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p.182에 밑줄 친 ‘사랑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볼만한 문장인듯 보였다.

또한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사랑은 마치 불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랑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하다가도 서로의 진실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뜨거웠던 감정이 점점 사그라들고 공허해진다는 얘기를 전한다. 뭔가 문학작품 속의 기승전결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느껴졌고,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들이 많은듯 하다. 안 그런 경우가 간혹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거의 대부분의 경우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거 같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이 불완전한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랑도 일정부분 균열이 있어 불안할 수 밖에 없음을 말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견디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참된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인내의 과정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것을 견뎌내는 인내가 없이는 수박 겉핥기 정도의 얕은 사랑 밖에 할 수 없고, 소위 말하는 ‘찐‘사랑은 좀 더 차원이 높은 수준에 있는 것임을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학계에서는 여섯 가지 정도로 구분하는데 그중 세 가지를 일반적인 사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눈에 반하거나 연인의 신체적 매력에 끌리면서 사랑이 시작되는 에로스, 양보와 이해를 기반으로 희생을 통해 이루어가는 무조건적 사랑인 아가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그의 본래적 성품에 관심을 갖는 필리아입니다. - P178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유형은 필리아로 알려져 있죠. 필리아는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P178

독일의 현대철학자 헤르만 슈미츠는 필리아를 ‘혼인으로 가정을 이룬 남녀의 친밀한 관계‘로도 정의했습니다. - P178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한 단계 성숙시킨다면 그것은 상대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를 통해 나의 초라함, 속 좁음, 치졸함, 이기적 욕망 같은 것들을 인식하면서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담담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 P180

사랑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을 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합니다. - P182

"사랑이란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나의 사랑의 시작이다." - P182

사랑의 본질이 ‘충만함‘일 거라는 짐작 - P182

사람은 누구나 결핍과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내 존재를 인정해 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충만함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연애를 할 때 오가는 달콤한 말들은 모두 서로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언어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나에게 쏟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사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통해서 우리는 더 큰 충만함을 느끼곤 하는 것이죠. - P182

상대방에게 나의 욕망을 투영해서 그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할 때 갈등은 시작됩니다. - P183

상대가 연인이나 가족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 때 오히려 우리는 ‘내 기준‘을 강요합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만큼은 나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나를 내세우고 강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 P183

밖에서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억누르며 지내지만, 집에 돌아오면 고삐가 풀린 듯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나의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합니다. - P185

사랑을 오래 유지하려면 이런 아이러니를 이해하고 늘 조심해야 합니다. - P185

운명적인 사랑도 결국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을 향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거기에 운명이라는 서사를 부여해서 낭만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에게 익숙해지고 결국은 서로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 모든 환상이 깨진다는 것이에요. - P185

알랭 드 보통의 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 후 강렬한 감정을 공유하는 절정의 시기를 지나, 어느새 시들해져 더 이상 서로를 운명이라고 느끼지 않는 권태와 이별에 이르는 단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연애소설의 특별한 점은 연애라는 사건 속에 남녀의 심리를 철학적 사유와 함께 엮어내 ‘사랑에 관한 고찰‘을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 P186

사람은 어떤 것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한동안 나는 클로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기적을 심드렁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녀는 내 삶의 일상적인,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이 되어버렸다. - P187

안타깝게도 사랑은 언제나 절정을 지나 권태로 향해 나아갑니다. - P187

저는 사랑이나 연애도 ‘그 시대에서 느끼는 감정의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 P187

사랑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모습 그 자체니까요. 그래서 아름다운 사랑도 있지만 불완전하고 어딘가 일그러진 사랑도 있는 것입니다. - P188

영화 「클로저」에는 사랑의 단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서로에게 ‘낯선 존재‘일 때는 관계가 잘 유지되다가 점점 ‘더 가까이(closer)‘ 다가가 진실에 가까워지면 관계는 흔들리고 깨어지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랑과 연애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영화이기도 합니다. - P192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관계는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공허해집니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길 바랍니다. 그 진실에 다가서기 전까지 연인들은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순도 높은 감정의 상태에 빠지게 되니까요. 한없이 차오르는 충만함, 순간의 몰입감, 진정성, 고통과 환희...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합니다. - P193

