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을 유전물질인 DNA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이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생물인 건축물이 의식을 가지고 진화한다는 얘기가 얼핏보면 말이 안되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틀린 얘기도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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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p.177에 제레드 다이아몬드라는 사람이 쓴《제3의 침팬지》라는 책에서 인용한 가젤이라는 초식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 가젤의 행동을 통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권하는 사람들의 과시욕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읽어보니 꽤나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핵심은 건강을 낭비해서 과시한다는 것인데 소위 말하는 센 척 혹은 허세 같은 것도 이런 것과 비슷한 맥락에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맥락과 연관지어 건축물도 쓸데없이 크거나 높게 짓는 현상을 저자는 과시욕에 기반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이러한 과시욕은 그 기저에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 혹은 열등감도 어느정도는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과시욕과 명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이 과시욕이라는 심리가 생겨나게 된 원인들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생명체의 모든 행동을 DNA가 자신이 더 많이 번성하기 위해 결정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 P147

유전 물질 DNA는 데옥시리보스를 가지고 있는 핵산일 뿐인데 도킨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의인화된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보면 무기물 덩어리에 불과한 건축물도 마치 의식을 가지고 본인이 철거되지 않고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에 맞춰 모습을 바꾸며 진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런 진화 현상을 ‘리모델링‘, ‘리사이클링‘이라고 부르고 최근 들어서는 ‘업사이클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P148

업사이클링은 업up과 리사이클링 Recycling의 합성어로 좀 더 높은 의미와 가치를 가지도록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은 용어만 새로울 뿐 건축에서는 항상 있어 왔던 일이다. 건축 재료는 사람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 P148

건축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의 자재가 다른 건축물의 신축에 사용되는 경우가 예부터 있어 왔다. 이는 마치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재료를 나누어 새로운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 P149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래된 화두가 있다. 루이스 설리번이라는 근대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는 특정한 기능을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 P149

자동차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기능적 이유에서 엔진과 네 개의 바퀴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와 프로펠러도 기능적 이유에서 생겼다. 처음 만들어지는 것의 디자인은 이처럼 ‘기능‘에 근거한다. - P149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명제가 항상 성립되지는 않는다. - P149

최초에 건축물을 계획했던 목적과 달리 시대가 변하면서 건축물이 필요 없어질 때가 생기는데, 그때 건축물이 그대로 있으면 철거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그 건축물은 그 시대의 필요에 맞게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한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테이트 모던과 오르세 미술관 모두 주어진 건물 형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덧입은 경우다. - P151

물리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돌, 벽돌, 유리 같은 재료로 만든 무생물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건축물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 무기질 재료 부분이 아닌 그 부분을 제외한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을 싸고 있는 재료들이 좀 변형되어도 그 안의 빈 공간을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물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사람보다 오랫동안 살아남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형되면서 다시 사용된다. 건축물 자체를 재사용하는 업사이클링 건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빈 공간‘이 진화하는 이야기다. - P151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형태를 진화시키는 가자미처럼 업사이클링 건축은 건축물 입장에서 보면 바뀐 환경에서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이다. 그리고 이러한 몸부림의 시간과 사람의 노력은 건축물에 오롯이 남게 된다. 그래서 재생 건축에는 설명하기 힘든 깊은 시간과 노력의 감동이 배어 있다. - P152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쓰고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업사이클링도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 P152

회화나 조각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회화나 조각은 장소가 옮겨져도 그 자체의 가치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축에서는 주변 환경이 주는 제약을 피할 수 없는데, 이런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 창의적인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 P153

건축에는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구조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것은 중력을 이겨야 하고, 한 장소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건축물이 갖는 숙명 같은 것이다. 어떤 건축가는 이런 제약에 대해 불평하기만 하는 반면, 창의적인 건축가는 이 제약을 이전에 없던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승화시킨다. - P156

제약은 새로움의 어머니다. - P156

대화를 하다 보면 먼저 말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필요한데, 건축에서 컨텍스트를 고려하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반면 주변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넣는 것은 대화의 흐름을 깨는 것과 같다. - P157

만약에 듣는 사람이 맞장구만 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건강한 대화일까? 자기주장이 너무 없는 수동적인 태도도 문제다. 왜 건축은 과거의 이야기를 항상 수긍하고 듣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과거는 항상 옳은가? - P158

서울을 이야기하는 하이테크 건축이면 안 되는가? 모든 신축 건물이 반드시 옆 건물과 비슷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희한한 형태만 추구하는 건축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수용할 열린 마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158

