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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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 문구였습니다.

 이 문구를 만나면 자연스레 뒷문장은 이러했었는데......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에......

(옛날 사람인 거 인정하게 되는건가?!)


이 소설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였습니다.

민담과 판타지의 결합.

그래서 만들어진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 소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네 전승 민담인 '호랑이', '무당', '굿', '이무기'가 어떻게 표현될지.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니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오직 달님만이


운혜에 밟히는 치맛자락을 끌어 올리며 산기슭을 가던 열아홉 살 '모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현은 서른하고도 여섯이었고 형부인 단오와 함께 밤길을, 그것도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범님 때문이오."

새치름한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무당 천이는 외쳤다.

"범님께서 채울 수 없는 허기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요. 이 모든 화는 그 때문이요. 검은산에 머물며 우리를 보살피시는 그분, 범님의 굶주림 때문에. 노여움 때문에." - page 10


호랑이의 재물이 된 그녀 모현.

그동안의 호랑이 신부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네 번째 신부로 선택된 이는 모현의 언니 희현이었습니다.

하지만......

모현을 붙들고 희현이 귀엣말을 속삭였다.

"나는 네게 마지막 남은 피붙이지? 그렇지, 모현아?"

그 음성이, 손이 불덩이 같았다. 다가선 누구에게나 옮겨붙고 말 돌림병 같은 열기.

"나를 죽게 버려두지 마. 너는, 너만은 그러면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지켜왔는데. 알잖아."

모현이 숨죽여 흐느꼈다.

"네게는 내가 하나뿐인 혈육이잖아. 허나 저길 봐. 나한테는 아이가 있어. 혼인도 했지. 그렇지만 모현아, 너는 혼자지. 나밖에 없지. 살려줘. 이대로 놓아버리지 마. 저 아이들을, 네 식구들을. 이렇게 부탁할게." - page 42

언니의 간곡한 부탁.

모현은 어떤 감정으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일까.

치기? 책임감? 애정?

결국 그녀는 몸을 일으켜 외칩니다.

"천이 님께 간청드리오니, 제가 산군님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 page 43


언니 대신에 호랑이 신부가 되기로한 모현.

그런 모현에게 언니는 어머니가 품에 지니고 다니던 소지품이었고 그들 자매가 잃지 않은 유일한 과거의 물건이기도 한 오동나무 재질의 칼집과 손잡이를 줍니다.


그렇게 형부와 산에 오르던 중 갑자기 형부는 태도를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괜찮다니까."

단오가 실실거렸다.

"힘 빼지 말자니까, 처제." - page 14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채우려던 그에게 벗어나고자 품에 안고있던 칼을 꺼내들게 되고 그 순간 호랑이도 나타나게 됩니다.

호랑이는 단숨에 단오를 덮쳤고 그사이 도망가려던 그녀 앞에 호랑이는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그 순간, 기이하게도 무릎을 꿇고 앉은 모현의 귓가에 낯선 남자의 음성이 울려 퍼지게 됩니다.

"그대였어. 그대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지. 잘 왔다, 소녀야. 이로써 예언은 이루어졌으니." - page 25

호랑이가 주둥이를 벌려 모현의 어깻죽지에 이를 박고난 뒤 그 상처 부위를 핥는 혓바닥의 감촉을 느끼게 됩니다.

으르렁 거리는 호랑이.

무언가 느닷없이 호랑이의 뒤편에 나타난 거대한 형상.

모현이 중얼거렸다. 이 밤, 이 골짜, 기에서, 도대, 체 무, 슨 일이.

질문의 매듭을 짓기도 전에 모현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page 26


그렇게 모현은 고을 수령인 홍옥 나리의 등에 업혀 마을에 돌아오게 됩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

그런데 남편의 죽음이 동생 때문이라 여기는 희현은 모현에게 오히려 분노하게 되고 결국 언니의 '한'은 절정에 이르며 두 자매의 갈등 속에서, 세상의 모진 역경 속에서 헤쳐나가는 동생 모현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린 이 소설.

결국 소설의 마지막은 이러했습니다.

그 틈을 빌어 산과 바다에 동시에 울리도록 모현이 목청 높여 외쳤다.

