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끝마친 새벽 2시를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날을 새며 <토지>를 읽는 1박 2일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지의 날 행사 시작 시간도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고 텐트만 있으면 야영도 할 수 있으니 내년 휴가 계획에 참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치악산 등반을 하고 내려와서 야영을 한 팀도 있었다.

 토지 속 인물에게 쓴 편지 수상작 전시. 

 기념 수건에 오세영 화백이 그린 캐릭터 도장 찍기.

보기만 해도 너무나 예쁜 다기들. 우리 차 마시기 행사.

 패랭이그림책 버스에서 마련한 봉숭아 꽃물 들이기. 아들이 아빠랑 같이 손톱 물들이고 와서는 자랑했는데 난 바빠서리...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마시기.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전 커피 추출 방식인 사이폰 기구로 내려주는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최근에는 워낙 에스프레소 커피가 대세라 이런 고전적인 드롭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강원도의 상징 옥수수와 감자 먹기. 우리 가족은 이걸로 저녁 때웠음.

 누구일까요? 알라딘 가족 배꽃 님이랑 대학생 딸. TV 뉴스 인터뷰중~  아마 이날 저녁 뉴스에 나왔을 듯...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선생의 집 뜨락에서는 소설 토지 서사극 공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내년에도 이런 공연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개관식할 때 앞자리에 계셨던 검은 양복쟁이님들은(예산을 결정하는) 한 분도 없었다. ㅜㅜ

 서희의 모습.

 공연이 끝나고 선생의 집 1층에서는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어주었고, 2층에서는 소설 토지를 통해서 보는 한국사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소설 토지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맞히는 스피드 게임. 그때 손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작은 연못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대던 맹꽁이 소리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설 토지 속 등장 인물들의 항변을 발표하는 시간. "나도 이젠 말할 수 있다." 우리 팀의 주제는 임이네가 그렇게 억척스러웠던 것은~  윤씨부인이 구천이가 갇혀 있던 고방의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은~   

각 조마다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기상천외한 항변들이 쏟아져 나왔고, 발표들도 어쩜 그리 재미있게 하는지 모두가 재주꾼들 같았다. 우리 조 도우미는 울 아들과 딸. 밤새 놀아도 지치지 않던 두 아이의 체력은 어디서 오는 건지 원...

 일등에게 주어졌던 토지 전집~

  이런 시끌벅적한 행사가 다 끝나고 1시 반 무렵 공원 소장님은 침묵하며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자고 하셨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던 중 용정 일송정 소나무 밑에서 가져온 흙을 나무에 뿌리기도 했는데 울 아들은 이 침묵의시간이 제일 힘들었댄다.  

 다시 뜨락으로 돌아와 촛불에 불을 밝히고 걷다가 1박 2일을 보내는 소감도 말해보면서... 그렇게 선생이 <토지>를 끝낸 새벽 2시를 맞이했다. 박경리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옛집이 있고, <토지>가 있는 원주에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밤이었다.

 이젠 모두 텐트로 돌아갈 시간~ 공원에서는 이렇게 문패까지 만들어주었다.

 여기는 바로 우리집. 요 텐트가 바로 태안 친정집 마당에 쳤던 바로 그 텐트다.  세시 무렵 텐트에 들어갔지만 울 아이들은 잠잘 생각을 안 했는데~ 새벽 5시에 비가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1박 2일 아영을 마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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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8-1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배꽃님 잘 계시지요? 따님 키 굉장히 크네요. 부럽다^*^
바리스타가 타주는 커피 마시고 싶고, 봉숭아 꽃물도 들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8-18 08:41   좋아요 0 | URL
배꽃님, 잘 계세요. 요즘 사정이 많아 알라딘은 좀 뜸하지만요. 전 바리스타가 뭔지도 잘 몰랐다가 원주 와서 알게 되었어요. 완도 사는 3년 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게 커피 문화더라구요.

2010-08-17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Ndoit 2010-08-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 옆지기. 아이들이랑 관련된 내용 약간 추가했음.

