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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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제 심정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그는 서점에서 일을 합니다.

'온라인 서점'.

​책이 독자 손에 쥐어지는 전 과정에 관여하는 '온라인 서점 MD'.

일은 충분히 많았고 늘 시간에 쫓겼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은 반면 시간은 크게 모자랐다. 다행히 야근 압박은 받지 않기에 일찍 퇴근해서 항상 책을 읽었다. 주말에도 혼자 있는 시간엔 늘 책을 읽었다. 나 자신에게만은 괜찮은 서점원이 되고 싶었다. - page 10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시간이 더 없었습니다.

매일을 허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쑥쑥 자라나게 되고 자신에게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스스로를 보듬고, 가족의 관계와 부모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미치는 영향을 두루 염두에 두며, 시민으로서 관심 가져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아빠, 남편, 친구, 자식, 서점원, 시민 그리고 나 개인이라는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정체성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이 있을 터였다. 그 모든 책임과 역할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고, 나의 언어로 세심히 답하고, 내놓은 답에 부응하는 삶을 꾸려나가길 원했다. 일상의 관성에 올라탄 채 그동안 너무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부모라는 자리에 서게 되고 마침 서점원 경력도 10년에 이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 page 14

그런 그의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그렇게 성장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40.5도>.

아이를 키우다보면 - 특히나 어릴 때- 고열로 고생을 하곤 합니다.

저에겐 두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둘째는 고열로 인해 열경기까지 일으켰습니다.

놀란 마음에 응급실로 향했었고 며칠을 입원하였었습니다.

그 때가 아이 첫 돌이 지나고 며칠 뒤였으니 자그마한 손에 링게 주사바늘은 아이보다 제 마음을 더 아프게만 하였습니다.

이제는 두 돌을 바라보고 있지만 종종 고열이 나곤 합니다.

첫 째를 키웠기에 그 경험으로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항상 긴장과 나중에 뒤따르는 아이에게 미안함......

그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경험은 익숙함과 능숙함을 선사했지만 평정은 가져다주지 못했다. 아이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아플 테지만, 나는 더 능숙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안하지는 못할 것 같다. 경험이 더 쌓이면 다를까. 글쎄, 부모란 결코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같다고, 지금은 느끼고 있다. -  page 50

특히나 마지막에 남긴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부모'라는 이름과 '나'라는 이름을 나란히 놓고, 아무리 둘의 균형을 잘 유지하려 해고, 결국엔 '부모'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이 둘의 균형점이란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상태를 일컫는 것 같다는 생각. 앞으로의 내 삶은 아이를 향해 기울어진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page 51


'워라밸'은 들어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단어가 있습니다.

'라라밸'

이는 '라이프-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로, 저자가 만들어본 말이었습니다.

누구나 두 개 이상의 라이프는 존재할 것 입니다.

직장인의 삶, 개인의 삶, 부모의 삶......

이 삶들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시간을 보장해야한다는, '워라밸'보다 '라라밸'이 더 우리에게 유연한 삶을 꾸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 가족을 잘 아끼는 사람, 스스로를 잘 보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조금씩 절제하면서 이 셋을 균형있게 잘 꾸려나가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물론 모두가 균형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하나에 고도로 집중하는 사람이 세상에 필요하기도 하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저마다 만족도가 다를 것이며, 균형을 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다만 나는 내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삶'을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싶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일에,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고루 들이고 싶다. - page 68 ~ 69


 


'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책의 영향력은 자주 상찬되지만, 때로 책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책이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삶으로 돌아오고, 책은 거기서 끝난다.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page127

제가 책 읽기를 하면서 처음에 착각했던 것이 책을 읽기만 하면 내 삶이 크게 변할꺼라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책을 읽으므로써 내 삶이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의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아빠로써, 온라인 서점 MD로써, 그리고 자신의 삶을 적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진정한 '행복'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할 일은 언제나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대해 밸런스를 맞추어 나갈 때 비로소 내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조금씩 어긋났던 톱니바퀴같은 제 라이프에 조금 변화를 주어야겠습니다.

적절히, 균형을 잡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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