고,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소리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종차별에 저항한 흑인 재즈음악가의 삶을 사회주의자가 기록했다. 미국의 인종차별과 저항의 역사, 재즈의 탄생과 변화의 역사, 치열한 음악가의 역사가 3중주로 연주되지만 각각의 연주가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나마 짧은 책이라서 읽을 수 있었다.
'유럽 장르문학의 신성, 피에르 르메트르의 최고 히특작!'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선택했다. 초반에는 꽤 흥미진지하고 긴강감 있게 얘기가 이어지더니,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조금씩 황당해지더니,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쓴웃음을 짓게 된다. 그래도 글쓰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3류는 아니다.
성범죄로 구속된 아버지와 파탄난 가정으로 인해 10대 후반의 나이에 밑바닥 삶을 전전했던 작가의 개인경험을 생생하게 썼다.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삶을 살아가는 그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자괴감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다. 적당히 자기연민에도 빠지고, 적당히 자기합리화도 하면서 벌버둥치는 그 삶이 안타깝고 이해는 되지만 조금 더 치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