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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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스쳐보면 어디선가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왔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일상에 지쳐 자신을 되찾기 위해 신나게 먹고 뜨겁게 기도하고 자유롭게 사랑을 했던 그녀의 이야기.


사실 그런 느낌인 줄 알았습니다.

하! 지! 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비집고 나오는 웃음.

뭐지?!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책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음식. 나는 음식 생각을 하고, 음식 관련 글을 읽고, 음식 관련 글을 쓰고, 음식을 먹어. 너는 마라톤을 하지. 그리고 넌" - page 12


자신의 위장 욕구가 식구들의 영적 자양분보다 더 중요한 사람으로 매도당할만큼 식탐 하난 끝내주지만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알코올 애호가이자 애 아빠인 '부스'.

마흔 살 생일을 앞두고 그는 무기력한 불안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삶이나 모든 경험에 '헬로, 헬로, 헬로'야." 마흔이라는 이정표를 막 지나간 친구 하나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날이 지나고 나면 기본적으로 무조건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가 된다니까." 마흔이라니. 어떻게 내가 마흔이 된단 말인가! 존 레넌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슬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흔이면 살 만큼 살았네, 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그 산송장의 나이로 접어든 것이다. 사회의 관심이나 요구에 불필요한 잉여의 삶 말이다. - page 25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그의 아내 '리센'은 그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린 떠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

"아니. 우리 다 같이 떠나자고. 당신, 너무 피곤해 보여. 당신이 진짜로 행복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당신 술 마신다고 뭐라 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진짜. 당신은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계속 마시잖아.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아. 당신, 술 마셔도 너무 마셔. 나 많이 생각했어.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해. 당신도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그것밖엔 해결 방법을 못 찾겠어. 우리 인도에 가는 게 어때?" - page 33 ~ 34

뜬금없이 '인도'에 가자고하는 아내.

인도에 가면 교통지옥에, 식중독에, 가난, 땡볕, 벌레들, 질병, 말라리아 등등 최악이지만......

순간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마이클, 시크 케밥만 생각해.' - page 34


참으로 단순한 그.

하지만 그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내가 조건을 제시합니다.

"나 지금 완전 진지해.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그리고 이건 정말 확실하게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 이번 여행은 당신이 떠났던 음식 투어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는 게 좋아. 난 절대로 석 달 내내 이 음식점에서 저 음식점으로 왔다 갔다만 하다 올 생각은 없어." - page 34

전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겠다는 아내.

이미 그의 머릿속엔 인도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아내의 조건을 수락하며 석 달간의 장기 인도 여행이 시작됩니다.


인도에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행하기 적합한 날씨와 합리적인 여행 물가를 고려하다보니 어느새 6개월이 지나야 인도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도 순탄치 않음을 시사해주곤 하였습니다.

세관원이 내 여권을 천천히 넘기며 도장을 차례로 찍는 몇 분 사이, 나는 가족 일동에게 예방 차원에서 살균 손소독제를 차례로 짜주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켰다. 인도에 입국한 것을 환영하며 긴급 상황 발생 시 연락해야 할 영국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자동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 휴대전화마저 우리가 곤란을 겪을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만 같았다. - page 43


역시나 미식탐방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셰프가 직접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같이 식사도 합니다.

그렇게 인도의 지역마다의 음식문화와 인도 음식에 얽힌 역사까지 그의 여행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온 진짜 이유였던 정신, 마음 수련.

그 중에서도 그에게 한 번도 해본(수련해본? 견뎌본?) 경험이 없었던 요가 체험.

처음엔 지루하고 굳이 해야하는가 싶어 잔꾀도 부르던 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비나이가 와서 말했다. "오늘 좀 더 강해진 느낌 아닌가요?"