신축 건물은 ‘때로는‘ 주변 컨텍스트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스맨‘의 건축만으로는 도시에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 주눅 들지 않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젊은 세대가 있을 때 그 사회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도시 속의 건축도 그렇다. - P158

서울 시청 신청사와 동대문 DDP는 좀 거칠 수는 있지만 의견을 내세우며 동등한 대화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다소 무례해 보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래된 건축물 옆에 새로이 건축물이 지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신축 건물에게 듣기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신축 건물이 지나친 독선을 부리는 것만큼 위험하다. 조선 시대 때 고려청자가 아름답다고 청자만 고집했다면 아름다운 백자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P158

리모델링은 건축물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선택한 것 - P158

영화 <라라랜드>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재즈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재즈는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자가 독주를 하면 듣고 있던 트럼펫 연주자가 음을 낚아채 색다르게 자신만의 연주를 펼친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끼어들어 또 다른 연주를 펼친다. 재즈는 이처럼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다른 연주자들과 충돌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면서 서로 대화하듯이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다. - P159

건축 리모델링은 재즈와 같다. 이름 모르는 과거의 어떤 건축가가 수십 년 전에 디자인한 건물 위에 현재의 건축가가 이어서 연주하는 것이 리모델링이다. 앞선 사람이 펼쳐 놓은 기본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음을 펼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과거의 것을 따라만 가서도 안 된다. 제약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을 펼쳐야 한다. - P159

서로 다른 두 건축가가 힘을 합쳐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는 리모델링은 마치 결혼과도 비슷하다.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연애결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맺어지는 정략결혼에 더 가깝다. 상대를 존중하고 나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 재즈와 결혼과 리모델링의 공통점이다. - P160

독주나 독신이 가능하듯이 건축도 혼자서 멋질 수 있다. 어쩌면 혼자가 더 폼 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좋은 결혼을 통해 좋은 가정과 좋은 자녀가 탄생하듯이 잘 이루어진 리모델링은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 P160

리모델링 건축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담긴 건축이다. 바로 그 시간이 감동을 준다. 리모델링은 과거와 현재의 건축가가 시간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타임 슬립 드라마이며, 두 건축가가 펼치는 이중주다. - P160

건축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몽골제국이 빨리 망한 것은 건축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 P164

건축물은 제국이 정복지를 통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집트는 피라미드, 로마는 콜로세움, 중국은 만리장성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했다. - P164

그리스신화를 보면 ‘켄타우로스‘라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말인 포악한 캐릭터가 나온다. 이 가상의 캐릭터는 그리스인들이 주변에 살던 기마민족인 스키타이족을 두려워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기마민족들은 이렇듯 신화적인 두려움의 존재는 되었지만 실질적인 통치력은 없었다. - P165

무거운 돌을 이용한 거석문화는 권력의 상징이다. 더 무거운 건축물일수록 더 큰 권력을 나타낸다. 영국의 스톤헨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 건축된 것이다. - P167

영국, 중동, 중국, 남미 할 것 없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은 항상 돌을높이 쌓아 무거운 건축물을 남김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이런행위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산을 가면 작은 돌로 탑을 쌓는다. 우리는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 돌탑을 쌓는 것이고, 높은 권력자는 대형 건축물을 남기는 것일 뿐이다. - P169

무거운 건축물은 권력을 과시하는 장치다. 반대로 가벼운 건축물은 아무런 권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몽골제국의 텐트는 가볍다. 그래서 텐트는 아무런 권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 P169

고인들은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무거운 건축물은 통치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통치의 영향력을 느끼게 해 준다. 이집트나 로똑 같은 제국이 거대하고 무거운 건축물에 집착한 이유가 그것이다. - P169

로마인들은 일단 정복지에 도시를 세울 때 그리스식 신전과 콜로세움을 만들었다. 신전을 만들어 종교를 통한 소프트웨어적인 통일을 이루고 건축을 통해 하드웨어적인 통치를 완성했다. - P169

건축 재료가 달라지면 건축양식이 바뀐다. - P170

벽돌은 점토를 틀에 넣고 찍은 다음 건조시키거나 불에 구워서 만드는 건축 자재다. 재료가 흙이기 때문에 대리석이나 목재와 달리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 P170

그렇다면 벽돌 이후에 지역성을 벗어나 어디서나 통용되는 건축 재료는 또 무엇이 있을까? 근대에 와서는 철근콘크리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강철도 한 부분을 챙겼다. 철근콘크리트와 강철을 빼고는 20세기 건축을 생각할 수 없다. 역사 초기에는 벽돌이 넓은 지역을 건축적으로 통합했다면 지난 백 년간은 철근콘크리트와 강철이 전 세계를 통합했다. - P172

