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일주일 남겨놓고 내려오다가 들른 국립부여박물관이다.

네시가 넘어서 간 탓에 박물관하고 궁남지만 휙 돌아보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낙화암이랑 고란사, 정림사지 5층탑, 부소산성 등 구경 못한 것이 많아 아쉽다.

다음엔 하루 일정을 잡아 여유 있게 다녀오리라.

같은 시대 한 나라의 도읍이었던 과거를 가진 도시건만 부여는 경주랑은 정말 달랐다.

길가 나무 아래에는 촌노들이 부채를 손에 들고 앉아 한가로이 더위를 쫓아내고 있고,

그냥 지나쳐도 모를 정도로 아주 작은 시골 동네였다.

난 사실 부여가 시(市)인 줄 알았는데 가 보니 군(郡)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덜하다는 얘기겠지.

이것이 나라를 계승하지도 못하고 영토를 만주까지 넓히지도 못한 왕조의 비극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여유와 백제인들의 소박함을 즐기고 싶다면 꼭 부여 땅에 가보리라고 권하고 싶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벽화다.

고구려 벽화와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백제의 유물과 문양을 이용해서 만든 조형물.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인들의 놀라운 상상력과 정신 세계가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보았는데 어떤 게 진짜인지 모르겠다.

우리 아들은 그 속에서 어떤 정신 세계를 엿보았는지 궁금하군.





왼쪽의 것은 여성용 변기이고, 오른쪽 유물은 남성용 변기로 쓰였단다.



역사 드라마를 열심히 본 탓에 아이들도 삼국의 역사를 대충은 알아듣는다.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궁궐 앞에 있던 인공 연못이다.

지금은 그 거대한 연못에 연꽃이 심어져 있다.

연못을 다 돌려면 한 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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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3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변기가 있었군요. 부여, 참 오래전에 한 번 갔던 곳인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낙화암 아래 물결..

소나무집 2007-09-04 08:40   좋아요 0 | URL
변기 모양이 정말 특이하죠.
저걸 어떻게 변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부여, 꼭 한 번 가보세요.
초등 학교 때 수학 여행으로 간 적이 있는데 그때랑 별로 변한 것이 없었어요.
박물관 새로 지어 이전한 것 빼고는요.

2007-08-31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09-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랑 묶어서 백제 문화를 훑어보세요.
공부가 많이 되던 걸요.
그리고 마음 써주셔서서 늘 고마워요.
 



아무 준비 없이 저녁 무렵에 가서 발만 담그고 온 바다.



아빠, 파도 타기 해주세요.



보트도 타 보고.



직원 가족의 날 행사 때. 선장님께 배 운행에 관한 설명도 듣고.



날이 흐려서 놀기는 더 좋았던 날.



도망가자. 파도가 너무 무서워!


누나, 모래 파기는 내가 더 잘해!




야, 이래도 안 무너지네!

남편 선배네 가족과 함께 바라본 완도의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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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론 쓸쓸해져요..때론 따스하기도 하구요..
지금은 여름이 휩쓸고간 조용한 바닷가 휴식처럼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아이들의 모래놀이 정말 즐겁겠어요..보드라운 모래..

소나무집 2007-08-31 01:13   좋아요 0 | URL
손님들 덕분에 여러 번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갔어요.
저는 물 속에 들어가는 게 싫어서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네요.
그 날의 노을은 쓸쓸함보다는 왠지 따뜻했어요.

miony 2007-08-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살던 집에서 멀리 방파제와 수평선을 늘 바라보고 자라서 그런지 바다를 보면 늘 가슴이 설레입니다. 함박 웃음 머금은 아이들이 보석같고, 흐린 날의 저녁노을에 왠지 마음이 짠 하네요.

소나무집 2007-08-3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사셨는데요?
맞아요. 어린 시절의 것은 왜 다 가슴 설레는지 모르겠어요.
 



진도 하면 사람들은 신비한 바닷길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진도만큼 구경거리가 많은 섬도 드물지 싶다. 운림산방 다음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은 국립남도국악원이었다. 하지만 상설 공연은 금요일 저녁에만 있다고 해서 다음 기회로.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토요일 2시에 무료 공연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나 이미 시간이 지나버렸고. 그래서 찾은 곳이 남도석성이다.