나는 활짝 웃었다. 그랬다. 나는 강해져 있었다.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아시겠지만 진짜 포기할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나의 꾸준한 노력이 신기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이게 되더라고요." - page 331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

그가 인도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삶에 균형, 고요, 명료함 그리고 절제를 좀 더 불러올 수 있도록 돕는 도구들 - 요가, 명상 수련-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더 큰 틀에서 볼 때 요가와 명상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나는 행복을 찾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당연히 온 식구를 지구 반대편까지 다 끌고 가서 사원과 교회들을 전전하며 행복을 찾아다니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그 길에는 실망과 유감스러운 의상 코디(대부분이 타이다이 티셔츠)만이 기다릴 뿐이다. 행복은 일시적이고,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기계빨서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간에 행복은 의지가 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도로 불러낼 수도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 page 435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인도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내복이 있어 현명한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나의 행동, 나의 신념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한 적절한 질문들을 던져보라고 내 옆구리를 넌지시 쿡 찔러주었다. - page 441


그와의 인도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맛있게 웃겼지만 결국 '행복'에 대한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피곤에 찌들어 실의에 빠져 있는, 멘털이 탈탈 털려 자신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그와의 여행으로 잠시나마 소리내어 웃으며 일탈을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 역시도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게끔 해 주었기에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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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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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문구에 이끌렸습니다.

"너희 같은 괴물들은 죽어야만 하니까."


그 괴물을 사이코패스 변호사와 함께 쫓아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그는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사이코패스 변호사라......뭔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기에 책을 받자마자 읽어내려갔습니다.

괴물 나무꾼

 

침엽수 숲을 빠져나가자 울타리 너머 정원에 마녀의 집이 보였다. 마녀의 이름은 토우마 미도리, 나이는 마흔둘이다.

수사 제1과 소속의 키타지마 신조는 얼굴을 험악하게 구겼다. 서른 명 남짓한 다른 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맨 앞에 있던 수사관이 인터폰을 누르자, 사람 좋아 보이는 중년 남성이 문 뒤에서 머뭇대다 얼굴을 내밀었다. 마녀의 남편 토우마 카즈오였다.

"무슨 일이시죠?" - page 7


첫 등장부터 '마녀'라는 이가 나타났습니다.

알고보니 너무나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침대 위에는 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누워 있었다. 온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수액을 맞고 있었고, 옆에는 생명 유지 장치로 보이는 것까지 놓여 있었다. 마치 큰 사고라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page 9

이 사건은 '시즈오카 아동 연속 유괴 살인사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뒤.

겉보기엔 유능한 변호사 '니노미야 아키라'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를 미행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폐창고 앞에 차를 세우자 뒤따라오던 운전자도 차를 세웁니다.

그에게 다가간 니노미야.

미행한 진짜 이유는 '그'가 타깃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 니노미야는 자신의 볼일은 끝났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마치 응원의 구호라도 외치듯 축하의 말을 입에 담은 니노미야는 맨손으로 야베의 목을 졸랐다. '크헉' 소리가 들렸고, 야베의 볼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니노미야는 콧소리를 내며 웃었다.

"넌 지금 뭐 때문에 우는 거야?" - page 15


그랬습니다.

니노미야에게 살인은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인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종류의 인간이었습니다.

야베를 죽인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은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다음 날도 자신의 법률 사무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는 그.


그런 그의 일상이 갑작스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야베를 죽이고 일주일 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의 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마주하게 된 그 놈.

레인코트를 입고 괴물 마스크를 쓴 기괴한 모습의 남자가 손도끼를 치켜든 채 그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려찍으려 합니다.

일명 '괴물 나무꾼'의 등장.

그를 피해 도망다니다 결국 목숨을 구했지만 머리를 다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게 돈을 뺏기고 강도에게 당했다며 범인을 잡지 못하게 위장 공작을 합니다.

'그 녀석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멍한 머리로 니노미야는 그렇게 다짐했다. - page 25


그 무렵, 머리를 깨고 뇌를 꺼내 가는 연쇄살인범 사건으로 세상은 떠들썩 합니다.

범인을 쫓는 니노미야.

그런데 그 범인이 연쇄살인과 관련이 있게 되고 그 시작은 26년을 거슬러 '시즈오카 아동 연속 유괴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범인은 왜 '뇌'에 그토록 집착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밝혀지는 니노미야가 사이코패스인 이유를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괴물 나무꾼'.