순오기 2010-08-18 00:47   좋아요 0 | URL
엄훠~ 센스 있으셔요!^^
자기는 아니지만, 저도 잘했다고 박수 쳐 드려요~ 짝짝짝!^^

소나무집 2010-08-18 08:43   좋아요 0 | URL
아니... 내 허락 없이 고쳐서 삐졌슴다.^^

엘리자베스 2010-08-1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숭아 꽃물들이기에 저도 갔어야 했는데 용채가 아픈 바람에 참석할 수 없었답니다. 소나무집님 글 보니 억지로라도 끌고 갈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되네요.
늘 열정적으로 사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8 08:45   좋아요 0 | URL
그날 안 나와서 내내 찾았어요. 나중에 그림책버스 회원들에게 물어보니 휴가 갔다길래 전화 하려다 방해될까 봐 말았는데 용채가 아팠군요. 내년에는 함께 해요. 알다시피 열정까지는 아니예요.

순오기 2010-08-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행사가 끝난 다음날 가서, 파장 후의 뒷모습만 보고 왔답니다.
소나무집님, 원주통신원 덕분에 박경리 선생님 관련 소식을 자주 들어서 행복합니다.
뭉클했어요~ 고마워요, 복받으세요!^^

소나무집 2010-08-18 08:46   좋아요 0 | URL
원주통신원이라는 말이 듣기 좋네요.^^
가을에는 시음악회라는 것도 한다고 들었어요. 함께 하면 더 좋을 텐데 이곳 행사는 꼭 저녁에 하네요.

순오기 2010-08-21 00:58   좋아요 0 | URL
저녁에 해도 나 잠재워줄 조카 있잖아요.ㅋㅋ
행사가 평일 아닌 주말이면 갈수도 있지요.^^

소나무집 2010-08-21 09:26   좋아요 0 | URL
시월의 마지막밤 행사인데 달력 보니까 일요일이네요. 일요일 밤 행사는 안 되겠죠? 토욜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늘바람 2010-08-1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근사한 휴가네요 와 못간게 서러울 정도여요
저도 뭉클하고 행복하네요 배꽃님도 만나고~

소나무집 2010-08-18 08:48   좋아요 0 | URL
울 아이들 노는 걸 좋아서 텐트 치고 야영하기로 결정! 엄마 아빠는 다음 날 하루 종일 힘들어서 꼼짝도 못했는데 아이들은 쌩쌩했어요. 배꽃님은 자주 만나고 살아요.^^

꿈꾸는섬 2010-08-1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렇게 멋진 행사였군요.ㅜㅜ친정엄마 생신만 아니었어도 ㅜㅜ
내년 문학제를 노려보겠어요.^^
배꽃님과 대학생 따님까지 보게되는군요.ㅎㅎ

소나무집 2010-08-21 09:24   좋아요 0 | URL
내년에는 날새는 행사는 안 한대요. 올해 넘 힘들었는지...
배꽃님과는 자주 만나요.

배꽃 2010-08-1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사한 후기에요..^^&
내년엔 울 딸 빼고 우리끼리 뭉쳐야겠어요..ㅋㅋ

너무 웃긴건 우리교회 집사님부부가 이 인터뷰 나오는 뉴스를 보았다네요..호호호~~~!

소나무집 2010-08-21 09:25   좋아요 0 | URL
그날 어떤 프로에는 우리 가족이 텐트 치는 장면이 나왔다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

같은하늘 2010-08-2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지고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배꽃님의 따님은 대학생 아니고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어려보이는데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키가 크니까...

소나무집 2010-08-26 08:56   좋아요 0 | URL
봉사 활동도 하느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배꽃님네도 보니까 좋지요?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시간은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박경리문학공원에서는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8월 15일을 소설 토지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 날에 맞춰 박경리 문학의집 개관식도 함께 이루어졌다.  

박경리 문학의집은 공원 앞에 있는 건물 중 하나를 사들여 리모델링을 해서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통해 선생을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나는 토지학교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나가서 일을 거들었다. 원주에 오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 이렇게 박경리 선생의 품에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후 6시. 오전 내내 폭우가 내려서 걱정을 이만저만 한 게 아닌데 오후가 되자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기적처럼 개여서 모두 박경리 선생이 폭우를 걷어가셨다고 한마디씩 했다.

 시낭송회를 비롯해 다양한 식전 행사가 있었다.  

 소설 토지 속 인물이 되어 다른 인물에게 편지 쓰기 대회 시상식도 했다. 이 행사는 해마다 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알라딘 식구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1등 상품이 <토지> 21권 전집이다.