도고려 삼별초 배중손 장군이 여몽연합군과 격전을 벌이다 최후를 마친 곳이라고 한다. 아담한 석성으로 고려 시대 옹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하니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성 안에 마을이 있다.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고려 당시에도 이렇게 사람이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였다면 진작에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보기 좋게 꾸며놓았을 텐데. 그대로인 게 고맙다. 아이들과 성 위를 한 바퀴 걷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기웃기웃 우리 가족을 구경하고 있었다.  

꽃밭 속에 있어서일까 이 성을 지키던 만호들의 비석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섬에 왔는데 바다를 보고 가야지. 수많은 새가 앉아 있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조도. 다도해라는 명칭에 걸맞게 섬과 섬이 이어져 있다. 조도 군도는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고. 조도를 바라보며 먹었던 진도 뻘낙지가 지금도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찍어준 사진. 오랜만에 남편이랑 사진 한 장 찍었건만 역광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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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1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쉬워요.조금만 밝았어도....
그래도 다정한 모습의 사진이 부럽답니다.
비록 제주에 있지만 남도의 바다는 또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쵸?

소나무집 2007-07-19 10:39   좋아요 0 | URL
항상 카메라를 제가 들고 다니니까 저는 사진이 거의 없어요. 가끔 아이들이 한번씩 찍어주는 건 항상 이런 식이네요.

치유 2007-07-1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멋져요..물감을 풀어놓은듯...
아들이 사진도 어쩜 저렇게 잘 찍는답니까??

소나무집 2007-07-19 10:37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님의 서재에 다녀왔는데 님은 제 서재에 계셨군요. 우리 아들이 엄마 인물이 안 되는 걸 알고 이렇게 찍은 것 같아요.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란다. 완도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고 들어선 진도는 섬 같지 않았다. 넓은 농토와 섬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 덕분에 일부러 찾아나서지 않으면 바다는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순신이 13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울돌목이 있는 진도대교를 지나 20분 정도 가니 운림산방이 나왔다. 내가 너무 기대를 했었나 보다. 운림산방으로 들어서는 내 발걸음에 금방 서운함이 실렸다. 모두들 격찬하는 운림산방의 풍경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아침 저녁 피어오르는 안개 구름이 숲을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운림산방(雲林山房). 가만 생각해보니 안개도 구름도 없다. 태풍이 살짝 비껴간 다음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인공 연못이다. 연못 안에 잉어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이들은 먹이 주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가 모습 그대로인 운림산방 살림집은 기와집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연꽃이 피면 더 예쁜 연못이 될 것 같다.



남종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아주 소박한 형태의 초가로 두 칸 방에 부엌이 딸려 있다. 아래채는 제자들의 거처였을까? 누군가 매일 닦는 듯 마루가 반질반질 윤이 났다. 앞에 기와집이 없었으면 연못도 앞산도 볼 수 있었으련만 아쉽더구만.





목가구가 그대로 전시된 방안 풍경. 아이들 뒤로 보이는, 허리를 구부려야 드나들 수 있을 듯한 작은 한지 문이 정겹다. 나도 어린 시절 방마다 저런 문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웃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소치 허련 선생 영정. 영정 옆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동판이 걸려 있어 그가 추사의 제자임을 알려준다. 사진 속에 카메라를 든 내 모습이 보이는구만!


소치 기념관. 5대에 걸친 양천 허씨 일가의 화려한 이력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들 덕분인지 진도에는 개도 붓을 들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그림에 재주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소치 허련의 3남 미산 허형을 이은 남농 허건의 작품.

이 그림에 부친 아들 지우의 한마디. "소나무가 외로워 보여요. 새도 없고 꽃도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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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7-1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만 보아도 멋진 곳인걸 알겠어요^^ 근데, 방 안에 들어가도 괜찮은가봐요? 다른 곳에선 집 안으로 못들어 가게 하는거 같던데..^^ 저는 시댁이 문경이라 '왕건 촬영지'는 두어번 다녀왔었어요. 겉에선 멀쩡한 마을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구조물(집이라고 하기 참, 머한^^;;)이었죠^^;; 그래도 그렇게라도 옛집을 볼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이 곳도 가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7-07-19 10:45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개방되어 있더군요. 네 식구가 시원한 마루에 한참 동안 누워서 땀을 식히니까 정말 좋았어요. 드라마 촬영지는 어디나 그런 것 같아요. 한 번 쓰고 버릴 거니까.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죠 뭐!

