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월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53분, 바깥 기온은 19도입니다. 편안한 월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토요일에도 비가 갑자기 왔는데, 오늘도 조금 전에 비가 왔어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처럼 비가 갑자기 오던데요. 소나기가 자주 오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토요일에는 저녁 늦은 시간에도 비가 계속 왔는데, 오늘 또? 어쩐지 장마 빨리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늘은 비가 내리는 걸 보니까 기분이 조금 그래요. 장마가 오기 전에 할 일들이 있을텐데, 부터 시작해서 습도 높은 더운 날을 생각하니,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하는, 그런 마음 비슷합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이번주 수요일에는 투표일이라서 임시공휴일입니다. 그래서 이번주도 지난주에 그랬듯 한 주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벌써 하루가 이만큼 지났구나, 하는 기분이 들 때, 조금 더 아쉬움 덜한 기분이 들면 그 날은 기분이 조금 좋고, 아이 오늘도... 하는 날에는 어쩐지 조금 늦게 자게 됩니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게 되거나, 졸리거나 멍한 느낌의 악순환이지만, 그게 계속 시간이 늦어지는 것처럼 뒤로 밀리는 현상이 생기니까 좋은 건 아니예요.

 

 그래서 때로는 오늘은 이만큼, 시간이 정해진 만큼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건, 그 시간 내 라는 조건이 중요합니다. 더 잘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더 좋은 생각이 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지나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때 그 때 조금 덜 밀리도록 계획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하지만, 늘 시간은 부족하고, (다른 것들도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서 다음 날에 다시 오늘의 것들이 이어지는 날이 많습니다.

 

 

 5월 26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며칠 전, 그러니까 토요일에 비가 많이 와서 지금은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조금 남은 건 꽃이 남은 자국 같은 정도입니다. ^^;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것이 오늘의 목표인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요즘은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식으로 달라졌습니다. 부지런한 걸 하기가 어려워서요. 대신 오늘 하고 싶은 것들, 오늘 하기로 한 것들을 많이 하자, 그런 방향으로 조금 비슷하지만 바꾸기로 했는데, 어느 날에는 오늘 할 일과 하고 싶은 것들을 잘 찾는 날도 있고, 또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을 못 찾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넣어서 하루종일 바쁘기는 해도 저녁이 되었을 때, 별로 한 게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가끔은 앞으로 가는 건지, 옆으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데, 여기 맞는 거야? 지도는 여기 맞다는데 왜 다르지? 같은 기분이 될 때도 있습니다.

 

 목적지에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잘 도착하고 나면, 중간에 조금 헤매서 여기저기 빙빙 돌았던 것도 그건 과정이야, 그렇게 대충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 실은 그런 게 과정일지도 모르죠.^^

 

 그러는 사이 오늘도 시간이 벌써 7시가 조금 넘었어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기분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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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2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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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0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6월 10일 일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32분, 바깥 기온은 25도입니다. 편안한 일요일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저녁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오늘은 어제보다는 3도 정도 낮은 날씨라고 하는데, 구름이 많은 오후예요. 습도도 조금 높은 것 같고요. 어제 비 때문인지 오늘은 미세먼지는 좋은 편이고, 오존은 보통이라고 합니다. 이정도의 날씨가 평년의 기온이라고 해요. 그러니, 며칠 전의 날씨는 너무 더웠던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이제 더울 날이 조금씩 많아지는데, 더운 날을 잘 지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입니다. 오전 10시에 서울시청에서 제 31주년 기념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에서 평화로' 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4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하고,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참석하신 사진이 있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1987년부터 2018년까지 벌써 3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시기를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오래 전이면서도 오래되지 않은 시간의 일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4월 27일에 찍은 사진이예요. 4월 말에도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서 이 사진을 찍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나무 가득 꽃이 피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생각해보니 이 때도 덥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보다는 나았겠지만, 지금은 진짜 더운 날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저녁에 날씨가 많이 흐리고, 그리고 습도가 높아서, 비가 올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우산은 없었어요. 바깥에 번개 친다는 소리를 듣고 집에 가려고 나올 떄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데, 몇 분 되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비닐우산이 7000원이나 해서, 집에 전화를 해서 우산을 가지고 와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잠깐 사이에 비는 더 많이 오고, 진짜 우산 없이는 걸을 수 없을 만큼 비가 옵니다. 가방 안에 노트북이 있었고, 휴대전화가 있고, 문제집도 있어서 그냥 비를 맞고 걸을 수 없었어요. 오다보니,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배수가 되지 않고 고이는 것이 보였는데, 조금 뒤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왔어요. 5월에도 이만큼 비가 온 날이 있었는데, 같은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10여분 정도 지나고 나니까 비가 오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화단에 예쁘게 피었던 장미도 다른 꽃들도 모두 시들시들하게 조금 남았고, 조금은 먼지가 보였던 파란 잎들은 먼지가 씻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가 그렇게 세차게 내리면 거의 세척효과야, 같은 기분이었는데, 오늘도 습도가 높은 것을 보니, 비가 또 올지도 모르겠어요.