 드디어 개관식 행사 시작. 원주시장님 등의 축사 후에 이어진 박경리 선생의 유일한 혈육 김영주 선생의 축사. 원주시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셨다.

 박경리 문학의집 리모델링과 모든 디스플레이를 맡은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님의 축사. 선생이 쓰던 필통 하나의 위치를 잡는 데도 세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애정과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벗이었던 작가 박완서 님도 오셨다. 이제 팔순, 많이 늙으셨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을 사봐야겠다. 

 사위 김지하 시인. 휠체어에 의지해 다니는 모습이 많이 애처로워 보였다. 장모와 사위로 마주앉아 문학이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낙마한 이계진 씨도 보이고,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선생도 보였다.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5층짜리 박경리 문학의 집. 옆에 있는 노래방 건물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옆에 있는 저런 상가 건물들을 모두 사들여서 어린이도서관도 만들 계획이라는데 예산 문제가 있으니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고.

 자원봉사자들이 관람하고 나오는 손님들에게 기념 수건을 나누어주고 있다. 울 아들딸은 수건도 나누어주고 동네 상가에 떡을 나누어주는 일을 함께 했는데 어찌나 신나 하던지...

 정부에서도 이런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청와대와 문광부에도 박경리 문학의 집 개관 소식을 알렸단다.

 마침 퇴임하는 날에 마지막으로 화환을 보낸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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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공원 내 전시관은 그대로 두고 따로 장만한 거군요.
'장모와 사위로 마주앉아 문학이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니 의외네요. 장모님은 글쓰느라, 사위는 수감생활로 마주 앉을 짬도 없었을까 싶은...

소나무집 2010-08-18 08:52   좋아요 0 | URL
남편 노릇, 아빠 노릇,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하고 살았으니 장모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뭐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영주 샘이 그러는데 두 분이서 만나면 그저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었대요.

꿈꾸는섬 2010-08-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덕분에 정말 좋은 제대로된 개관식을 보네요.^^
원주 너무 가고 싶어요.^^ 순오기님이 가을에 원주 가신다고 귀띔해주시더라구요. 저도 꼭 시간맞춰 가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8-21 09:23   좋아요 0 | URL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순오기님이 모집하면 꼭 오시와요.

배꽃 2010-08-1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후기도 근사하지만 사진을 정말 잘 찍었어요..

덩달아 가을날이 되면 좋은님들 만나볼수있겠구나..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소나무집 2010-08-21 09:23   좋아요 0 | URL
나도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같은하늘 2010-08-25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곳에 사시는군요.
이사갈 곳을 잘 정하신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08-26 08:55   좋아요 0 | URL
아직 이사를 잘 온 건지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박경리 문학공원 덕분에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긴 하네요.^^
 

8월 14일 박경리문학공원 안에 박경리 자료관이 문을 연다고 한다. 자료관을 홍보하는 10분짜리 영상 중에 박경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장면이 잠깐 들어가는데 소설 토지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출연(?)을 하게 됐다.  

박경리 선생님은 1992년에서 1993에 걸쳐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에서 창작론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강의하신 내용은 책으로도 나와 있다. 1995년에 현대문학에서 나온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가 그것이다. 소설 토지학교에 다니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함께 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자태가 눈에 익은 분이 걸어오셨다. 박경리 선생님의 따님이신 김영주 선생님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박경리 선생님을 닮았는지 순간 박경리 선생님이 살아오신 줄 알았다.


어머니를 꼭 닮은 모습. <한국미술사>라는 책을 낼 정도로 뛰어난 미술사학자였던 김영주 선생님은 어머니 박경리와 남편 김지하 시인 뒷바라지 때문에 학자로서의 삶은 짧게 살지 않았나 싶다. 일산에 살던 김영주 선생님은 올해 초 원주로 이사를 오셔서 토지문화관 이사장으로 전념하고 계신다.   

