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끝마친 새벽 2시를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날을 새며 <토지>를 읽는 1박 2일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지의 날 행사 시작 시간도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고 텐트만 있으면 야영도 할 수 있으니 내년 휴가 계획에 참고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치악산 등반을 하고 내려와서 야영을 한 팀도 있었다.

토지 속 인물에게 쓴 편지 수상작 전시.
기념 수건에 오세영 화백이 그린 캐릭터 도장 찍기.
보기만 해도 너무나 예쁜 다기들. 우리 차 마시기 행사.
패랭이그림책 버스에서 마련한 봉숭아 꽃물 들이기. 아들이 아빠랑 같이 손톱 물들이고 와서는 자랑했는데 난 바빠서리...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마시기.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전 커피 추출 방식인 사이폰 기구로 내려주는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최근에는 워낙 에스프레소 커피가 대세라 이런 고전적인 드롭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강원도의 상징 옥수수와 감자 먹기. 우리 가족은 이걸로 저녁 때웠음.
누구일까요? 알라딘 가족 배꽃 님이랑 대학생 딸. TV 뉴스 인터뷰중~ 아마 이날 저녁 뉴스에 나왔을 듯...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선생의 집 뜨락에서는 소설 토지 서사극 공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내년에도 이런 공연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개관식할 때 앞자리에 계셨던 검은 양복쟁이님들은(예산을 결정하는) 한 분도 없었다. ㅜㅜ
서희의 모습.
공연이 끝나고 선생의 집 1층에서는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어주었고, 2층에서는 소설 토지를 통해서 보는 한국사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소설 토지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맞히는 스피드 게임. 그때 손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작은 연못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대던 맹꽁이 소리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설 토지 속 등장 인물들의 항변을 발표하는 시간. "나도 이젠 말할 수 있다." 우리 팀의 주제는 임이네가 그렇게 억척스러웠던 것은~ 윤씨부인이 구천이가 갇혀 있던 고방의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은~
각 조마다 주어진 주제에 따라 기상천외한 항변들이 쏟아져 나왔고, 발표들도 어쩜 그리 재미있게 하는지 모두가 재주꾼들 같았다. 우리 조 도우미는 울 아들과 딸. 밤새 놀아도 지치지 않던 두 아이의 체력은 어디서 오는 건지 원...
일등에게 주어졌던 토지 전집~
이런 시끌벅적한 행사가 다 끝나고 1시 반 무렵 공원 소장님은 침묵하며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자고 하셨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던 중 용정 일송정 소나무 밑에서 가져온 흙을 나무에 뿌리기도 했는데 울 아들은 이 침묵의시간이 제일 힘들었댄다.
다시 뜨락으로 돌아와 촛불에 불을 밝히고 걷다가 1박 2일을 보내는 소감도 말해보면서... 그렇게 선생이 <토지>를 끝낸 새벽 2시를 맞이했다. 박경리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옛집이 있고, <토지>가 있는 원주에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밤이었다.
이젠 모두 텐트로 돌아갈 시간~ 공원에서는 이렇게 문패까지 만들어주었다.
여기는 바로 우리집. 요 텐트가 바로 태안 친정집 마당에 쳤던 바로 그 텐트다. 세시 무렵 텐트에 들어갔지만 울 아이들은 잠잘 생각을 안 했는데~ 새벽 5시에 비가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1박 2일 아영을 마쳐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