하지만 강렬한 몰입감을 경험하고 싶어서 사랑을 좇는 사람들은 언제나 실망하거나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P193

사랑만으로 온전히 그리고 영원히 서로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 P193

모든 사랑의 얼굴에는 균열이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 P194

우리는 어쩌면 그 불안과 불길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워나가는 게 아닐까요. - P194

우리는 결국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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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가 조금씩 자라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푸바오가 사람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같은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사진 속에 나온 푸바오의 모습들을 보다보면 눈동자가 아주 초롱초롱하고 똘망똘망해서 푸바오의 친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외의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들처럼 장난기도 많고 표정도 해맑으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책을 보다보면 푸바오 할부지로 유명하신 강철원 사육사님이 푸바오를 안고 있는 사진이 나오는데 진짜 인형처럼 귀엽다는 느낌이 ‘아 이런거구나‘ 싶을만큼 아름다운 장면도 볼 수 있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제발 엄마랑 할부지 말 좀 들어라. 이 장난꾸러기야! - P35

푸바오가 197g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두 손위에 넉넉히 올라가던 작디작은 아기 판다가 어느덧 70kg이라니요? 이제는 할부지도 엄마도 푸바오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푸바오의 장난기와 귀여움은 할부지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지요. - P41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 이 할부지를 찾으렴.
꼭 안아 줄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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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에 충실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이어진다. 지난 포스팅에서 욕망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욕망의 정점에 선 순간의 허망함과 몰락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는 바로 과정 자체에 충실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했었다. 그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진다.

뒤이어 소개되는 글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처음엔 이 작품에 나왔던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소설 속 노인의 삶의 태도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낸다. 어떤 일을 하든간에 소설 속 노인이 그랬듯 결과를 떠나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 그 자체만으로도 앞으로의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이어서 저자는 죽음과 애도에 관한 문학작품으로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핵심 내용에 대해 간단히 얘기한 뒤 참된 애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논한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마음 깊이 애도함과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인생길에 꼭 필요한 가치들을 마음 속에 되새기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참된 애도에 대해 이 정도 수준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반성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제부터라도 애도할 일이 생길 경우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했던 것들을 몸소 실천할 수 있도록 내면의 깊이를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치있는 중요한 것을 배운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휴식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마다 휴식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일 수 있겠으나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리를 비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과연 나는 내 몸과 마음에 대해 저자가 말한 의미의 진정한 휴식을 줬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휴식을 한다면서 몸과 마음을 혹여나 더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휴식은 진짜 말그대로 휴식 그 자체여야지 그이상도 그이하도 되어서는 안된다.

무언가 완벽한 대상이 있고, 그곳에 다다르면 모든 게 완성되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P131

힘겹게 다다른 곳 자체를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관계와 배움에 가치를 둔다면, 우리에게도 정점의 허망함을 이겨내고 또 다른 불빛을 찾아나설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 P131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131

어쩌면 노인에게는 대어를 잡는 것보다 매일 바다로 나가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P132

노인은 결코 몰락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물고기를 잡고야 말겠다는 욕망은 분명했지만 그것만이 삶의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허망함을 느낄지언정 내일 또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 노인의 삶이 바로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 P133

인간은 누구나 망망대해에 홀로 선 고독한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그럴듯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두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평범한 삶을 살면서 하나씩 목표를 만들어가니까요. - P133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실패하더라도 치열하게 욕망했던 삶의 태도는 우리 마음에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태도와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자양분이 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시간이 쌓여서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주는 거죠. 망망대해에 우뚝 선 노인처럼요. - P136

내게 주어진 생을 가장 나답게 살아낸다면, 그 과정을 즐기고 그때 얻은 교훈을 몸에 새긴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P136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도 그 시간을 그저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수험생들 중에는 여러 이유로 공부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고난에 직면하든 한때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봤던 삶의 태도는 그것을 헤쳐나가고 버틸힘이 되어줍니다. 지식은 휘발될 수 있지만 삶의 태도와 지혜는몸과 마음에 각인되기 때문이지요. - P136

