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피터의 고백 -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마히 그랑 지음, 서준환 옮김, 프란츠 카프카 원작 / 늘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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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보았을까? 사춘기 시절 있었던가. 연기를 잘했던 배우 추송웅이 원숭이 분장을 하고 찍었던 연극 포스터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난 오랫동안 이 연극을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리기도 했거니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이 독특한 배우를 좋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는 세상을 떠났고 그에 따라 이 작품은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다 이렇게 그래픽 노블을 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새롭게 안 사실은 아직도 <빨간 피터의 고백>이 계속 공연되고 있었다. 추송웅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공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좋은 작품은 그 누구를 통해서라도 계속 이어진다.

난 원작을 카프카가 쓴 줄도 몰랐다. <성>이나 <변신> 같은 대표작이나 쓴 줄 알았지 이 작품을 카프카가 썼다니. 예전에 알았다면 한 번이라도 읽어 볼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안 봤을 것 같긴 하다. 솔직히 프란츠 카프카는 내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작가라서 말이지. 누구는 <변신>을 재밌게 읽었다고도 하던데 카프카는 내게 늘 독서의 좌절을 안겨줬던 작가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이어서일까?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카프카가 이런 작품도 썼나, 읽으면서 새삼 놀라기도 했다.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작품으로 카프카를 다시 가까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봤던 어느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로봇 사용이 일상화된 미래에서 인간은 이제 그것을 노예처럼 부리며 편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 중앙 컴퓨터의 오작동으로 로봇이 인간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무력으로 인간을 착취하게 된다. 그 가운데 주인공의 모험과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런 이야기에 로봇 대신 원숭이를 대입시키면 꼭 이 작품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원작자 보다 카프카가 시대를 먼저 살았으니 모르긴 해도 그가 카프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인간은 참 특이한 존재다. 뭐든지 인간 좋을 때로 다듬고 길들이는데 선수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알고 보면 모든 분야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것을 일깨운다. 원숭이가 인간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숭이의 동물성을 줄이고 인간성을 극대화 시켜 서커스에 이용한다. 그래서 인간이 된 원숭이 '빨간 피터'가 나중에 어떤 형상을 하게 되는지 지켜 보라.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인간에게만 다스리는 권세를 주셨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과 같은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이 다스리는 권세는 죄가 들어오고 나서 오염이 된다. 즉 하나님은 선함으로 다스리기를 바라셨지만 그것은 다분히 파괴적 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어떤 건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이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작품을 보면서 문득 카프카는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좀 더 인간적이 되길 바라서 쓰지 않았을까.

개인적 취향이고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도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작품은 주로 어린아이를 위해 만들어지고 상상력을 고취시키기도 하지만, 이면에 동물을 동물 자체로 보기 보다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어 편한 마음으로 보게 되진 않는다. 또한 동물을 희화화시키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동물에겐 인격이 없으니 그런들 누가 뭐랄 사람은 없겠지만 거기에 인간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이 투영되기 마련이니 인간은 삼가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의 오랜 질문 중 하나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노크하고 도전을 주는 게 작가의 역할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카프카는 진정 대단한 작가고, 위대한 작가란 생각이 든다. 이 작품으로 오래된 옛 작가를 만나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출판사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참고로, 이 책은 출판사에서 서평 도서로 받은 건데 독일어 원서가 함께 왔다. 평생 프랑스어로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받고 보니 뿌듯하고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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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5-15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프카가 썼다는 것은 저도 지금 알았어요. 카프카는 정말...천재야 천재.
저희 세대에게 빨간 피터의 고백 = 추송웅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극 포스터가 각인되어 있지요.
아직도 공연중이라니. 이제라도 보고 싶네요. 딸, 아들, 사위 모두 연극인들이니 혹시 그들이 관련되어 있으려나요?

stella.K 2022-05-15 20:35   좋아요 0 | URL
아, 사위도 연극인인가요? 정말 연극인 집안이군요.
따님인 추상미 씨는 얼마 전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던가, 뭐 그랬던 것도 같던데...
독실한 크리스찬이더군요.
뭐 하나 했더니 CBS 기독교 방송 프로 진행을 맡고 있더군요.
이젠 아줌마가 다 됐어요. 나름 미인이었는데.ㅋ