 




 


입구에 서 있는 이 표지판이 너무 눈에 안 띈다고 했더니 지금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강의를 하실 때 앉았던 자리. 선생님은 종종 도서관이 보이는 이곳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학생들이 앉았던 자리에 선생님의 말씀을 새긴 돌을 이렇게 심어놓아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비석이 누워 있는 모습이 독특한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퍼인 안상수 선생(1985년 안상수체를 디자인하여 한글의 탈네모틀 흐름을 주도함)이 흙에 글귀를 새긴 후 도자기처럼 구워냈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님과 관련된 곳은 어디를 가도 참으로 소박하다. 






같이 촬영을 했던 연세대 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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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7-1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와~ 진짜 박경리선생님 인줄 알았어요.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보관함에 담아놔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7-16 06:50   좋아요 0 | URL
그죠? 정말 닮았죠? 성격은 어머니보다 훨씬 유해 보였어요.
사람들에게 매지리에 놀러 오라는 말을 여러 번 하시더라구요.
<문학을~> 책은 정말 괜찮은데 새로운 편비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더라구요.

순오기 2010-07-15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속일 수 없는 유전자~ ^^
소나무집님 덕분에 박경리 선생 소식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마워요!

소나무집 2010-07-16 06:53   좋아요 0 | URL
정말 닮으셨어요.
원주에 오서 살면서 박경리 선생 덕분에 참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되네요.
날도 시원해지고 좀 한가해지면 알라딘 식구들 원주에서 모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름하야 박경리 문학기행^^

순오기 2010-07-19 14:27   좋아요 0 | URL
오호~ 원주에서 모여 소나무집님의 해설을 들으면 딱이겠네요.
광주에서 원주가는 고속버스 있어요~ ^^

꿈꾸는섬 2010-07-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에 꼭 놀러가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7-20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식구들 꼭 오세요.
모집은 순오기님이랑 꿈섬님이 하시구요...
아직 해설할 실력은 안 되지만 갈고 닦겠습니다.^^

순오기 2010-07-21 20:30   좋아요 0 | URL
여름 지나고 날이 서늘해지면 모집해볼까요?^^
 

이제 원주에 이사 온 지 반 년이 넘어섰다. 몇 년 동안 남도의 기온에 익숙해졌던 난 원주에서의 겨울이 참 낯설고 추웠다. 그래도 박경리 선생님의 옛집이 같은 단구동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주최하는 소설 토지학교에 다니면서  박경리 선생님과 <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7월 2일 방영된 MBC 스페셜 내 어머니 박경리를 보고는 선생님이 단구동 집을 떠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살았던 매지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비가 한두 방울 내렸지만 토지문화관을 찾아갔다.(집에서 20분 거리)  토지문화관이 처음 생겼을 때 남편 친구가 근무를 한 인연으로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때 밭에서 일하던 박경리 선생님을 먼발치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리고 다시 찾은 토지문화관에서 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얼마 전 다녀온 통영과 하동에서 보고 온 박경리 선생님은 정말 귀하디 귀한 분이었다. 지자체에서 얼마나 선생님을 추모하고 <토지>를 귀하게 여기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도시 곳곳에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 4, 5부를 쓰고 26년을 사신 선생님의 집, 주인을 잃은 집이 황폐해 보였다. 일반 독자로서 선생님이 그리워 찾아간 선생님의 집에서 난 목이 메었다.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가 살다 간 집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토지문화관은 선생님이 단구동 집에서 옮겨오면서 후배들의 창작을 위해 지은 공간으로 대부분 선생님의 인세 등 사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토지문화관 올라가는 길.


문학관이 아닌 문화관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를 모두 끌어안은 선생님의 마음이 보이는 명칭이다.


토지문화관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IMF 때 건물 시공자를 찾다가 현대건설을 찾아가 부탁하니 정주영 회장은 "비나 안 새게 지어 드리겠다"며 겸손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습기가 안 차는 거라고.

  토지문화관 1층의 모습. 오른쪽에 강당이 있고, 왼쪽엔 선생님의 유품 전시실이 있다.  


사고(思考)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 것입니다. 하여 능동적인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토지문화재단 설립의 뜻입니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아주 작은 선생님의 유품 전시실이 있다. 오래되고 낡은 선생님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자니 선생님의 손길과 화려한 것을 싫어했던 선생님의 소박한 삶이 느껴졌다.