그렇다면 벽돌, 철근콘크리트의 뒤를 이어 세계를 통합할 건축 재료는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재료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최신 3D 프린터는 머리카락같이 부드러운 재료부터 강철처럼 강한 것, 심지어 유리같이 투명한 재료까지 프린트해 낸다. 앞으로 3D프린터로 건축을 하면 철근을 넣어 콘크리트를 붓고 유리창을 끼울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단열재, 방음재, 구조체, 유리, 커튼 기능이 모두 담긴 분자구조의 벽이 프린트될 날이 올 것이다. - P173

재료가 바뀌면 건축물의 형태도 바뀌게 된다. 벽돌이 아치 구조를 양산했다면 콘크리트는 층을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네모진 상자 모양 구조를 양산했다. - P173

건축물을 크게 만든다고 해서 항상 제국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것은 항상 독이 된다. 그러한 예는 역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P174

권력을 과시하려는 건축행위가 심해지면 문명은 망한다. 현시대의 모아이 석상은 무엇일까? 아마도 쓸데없이 크게 지은 고층 건물일 것이다. 특히나 수요도 딱히없는데 경제 부양을 위해 지어지는 두바이의 고층 건물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완공과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넘어 건축물에 투자를 하면 사회적 불균형이 생겨 조직이 붕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76

무거운 건축물을 지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데는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남들의 의지를 꺾기 위한 목적이 있다. 따라서 무거운 건축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과시다. - P176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심리에는 ‘이렇게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고도 나는 건강할 만큼 센 사람이다‘라는 과시가 담겨 있다고 한다. 흡연자에게는 어이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세계적인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설명이다. - P177

마찬가지로 회식 자리에 가면 자기가 술을 잘 마신다고 못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는 이렇게 독한 술을 마시고도 견딜 만큼 너보다 세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 P177

가젤이 힘을 낭비해 과시를 하듯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을 낭비해 과시하는 것이다. - P177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의 가젤은 초식동물로, 달리기가 아주 빠르다. 가젤을 잡아먹는 사자는 가젤보다 달리기가 느려서 가젤을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사자는 무리에서 뒤처지는 병약한 가젤을 사냥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젤을 관찰해 보니 건강한 가젤은 쉬고 있는 사자의 눈앞에서 쓸데없이 껑충껑충 뛰는 것이다. 가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나는 이렇게 힘을 낭비해도 사자인 네가 쫓아오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 나는 그정도로 건강하다. 그러니 나를 잡으려 하지 말고 주변의 다른 약한 가젤을 사냥하라‘는 메시지를 사자에게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 P177

비슷한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명품을 이용해 과시를 한다. 1천4백만 원짜리 에르메스 백을 예로 들어 보자. 누구의 1년치 연봉만큼의 돈을 백 하나 사는 데 쓴다는 것은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다. - P177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점은 과시를 하려면 쓸데없는 데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생활필수품에 돈을 써서는 과시가 되지 않는다. - P178

피라미드 같은 건축도 쓸모가 없어서 과시가 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위한 돌무더기를 만드는 데 20년 넘게 국가의 모든 재원을 낭비했기 때문에 과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피라미드가 꼭 필요한 건축물이었다면 과시되지 않는다. - P179

과시를 위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시하는 자의 심리를 알아보자. 어떤 사람이 과시를 하는가? 가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불안한 자들이 과시를 한다. - P179

과시하는 건축물은 주변에 경쟁자가 있는 자들이 짓는 것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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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거의 1달 만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지난번 포스팅 막판에 받아 적는 것과 관련한 요 근래의 논쟁(서울대 우등생들이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교수님의 얘기를 글자 한토시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받아 적는 행위)을 다뤘었는데, 모든 것이 일장일단이 있듯이 받아 적는 행위도 일장일단이 있음을 저자의 글을 통해 보게 되었다. 이것이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고, 온전한 지식 습득을 위해서 마땅히 거쳐야 하는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 논쟁과 관련하여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 혹은 목적에 따라 지지하는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여지는데, 저자는 이 내용과 관련해서 딱히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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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글에는 목표와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생각났다. 어떤 것이 목적이고 어떤 것이 수단인지 헷갈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저자는 방법이 올바르다면 목표는 저절로 달성되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과 함께 각종 공부법 책들의 저자들이 강조하는 노하우를 얻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돌고 도는 생각의 꼬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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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닉 드레이크 라는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사람은 살아 생전에는 가수로서 철저한 무명이었는데 죽은 뒤 어떤 계기로 인해 갑자기 그의 곡이 인기를 끌면서 소위 말하는 사후 성공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론 처음 알게 된 얘기였는데, 참 이런 걸 보면 사람일이라는 거는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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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연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 11월에 대한 느낌을 얘기한 에세이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웠고,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고전에 대해 또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에 이탈로 칼비노가 쓴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둘 다 고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책과 뭔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 알게 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환상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잠깐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츠베탕 토도로프‘ 라는 사람이 쓴 《환상문학 서설》에 나오는 내용들이 언급되는데, 환상문학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별도로 밑줄치지는 않았지만 이 분야에도 보르헤스, 드 퀸시, 러브크래프트, 렘, 우드하우스, 셀린 등 정말 많은 작가들이 활동했거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들인데 기회가 되면 이 작가들이 쓴 책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받아 적기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쯤으로 폄하할 수도 없을 것 같다. 1513년 마키아벨리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단테가 말했듯이, 배운 것을 잘 붙잡아 두지 않는다면 지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현인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배움을 적어 두었다. - P100