프레이야 2022-05-15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독일어 원서가 따라왔군요. 좋으시겠어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멋짐요. 카프카 원작이었다는 건 저도 처음 알았네요. 나인 님처럼 저도 추송웅 배우가 생각나는데 말이죠.

stella.K 2022-05-15 20:35   좋아요 1 | URL
첨엔 좀 부담이 되더군요.
독일어 까막 눈인데 이걸 어디다 써 먹나 싶은 게.
가지고 있다 나중에 사 보고 싶은 책 있고 적립금 궁해지면
중고샵에 팔까 봐요.ㅋ
책이 참 좋더구요. 인상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을 수 있어 좋더군요. 제가 책을 워낙 굼뜨게 읽는데 넘 빨리 읽어 오히려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ㅋㅋ

2022-05-15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5-19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예전 어떤 영화가 떠오르네요. 오랑우탄이 나오는 영화인데 주인공 남자와 오랑우탄 사이에 우정이 가능한가, 하는 걸 지켜 보았었죠. 서로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를 낳고 그래서 오랑우탄이 폭력적으로 변해 버려서 안타깝게 보았었죠. 저는 우정을 쌓는 게 가능하다는 결말을 기대했었거든요.
인간은 정말 신비로운 존재예요. 길들이면 길들여지고 권력을 잡으면 독재적이 되고 또 겸손해지다가도 아쉬울 게 없어지면 교만해지고요. 가장 궁금한 게 인간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에요.
실제로 외계인이 나타나서 함께 사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인간의 또 다른 특성이 나타날 것 같아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의 변신이 가능한 게 인간이니까요.

스텔라 님의 서재에 몇 번 들어왔었는데 새 글이 없어서 오래 쉬나 보다 했다가
오늘 이 글을 보니 반가운 맘에 댓글 남깁니다. ^^

stella.K 2022-05-19 20:31   좋아요 1 | URL
아웅, 언니!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작년인가 무슨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에 오랑우탄이 나오는 영화
하나 본 것 같네요. 근데 왜 제목이 생각이 안 날까요. 나름 재미있었는데.ㅠ
인간이 뭔가를 장악하고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 건 정말 오만한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 어울리고 공존하는 거지.

요즘 갱년기라 그런지 의욕부진에 몸도 찌뿌듯하니 안 좋으네요.
지난 주 초에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이후로 다리도 안 좋아졌어요.
오늘 서평 하나 새로 올렸는데 그것도 얼마만에 올린 건지 몰라요.
또 하나가 남았는데 서평은 읽었으면 바로바로 남기는 게 좋은데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리뷰하려니 좀 거시기 하네요.ㅠ
 

4월의 바람이

4월에 바람이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우린 어느새 봄이 왔다고
좋아 하지만
봄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님을
바람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바람이 잦아들면 또 어느새
봄은 저마직 가 있을 것이다
잘 맞고,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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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4-09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저리 많이 불면 벚꽃도 목련도 금방 떨어질 텐데 어쩌나...

mini74 2022-04-09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머리에 벚꽃이 떨어지는데 그 모습보니, 나무에만 꽃이 피는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ㅎㅎ 잘 맞고 잘 보내야겠다 는 스텔라님 글 저도 가슴에 담아갑니다 *^^*

stella.K 2022-04-10 18:39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나무에만 꽃이 피는건 아니구나란 미니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4-09 2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천둥, 번개 소리가 잠깐 들렸는데
걱정이 되더라고요.
저 꽃들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저도 잘 맞고 잘 보내겠습니다^^

stella.K 2022-04-10 18:43   좋아요 2 | URL
정말 그렇더라구요.
작년 봄에 비바람 한 번 부니까 다 떨어졌더라구요.
얼마나 아쉽던지.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아까 교회 다녀왔는데 아직은 그리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더군요.
덥고 바람 많이 불면 봄꽃은 금방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이것도 기후 변화겠다 싶어요.
꽃봄 볼 날이 짧아지고 있지 않나 싶네요.ㅠ

cyrus 2022-04-10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덥던데, 4월의 대구 날씨가 이미 여름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ㅎㅎㅎ

stella.K 2022-04-10 18:46   좋아요 1 | URL
서울은 약간 후텁지근 하던데 대구는 벌써 그렇구나.
사람들 옷도 제각각이야.
젊은 처녀들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던데
예쁘긴 하더라. 5월에 어울리는 옷인데...ㅎㅎ