 

 5월에는 이렇게 며칠 비가 오더라도 장마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제 6월 중순이 되다보니, 곧 장마가 올 것 같은 시기여서 장마 시작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귀찮지만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어제처럼 비가 올 때에는 우산이 있더라도 잠시 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신발이 다 젖었습니다.^^;

 

 오늘도 벌써 이만큼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어... 가 생각나서, 얼른 가야겠어요.

 비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공기도 좋고, 편안한 일요일입니다.

 즐겁고 좋은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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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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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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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6-1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5.18만 기억했지 그러고 보니 6.10도 있었군요. 기억해야 하는데...

맞아요. 곧 장마가 닦치겠죠?
잘 넘어가야 할 텐데...

서니데이 2018-06-11 18:49   좋아요 0 | URL
요즘에 달력에 점점 기념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날들도 많을거예요.
1987년의 일인데, 벌써 31년이 지났더라구요.
네, 오늘도 비가 오고 눅눅합니다.
더운 것도 별로지만 장마도 반갑지는 않은데, 이제 진짜 여름인가봐요.
stella.K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월 9일 토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05분, 바깥 기온은 28도입니다. 편안한 토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구름이 가득한 날인데, 습도가 높은지 무척 더운 느낌이예요. 어제는 뜨거운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습도 때문에 무더운 여름의 한 조각을 미리 만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습도가 높으면 이렇게 더워지는 거구나, 같은 느낌인데, 기온도 어제보다 4도 가까이 높다고 해요. 공기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오존, 미세먼지 모두 보통에 해당되고, 자외선 지수는 7로 나쁨입니다. 날씨가 흐려도 자외선지수는 높은 날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네이버 날씨에서 가져온 것인데, 가끔씩 인터넷 정보와 휴대전화의 날씨정보가 다를 때가 있지만, 오늘은 온도가 비슷합니다.^^;

 

 2시에서 3시 사이에 잠깐 바깥에 나갔는데, 어제와는 또 다른 뜨거운 날씨가 바깥에서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예열이 덜 되어서 그런지 아스팔트가 한여름 만큼 뜨겁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더운 날에는 어쩐지 기운이 별로 없어, 하려다 추운 날에는 추워서 기운이 없었는데, 하는 추워도 더워도 기운 없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럼 봄에는? 음... 봄에도 그런 날이.;;

 

 

 

 어제 저녁에 찍은 사진이예요. 지나가는데, 아파트 담장에 조금 연한 장미가 피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담장이 키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손을 뻗어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렇게 밖에 안 되었어요. 볼 때는 가까이 있는 것 같았는데, 사진을 찍으면 실은 그만큼 멀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날짜가 하루 하루 적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아우, 하고 한숨이 나온다면서, 매일 하루하루를 그렇게 잘 보내는 것 같지는 않아서, 요즘 아쉬워요. 매일 마음에 드는 만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은 알지만, 요즘은 그래도 좀 심하지 않니? 하고 거울을 보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거울 속의 얼굴이 오늘은 좀 쉬고 싶구나, 하는 얼굴이어서,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눈만 봤습니다. 어제도 쉬었고, 전날도 쉬었는데, 왜 얼굴이 그래, 하는 말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계획이 문제인거야, 계획이 나빠서 그런 거야, 투덜투덜 하다가 계획대로 사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생각이 나서...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야, 시간을 잘 써야지, 오늘은 그렇게 생각하고 한숨을 덜 쉬고, 그 사이 다른 것들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꿉니다. 마음도 바꿀 수 있고, 마음도 돌려세울 수 있고, 포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잘 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묻기 보다는 조금 해보고 계속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되고 싶어요.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그리고 습도가 높아서, 비가 갑자기 올 것 같은 느낌이예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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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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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1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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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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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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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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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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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7: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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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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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8일 금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5시 26분, 바깥 기온은 24도입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햇볕이 뜨거운 편인데, 5시가 지나서 그런걸까요. 24도는 아닌 것 같아서요. 3시 조금 넘었을 때, 밖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너무 뜨거워서 지나가면서 양산 쓴 분들 많이 봤는데, 부럽더라구요.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두 시간 지났으니까 그 정도는 아닌 걸까요. 네이버 날씨에서 나오는 온도인데, 영상 24도 정도면 살기 좋은 기온인데다가 오늘은 공기도 괜찮은 편이예요. 자외선은 7인데도 나쁨 수준이라고 하니까, 햇볕이 뜨거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낮에 바람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더 조용한 느낌이었는데, 가끔은 멀리서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이 시기의 느낌이 참 좋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지만, 그래도 햇볕이 반짝이고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낮에는 햇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아직 습도가 높지 않아서 실내에 있으면 바깥에 있는 것만큼 덥지 않다는 것도요. 그리고 열대야 오기 전이라는 것도요.^^;