우리 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쓸모없는 욕망이 없듯이요. - P136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예외 없이 허무가 찾아올 것입니다. 뭐든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 P136

선과 악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섞여 있는 게 인생입니다. - P137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오히려 허망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 그 흔들리는 빛이 절대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해 내고 이루었을 때의 기쁨은 아주 잠시, 아니 찰나에 불과합니다. - P137

그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하고, 목표한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의 기억이 아닐까요. - P137

한밤중에 상어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그가 말했다. - P137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누구나 고독한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P137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나가면 무너지지 않고 계속 욕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내일도 무너지지 않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향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 P138

가난은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성공이라는 신화를 쓰기 위한 극복과 극기의 과정이겠지만, 그 가운데에 있는사람에게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아득함과 절망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변화와 발전의 서사가 아니라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의 서사, 정지와 멈춤의 서사입니다. - P142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 때로는 삶이나 죽음을 달관하는 사람,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사람 등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죠. - P144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은 죽음과 애도를 주제로 삼온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어 죽음에까지 이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 P144

사회가 원하는 슬픔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단죄할 수 있을까요? - P145

좋은 이별과 좋은 애도란 무엇일까요. 이별로 인한 슬픔이 닥쳤을 때 가장 좋은 애도의 방식은 영원히 슬픔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그와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는게 아닐까요. - P146

충분히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겐 또 다른 만남과 생을 이어나갈 힘이 생깁니다. - P146

특히 비극적인 사건이나 역사적 상흔을 남긴 일일수록 그 모든 과정과 감정을 더욱더 또렷하게 기억해서 그때의 비극과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 녹여내면 좋겠습니다. - P147

가장 중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슴 아프다‘는 이유로 슬픔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만, 끊임없이 슬픔을 상기하고 기록할 때 애도는 힘을 발휘합니다. - P147

저는 비극이 갖는 공동체적 효용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다 함께 슬픔을 기억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왔던 가치, 그리고 앞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되짚으면서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열어나갈 힘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 P147

왜 우리는 슬픔이나 이별을 오래도록 기억하려 들지 않을까요? 아마도 부재하는 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 느껴지기 때문일겁니다. - P147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 P148

상처는 늘 흉터를 남깁니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 삶이 계속되는 한 잊지 말아야 할 상흔도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상기하며 살 필요도 있지요. 그것은 삶의 새로운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 P149

어떤 고통을 겪든 결국엔 살아남아 생을 이어가야 한다 - P149

우리는 누구나 ‘그러나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걸 깨닫게 되면 허무에서 헤어나 다시 살아나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공허감이 일상을 지배하고 삶의 목적이 사라져 의미가 상실되었을 때도, 모든 걸 내려놓을게 아니라 그것 역시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죠. - P152

살다 보면 인생의 시계가 멈춘 것 같은 시기도 있습니다. 모든 인생이 매 순간 충만할 수는 없고 늘 활기찰 수도 없잖아요. 언젠가는 이 시간 또한 지나가고, 견뎌낸 시간만큼 다음 삶을 살기 위한 걸음을 뗄 용기와 힘을 줄 거라고 믿어야겠죠. - P152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 P153

품격 있는 죽음을 위해 일생에 걸쳐 자존감을 높여나가는 것이 어쩌면 삶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 P154

영혼이 허기질 때 읽으면 좋을 만한 소설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인《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 P157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건 한편으로 나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죠. - P158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 P159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 P159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게 좋아." - P161

운동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처럼 몰입이 가능한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P164

사람들이 힘들게 무언가를 해냈을 때 성취감뿐만 아니라 편안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이 몰입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 P164

제 경험을 돌이켜 봐도 진정한 휴식은 편안히 누워 뒹굴거릴 때가 아니라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서 시간도 공간도 잊어버렸을 때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몰입하는 대상이 특별한 목적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 P164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진심 어린 몰입이라는 휴식은 우리를 안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 P164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작은 나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에서 휴식을 느끼듯이, 우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해주는 존재에게서 따스한 휴식을 경험합니다. - P165