책읽는나무 2022-04-10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희 동네도 어찌나 덥던지...실내에 들어가도 숨이 턱 막히는데 마스크는 못벗겠고...
아...이제 봄이 끝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봄은 쉽게 오는 게 아니란 말씀 더 깊게 새겨집니다.

stella.K 2022-04-10 18:53   좋아요 2 | URL
지난 번에 5월부터 덥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서울은 5월까지는 좋은 느낌이거든요.
책나무님 남쪽에 사신다는 걸 잊은 거죠.
어제 김정범 씨가 그러더군요.
젊었을 땐 가을이 좋았는데 나이 드니까 봄이 좋더라고.
정확한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되지 않았겠어요?
아직 젊을 텐데 왜 저러나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저도 그 나이 무렵부터
봄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정말 젋었을 때 봄이 웬지 낮설고 우울해서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정말 봄은 그리 쉽게 오는 게 아니고 왔나 싶으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ㅠ

페크pek0501 2022-04-28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을 맞고 보니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뜨거운 여름이 고난처럼 여겨집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그리고 세상.

2022-05-0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02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0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5-11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오월이네요..스텔라 님두 잠수타시는 거에요??^^;;

stella.K 2022-05-12 19:43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 말이어요.
그래도 야무님 오랜만에 제 서재에 놀러 오셨는데
주인이 넘 나몰라라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답글 달러 왔습니다. 너그럽게 봐 주세요.^^;;

정말 5월이어요. 야무님도 남은 5월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5-16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스텔라님 뜸하신 것 같어요!! 작업중이신가요???!!!

stella.K 2022-05-16 20:57   좋아요 1 | URL
작업? 작업이 그 작업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죠?ㅋㅋㅋ
작업도 하긴 하죠. 그런데 제가 요즘 갱년기라 그런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의욕 저하예요.
이럴 때가 있는 거겠죠? 미안해요.ㅠ
가끔 들릴 게요. 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시구요.
기억님도 건강하게 잘 지내요. 고마워요.^^

기억의집 2022-05-16 20:59   좋아요 2 | URL
글쓰는 작업을 말한 건데.. 저도 기분이 다운 되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습니다. 오십대라 어쩔 수 없나 봐요. 스텔라님 건강하게~ 계시다가 오세요!!
 

한동안 읽지 않았던 김탁환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긴한데 좋다고 마구 파고드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한동안 읽다 안 읽다는 반복하는 것 같다. 또 좋다고 마구 읽다 어느 순간 질려버리거나 권태로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이렇게 읽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접목시킨 형식이라고 하는데 소설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중간중간 사진이나 지도가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느끼게도 해 주지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합친 프로도 있는데 이런 형식이 없으라는 법 없지.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데 의외로 잘 읽히지는 않는다. 김탁환의 여타의 소설과는 결이 다른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님 내가 점점 소설을 못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단지 왜 일본이 독도 가지고 ㅈㄹ인지 알 것도 같다. 사람은 조상을 잘 만나야한다고 조상 때부터 잘 지키려고 했다면 이러지는 않았지 싶기도 하다. 없어도 되는 맹장 취급한 건 역사의 오점으로 남는다. 염증이 아니라면 맹장도 다 필요해서 있는 장기라는데...   


이 책을 언제 사 놓고 안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오래되서 자장자리가 바랬다. 뭐 그런 책이 한두 권이겠냐마는. 이 책은 제목에서 어떤 책인지 감이 온다. 그렇다. 작가들의 소설 쓰기 비법 뭐 그런 것이다. 지금은 이런 책은 워낙 많이 나와 오히려 골라 읽어야 할 정돈데 지금 이 책을 보니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면 굳이 사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초보자(?)는 괜찮을 것 같긴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 책 어디엔가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ㅠ) 그런 말을 한다. 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야 작가가 될 수 있지 작가을 좋아하면 안 된다나 뭐라나. 그걸 읽는데 뭔지 모르게 뜨끔했다. 솔직히 난 언제부턴가 작품 보다 작가가 좋아하고 그들이 어떻게 글을 쓰나를 궁금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거 보면 난 아무래도 소설가는 못 될 모양인가 보다.


