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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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중 뼈아픈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사용했던 사실.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긴 하지만 일제는 왕궁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황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창경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다는 사실.

참으로 뼈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동물'인 점에서 새로웠습니다.

역사라는 씨줄과 동물이라는 날줄에

얽히고설킨 한중일 3국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동물과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 합니다.

우리의 단군 신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곰'에서 시작되었지만 '호랑이'라는 이미지까지 추가된 우리의 모습.

그래서 동물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처음(시원) 역시 동물이 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와 만나 단군을 낳지 않았나. 단군 신화는 주인공 환웅과 곰 그리고 호랑이가 펼치는 통과 의례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그런가 하면 고구려의 동명성왕 탄생 설화에 등자아하는 동부여의 금와왕은 금빛 개구리 모양의 아이였다.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 설화에 나오는 날게 달린 백마, 김알지 설화에서 왕의 탄생을 알리는 닭, 석탈해 설화 속에 등장하는 까치, 고려를 세운 세운 왕건 설화의 호랑이와 용녀 등 역사 속 신화와 설화에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 page 10


이처럼 우리의 역사에 앞서 동물의 신화가 있었습니다.

아니, 우리 뿐만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앞서 그들의 신화가 있었기에 그들-동물-의 역사를 읽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동물들을 좇아 읽다보니 어느새 역사의 한 줄기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선악을 가리거나 나쁜 귀신을 막아주는 전설 속 동물 '해치'.

우리의 '해치'는 선악과 시시비비를 판단할 능력을 갖추었지만 지금의 광화문과 여의도 해태상은 어떠한가.

외뿔이 없는, 해치가 아닌 '서수상'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좌우,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서수상을 해태로 알고 있다. 항간에는 광화문 앞에 해태상을 세운 목적이 관악산의 불기운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흔히 해태라고 오인하는 서수상의 경우 대부분 설치 위치를 보면 한결같이 무언가를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궁궐을 지킨다든가, 무덤을 지킨다든가, 도둑을 지킨다든가. 군대말로 '불침범'이다. 그런 곳은 '선악을 구분하여 악한 자에게 벌을 준다'는 해치가 있어야 할 위치가 아니다.


해치는 권선징악과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

- page 93 ~ 94


그렇기에 지금 대검찰청이나 법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사법연수원의 상징물인 해치가 진정한 해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얼칫 보면 외뿔 염소처럼 생긴 괴상한 조각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해치상을 표현했다. 단, 대검찰청 앞 해치상은 지나치게 유니콘의 모습에 가깝긴 하다. 백성은 가난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해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불만을 종식시킬 적폐 유일한 희망이다. - page 95


특히나 <고양이를 탄핵한다!>에서는 동물 세계도 인간 세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개가 밝히는 고양이 탄핵 이유.

우리의 촛불 시위와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인상깊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의 충직함은 배신을 밥 먹듯 해대는 인간들의 반면교사가 된다. 코너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언제든지 고양이를 탄핵할 수 있다. 설령 그 고양이가 나라의 지도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 page 302 ~ 303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옛 선비들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그 생명의 크기는 작지않고 똑같이 소중하다고 여겼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를 필두로 조선 시대 실학의 태두인 성호 이익, 연암 박지원이나 다산 정약용 등 실학자들이 남긴 동물 관찰 기록은 매우 사실적이며 꼼꼼하다.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 심지어 이, 파리, 모기, 거미와 같은 벌레까지 관찰했다. 게다가 인간의 본성과 연결 지어 당대 사회상을 비판했다. 과거 수십만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동물들과 공존 공생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page 14 ~ 15


책을 읽고나서 또 하나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소설 속 동물들을 통해 자만했던 우리의 모습을 잠시 반성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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