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박경리문학공원 안에 박경리 자료관이 문을 연다고 한다. 자료관을 홍보하는 10분짜리 영상 중에 박경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장면이 잠깐 들어가는데 소설 토지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출연(?)을 하게 됐다.
박경리 선생님은 1992년에서 1993에 걸쳐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에서 창작론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강의하신 내용은 책으로도 나와 있다. 1995년에 현대문학에서 나온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가 그것이다. 소설 토지학교에 다니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함께 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자태가 눈에 익은 분이 걸어오셨다. 박경리 선생님의 따님이신 김영주 선생님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박경리 선생님을 닮았는지 순간 박경리 선생님이 살아오신 줄 알았다.
어머니를 꼭 닮은 모습. <한국미술사>라는 책을 낼 정도로 뛰어난 미술사학자였던 김영주 선생님은 어머니 박경리와 남편 김지하 시인 뒷바라지 때문에 학자로서의 삶은 짧게 살지 않았나 싶다. 일산에 살던 김영주 선생님은 올해 초 원주로 이사를 오셔서 토지문화관 이사장으로 전념하고 계신다.
입구에 서 있는 이 표지판이 너무 눈에 안 띈다고 했더니 지금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강의를 하실 때 앉았던 자리. 선생님은 종종 도서관이 보이는 이곳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학생들이 앉았던 자리에 선생님의 말씀을 새긴 돌을 이렇게 심어놓아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비석이 누워 있는 모습이 독특한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퍼인 안상수 선생(1985년 안상수체를 디자인하여 한글의 탈네모틀 흐름을 주도함)이 흙에 글귀를 새긴 후 도자기처럼 구워냈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님과 관련된 곳은 어디를 가도 참으로 소박하다.
같이 촬영을 했던 연세대 학생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