사건의 흐름 속에 <막간>에 소개되는 동화였습니다.

자신에 대해 알 수 없는 나무꾼이자 이야기의 주인공 괴물 나무꾼.

커다란 귀와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니 틀림없이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평범한 나무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괴물 나무꾼은 평범한 나무꾼으로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괴물 나무꾼은 자신이 괴물인지 나무꾼인지 알지 못합니다. - page 154

그래서 괴물 나무꾼은 마을에 가서 아이들을 자신과도 같은 괴물 나무꾼으로 만듭니다.

분명 언젠가 어른이 될 아이들이 자신이 괴물인지 나무꾼인지 알려줄 것이라고 믿고.

괴물 나무꾼은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 - page 156

이 동화가 현실화되면서 그 끝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괴물 나무꾼인 '켄모치'의 고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틀림없이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지만 결국 평범한 나무꾼이길 바래왔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마치 『프랑켄슈타인』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범인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은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였기에 더없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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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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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로나 19가 등장하면서 집 밖은 너무나 위험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뉴스 특보'로 감염자들의 증가만 등장하고......

어김없이 봄바람은 불어와 나뭇가지에 푸른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습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솔직히 우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어느새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할 무렵 더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여행과 관련된 책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상 어느 약국에도 없는 치료약, 여행에서 일상의 고통을 치유하다


이 한 줄의 문구가 저에게도 마치 치료약처럼 다가왔기에 이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20년 여행고수가 겪은 22편의 이야기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행복, 삶의 은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유럽의 풍경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냥 보는 순간 '내가 드디어 여행을 떠났구나!'라는 느낌이 들면서 가슴 한 켠에 여행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오슬로 행 완행열차였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세 시간이면 오슬로에 도착하는 급행열차가 아닌 꼬박 여섯 시간이 걸리는 완행열차를 타게 되었지만 이 시작으로 여행의 첫 발을 내딛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행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놀라운 일은 없다. 내가 오슬로 행 완행열차를 탔던 그날 조용한 멈춤과 바게트 빵 같은 일상적인 것에 놀라움을 발견했듯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놀라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 page 19


스위스 국경의 작은 도시, 슈타인 암 라인.

릴케 자신의 자전적 수필 『말테의 수기』(민음사)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저자도 그곳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연결고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릴케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도피해서 가게 주인처럼 삶의 단조로운 행복을 누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렬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아, 이것으로 족하면 좋으련만."


책방을 지나 다시 강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이 자전거에 꽃과 과일을 싣고 지나갔다. 강에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십 년 후쯤 이 도시에 가게 하나 사서 희귀한 책을 파는 책방 주인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자전거 바구니에 시장에서 산 꽃과 과일을 담고 라인간의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비 내리는 날이면 멋진 퇴창을 열고 나만을 위해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음미하며 빗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젊은 날의 릴케와 달리 그것으로 족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십 년쯤 앉아 있고 싶었다. - page 36


언젠간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아일랜드의 '호스'.

시인 예이츠가 살았다고 표시된 작은 동판이 붙어진 그곳을......

한국이 그리워 이곳을 지날 때면 김소월이 늘 동판에 적힌 시를 읽으며 영감을 받아 「진달래꽃」을 지었다고 하는데 왠지 저도 그곳에 가만히 앉아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I have spread my dream under your feets.

Tres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내 꿈을 그대 발밑에 뿌려드렸습니다.

사뿐히 즈려밟으소서. 그대가 밟는 것은 저의 꿈이니

- W.B. Yeats 「Clothes of Heaven」중에서


여행을 하는 이유.

책에선 이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예기치 못한 색깔들을 자신의 팔레트에 채울 수 있기에, 내가 가진 색깔의 한계를 넘을 수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진짜 삶도 은유로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살아내기 바빠서 삶의 은유를 잃었다. 정작 잘 산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상처투성이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다. 이런 우리에게도 삶을 시적 기억으로 아로새기는 순간이 필요하다. - page 206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은유가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행에서 삶의 은유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나는 어디에서 삶의 은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봅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모든 것에서 은유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가 전한 메시지는 이것이었습니다.