마포삼열은 사무엘 마페트의 한국 이름이다. 우리나라 기독교 전파 초창기 우리나라에 온 미국 선교사다. 넌크라스찬도 지금의 연세대학의 전신인 연세학당을 세운 사람으로 언더우드 선교사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 늦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왔다. 그는 우리나라에 교회와 신학교를 세운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마포삼열에 관한 자료집이 몇 권의 벽돌책으로 나와 있는데 이 책은 일찍 나와 절판되었다. 원래는 10권으로 기획 됐는데 뭐 때문인지 두란노 아카데미에서 1권만 출판하고 후에 새물결플러스에서 자료집으로 4권까지만 나온 상태다. 그런 걸 보면 이 기획을 출판사를 바꿔 진행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난 2017년 이후 더 이상 자료집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기획을 먼저 10권에서 출판사를 옮기면서 4권에 압축시킨 건지 아니면 중단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운 좋게도 모 중고샵에서 정가 5만원이 넘는 걸 완전 새 것으로 만 5천원에 나온 것이 있어 적립금을 탈탈 털어 어제 실물을 영접했다. 막상 맞이하고 보니 솔 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 전집이 생각이 났다. 몇년 전 카프카의 일기를 고생스럽게 읽은 적이 있는데 유감스럽데도 이 책 역시 마냥 좋아라하며 읽힐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카프카만 할 것 같지는 않지만. 특이한 건 한 페이지는 영문 원문을 실었고 다른 페이지는 한글로 되어있다. 아직 첫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럴 수도 있고. 읽다보면 가속도가 붙게되길 바라며 조금씩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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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나는 유일한 라디오 애청 프로그램인 <세상의 모든 음악>에 이번 한 주 김정범이 진행하는데 목소리 좋다고 호들갑을 떨어었다. 그런데 어제도 기대를 가지고 들었는데 갑자기 귀가 빨개지는 느낌이었다.발이 저린 게 아니라 귀가 절이다고 해야 하나? 혹시라도 내 페이퍼 읽고 정말 좋은 줄 알고 듣다가 뻥쳤다고 하면 어쩌지 걱정이 되는 거다.ㅠㅠ


그런데 그거 아나? 김정범의 목소리가 희안하게도 낮에 들을 때와 해가 완전히 지고 듣는 것과 완전 느낌 다르다. 요즘 세음의 방송 시간이 절묘하다. 해가 길어져 시작할 땐 해가 아직 짱짱한데 거의 끝날 땐 완전 어두워진다. 그때 듣는 목소리가 다르다는 거다. 그리고 오늘 들어 보니 또 괜찮다. 여전히 좋다.ㅋㅋㅋ 그냥 남의 말은 반만 믿으시라고 할 밖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서비스로 김정범이 속한 푸디토리움의 공연을 올리고 사라질까 한다. 



곡명은 If I could meet again (New Sound Set ver.) M/V 


음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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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06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김정범님 목소리 저는 괜찮던데요^^* 두 사람 목소리가 조금 비슷하기도 해서 어쩐지 전기현님 아들같은?ㅋㅋㅋㅋ;; 책 가장 자리 변색되면 막 죄책감 느껴져요. 유독 잘 바래는 종이도 있는것 같고요.

stella.K 2022-04-07 09:35   좋아요 1 | URL
그렇죠? 역시..👍ㅋㅋ
잘 들어보면 미미님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80년대 전영록이란 가수가 DJ를 한적이 있어요. 약간 그 사람 삘도 나요.ㅋ
사실 저 독도평전도 누렇게 변했더군요. 정말 유난히 그런 제지가 있는 것 같긴해요. 갱지나 재생지가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stella.K 2022-04-07 09:54   좋아요 1 | URL
아, 참고로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기현 씨는 싱글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미 2022-04-07 09:56   좋아요 0 | URL
헉! 전기현님 죄송해요🥲

stella.K 2022-04-07 18:23   좋아요 1 | URL
어차피 전기현님이 미미님은 잘 모르실텐데요 뭐.ㅋㅋㅋㅋ
전기현님은 탁성인데 김정범님은 중저음이네요.ㅎ

기억의집 2022-04-06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탁환은 2001년 작이네요. 저는 김탁환 작품 읽으려다 번번히 미뤄지게 되네요!

stella.K 2022-04-07 09:40   좋아요 1 | URL
기억님은 소설 별로 안 좋아 하시지 않나요? 특히 한국소설. 전 그나마 한국소설이 좀 읽혀요. 더구나 제가 좀 변하는지 역사나 역사소설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김탁환은 절 실망시키지 않죠.ㅋ

기억의집 2022-04-07 11:26   좋아요 2 | URL
미스터리 소설만 읽어서… 김탁환씨가 요즘은 미스터리물 내거든요. 북스피어 출판사에도 몇 권 냈고… 근데 생각해보니 미스터리도 역사와 관련 있네요!