박경리 선생님이 국어사전, 나무장과 더불어 평생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재봉틀. 지금도 선생님의 옷장에는 손수 지어 입던 옷이 가득 들어 있다고 한다. 소설 토지학교에 강의를 하러 오신 한 교수님은 그 옷들을 꺼내 패션쇼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손때가 잔뜩 묻은 담배갑, 안경집, 만년필... 이걸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라.


50년 넘게 써서 너덜너덜해진 국어사전.  

 



꼼꼼한 기록을 볼 수 있는 친필 원고. 
  선생님의 유품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뒤에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앞건물과 이어져 있는 작가들의 창작실이다.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은 박경리 선생님이 평생 숙원하던 일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이곳에서 머물며 창작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토지문화관 오른쪽으로 있는 선생님의 집. 작가들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선생님 방을 바라보며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웠다고 한다. 


선생님 집 앞에 있는 장독대. 저 많은 장독대에는 선생님이 아낀 후배 작가들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장만한 것들이 담겨 있다. 박경리 선생님은 절대로 냉정한 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후배들과 독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었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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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7-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관 풍경을 꼼꼼히도 찍어서 기록하셨네요.
당연히 찾아가서 관람을 해야만 예의겠지만 님의 사진과 글만으로도 모든 것을 헤아리고 남음직합니다. 쌩유 ^*^

순오기 2010-07-07 23:2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문학관이 아니고 '문화관'이라니까요.^^
작년에 내가 간단히 올렸던 페이퍼보다 많이 많이 충실한 패이퍼에 감사하며 추천 꾸욱~
위대한 작가를 알아주는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있다면 원주도 달라지겠죠.

전호인 2010-07-07 09:16   좋아요 0 | URL
아, 이런이런.ㅜㅜ
처음엔 문화관이라고 했다가 어 아니가 싶어서 간판은 보지도 않고 문학관으로 수정했네요. 쩝.
전호이가 아니라 전호인입니다. ㅋㅋ
메렁^^
아마도 최종원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이광재지사가 도와주면 더 발전된 문화정책이 나올겁니다. 탄광지역 예술촌이 백지화되고 사행성 오락시설과 먹거리판으로 돌려놓는 유장관같은 몰지각은 없어야 겠지요. ㅎㅎ

소나무집 2010-07-07 10:52   좋아요 0 | URL
전호인 님, 순오기 님은 잘못된 건 절대 그냥 안 넘어갑니다요.^^ 그런 분이 닉네임 오자 내니까 넘 재미있지요?
주변인들의 권유를 물리치고 문학관이 아닌 문화관이라고 이름 지은 데에는 박경리 선생의 아주 깊은 뜻이 있답니다. 문학뿐 아니라 모든 창작인들에게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미요.

소나무집 2010-07-07 10:57   좋아요 0 | URL
최종원이 당선되면 좀 변할까요? 원주에 아파트 좀 그만 짓고 박경리 선생 선양 사업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새로 바뀐 시장님한테 탄원서라도 올려볼까 싶어요.ㅠㅠ

순오기 2010-07-07 23:23   좋아요 0 | URL
하하~ 전호이님으로 개명하심이 어떠실지.ㅋㅋㅋ
댓글을 보기 전에 앗~ 틀렸구나, 얼른 수정했더니 댓글이 줄줄이~^^
소나무집님, 아무한테나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요.
나름 관심두고 사랑하는 분께만 한다고요.^^

하늘바람 2010-07-0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다녀온듯하네요
여행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소나무집 2010-07-07 10:42   좋아요 0 | URL
가까이 있으니 이런 거라도 해야지요.^^
여행 작가요? 누가 저 좀 밀어줬으면 좋겠어요.ㅋㅋㅋ
 

원주에는 패랭이 그림책 버스가 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는 그림책 작가이자 번역가이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상희 샘께서 시작한 아주 작은 도서관이다. 폐차된 버스를 재활용해서 만든 이 도서관은 박경리 문학 공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니 아이가 없어도 한 번쯤 들어가고 싶어진다. 

지난 월요일 그림책 버스에서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고사리손 요리책> 등으로 알려진 그림책 작가 정유정 샘을 초대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 자원활동가인 엘리자베스 님과 함께 강연회에 다녀왔다.  