지식은 새로운 것의 생산이고, 생산에는 재료와 창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잘 붙잡아 둔 배움의 모습은 필기일 수도 있고 암기일 수도 있다. 암기를 위해서라도 필기는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받아 적기 자체에는 별로 죄가 없는 것 같다. - P100

그저 삶은 누구에게나 고생스러운 것이고 선택의 결과는 각자가 감당할 몫이라는 진실 - P102

주어진 과제를 그냥 수행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한 다음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의 통찰 - P102

방법이 올바르다면 목표는 저절로 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저절로 달성되는 것들은 중요성이 0으로 수렴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들이 목표보다 방법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딱히 목표를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104

우리는 어릴 때 목표가 우선이고 방법은 부차적이라고 배워 왔다. 살아갈수록 어설픈 목표나 기획은 결국 사람의 노력이나 인내에 의지하려 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 P104

목표가 좋은 것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생각해 보면 좋은 방법을 찾아낼 능력이 있었던 목표는 이미 실현되어 우리가 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 같다. - P104

작업 분할의 시간적 이득은 작업 변경을 억제 또는 연기해서 생기는데, 공간이 이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이득은 시간에 지불할 것을 공간에 떠넘김으로써, 공간을 시간과 맞바꿈으로써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 P107

일본의 요리 고수들은 요리가 끝났을 때 주방 정리도 같이 끝나 있다고 한다. 매순간 치우는 것을 병행하는데, 어떤 일이든 최대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 P107

최대 공간 확보의 실질적인 의미는 뭘까? 정신 집중? 안전? 궁금했는데, 이제 이유를 알 것 같다. 급할 때 무엇이든 늘어놓을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닐까? 즉, 필요시 시간과 교환할 공간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 P107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107

접어서 봉할 때 나는 소리들이 아주 일정하고 규칙적인 리듬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면 손의 움직임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마음은 잡념이 사라져 평화로웠다. - P110

나는 삶이 피곤해질 때마다 평화롭게 봉투 붙이던 기억으로 되돌아가곤 했는데, 결국 깨닫게 되었다. 단순 작업이 가져다주었다고 믿은 마음의 평형 상태가 실은 그 직장의 안정성을 반영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 P110

의미도 없고 파편화된 노동의 종착역은 정신병원이라는 것이다. - P110

물건 하나를 혼자서 완성해야 ‘유기적인 노동‘이고 분업으로 일부만 담당하는 것은 ‘물화(物化)된 노동‘이라고 폄하한 20세기 철학자들의 교설 - P111

주인공의 정신을 파괴하는 주범은 파편화된 노동의 반복 자체라기보다는 미친 듯이 변하는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임이 곧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모니터로 노동 과정을 감시하면서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적나라한 통제 앞에서는 유기적인 노동도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 P111

노동의 온전함을 해체하는 것은 단순화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단순 노동 자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P111

‘오직 단순화하라‘가 일터의 모토가 되면 좋지 않을까.
단순화된 일 속에서 우리는 창의적일 수 있고 때로는 정신적 휴식도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일이란 아마 그 두가지를 다 주는 일을 말하는 것일 게다. - P112

발터 베냐민에 따르면 나쁜 작가의 특성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서 허우적대는" 것이다. 글을 쓸 때면 이런 경향을 피하기 어렵다. 펜대를 잡으면 누구나 조금씩은 문학가가 되기 때문이다. 글의 이상형은 문학이고, 문학은 ‘뭔가를 예쁘게 말하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으니 이런 경향이 자연스럽다 할 수도 있겠다. - P114

통제력은 훈련의 결과 - P114

토마스 만에 따르면 모든 개성적인 것은 이국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는데, 특출한 능력도 비슷한 운명인 듯하다. - P119

좋다고 팔리지는 않아. - P123

오디오북은 타인의 낭독을 듣는 것인데, 이것이 묵독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묵독 역시 자기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을 듣는다는 건 같기 때문이다. - P127

"이번 11월에는 너한테 전해 줄 소식이 없구나."