프레이야 2022-04-07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악 잘 들었어요.^^
세상의 모든 음악, 종종 듣는데
오늘 꼭 들어봐야겠어요. 김정범의 목소리가 제겐 어떤지^^

stella.K 2022-04-07 10:19   좋아요 1 | URL
첨엔 뭐 좋은가 싶을 수도 있어요. 가랑비에 옷 젖는 스탈이라고나 할까? ㅋㅋ
음악 좋죠? 영화 음악도 했더라구요. 허삼관 ost가 이 사람 작품이더군요. 문제는 그 영화를 봤는데 음악은 기억이 나질않는다능ᆢ🤣

프레이야 2022-04-08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듣고 있어요. 김정범 목소리가 때묻지 않고 꾸밈 없네요. 신선한 느낌이랄까. 영화 멋진 하루 음악이 좋은데 이 분 작품이네요. 하정우와 이윤기 감독 영화에 인연이 많이 있네요. 좋습니다요^^

stella.K 2022-04-08 19:35   좋아요 1 | URL
아, 일부러 댓글 달아주시고. 고마워요.
좋죠? 저도 지금 듣고 있습니다.
일케 프레이야님과 같은 프로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좋은데요?^^

근데 김정범님 진행 좀 귀엽지 않아요?ㅋ

프레이야 2022-04-08 20:00   좋아요 1 | URL
네. 약간 어리숙한 느낌이 참신하더라구요. 요런 스타일 좋아하시는군요 스텔라 님 오호~
 

몇번 얘기했지만 내가 유일하게 듣는 라디오 프로는 전기현이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다. (뒷 프로도 듣긴하지만 끝까지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도 당연 전기현 씨가 진행을 하겠지 했더니 웬걸 진행자가 바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는 라디오 안 듣고 보던 드라마가 있어 작심하고 마져 보느라 청취를 하지 않았는데 어제로 진행자가 그만 둔 건가 했더니 그건 아니다. 

역시 코로나가 말썽이었다. 전기현 씨 코로나로 대타 기용.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은 새로운 낮설음 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김정범이란 프디토리움이란 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라는데 이름은 낮설지 않은데 실제로 음악을 접해봤는지 기억이 없다. '세음'에서 가끔씩 틀어줬더는데. 

프로필이 장난이 아니다. 유학파에 모 여자대학교에 출강중이란다. 책도 냈다.   


와 근데 이 남자 목소리 정말 죽인다. 한마디로 귀가 녹는다.

사실 전기현 씨는 그 특유의 차분한 진행이 싫진 않지만 목소리는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굳이 말하면 탁성이다. 

앞으로 1주일간 방송할 거라는데 이제 하루 지났고 남은 날은 6일이다. 

오매, 아까운 거!

재방송은 잘 안 듣는데 특별히 들어야 하나 고민된다.  

사람의 마음 참 간사하다. 매일 탁성만 듣다 요런 목소리 들으니까 이제 <세상의 모든 음악>도 20주년 성년이 됐겠다 김정범 씨로 바꿔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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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04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전기현씨가 이 글을 본다면 서운할텐데요ㅋㅋㅋㅋ
제 친구중 하나가 목소리가 좋은편인데 얼마전 교회에서 성경낭독을 녹음했대요. 그걸 들려주는데 음향기기 때문인지 통화할때보다 몇배나 더 좋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북튜버하라고 꼬시는 중입니다.
김정범님 진행하는거 저도 들어봐야겠어요ㅋㅋ

