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여 세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연인이라고 여기는 그 집의 딸인 헬레네를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다시 찾아온다. 이에 헬레네의 삼촌인 빙켈만은 주인공과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주인공을 쫓아내기 위해 경찰을 부른다. 공권력으로 제압된 주인공은 마침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오죽했으면 경찰까지 불렀을까 싶기도 한데, 이 책을 읽어보신분들은 아실테지만, 주인공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혼잣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계속 챗바퀴 돌듯이 제자리 걸음만 반복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헬레네를 보러가야 한다느니, 뭐 어떻게 해야된다느니 등등... 잡생각이 아주 많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예 작가가 내용 본문에 소설 속 배경을 ‘가우스타 정신 병원‘이라고 명시를 해주어서 독자인 내가 느끼고 있었던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주인공은 기러기만 바라보다가 p.254에서 갑자기 헬레네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해내더니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인 나까지도 이제 슬슬 스산한(?)느낌이 들고, 한편으론 조금씩 무서워지기도 한다. 주인공이 이제 정신병원에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
.
계속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주인공이 자신은 예술분야의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특권의식‘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특권의식‘으로 인해 주인공은 그다지 지식이 필요치 않은 일들을 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보였다.

이러한 ‘특권의식‘에 기반하여 자신은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에 관련된 교육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전부 하찮은 일로 여기고 그닥 가치를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좀 더 일반화해서 적어본다면 자신이 꿈꾸던 이상과 실제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내면의 갈등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라스 헤르테르비그‘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눈은 높은데 현실은 그에 걸맞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주인공이기에 모르긴 몰라도 그 내면의 갈등은 굉장히 주인공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러한 좌절감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을 더욱 더 갉아먹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거리낌없이 한다. 이 과정에서 세상 탓, 사람 탓, 환경 탓 등 남 탓하는 모습이 수도없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저자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
.
.
어찌됐건 이런식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독백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과는 별개로 현실에서의 시간들은 계속 흐르고,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 주변에 등장하는 정신병원 의사나 보호사 같은 사람들과 주인공 간의 대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주인공은 그들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신경쓰지 않고 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들만 내뱉는다.

이러다보니 어떨 때는 굉장히 생뚱맞은(?)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짓껄이는 주인공 ‘라스 헤르테르비그‘ 의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
.
.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p.335에서 갑자기 1991년으로 소설 속 시간 배경이 전환됨과 동시에 ‘비드메‘라는 작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앞에서 계속 제자리 걸음 같은 이야기들만 반복되다가 이제야 뭔가 이야기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 1856년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 P249

나는 화구를 들고 해안가에 서서 갈매기들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보고있다. - P250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림을 그려 보았지만 생각처럼 잘 그릴 수 없었다. 산드베르그 박사는 내게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엔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에게 그림 때문에 내가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에게 햇살 가득한 풍경을 너무나 많이 쏘아보았기에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P251

나는 병원에 입원하던 날 화구를 병원에 맡겼다. 그들은 내가 퇴원할 때 화구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그러니 갈매기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화가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없다. 내 건강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 P251

하지만 보호사 허우게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P251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 소리를 듣는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하면, 그조차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산드베르그 박사는 틀림없이 내게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가 말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는 나와 다른 이들은 산드베르그 박사가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 P252

나는 눈을 치운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눈을 치워야 한다. 나는 눈을 치움으로써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 햇살 아래 풍경을 너무나 오래 쏘아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때문에 내가 미쳐 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P252

나는 병실의 짙은 어둠 속에 누워 갈매기들을 본다. 나는 헬레네를 떠올리면 안 된다. 기나, 안나, 여자들을 떠올리면 안된다. 그들은 모두 창녀다. 그들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머릿속에 떠올리면 안 된다. 한때는 내 사랑이었던 헬레네조차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당신에게, 내 사랑 헬레네, 당신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 P254

나는 미쳐 버렸고 지금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자주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두 다리 사이에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집어넣는다. 나는 이미 수도 없이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 넣었으며, 지금도 계속 그 일을 계속한다. 나는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 P256

나는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그 유명한 한스 구데의제자,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던 사람이다.
나는 예술가, 화가. 나는 화가이자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 P257