미국 시인 앤 섹스턴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유는 알 수 없는데, 이 평이한 구절이 소셜네트워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섹스턴의 문구 중 하나가 되었다. - P129

11월은 옆으로 비켜서 회고하는 달이다. 비키는 건 우리지 11월이 아니다. 이때가 되면 각 매체들은 올해의 기억들을 정리해서 보여 주기 시작한다. 대체로 ‘올해의 책‘ 목록이 가장 먼저 나오고, 이어 올해의 영화, 공연, 히트 상품 등이 차례로 게재되는 것이 보통이다. - P130

나는 점점 더 한 해를 열 달만 있는 척하고 빨리 마무리하는 게 꽤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왜 12월 31일 쯤에 결산을 하지 않는 걸까? 새해의 입구이자 일부인 진짜 연말은 회고를 하기에 적당한 시점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 P131

아마 우리는 산다는 것과 회고하는 것이 양립하기 어려운 활동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해를 정리하기에 적당한 시점은 아무도 진짜 연말이라고 여기지 않는 시기, 늦가울의 어느 달일 수밖에 없다. - P131

두 달 빠른 결산 관행이 암시하는 교훈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우리에게 별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일은 영원히 없으며, 생각과 정리에 쓸 시간은 우리가 생활하는 시간을 헐어서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필 11월을 회고의 달로 만든 것은 나쁜 선택 같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우리의 회고는 11월 날씨 덕분에 좀 더 감정이 풍부하고 내면적인 것이 되어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 P132

재앙은 긴급함과 나른함을 동시 발생시킨다. 재앙은 일상을 파괴하는데, 보통 일상은 우리에게 휴식을 주기보다는 닦달하는 쪽이므로, 일상이 멈춘 틈에 뜻밖의 나른함이 생긴다. - P134

케르테스의 홀로코스트 소설 『운명』에는 아버지가 수용소로 떠나는 날 학교에 결석계를 내러 가는 소년이 나온다. 가는 길에 소년은 봄날의 따사로움과 한가함에 태평해진다. - P134

장서가는 경험을 통해 자기 책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자이다. 그는 질서의 훼방꾼인 책의 물성을 존중해야 함을 안다. - P135

우리가 집에서 하는모든 책 정리는 일차적으로 크기에 지배된다. 이게 중력처럼 당연한 거라서 자각이 쉽지 않지만, 주제나 취향에 따른 의식적인 분류는 그 조건 위에 이차적으로, 부분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 P135

포툠킨 마을은 18세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의 지방 시찰에서 유래한다. 여제의 심복이자 연인이었던 포툠킨은 여제의 방문지마다 가짜 마을을 뚝딱 세웠다. 여제가 떠나면 마을은 재빨리 철거되어 다음 방문지로 운반되었다. 역사가들은 이 전설이 과장이라고 보나, 아무튼 포툠킨이라는 이름은 불멸이 되었다. - P138

바보들은 언제나 속아 넘어가기 마련이고, 안됐지만 내 책임은 없는 것이다. - P139

포툠킨 마을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가짜로 그렇게 진짜를 덮어도 되는가?‘ 포툠킨 서명은 그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괜찮아! 내가 아니더라도 권력을 쥐면 누구든 똑같이할 거거든.‘ - P139

감성이라는 말이 엉성해 보여도 그게 가리키는 문제까지 시시해지는 건 아니다. - P143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이미 발명되어 있다는 식의 단언은 늘 나를 놀라게 한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 - P143

디지털 때문에 뭔가 상실되었다는 게 아날로그가 궁극의 형태라는 증명이 되지는 않는다. 단지 기술이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보여 줄 뿐이다. - P143

"기술은 아직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 기술은 아직 너무나 세련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상황의 진면목이다."『철학을 위한 선언』에서 알랭 바디우가 썼듯이 말이다. "기술은 더 노력해야한다." - P144

고전이란 무슨 뜻인가? 그(생트뵈브)는 먼저 라틴어 ‘클라시스(Classicus)‘의 뜻을 검토한다. 이는 원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가진 시민 계층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여타 평범한 작품들과는 다른 급으로 생각해야 할 특별한 작품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보다시피 여기에는 오래되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점에서 고전(古典)이라는 한자어는 딱히 좋은 번역어는 아니다. - P147