 

 

  장미는 5월부터 피었는데, 6월에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지나가다 보면 나무마다 꽃이 조금씩 다 다른 느낌인데, 붉은 색이라고 해도 가까이 가서 보면 어느 집과 어느 집의 장미가 다른 것들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그래도 다 예쁘고, 생기넘치는 꽃피는 시기라는 건 비슷합니다.^^

 

 오늘부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일입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금요일, 토요일 이틀입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임시투표소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이 편리할 수 있어요. 저는 오늘 오후에 가까운 임시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왔는데, 투표용지가 7장이었고, 투표함에 한번에 넣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하고 왔는데, 날씨가 무척 뜨거운 시간이어서 오는 길이 더웠어요.^^

 

 금요일 저녁시간부터는 어쩐지 주말 같은 느낌입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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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8-06-08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굿즈에 우양산 있더라구요, ㅋㅋㅋ~.

투표하셨군요? 부지런하기도 하셔라.
전 낼 직장 끝나고 근처에서 하려구요.
7장, 기억해두겠습니다~^^

서니데이 2018-06-08 19:19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서 우양산이 굿즈로 나오는군요.
저희집에는 우양산이 하나 있는데, 일반 우산보다 가벼워서 좋던데요, 알라딘 굿즈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네, 오늘 사전투표 하고 왔어요. 오후에 다녀왔는데 햇볕이 뜨거워서 더웠어요.
저희는 7장이었는데, 보궐선거가 있는 곳에서는 1장 더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신분증을 주면 용지를 한번에 받고 또 투표함에 한 번에 넣어서 편했어요.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지금은 조금 덜 덥고 바람도 불고 좋아요.^^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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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6월이 되었어요. 언제 그렇게? 벽에 걸린 달력이 벌써 다섯 장 지나간 요즘은 아침에 해가 일찍 뜨고, 저녁에는 늦게 집니다. 오늘은 4시에도 새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어요. 4시는 머릿 속에서는 한밤중, 그런데 조금씩 스미는 빛이 느껴지는 새벽이 되었더라구요. 벌써, 언제, 어느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사람은 마음에 큰 근심 있는 사람, 새벽이 될 때까지 밤을 지나 일하는 사람에게는 고단한 시간. 누군가 눈물 흘리는 새벽이라면 차가운 공기에 뜨거운 눈물 닿는 시간이 떠오릅니다.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은 일천(一千) 글자 미니에세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입니다. 한 편의 길이가 다른 에세이보다는 길지 않아서 미니에세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수록된 글은 많습니다. 크게 5부로 나누어진 내용은 서로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부인 <봄비 또는 안개>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꽃, 사물 등을 통해서 이전의 기억과 이어진 이야기를 꺼내고, 2부 <참 쉽죠?>에서는 '참 쉽죠?'라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화가 밥 로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문학과 영화의 한 장면에서 생각했던 이야기를, 3부 <장갑을 낀 시인>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일화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보이며, 그외에도 많이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 <자기 앞의 생>,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데미안>과 <롤리타>와 같은 책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 갑니다. 2부와 3부가 책과 영화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면, 4부 <파리의 날개처럼>에 이르면 고전속에 등장하는 명언, 오래된 경구, 그리고 멀지 않은 최근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이 나타나고, 마지막인  5부 <먹은 밥은 글이 되고>에서는 앞의 많은 것들을 지나오면서 배우고 깨닫고 남은 것들을 어떻게 좋은 글로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글쓰는 사람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1부에서 시작되어 5부에 이르기 까지의 시간은 일상적인 것이 주는 친근함에서 시작해서 책과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의 느낌을 공유하고,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지나온 고전과 경구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보며, 다시 이러한 생각과 감정과 순간의 느낌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막막한 새벽을 지나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따뜻한 꽃 피는 거리를 지나는 느낌이, 어느 때에는 바람 부는 해안에 서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읽었던 책과 영화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장면을 기억 속에서 한 번 더 꺼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일천 글자의 짧은 글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글자를 쓰기 시작하면 어느 날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고, 또 어느 날에는 단 한 글자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쓰기도 쉽지 않지만, 그 중에서 다시 줄이고 줄여서, 더이상 줄일 수 없는 것만 남길 때까지는 지우고 싶지 않은 문장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단어를 줄이는 시간도 있습니다. 그렇게 줄이고 나서 남은 것들은 화가 밥 로스의 "참 쉽죠?"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날이 오기 까지 지나온 많은 새벽이 뜨거운 눈물과 고쳐쓴 종이 위로 지나갔을 것을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글이라서 금방 읽을 것 같았는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천천히 읽었던 이유도, 간결함을 살려 꼭 필요한 것만 남은 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에게나 쉬운 일이지 초보자에게 쉬운 게 어디 있겠나. 보고 말하고 듣기에나 쉽지, 뭐든지 손수 겪어 보면 쉬운 건 세상에 없다. 적어도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려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너무 쉬워 보이는 밥 아저씨의 그림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흉내 낼 때나 만만한 것이지, 실제 캔버스 앞에 앉는 순간 아득한 절망감에 몸서리치게 된다. 쉬워 보이는 한 가지 길엔 약간의 재능과 함께 언제나 땀이란 수고가 따라다닌다. 참 쉽죠? 이 말은 ‘부단히 노력했지요‘ 라는 말의 에두른 고백임을 그때 알았다.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도서출판 아시아, p.64~65,참 쉽죠?