꼭 자신만의 은유를 찾기를......

삶의 은유를 찾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를 바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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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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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제 심정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그는 서점에서 일을 합니다.

'온라인 서점'.

​책이 독자 손에 쥐어지는 전 과정에 관여하는 '온라인 서점 MD'.

일은 충분히 많았고 늘 시간에 쫓겼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은 반면 시간은 크게 모자랐다. 다행히 야근 압박은 받지 않기에 일찍 퇴근해서 항상 책을 읽었다. 주말에도 혼자 있는 시간엔 늘 책을 읽었다. 나 자신에게만은 괜찮은 서점원이 되고 싶었다. - page 10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시간이 더 없었습니다.

매일을 허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쑥쑥 자라나게 되고 자신에게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스스로를 보듬고, 가족의 관계와 부모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미치는 영향을 두루 염두에 두며, 시민으로서 관심 가져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아빠, 남편, 친구, 자식, 서점원, 시민 그리고 나 개인이라는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정체성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이 있을 터였다. 그 모든 책임과 역할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고, 나의 언어로 세심히 답하고, 내놓은 답에 부응하는 삶을 꾸려나가길 원했다. 일상의 관성에 올라탄 채 그동안 너무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부모라는 자리에 서게 되고 마침 서점원 경력도 10년에 이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 page 14

그런 그의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그렇게 성장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40.5도>.

아이를 키우다보면 - 특히나 어릴 때- 고열로 고생을 하곤 합니다.

저에겐 두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둘째는 고열로 인해 열경기까지 일으켰습니다.

놀란 마음에 응급실로 향했었고 며칠을 입원하였었습니다.

그 때가 아이 첫 돌이 지나고 며칠 뒤였으니 자그마한 손에 링게 주사바늘은 아이보다 제 마음을 더 아프게만 하였습니다.

이제는 두 돌을 바라보고 있지만 종종 고열이 나곤 합니다.

첫 째를 키웠기에 그 경험으로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항상 긴장과 나중에 뒤따르는 아이에게 미안함......

그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경험은 익숙함과 능숙함을 선사했지만 평정은 가져다주지 못했다. 아이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아플 테지만, 나는 더 능숙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안하지는 못할 것 같다. 경험이 더 쌓이면 다를까. 글쎄, 부모란 결코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같다고, 지금은 느끼고 있다. -  page 50

특히나 마지막에 남긴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부모'라는 이름과 '나'라는 이름을 나란히 놓고, 아무리 둘의 균형을 잘 유지하려 해고, 결국엔 '부모'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이 둘의 균형점이란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상태를 일컫는 것 같다는 생각. 앞으로의 내 삶은 아이를 향해 기울어진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page 51


'워라밸'은 들어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단어가 있습니다.

'라라밸'

이는 '라이프-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로, 저자가 만들어본 말이었습니다.

누구나 두 개 이상의 라이프는 존재할 것 입니다.

직장인의 삶, 개인의 삶, 부모의 삶......

이 삶들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시간을 보장해야한다는, '워라밸'보다 '라라밸'이 더 우리에게 유연한 삶을 꾸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 가족을 잘 아끼는 사람, 스스로를 잘 보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조금씩 절제하면서 이 셋을 균형있게 잘 꾸려나가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물론 모두가 균형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하나에 고도로 집중하는 사람이 세상에 필요하기도 하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저마다 만족도가 다를 것이며, 균형을 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다만 나는 내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삶'을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싶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일에,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고루 들이고 싶다. - page 68 ~ 69


 


'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책의 영향력은 자주 상찬되지만, 때로 책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책이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삶으로 돌아오고, 책은 거기서 끝난다.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page127

제가 책 읽기를 하면서 처음에 착각했던 것이 책을 읽기만 하면 내 삶이 크게 변할꺼라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책을 읽으므로써 내 삶이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의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아빠로써, 온라인 서점 MD로써, 그리고 자신의 삶을 적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진정한 '행복'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할 일은 언제나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대해 밸런스를 맞추어 나갈 때 비로소 내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조금씩 어긋났던 톱니바퀴같은 제 라이프에 조금 변화를 주어야겠습니다.