고전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런 건 없다. 정확하게는, 고전을 써내는 공식 같은 건 없다. - P147

어떤 작품이 고전이 되는가?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알게 될 뿐이다. 생트뵈브는 발표 당시 ‘현대의 고전‘ 같은 간지러운 소리를 들을수록 이십오년 뒤에 초라해질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한다. - P147

고전의 순위는 유동적이다. 홍행작가였던 몰리에르는 원래 라신이나 코르네유와 동급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몰리에르는 그들을 넘어서는 천재로 떠올랐다. - P147

도대체 고전의 쓸모는 뭘까? 그의 답은 "모든 여행과 경험을 마친 이에게 찾아온 기쁨"이었다. - P147

고전을 수단이 아니라 문학 작품으로 관조할 수 있게 된 상태의 인간 - P148

아마 우리에게 필요한 고전 목록은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늘그막의 인간을 위한 길잡이여야 할지 모르겠다. 권위로 지정한 텍스트들이 아닌, 지금이라도 읽지 않으면 후회할 작품들로 채워진 목록 말이다. - P148

엥겔스는 "정당의 명칭이 꼭 들어맞는 일은 없다."라고 한적이 있다. 그는 사업가이기도 했으므로, 간판과 본업 사이에 필연적으로 괴리가 생기는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 P149

이쪽 업계인들이다 마찬가지지만 제일 먼저 살펴보는 곳은 판권면이었는데(그렇다. 우리가 본업을 대하는 태도는 결코 정신적이지 않다.) 중쇄를 찍은 책이 잘 보이지 않았다. - P150

"환상적인 것은 망설임의 시간만큼만 지속된다."라는 토도로프의 유명한 정의 - P152

그(츠베탕 토도로프)에 따르면 환상문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애매성. 사건이 초자연적인 것인지 다른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지 독자가 망설여야 한다. 둘째, 동일시. 독자는 망설이는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야 한다. 셋째, 축어성. 사건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시적, 알레고리적 해석은 금지된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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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2 - no.52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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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작가 인터뷰, 평론가들 간의 담화, 에세이, 연재 소설 등 각종 읽을거리들을 통해 수많은 작가님들의 생각과 감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작가님들이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독서의 폭이 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문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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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연이어서 주인공인 이나을과 남자친구인 큐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두 사람의 성격이 조금은 다른 구석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위의 두 사람의 대화가 일단락되고 절을 바꿔서 소설의 앞쪽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작가인 연나진이 갑작스레 대화에 등장한다. 라이터스 헤븐과 액터스 헤븐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용어와 함께.

한편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주인공인 이나을은 신인 배우로 데뷔하려는 찰나에 인터넷 상에 올라온 정체불명의 한 인물로부터 학폭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받는데..

이번 호의 마지막에 나온 3명의 작가가 쓴 작품은 연재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고 중간에 끊어지는 데,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마지막에 나온 김나현 소설가의 작품은 특별히 더 뒷 얘기가 궁금해지는 시점에 끝나서 그 아쉬움이 좀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음 호를 사서 읽어보라는 출판사의 고도의 전략이었다면 나름 배치가 잘 된 듯 하다. 독자들의 호기심이 슬슬 올라오는 적절한 타이밍에 to be continued 라는 메시지가 나왔으니 말이다.

"네가 먼저 잘돼서 정말 좋아. 나에게는 예행연습이 된다고 할까?" ‘네가 먼저 잘돼서 좋다‘는 그 말을 큐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큐는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러한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 순수한 예견에서 오는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예견 뒤에 다른 방식의 꼬리표를 붙이고 있었다. 큐는 정말 배우가 될까?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언제? 도대체 언제쯤? - P252

"라이터스 헤븐, 그건 내가 가야 할 곳이고, 엑터스 헤븐은 두 사람이 가야할 곳이죠."
"작가의 천국? 배우의 천국?" - P253

"각자의 업마다 갈 수 있는 천국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천국에 가는 조건은 뭐예요?"
"작가라면 좋은 작품을 쓰고 배우라면 좋은 연기를 하는 거죠. 일생에 한 번이라도 그런 걸 해내면 천국행 티켓을 받는 거예요" - P253

"아무리 나쁜 일을 저질러도 작품이든 연기든 훌륭하게 해내면 천국에 가는 거예요?"
오겸의 질문에 연 작가는 장난스럽게 눈을 흘렸다
"도대체 무슨 나쁜 일을 하셨길래?"
"아니요. 그런 일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고."
"단언하지 말아요. 사람 일은 모르잖아." - P253