stella.K 2022-04-05 10:50   좋아요 2 | URL
ㅎㅎ 뭐 저하나 배신한다고 섭섭해 하겠습니까? 사실 전기현 씨는 제 스탈이 아니라서요. 😂
제 짐작이지만 이러다 진짜 김정범 씨로 바뀔 수도 있어요. 그럼 뭐 할렐루야죠.ㅋㅋ
친구분 목소리 듣고 싶네요. 저도 왕년에 목소리 좋다는 얘기 종종 들었는데 소리내서 읽는 걸 못한답니다.ㅠㅠ

mini74 2022-04-04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사하다는 말에 웃었습니다. 저는 그런 쪽으로 간사하다면 간사에 사악함도 좀 더 가미해야할듯 합니다 ㅎㅎ 미미님 친구분 목소리 저도 듣고싶네요. 꼭 북튜버로 잘 꼬셔 보시기를 *^^*

stella.K 2022-04-05 11:41   좋아요 2 | URL
ㅎㅎ 왜 빌런 모드십니까? 저 보다 마음이 훨씬 여린 분이.😍

거리의화가 2022-04-05 0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소리에 약한 타입인데^^; 저음에 따뜻한 목소리가 좋더라구요 한동안 정만섭님이 진행하는 명연주 명음반을 들었는데 삼실에 있는 시간이라 지속하며 듣기가 어려워서 듣지를 못하고 있네요-^^*

stella.K 2022-04-05 10:5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정만섭 씨 목소리 좋죠. 근데 김정범 씨는 뭔가 파고 들던데요? 어제 사이트 가 보진 못했지만 난리났을 걸요? 목소리 좋다고.ㅋㅋ 함 들어 보세요. 책도 함 읽어보고 싶네요.🤗

책읽는나무 2022-04-05 1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얼마나 목소리가 좋았음??
저도 목소리 좋은 사람한테 약한 편인데...
듣고 싶네요^^

stella.K 2022-04-05 11:00   좋아요 3 | URL
스르르 잠이 오던데요? 초저녁이라 자기도 모하고. 있다 6시 알람요! ⏰ ㅋㅋ

잠자냥 2022-04-05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귀가 녹는지 제가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22-04-05 13:48   좋아요 1 | URL
ㅎㅎㅎ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생각은 잘 하셨습니다.😅

노란가방 2022-04-0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스텔라님은 요새 리더스가이드 사이트 접속이 되시나요?
제 컴에서는 벌써 일주일 넘게 접속이 안 되네요??

stella.K 2022-04-06 10:46   좋아요 0 | URL
헉, 왜 그러죠?
저도 썩 매끄럽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일주일 넘게 안 되고 그러진 않는데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놋북을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르겠구요. 이 댓글도 스맛폰에서 쓰는거랍니다.
 
버선발 이야기 - 땀, 눈물, 희망을 빼앗긴 민중들의 한바탕
백기완 지음 / 오마이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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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으려면 적지 않은 순우리말에 감동과 당황스러움을 교차하게 될 것이다. 알지 않는가, 한국어의 거진 대부분 한자어를 변형시키거나 한글 발음이란걸. 거기에 외래어와 온갖 줄임말이 난무한다. 언어는 발달하고 진화해야 하지만 과연 이런 걸 두고 그렇게 말해도 좋은 건지 모르겠다. 누구는 오히려 언어 공해라고도 하던데 나 역시 그 말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 


해마다 알지도 못하는 단어나 문장이 나오면 이걸 최초로 쓴 사람은 누구일까, 이 말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또 그 가운데 순우리말은 사어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재탄생되는 걸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백기완 선생은 학력이 없다. 그런 분이 순우리말을 살려 민중 동화를 썼다. 국가가 정한 학력이 없다 뿐이지 학식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이 책을 읽고 놀라워한다면 그게 어쩌면 선생께 결례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우리말이 이렇게 많았었나? 내가 그걸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하는 깨달음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것을 우린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시켜 온 것은 아닌지 뜨끔하기도 하다. 순우리말을 쓴 이분의 의도가 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 뒤꼭지가 서늘하기도 한다. (물론 난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이분의 족적이나 이미지로 봐선 그냥 재미 삼아 썼을 리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언어가 깊어지면 이렇게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글이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이 책의 발문을 쓴 김병기 기자는 단숨에 읽었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단숨에 읽을 수 있다는 건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백석의 시를 흠모하지만 그게 못지않게 낯선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쉽지 않다는 게 나의 느낌이다. 그리고 무슨 동화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툴툴거리며 저만치 밀어두고 싶어진다. (사실 실제로 그랬다. ㅋ;;) 


그래도 이 책을 함부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엔 저자가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많지 않은가. 어쩌면 쉽게 읽히길 바라지 않았던 저자의 숨은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나마 감사한 건 이 책은 뒤에 저자기 쓴 순우리말을 따로 모아놨다. 이건 저자의 의도인지 아니면 편집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행이다 싶다. 