비로그인 2007-07-1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말로만 듣던 진도군요...
가면 정말 진도개만 있나요? ^^

소나무집 2007-07-19 10:47   좋아요 0 | URL
네, 진도 맞아요. 저도 내내 진돗개가 궁금했는데 구경도 못하고 왔어요. 진돗개 분양한다는 광고는 종종 보였는데 지나다니는 비스구리한 개도 없던 걸요.

치유 2007-07-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전 진도를 한번도 못 가봤어요..
지우가 그림보는 안목까지 넓어지고 있군요..
아이들과 많은 여행을 해야 한다...해야 한다....그래야 한다..

소나무집 2007-07-19 10:49   좋아요 0 | URL
쉬는 날 완도에서는 정말 할 일이 없어요. 서울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자꾸 주변을 돌아다니게 되네요. 우리 지우는 아직 아무 눈도 없어요. 그저 엉뚱할 뿐이죠. 말도 행동도요. 그래서 제가 걱정이 좀 많아요.

miony 2007-08-1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마음씨가 참 크고 곱네요. 사진을 보니 아직 어린 소년인데 벌써 외롭고 쓸쓸한 소나무의 심정을 보듬을 줄 아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걸요!
 

일요일 오후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에 다녀왔다.

완도에서 50분 거리에 있다. 왕초보인 내가 운전해서 무사히 도착.

다산은 강진 유배 생활 18년 중 다산초당에서 11년을 보냈다.


초당에 오르는 길.

다산이 심란한 마음으로 올랐을 그 길을 우리는 깔깔거리며 참 쉽게도 오른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만에 후다닥.

시멘트 길이 아니라서 걷는 맛이 좋다.


초당이 아니고 와당이다.

원래 작은 초당이었는데 1958년에 와당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다시 초당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숲이 우거져서 어두컴컴하고 아주 습했다.

한참 더운 날 마루에 앉아 있으면 땀이 금방 식을 것 같다.


웬 사람들?

다산의 제자가 되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댄다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차 한 잔 마시면서 다산 선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다산의 영정이 보인다.

다산초당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찻물을 끓이던 돌판.

저 위에서 물을 끓여 초의선사, 혜장법사랑 차를 마셨으리라.


다산이 직접 바위에 새긴 글씨, 정석(丁石).

다산 선생이 남긴 유일한 유적이란다.

다산 선생이 남겼으니 유적이지 너희들은 안 된다.


천일각에서 바라본 강진만 풍경.

바다의 반은 농토가 되었다.

다산 선생은 이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흑산도로 유배 간 형님 정약전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멀리 내다볼 수 없는 흐린 날씨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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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0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가족의 주말여행은 늘 부럽답니다.
일요일에 비가 안 왔나봐요? 저희는 어제 오늘 비가 많이 와요.

소나무집 2007-07-10 09:55   좋아요 0 | URL
부럽기는요 님도 늘 재미나게 사시잖아요. 네, 흐리기만 하고 비는 안 왔답니다.

프레이야 2007-07-0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산초당, 아직 못 가본 곳이네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구요.
다산와당에서 다시 복원된다니.. 초당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 표정이 아주 밝아요. 즐거운 가족여행!

소나무집 2007-07-10 09:54   좋아요 0 | URL
초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마음에 들었어요. 천일각에 앉아 아이들과 다산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듣거나 말거나 주절주절. 그리고 초당을 거쳐 백련사로 넘어갔는데 드문드문 바다가 보여서 좋았어요.

2007-07-0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7-07-1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정말 산 공부를 하고 있어요..똑똑한 엄마를 두어서 더욱..
님의 가족들을 볼때마다 참 좋아보여요..^^&

소나무집 2007-07-11 08:54   좋아요 0 | URL
똑똑하기는 무슨요. 문화 해설하는 게 남편의 취미라서 저는 듣고 맞장구나 쳐주는 정도인 걸요.

하늘바람 2007-07-1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저도 다녀왔었어요 참 좋았었지요

하늘바람 2007-07-1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주말여행 부러워요

소나무집 2007-07-11 08:56   좋아요 0 | URL
남쪽 지방에 살면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내려오려면 1박 2일 이상 잡아야 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