"연기를 훌륭하게 하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 좋은데요? 그럼, 그 말에 매달려서 저는 연기만 생각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겸이 술을 벌컥 들이켰다. 그가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닌가 싶었다. - P253

"나도 일에 전념하고 싶어서 지어낸 거죠. 라이터스 헤븐이니 액터스 헤븐이니." - P254

"그 규칙에 따르면 작가님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천국에 가겠네요. 이미 여러 영화를 흥행시켰으니까요."
"그래요? 흥행이 훌륭함의 기준이 되나요?"
달리 무엇이 있겠느냐고 물으며 오겸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P254

"그럼 훌륭하다는 걸 어떻게 판단해요?"
"훌륭함은 시대의 변덕에 밀려나지 않고 계속 버티는 작품을 써내는거죠." - P254

"시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줄 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봐요. 어떤 연기를 하든 천국에 가는 연기를 해 보이겠다, 그런 각오로 해보는 게 어때요?" - P254

테이블에 혼자 남아 앉아 있으니, 방금까지 일어난 일이 연극 장면처럼 여겨졌다.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가 요령껏 무대를 떠났는데, 퇴장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어리숙한 배우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P256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감독님이 말하는 10분은 절대 10분이 아니에요. 한 시간이 되고 어떤 때는 열 시간이 넘기도 하죠. 촬영 들어가면 잘 알게 될 거예요." - P256

시대를 뛰어넘을 만한 훌륭한 연기를 하는 것이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준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에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냥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언가 좋은 걸 해야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 P257

"연기 수업이라고 해두죠. 누가 누굴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 P257

나는 설명했다. 처음 읽을 때는 연필로, 두 번 읽을 때는 초록 볼펜으로, 세 번 읽을 때는 붉은 볼펜으로. 그게 내가 대본을 읽는 방법이야. 아주 꼼꼼하게 세 번 분석해. - P259

사실 이것은 큐가 알려준 공부법의 변형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큐는 한 변호사의 강연에서 그가 책을 볼 때 다섯 가지 색깔 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다섯 번 정독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그걸 따라 했고, 그방법이 자신과 잘 맞아 급격하게 성적이 오른 경험이 있었다. 혼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나간 어느 주말에, 앉아 있기가 싫어 막연히 건물을 둘러보다가 들어간 소강당에서 우연히 들은 강연이 큐의 다음 인생을 바꾸었다. 어떤 우연이 우리를 도약시킬지 모른다고, 큐는 그 경험에 빗대어 자주 말하곤 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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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연이어서 나오는 내용인데, 인생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3가지 유형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자신이 습관을 바꾼다든지 하는 행동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유형의 문제 였는데 이는 지난 번 포스팅에서 언급하였고, 오늘은 나머지 2가지 유형에 대한 설명이다. 핵심은 간접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것 하나와 애초에 내 손을 벗어난 범위에 있는 유형 이렇게 2가지다. 저자는 각각의 유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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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삶에서 고통이 주어지는 이유에 대한 얘기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만약에 신이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들을 다듬어 가기 위한 훈련을 시키려고 고통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여기 일일이 밑줄 치진 않았지만 책에 나온 예시들을 살펴보면 사람의 성격적인 측면에서 모나거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얘기들이 나온다. 이는 포괄적으로 본다면 개개인의 성격이 각자 다름에서 비롯된 인간관계에서의 부딪침과 관련된 내용인데, 이는 마치 물가에 있는 돌멩이들이 처음에는 각지고 날카로웠다가도 물살의 흐름을 타면서 각진 부분들이 깨어지고 차차 다듬어지면서 강 하류에 이르러서는 거의 대부분 둥글둥글해지는 모양을 띠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도 이와 유사하다는 얘기처럼 느껴졌다.


당사자가 간접적으로만 통제할 수 있는 문제. 이 경우에는 자신의 통제 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당사자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문제.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내면적 상태, 즉 자신의 감정이나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

가장 좋은 태도는 여유있는 미소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때때로 삶이 나에게 특정한 시그널을 보내주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내가 그 시그널에 내포된 교훈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삶은 계속해서 동일한 시그널을 보낸다. 이럴 경우 뭔가를 바꿔보고자 이사를 할 수도 있고, 직장이나 파트너를 바꿔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삶이 우리에게 시그널을 보낼 때는 피해가려 하지 말고, 그 시그널에 내포된 교훈이 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로부터 계속 도망다닐 수는 없다.

처음에는 작은 시그널이 다가오다가 이를 무시하면 망치같이 육중한 시그널이 닥쳐온다.