저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들은 존재 자체로 저의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 P165

긴 시간을 낼 수 없을 때는 익숙한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보내보라 - P168

나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물질적인 공간이라도 마련해 보면 어떨까요? 그 공간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초라해도 상관없어요. 정말 작은 공간이라도 상관없고요. 오로지 나만의 취향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다면
‘나만의 독립된 공간‘은 그 자체로 휴식처가 되어줄 것입니다. - P169

편안하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리를 비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휴식 아닐까요? - P170

진짜 휴식하려면 본능적인 부분부터 행복감을 느껴야 해요. 쉬고 싶다면 ‘배는 채우고 머리는 비우세요‘. 아, 물론 조금은 원초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P170

모두가 이런 무위(無)의 시간과 적막의 순간을 좋아하죠. 우두커니 앉아서 복잡한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고 멍해지는 시간을요.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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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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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지요.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춥니다.]

이 책에 수많은 문장이 나오지만 이 문장만큼 이 소설을 잘 나타낸 문장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자평에도 간단하게나마 써놓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설정해 놓은 소설의 구조가 참 신박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크게 대표적인 두 인물로 린샹푸와 샤오메이를 들 수 있는데, 앞에서는 린샹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고, 뒤에서는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욘 포세 작가의 《보트하우스》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을 보면 두 사람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각자 자기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원청'의 소설 구조도 이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두 사람이 함께 겪었던 일들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을 대비시키며 읽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을 쭉 읽다보면 두 사람이 겪었던 일들이 시점적으로 불일치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뒷부분까지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앞의 린샹푸의 관점에서 물음표나 빈칸으로 남겨져 있던 부분들이 뒤에 나오는 샤오메이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그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결되는 것을 보며 저자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장편의 소설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일일이 세는 것이 힘들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린샹푸와 샤오메이를 비롯해 아창, 천융량, 리메이롄, 구이민 등이 핵심 인물이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장도끼를 비롯한 토비들, 핵심 인물들의 수많은 자녀들 등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물론 이 작품의 가장 핵심은 린샹푸와 샤오메이 두 사람이기에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작품을 읽어나가는 걸 추천드린다.

내 경우 처음 읽을 때는 등장인물의 관계도 같은 걸 일일이 따져보지 않고 그냥 쭉쭉 읽어나갔는데, 리뷰를 쓰기위해 밑줄쳤던 문장들을 다시금 읽어보면서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어느정도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너무 세세한 관계도에 연연하며 읽다보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에 노파심에 적어봤다. 물론 한 번에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다 이해된다면 감사할 일이다.

이외에도 이 작품을 읽다보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뼈있는 문장들도 볼 수 있다.

몇 가지 문장만 간단하게 인용해보면,

[천만금의 재산을 가진 것보다 얄팍하더라도 기술을 가진게 낫지, (중략) 재산은 아무리 많아도 탕진할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은 탕진될 리 없었다]

[그는 당나귀를 토닥이며 슬픈듯이 말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건 너 뿐이구나]

뭐 이런 문장들이다. 리뷰 쓴다고 밑줄 쳤던 문장을 다시 읽어보다가 와닿는 문구들을 적어 봤다.

소설의 구조, 등장인물들, 뼈있는 문장 등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봤다. 또한 여기 자세히 적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에서 내 나름대로 교훈적인 메시지들도 느껴볼 수 있었다.

샤오메이의 도둑질과 아창의 거짓말을 보면서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린샹푸가 원청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말투나 여러가지 단서에 기반해 시진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은 자기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 묘령의 여인이 구퉁녠을 외국에 일꾼으로 팔아버리는 장면과 토비들의 만행을 보면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결국 돈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등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로부터 추출한 교훈들이 비단 그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보며 문학의 힘이 이런 교훈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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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과 관련있는 추리소설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따로 이쪽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쪽 업계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이 분야는 도서 시장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꾸준히 명맥을 이어 오고는 있다고 한다.

