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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평점 :
일본의 추리소설의 대가라 하면 누구나 입을 모아서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은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좋아하기에 그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안 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그의 작품을 그저 일드로만 보았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책을 찾아 읽어보지는 못하고 있던 찰나, 이번 기회에 그의 진면모를 알아보고자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131회 나오키상 후보작이자 일본 WOWOW 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방영된 화제의 밀리언셀러라기에 읽어보지 않아도 이 소설이 얼마나 흥미로울지는 예상이 되었습니다.
악의 화신인 한 여자, 그녀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농락당하는 한 남자
어둠 속을 걷는 두 남녀의 운명, 그리고 충격의 결말
『환야 1, 2』
어두컴컴한 공장 안에 공작 기계의 검은 그림자가 줄지어 있다. 마사야가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밤의 묘지가 연상되었다. 하기야 아버지가 묻힐 무덤은 이렇게 멋들어지지 않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age 9
아버지의 죽음.
제단 앞에서 아버지 유키오가 생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 세 사람과 친척 몇 명뿐이 빈소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친척 중에 남아 있는 사람은 고모부 도시로뿐.
그는 마사야에게 자신이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보험 증서는 있지?"
도시로가 물었다. 마사야는 잠깐 손길을 멈췄다가 다시 접시를 씻었다.
"네, 있어요."
"좀 보여 줄래?"
"......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설거지 같은 건 내일 해도 되잖니. 지금 보여 줬으면 좋겠구나.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면 내가 꺼내 오마." - page 15
그는 보험 증서들을 보면서 계산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
"네 엄마가 죽기 전이니까 벌써 3, 4년 전이구나. 목돈이 좀 필요하다면서 부탁하기에 내가 4백만 엔 정도를 구해 줬어. 이런 불황에 친형제 간에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하려니 입이 안 떨어져서 그만 오늘까지 왔는데, 나도 이제는 사정이 위태로워서 말이지." - page 17
사실 도시로는 부모님을 꾀어 투기 매매 주식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단 자신이 돈을 넣겠다며 유키오더러 차용증을 쓰라고 하는 등 유키오도 설마 처남이 자기를 속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자살.
사실 마사야는 아버지의 자살을 예감하면서도 외면했을지도 모릅니다.
곤두박질치는 회사 사정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을 미즈하라 부자의 운명에 마사야는 차라리 아버지가 죽어 줬으면, 그래서 생명 보험금이라도 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을 맨 아버지를 보았을 때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들었던 그.
이런 저런 생각을 멈추고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갑자기 발밑에서는 충격이 전해지면서 굉음이 울리고 바닥이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창틀이 휘어지고 유리 파편이 사방에 흩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는 아수라장 속에 대들보에 깔려 있는 누군가가 보입니다.
미동조차 없는 도시로.
그리고 의 웃옷 주머니에서 비어져 나온 누런 봉투.
마사야는 도시로에게 다가가 누런 봉투를 꺼내던 그때, 도시로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호소하듯이 입을 움직이고 있는 그를 보며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옆에 있던 기왓장을 집어 들고 도시로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눈엣가시였던 도시로의 죽음.
돌아서던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젊은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신카이 미후유.
그런데......
고모부 도시로의 죽음이 탐탁지 않음을 알게 된 이들로부터 조여오는 난국 속에서 미후유가 등장하게 됩니다.
"있잖아."
미후유가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떠나면 어떨까?"
"뭐라고?"
"떠나자, 같이." - page 105
그렇게 마사야와 미후유는 새로운 삶을 찾아 도쿄로 떠나게 됩니다.
자신의 살인을 알고 있는 미후유에게 포로가 되어 그녀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하나둘 제거하며 그의 그림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미후유도 자신의 외모와 머리로 취직한 회사에서 승승장구를 하며 출세를 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빛인 미후유의 곁을 맴도는 그림자 마사야의 모습은 『백야행』에서의 주인공들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둘이서 헤쳐 나가기로 약속했잖아. 주위가 온통 적이야.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고상한 척할 수만은 없어."
"그건 알지만, 미후유가 걱정돼서 그래."
"나는 괜찮아. 마사야가 내 편인 한 싸울 수 있어. 그러니까 마사야,"
그녀가 살짝 치켜 올라간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배신하지 마."
그녀가 바라볼 때면 마사야는 온몸이 빨려들 듯한 착각에 빠진다. 눈을 깜박거리던 그가 머리를 털듯이 흔들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언제나 미후유 편이야. 절대 배신하지 않아."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기뻐." - page 227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점점 더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시청 형사 '카토'는 수 년에 걸쳐 이 두 사람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마치 미후유가 마사야에게 했던 이야기처럼.
"이건 함정이야. 그리고 그 끝에는 개미지옥이 있지. 이 협박장을 보낸 인간이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앞으로 몇 번이고 계속 돈을 요구할걸? 평생 따라다닐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어?" - page 327
그들도 그 끝에 개미지옥이라는 걸......
점점 그녀의 손바닥에서 놀아났음을 깨닫게 된 마사야.
그는 지하도를 하염없이 걸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린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미후유, 너는 내게 소가를 죽이게 했어. 네 손은 더럽히지 않았다고 여기는 거야. 하지만 아니지. 너도 사람을 죽였어. 너는 나를 죽였어. 내 혼을 죽였다고. - page 302
파멸의 끝에......
그림자는 마치 빛에 가려 사라져 버렸고 그 빛은 또다시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읽고나서 가슴이 너무나도 먹먹하였습니다.
마사야......
"환한 낮의 길을 걸으려고 해서는 안 돼."
미후유가 정색하고 말했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 page 334
팜므파탈이었던 미후유.
이보다 더 악녀일수 있을까.
그녀의 미모 뒤에 감춰진 잔혹함이 더없이 그녀를 빛나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