삶은 우리를 벌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를 가르칠 뿐이다.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 간혹 그 의미를 한 눈에 알아보기가 힘든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시점에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베일을 벗게 되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인다.

본인이 전달받은 시그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아야만, 비로소 더 이상 이와 관련한 여러 일들을 겪을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문제가 ‘삶이 우리에게 보내준 선물‘은 아니다. 많은 문제들은 당사자 스스로가 자초한 것들이다.

개개인의 생각들이 각자의 상황들을 만들어 낸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삶은 때때로 고통스럽다. 삶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야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고통이 개입되지 않는 한, 많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면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인다.

새로운 도전들이 인생을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만일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누구나 자신에게 과도하게 부담이 되지 않는 ‘일정한 한계‘내의 편안한 도전을 선택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것들을 피하고 싶어한다.

여러 가지 도전과 문제들은 그 정의만 살펴보아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원천적으로 불편한 존재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극단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을 통해서만 성장하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삶이 결코 ‘수월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성장할 수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예전보다 더 잘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문제를 다루는 방법들은 쉬운 삶을 위한 레시피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끄는 삶을 위한 레시피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위너들은 삶에는 늘 이런저런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꿰뜷고 있다.

커다란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따라서 그들의 선택은 한가지다.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생은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가? 위너가 되고 싶은가? 더 큰 문제들을 찾아 떠나라.

내가 이 문제를 겪는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분명히 한다. 유사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행동한 본보기들을 찾아 그들에게서 배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내 문제의 장점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들이 문제를 발판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안다. 따라서 나는 문제를 피해가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극복할 때마다 나는 다음에 맞설 중요한 도전을 찾아나선다. 문제는 내게 일종의 스포츠다.

오랫동안 자신의 고용주를 부자로 만들어준 사람들이 왜 정작 자신은 부자로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위너들은 이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타인의 통제와 압박이 있어야 비로소 목표를 이루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끄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계가 목표였던 사람이 그보다 더 큰 목표를 세웠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오래된 습관을 떠나야 한다. 뛰어난 실력과 능력의 소유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그 실력과 능력을 새롭게 담아낼 새로운 습관이 필요하다. 이 사실을 간과했기에 자신만만했던 독립과 창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학교 긍부에는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던 사람이 사회에서는 낙제생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랜 루틴, 익숙한 습관, 늘 하던 방식을 자신도 모르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칭찬과 인정에 푹 젖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고용주는 나쁜 습관이다."

작은 차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통제력이 강하다.

성공은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잘하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성취다.

"나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나중에 퇴근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습관은 재능과 노력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통제력, 그리고 자기결정력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좋은 습관이 탄생한다.

"나쁜 습관이 없다고요? 좋은 습관이 없는 것이, 가장 나쁜 습관입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우리에게 고용주는 ‘습관‘이다. 최악의 고용주를 위해 일할 것인지, 최고의 고용주를 위해 일할 것인지는 오직 자기통제력과 자기결정력,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해내는 루틴에 달려 있다.

‘가장 빨리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와 같이 당신의 의지와 통제력을 상징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 본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지금 자네가 처해있는 현실을 바꾸려면 비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나?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네."

"삶에 목표를 맞추면 유리병 속 호박처럼 된다네. 목표에 삶을 맞춰야 한다네. 1달러를 열망하면 삶은 정확히 1달러만 주지."

위너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목표와 실행, 이 두 가지면 층분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이 둘을 위한 툴tool과 팁tip일 뿐이다.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때는 내가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크기부터 냉철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았고,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열망의 크기를 알았기 때문에 그 열망의 규모에 맞는 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무리야‘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는가? 그게 당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려면 터닝포인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터닝포인트가 목표를 세운 다음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정상까지 절반쯤 남았을 때 찾아온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틀렸다.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순간, 즉시 당신 삶의 터닝포인트가 시작된다."

"터닝포인트는 어느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손에 넣을 때까지의 전 구간을 성공한 사람들은 ‘터닝포인트‘라고 부른다."

터닝포인트를 원한다면 목표를 유리병 속에 넣어서는 안 된다. 손에 닿는 목표만 이루는 사람에게는 획기적인 터닝포인트가 생겨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도 정말 큰 목표다. 기대하지 않으면 절대 좌절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삶은 늘 두 갈래 길이다. 기대가 없는 삶, 그리고 기대가 충만한 삶이다.

인생은 자연법칙을 따른다. 무엇인가를 열망하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그것을 얻게 된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열망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열망을 키우려면 그 열망하는 대상이 위대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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