적절히, 균형을 잡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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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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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중 뼈아픈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사용했던 사실.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긴 하지만 일제는 왕궁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황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창경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다는 사실.

참으로 뼈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동물'인 점에서 새로웠습니다.

역사라는 씨줄과 동물이라는 날줄에

얽히고설킨 한중일 3국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동물과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 합니다.

우리의 단군 신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곰'에서 시작되었지만 '호랑이'라는 이미지까지 추가된 우리의 모습.

그래서 동물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처음(시원) 역시 동물이 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와 만나 단군을 낳지 않았나. 단군 신화는 주인공 환웅과 곰 그리고 호랑이가 펼치는 통과 의례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그런가 하면 고구려의 동명성왕 탄생 설화에 등자아하는 동부여의 금와왕은 금빛 개구리 모양의 아이였다.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 설화에 나오는 날게 달린 백마, 김알지 설화에서 왕의 탄생을 알리는 닭, 석탈해 설화 속에 등장하는 까치, 고려를 세운 세운 왕건 설화의 호랑이와 용녀 등 역사 속 신화와 설화에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 page 10


이처럼 우리의 역사에 앞서 동물의 신화가 있었습니다.

아니, 우리 뿐만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앞서 그들의 신화가 있었기에 그들-동물-의 역사를 읽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동물들을 좇아 읽다보니 어느새 역사의 한 줄기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선악을 가리거나 나쁜 귀신을 막아주는 전설 속 동물 '해치'.

우리의 '해치'는 선악과 시시비비를 판단할 능력을 갖추었지만 지금의 광화문과 여의도 해태상은 어떠한가.

외뿔이 없는, 해치가 아닌 '서수상'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좌우,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서수상을 해태로 알고 있다. 항간에는 광화문 앞에 해태상을 세운 목적이 관악산의 불기운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흔히 해태라고 오인하는 서수상의 경우 대부분 설치 위치를 보면 한결같이 무언가를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궁궐을 지킨다든가, 무덤을 지킨다든가, 도둑을 지킨다든가. 군대말로 '불침범'이다. 그런 곳은 '선악을 구분하여 악한 자에게 벌을 준다'는 해치가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다.


해치는 권선징악과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

- page 93 ~ 94


그렇기에 지금 대검찰청이나 법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사법연수원의 상징물인 해치가 진정한 해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얼칫 보면 외뿔 염소처럼 생긴 괴상한 조각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해치상을 표현했다. 단, 대검찰청 앞 해치상은 지나치게 유니콘의 모습에 가깝긴 하다. 백성은 가난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해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불만을 종식시킬 적폐 유일한 희망이다. - page 95


특히나 <고양이를 탄핵한다!>에서는 동물 세계도 인간 세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개가 밝히는 고양이 탄핵 이유.

우리의 촛불 시위와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인상깊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의 충직함은 배신을 밥 먹듯 해대는 인간들의 반면교사가 된다. 코너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언제든지 고양이를 탄핵할 수 있다. 설령 그 고양이가 나라의 지도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 page 302 ~ 303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옛 선비들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그 생명의 크기는 작지않고 똑같이 소중하다고 여겼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를 필두로 조선 시대 실학의 태두인 성호 이익, 연암 박지원이나 다산 정약용 등 실학자들이 남긴 동물 관찰 기록은 매우 사실적이며 꼼꼼하다.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 심지어 이, 파리, 모기, 거미와 같은 벌레까지 관찰했다. 게다가 인간의 본성과 연결 지어 당대 사회상을 비판했다. 과거 수십만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동물들과 공존 공생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page 14 ~ 15


책을 읽고나서 또 하나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소설 속 동물들을 통해 자만했던 우리의 모습을 잠시 반성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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