나는 마음을 비우고 차분해져야 한다. 그러면 저 멀리 있는 환한 빛이 내 속에서도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차분해지면 내 안에서도 빛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모든 일에 고군분투할 필요 없다. 나는 차분해져야 한다. 나는 내면에서 반짝이는 빛이 되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빛이 되어야 한다. - P258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한다. 내 가슴속을 휘젓는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한데 모여 가느다란 직선으로 변하고그 직선이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의 내면은 텅 비어 하얗게 변할 것이고, 나는 차분해질 것이다. 나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비울 것이다. - P258

세상일과 갖가지 의미들을 지우고, 내면에서 반짝이는 빛, 구름 사이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빛, 내 눈에 보이는 빛과 함께 앉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무도 그릴 수 없는 훌륭한 그림을. 나는 내면에 빛을 간직한 채 아버지 곁에 앉아 있을 것이다.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빛 속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P259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나는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 병원에 있고,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 P259

헬레네는 창녀다. 발소리가 들렸던가? 누가 오는 것일까? 나는 당신을 정복해야 한다. 누가 오든, 안 오든, 나는 당신을 내 손에 넣어야 한다. 창녀 같으니. 비록 내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손에 넣고 말 것이다. - P259

헬레네. 당신은 이제 내게서 떠나야 한다. 나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 P261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빛도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 P266

나는 화가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다른 화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눈을 치우는게 아니라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람이다. - P274

톨보드가타 : 노르웨이 도시 크리스티안산에 위치한 거리 이름. - P275

하당어 : 노르웨이 베스틀란주에 있는, 피오르로 유명한 지역 - P276

보스 : 베스틀란주의 지역구이자 도시. - P276

나는 옷장에서 보라색 코듀로이 바지를 꺼내 입었다. 그것은 한스 가브리엘 부크홀트 순트가 소묘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크리스티아니아로 가는 나를 위해 특별히 주문했던 옷이다. - P279

나는 가우스타 정신병원에선 그림을 그리기 싫다. 내가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온것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건강해지기 위해서 왔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길 원한다. 나는 화가이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그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눈을 치우기 싫다. 나는 화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눈을 치우는 사람이 아니다. 눈은 산드베르그 박사가 직접 치우면 된다. - P283

시간이 없어. 다른 사람들은 벌써 나갔어. 보호사 허우게가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내 사랑.
나는 다시 내게 다가오는 헬레네를 보았다.
내 사랑? 보호사 허우게가 말했다.
나는 보호사 허우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걸 보았다. - P285

나는 발을 멈추었다. 헬레네가 약혼을 할 것이라고? 내가 스타방에르, 말라가, 스코네비크의 밀리예 농장,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을 때 헬레네는 독일에서 약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헬레네는 나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헬레네는 곧 약혼을 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 P291

나는 다른 이들이 눈을 치우는 것을 보았다. 나는 눈을 치우기 싫었다. 나는 화가, 나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미친 사람들과 함께 서서 눈을 치우기 싫다. 눈은 멍청한 정신병자들이 치우면 된다. 한스 구데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에겐 눈 치우는 일이 딱 어울린다. 반면, 나는 한스 구데가 누군지 잘 안다. 나는 과거 한스 구데의 제자였으니까. 나는 눈을 치우기 싫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도망쳐야 한다. - P299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크리스티아니아의 예술학교와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내가 가우스타 정신 병원의 본관에서 찻길에 이르는 오솔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할 이유는 없다. 나, 풍경화가 교육을 받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추운 아침부터 하얗게 쌓인 눈을 치워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라스 헤르테르비그. 내가 원하는 것은 그림을 그리기다. - P299

나는 그저 앞만 보며 걸을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 P302

눈덩이 두 개가 내 등을 맞혔다. 던지려면 던지라지. 나는 그들을 무시할 것이다. 그들은 예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들이니까. 그들은 평생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본적이 없다. 눈덩이를 던지려면 던지라지. 얼마든지. - P303

자넨 이제 산드베르그 박사의 집무실에 가야 해.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에게 가면 안 된다. 그는 내가 자위행위를 했기 때문에 다시는 화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분명히 그가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P305

