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시간은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 박경리문학공원에서는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8월 15일을 소설 토지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 날에 맞춰 박경리 문학의집 개관식도 함께 이루어졌다.
박경리 문학의집은 공원 앞에 있는 건물 중 하나를 사들여 리모델링을 해서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통해 선생을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나는 토지학교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나가서 일을 거들었다. 원주에 오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 이렇게 박경리 선생의 품에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후 6시. 오전 내내 폭우가 내려서 걱정을 이만저만 한 게 아닌데 오후가 되자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기적처럼 개여서 모두 박경리 선생이 폭우를 걷어가셨다고 한마디씩 했다.
시낭송회를 비롯해 다양한 식전 행사가 있었다.
소설 토지 속 인물이 되어 다른 인물에게 편지 쓰기 대회 시상식도 했다. 이 행사는 해마다 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알라딘 식구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1등 상품이 <토지> 21권 전집이다.
드디어 개관식 행사 시작. 원주시장님 등의 축사 후에 이어진 박경리 선생의 유일한 혈육 김영주 선생의 축사. 원주시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셨다.
박경리 문학의집 리모델링과 모든 디스플레이를 맡은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님의 축사. 선생이 쓰던 필통 하나의 위치를 잡는 데도 세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애정과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벗이었던 작가 박완서 님도 오셨다. 이제 팔순, 많이 늙으셨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을 사봐야겠다.
사위 김지하 시인. 휠체어에 의지해 다니는 모습이 많이 애처로워 보였다. 장모와 사위로 마주앉아 문학이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낙마한 이계진 씨도 보이고,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선생도 보였다.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5층짜리 박경리 문학의 집. 옆에 있는 노래방 건물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옆에 있는 저런 상가 건물들을 모두 사들여서 어린이도서관도 만들 계획이라는데 예산 문제가 있으니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고.
자원봉사자들이 관람하고 나오는 손님들에게 기념 수건을 나누어주고 있다. 울 아들딸은 수건도 나누어주고 동네 상가에 떡을 나누어주는 일을 함께 했는데 어찌나 신나 하던지...
정부에서도 이런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청와대와 문광부에도 박경리 문학의 집 개관 소식을 알렸단다.
마침 퇴임하는 날에 마지막으로 화환을 보낸 유인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