또한 앞선 포스팅을 포함하여 이 ‘업계인‘이라는 챕터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출판사 직원들도 결국 매출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저 책이 좋아서 출판사에 입사했는지는 몰라도 자기가 속한 출판사에서 출판했거나 출판 예정인 책들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 당장의 수익성에 있어서 타격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저자가 이 쪽 업계인들이 다들 제일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판권면이며 자신들이 본업을 대하는 태도가 결코 정신적이지 않다는 고백(p.150)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성을 배제한 채 어떤 것을 생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여기서 언급한 출판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업계에 통용될 것이다. 업계인으로서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추리소설은 "완전히 불가해한 사건의 완전히 합리적 해명"을 목표로 하는 장르 - P153

출판업계에는 죽어 있던 책이 몇 년 뒤 운 좋게 부활하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대개 출판사나 번역자, 제목 중 하나 이상이 바뀌거나, 영화화되어 주목받는 방식이다. - P155

상업성이 없다는 것은 환상문학의 가장 큰 비밀의 하나다. 왜 상업성이 없을까? 앞에서 ‘문학사적으로 소멸한 장르‘라는 말을 썼는데, 그 실질적인 의미는 ‘무섭지 않다‘이다. 그것은 독자들의 독후감에서 쉽게 확인된다. 왜 무섭지 않을까? 100년, 200년 전 독자에게 통하던 기법이 지금 효력을 발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거기에서 사용된 클리셰들, 예를 들어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는 지금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영화 등을 통해서 훤히 알고 있을 정도이다. - P157

환상문학이 고전 총서류에 포함되면 단행본으로 냈을 때보다 더 팔리는 수수께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유령 이야기가 상업적 자립성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 P157

환상문학 기획자 앞에 놓인 판매라는 과제는 이중적이다. 출간된 책의 판매를 궁리하기에 앞서서 출간 자체가 가능해야 한다. 회사가 자신의 기획을 사 줘야 하는 것이다. - P157

회의가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적합한 구조로 되어 있을 뿐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동료라고 해서 기획에 찬동해 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다. - P158

이런 까다로운 경우 정면 승부보다는 기존에 확정된 기획에 슬쩍 올라타는 방식이 언제나 훨씬 쉬웠던 것 같다. - P158

편승이 가능해 보인다고 과욕스러운 탑승 리스트를 만드는 건 어리석다. 리스트가 회의에 부쳐져 검토되는 것은 편승 전략을 원점에 돌리는 일이니까. 당신이 정말로 그 책을 내고 싶다면 회의를 최대한 건너뛸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기존 기획의 편승이든 확장이든 회사의 방침을 실현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이다. - P158

기획자는 회사에 본인의 제안을 제출하기도하지만 회사의 방침을 이해하고 구체화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 P159

우리는 원칙적으로 홍보에 두 가지 차원, 즉 받는 이가 예상 가능한 정보와 예상 가능하지 않은 정보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실제로 독자의 선입견을 넘어서는 정보를 집어넣을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진부한 말 한두 마디를 뺄 수 있다는 건 한두 마디의 다른 이야기를 넣을 드문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때 장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있다면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159

"한 장르에 정치성을 불어넣어 젊은 세대에게 참신한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업계인은 알게 된다. 스스로가 그런 의미 부여에 동의하는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 P160

사실 출판은 각 출판물들이 그보다 큰 단위의 이미지에 기여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그보다 작은 단위의 판매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다. 단권, 총서, 브랜드의 상호기여라는 점에서 출판 홍보는 애초에 편승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 P160

사실 편승이라는 말 자체가 또 다른 기획자에 의한 간섭을 뜻하는 것 - P161

기획자는 자신이 제안할 수 있는 다수의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기존의 기획을 편승에 적합한 것으로 변형해 볼 수 있는 약간의 상상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책을 내기 위해 필요한 절충의 범위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 P161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기획자도 있다.
한 명의 이상적인 기획자를 가정해 보자. 유능한 그는 ‘편승‘
을 우리처럼 눈에 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행하는 편승은 결코 편승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 그의 제안은 아무런 수상한 느낌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 P161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때가 ‘보이지 않는 기획자‘가 얼핏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인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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