나는 이제 병원장 올레 산드베르그의 집무실에 갈 것이다. 내게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어차피 화가가 되긴 글렀으니까. 나는 정신병자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입원해 다른 정신병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정신병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 - P310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나는 다시 화가가 될 수는 없지만,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고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로 남아 있을 것이다. 비록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 테지만. - P312

산드베르그 박사가 내게 집무실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일단 그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화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P313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솔직한 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 P313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불행해져요. 내가 말했다. - P313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절대 화가가 될 수 없다는사실을.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좋은 물감만 있다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으니까. - P319

1991년 늦가을 저녁, 오사네: 비드메가 어둠 속의 비바람을 헤치며 걷고 있다. 그는 삼십 대 중반의 작가. 낡은 코트를 걸친 그가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검은색 우산을 들고 회색 코트를 입고 있기에 어둠 속에서 내리는 빗속에서 자신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 P335

비드메는 자신의 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정해진 한계 내에서 충분히 깊이 파고든다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지난 수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깨달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P336

오늘 비드메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우연찮게 마음먹었다. - P337

국립 미술관으로 들어간 비드메는 그림 한 점에 마음을 빼앗겼다. 비드메가 본 것은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이었다. 작가 비드메는 「보르그외위섬」이라는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비 내리는 오전의 오슬로, 비드메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19세기 말에 그린 그림 한점 앞에서 생의 가장 큰 경험을 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 최대의 경험. 그는 그 순간의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고 행복하게 소름이 끼쳤다는 말밖에 할수 없었다. - P338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오슬로의 국립 미술관에 걸려 있는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 비드메가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올 만큼 감동적인 푸른 하늘을 담은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 P338

비드메는 자신이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먼 친척이기 때문에 헤르테르비그가 그린 그림 앞에 서게 되었고, 바로 그때 인생 최대의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비드메는 솔직히 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웃기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작가 비드매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그것은 직접적으로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에 관한 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P338

비드메, 작가 비드메는 여행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일과 관련한 길지 않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온 그의 먼 친척인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삶을 알아보기위한 여행이었다. 작가 비드메는 튀스베르에도 다녀왔다. 그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태어난 보르그외위섬을 보기위해 튀스베르에 갔다. - P340

튀스베르 : 노르웨이 북서부에 위치한 로갈란주의 지역구 - P340

비드메는 한적한 부둣가에 서서, 먼 친척인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태어나 유년기의 몇 년을 보낸 커다란 섬 보르그외위를 바라보았다. - P340

비드메는 보르그외위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보르그외위는 잡초와 덤불, 자갈돌만 무성한 섬이었기 때문이다. 비드메는 그처럼 황량한 자연을 본 적이 없었다. 비드메는 집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여행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연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이나 자연은 그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 P342

비드메는 바닷가로 발을 돌렸다. 해안으로 내려온 남자는 날씨가 좋다며 이런 날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비드메는 남자가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도 그 생각의 일부라고 믿는 종류의 사람이라고 짐작했다. 비드메는 그에게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비드메가 무더운 여름 바닷가로 오게 된 까닭도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때문이니까. - P343

혹시 라스 헤르테르비그를 아십니까?
아, 라스 헤르테르비그! 네, 잘 압니다. 미친 사람이었죠.
네.
비드메와 남자는 가만히 서서 잠시 머뭇거렸다.
혹시 그와 친척 사이인가요? 비드메는 말을 뱉자마자 그에게 심하게 모욕을 주었음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면에서 따진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P343

비드메는 바다로 나갈지 묻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비드메가 고개를 돌리니 조금 전 보았던 나이 많은 남자가 다가와서 비드메와 목 높은 방수 장화를 신고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이 많은 남자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고기가 많이 잡히리라고 말했다. - P344

올라브, 안녕하세요. 목 높은 방수 장화를 신은 남자가 말했다.
난 고기를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잡았지. 올라브라고 불리던 나이 많은 남자가 말했다. - P34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s로스쿨러 2024-03-10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니까 너무 우울해지는 소설같아요,,정신병자 얘기인가봐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3-10 19:47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반정도만 읽어서 결말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봐서는 주인공의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