이 이야기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자전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버선발'은 감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기다리던 사람을 맞을 때 버선발로 맞이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더 정확한 의미는 '맨발'이라고 한다. 버선을 신을 발의 의미로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또한 '니나'는 우리나라 민요에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란 가사가 나오는데 여기서 나오는 니나노의 니나 로 '민중'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민요는 옛날에 민중에 의해 불렀던 노래였을 것이다. 하지만 '민중'이란 단어는 지난 80년대 이후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대신 '대중'이란 말로 바꿔 써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민중은 사회주의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단어는 원래 불렸던 대로 불러야 그 의미가 살아나는 단어들이 있다. 


한때 백기완 선생의 존함을 미디어에서 심심찮게 접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저 엄혹했던 80년대다.  80년대를 실제로 살았으면서도 난 그 시대를 몸소 겪어내지 못했다. 물론 그 시절 최루탄 가스 한 번 안 마셔 본 사람 있으며, 시위 현장 한 번 목격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그 시대를 겪어냈다고 감히 할 수 있을까.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는 것처럼 어떤 사람에겐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로 그렇다. 지금은 그게 뭔가 모를 부채 의식으로 남아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시절이 다시 돌아와 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지나간 시절은 결코 돌아오지 않으며 재현되어서도 안 된다. 그냥 이렇게 역사 공부하듯 지난 시절을 반추하고, 이런 분이 계셨더라고 기억해 주는 것이 다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백발의 포효하는 듯한 이미지. 그게 내가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는 전부다. 특히 방금 어디에선가 바람을 흠뻑 맞고 돌아온 듯한 휘날리는 헤어스타일은 그의 트레이트 마크다. 엄청난 고문을 당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분이 이제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앞으로는 책으로 업적으로만 이 분을 기억할 뿐이다. 그중 기억할 것은 이렇게 순우리말로 소설을 쓰고 늘 민중을 생각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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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30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글 읽는데 눈물이 핑 돌아오 ㅎㅎㅎ 주책이죠. 그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가봐요. 저희집이 대학 근처라 초등때 하굣길 최루탄에 매일 울면서 왔지만 ㅠ 그 오빠 언니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백기완선생님 참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이름이네요. ~

stella.K 2022-03-31 10:35   좋아요 2 | URL
제가 리뷰로 누굴 울리고 하는 사람이 못되는디 전 그저 읽어주셔서 고마울다름이구만요.😭
그렇죠? 백기완 선생님 이름 정말 오랜만에 들어요. 이분이 그 성치않는 몸으로 지난 국정농단 촛불집회 때 맨 앞자리를 지키기도 하셨다는군요. 지금은 편히 쉬고계시겠죠?

페크pek0501 2022-04-04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한복 두루마기를 입으셨던 분이죠. 그래서 한국적 이미지에 인상도 좋으시죠.

쉽게 읽혀지지 않는 글은 저는 피로하더라고요. 잘 쓴 글이라도 강한 집중력을 요하는 글은 점점 안 읽게 돼요. 쉽게 읽히는 글을 선호하게 됩니다. 순우리말을 사랑하지만 말이죠.
모두 한 분씩 떠나네요. 백기완 선생님도 이어령 선생님도...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날이 오겠지요...

stella.K 2022-04-04 18: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데 지금 안 읽힌다고 나중에도 안 읽히는 건 또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좀 뒀다가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저는 점점 소설을 못 읽겠더라구요. 물론 결이 저한테 맞는 소설이 있으면
그건 잘 읽히는데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다 좋은 건 아니더라구요.
최근 <바람의 그림자> 오래 전에 사 놓고 이제야 읽었는데
재밌다고 난린데 1권 겨우 읽고 2권은 안 읽게되더라구요.
그냥 김탁환 소설들 읽다 말았는데 그거나 다시 읽어야겠다 싶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