엘리자베스 님은 원주로 와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이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다며 댓글을 한두 번 남겼는데.. 어느 날 슈퍼 앞에서 어여쁜 아줌마 하나가 선우엄마도 지우엄마도, 김ㅇㅇ씨도 그냥 아줌마도 아닌 "소나무집님!" 하고 불러서 어찌나 놀랐던지.  

내 페이퍼에 올린 사진 덕분에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단다. 같은 아파트에 알라딘 식구가 산다는 사실도 놀랍고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랬다. 절대 나쁜 짓을 하고 살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고... ㅎㅎ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므로. 


박경리 문학 공원 2층 사랑방이  꽉 찼을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 회원과 나처럼 함께 온 사람들로... 특히 필리핀에서 시집 온 엄마 두 명이 맨 앞에 앉아 열심히 선생님 말씀에 귀울이고 있는 모습도 정말 예뻤다.


정유정 샘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쓰신 이억배 샘의 아내라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선생님 부부는 서울에서 살다 IMF를 겪으면서 도저히 서울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한 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림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고...  


그래서 선생님의 그림책에는 시골 살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들어 있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살아서 그럴까? 참말로 편안하고 다정다감해서 팔짱 끼고 산책이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가였다.

<오리가 한 마리 있있어요>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든 무렵 마당으로 찾아온 오리를 보며 쓴 작품인데 성장을 위해 현재의 안락한 삶을 버릴 줄 아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딸기 한 포기>는 딸기를 키우다 보니 열매라는 것은 사람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느낌을 그림책으로 썼다고 한다.  

<고사리 손 요리책>은 선생님의 데뷰 작품으로 아들을 임신했을 때 그림을 그렸는데 그 덕인지 아들이 요리를 좋아하고 수학을 무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책 속에 니오는 세 아이는 선생님의 아들 딸과 친구인 권윤덕(만희네 집의 작가) 샘의 아들이라고. 

<바위나리와 아기 별>은 친구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님은 초등 3학년 때 만난 이 이야기에서 바위나리의 외로움을 공감했고, 보림에서 그림책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자청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유정 샘의 그림책들. 작가를 알고 책을 보니 책이 더 좋아지고 안 보이던 것들도 관심 갖고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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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깊은 시간 보내셨군요.
작가와의 만남은 왠지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라는 감정이 들게 합니다. ^*^

소나무집 2010-07-01 09:49   좋아요 0 | URL
작품을 쓴 과정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책에 더 애정이 가더라구요.^^

엘리자베스 2010-06-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정리의 달인이십니다.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소나무집님 가시고 난 후에도 정유정샘은 사인하시느라고 약 한 시간 가량 더 계셨답니다.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는 원주에서 다 팔린 것 같다며 웃으셨죠.
팔 정말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다음 강연회때도 함께 가요~~

소나무집 2010-07-01 09:53   좋아요 0 | URL
뭔 달인씩이나...
우리 얘들이 작가 사인 받은 책 보고 좋아했어요. 땡큐~
팔은 아팠지만 인기 작가임을 확인하면서 흐뭇해하셨을 것도 같아요.

꿈꾸는섬 2010-07-0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샘 책은 아직 못 봤네요. 이억배 샘 책은 봤는데 말이죠.ㅎㅎ

소나무집 2010-07-01 10:13   좋아요 0 | URL
현수 또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이에요.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초등 2학년 국어책에도 나온답니다.
<고사리 손 요리책>은 아이들이랑 책 보면서 요리하면 좋을 것 같구요,
<내가 만난 나뭇잎 하나>는 주변에 있는 나무에 관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세실 2010-07-0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두 분 다 유명하시잖아요. 부부셨군요.
요즘 좋은 강의 들으면 정말 행복해져요.

소나무집 2010-07-02 10:50   좋아요 0 | URL
책 따로 사람 따로 알다 보니 <바위나리와 아기 별>을 쓰신 분이 정유정이라는 사실도 저기 가서 알았어요.ㅜㅜ

같은하늘 2010-07-0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유정 선생님과 이억배 선생님이 부부셨군요.
소나무집님은 행복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10-07-03 11:22   좋아요 0 | URL
부부라고 해서 와~ 했어요.
돈은 많이 못 버는데 두 분 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다 보니 행복해 보였어요.
저렇게 행복한 삶을 사는 분들을 만나고 오면 저도 행복해지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실천이 안 돼서 문제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