거의 매일 일천 글자 쓰기를 했다. 직장인 일하듯 썼다.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새벽을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는 작업이었다. 육백여 편에 이르렀을 때 쓰기를 중단했다. 소설 쓰기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핑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복제의 동어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이 두려웠다.

스무 살 시절, 쓰고 싶다는 욕망은 내게 숨기고픈 부끄러움이었다. 뭔가를 끼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말했다. 너는 미스 마플 같아. 그때까지 나는 탐정물을 읽지 않았으므로(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를 잘 몰랐다. 그녀의 독창적인 인물인 제인 마플에 대해서도 알 리가 없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이나 하고, 망원경으로 새나 관찰하는 독신녀 제인 마플. 별일 하지 않는 척, 아무 것도 못 본 척하는 그녀는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요란 없이 꿰차는 노파 탐정이었다.

미스 마플이 될 수도, 그럴 마음도 없었던 나는 다만 이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무심해 보이는 그녀도 멜랑콜리에 젖은 옷소매를 말리기 위해 바람 드는 새벽 창가를 찾는 일이 잦았을 거라고. 단단해 보이는 한낮의 미스 마플일수록 울지 않은 새벽은 드물었을 것이다. 해결하지 못할 숱한 과제 앞에서 눈물짓는 미스 마플이야말로 내 오랜 친구였다.

다섯 장으로 나뉜 미니 에세이는 각각 사람, 생활, 책, 일상, 글과 관련된 것들이다. 딱히 주제별로 분류할 만큼 경계가 뚜렷한 것은 아니니 손길 가는 대로 편하게 펼쳐주셨으면 좋겠다. 내 안을 적시던 말들이 누군가의 손톱 끝에 닿아 순간의 꽃물이라도 들일 수 있다면.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도서출판 아시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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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8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08 1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부분에서는 막막한 새벽을 지나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따뜻한 꽃 피는 거리를 지나는 느낌이, 어느 때에는 바람 부는 해안에 서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읽었던 책과 영화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장면을 기억 속에서 한 번 더 꺼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이 글이 잘 쓴 글로 생각되어 몇 번을 읽었습니다.
서니데이 님은 리뷰를 참 잘 쓰십니다.ㅋ

서니데이 2018-06-08 19:23   좋아요 2 | URL
부족한 제 리뷰 여러번 읽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김살로메 작가님이 멋진 에세이를 써주셔서 저도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을 받았을거예요. 지금은 잘 쓰지 못해도 좋은 말씀을 들으면서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시원하고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