"들어라. 무당은 죽었다. 그 몸을 지배하던 장수의 넋 역시 사라졌다. 범님이, 용님이 그대들을 지켜주셨다."

땅에서는 호랑이가 울었고 하늘에서는 용이 부르짖었다.

"내 그대들에게 이르노니 더는 인산공양을 올리지 말기를.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약한 이를 바쳐 목숨을 부지하려 하지 말지니 다만 서로를 도와 마을을 구원하도록 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인 바."

그 선언에 힘을 보태려는 듯 호랑이가 다시금 포효했다. 횃불마저 꺼뜨릴 듯 힘찬 울부짖음.용이 꼬리를 끌며 밤하늘을 유영했다. 그 미상이 참으로 유려했다.

"범님! 용님!" - page 415

그렇게 모현과 미유는 호랑이 등을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남자니 여자니 노인이니 아이니 할 것 없이 마을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니."

미유가 그 노래를 받아 불렀다.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 page 417 ~ 418


모현을 보면서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하지만 왜 그녀에겐 마음씨 좋은 언니가 없는 것인지......


모현을 통해 잠시 주저앉아 있던 저에게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두려움을 앞서는 용기를 보여준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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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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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워낙 SNS가 활발하다보니 연예인 역시도 온라인 상으로 쉽게 만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팔로우'도 가능해 언제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팬의 입장으로 보자면 좋겠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쳐 그 결말이 끔찍하게 날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모든 이가 당신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설이라는 '픽션'이 '논픽션'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

쉽게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팔로우 미 백


책장을 펼치면 우선 만나게 되는 <신문조서>.

2016년 12월 31일 오후 8시 42분

사건번호 124.678.21-001

공식 경찰 조사 기록

수사관과 에릭 쏜의 대화가 보입니다.

테사를 찾는 에릭 쏜.

수사관  처음부터 시작합시다.


에릭 쏜 처음? 처음이요? 음반 계약 맺은 날부터요? 아니면, 처음 기타를 들었던 날? 그때 전 네 살쯤이었어요.


수사관  테사 하트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당신과 테사 하트 씨가 처음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에릭 쏜 트위터로요. 지난여름에요. 8월쯤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은 그 전부터 시작됐죠.계정을 만들기도 전에...(멈춤)


수사관  말씀을 계속하세요.


에릭 쏜 사실... (멈춤) 사실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모든 건 지난 6월에 도리안 크롬웰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아시죠? 보

            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


...


"포스 디멘션의 리드 보컬 도리안 크롬웰이 오늘 아침 런던 템즈 강에서 엎어진 채 떠 있는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page 13


그리고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2016년 8월 12일

닥터 리건과 테사의 대화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점이 있었습니다.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유일한 사회로의 통로는 바로 SNS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계정이 한순간 난리가 나게 됩니다.

"원래는 다른 팬들과 공유하려고 한 건데, 에릭의 섹시한 사진을 잔뜩 올리고 제가 쓴 글을 링크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냥... 아주 난리가 났어요. 순식간에. 처음엔 어느 유명한 에릭 쏜 팬 하나가 그걸 리트윗하더니, 그걸 @Relatavle이 리트윗하고, 그다음엔 @Flirtationship이 리트윗하고. 그리고는... 그다음은 잊어버렸는데, @GirlPosts? 아니면 @SoDamnTrue? 아무튼, 모두들 팔로우하는 엄청 큰 계정들이에요. 그러고 나니까 삽시간에 확 퍼졌어요. 1위를 찍은 게 수요일? 아니, 목요일이던가? 여기 이거요." - page 24

짐작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에 의해 퍼져나가고 있는 그녀의 SNS.


이어 에릭의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왜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모리는 잠자코 에릭의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게, 소셜 미디어 쪽에 문제가 좀 있어서 말이지. #에릭쏜중독이 하룻밤 새에 3위로 떨어졌더라? 그러니까 네가 힘 좀 써달라는-"

"싫어!"

매니저의 손이 닿기 전에 에릭은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냥 살짝 팔로우 좀 해달라는 거야. 팬 계정 몇 개만 팔로우해. 너도 뭔지 알잖아?"

토할 것 같다. 진심이야? 진심에서 방금 모리가 저딴 소리를 한 거야? 음반회사 측은 뉴스도 안 봐? - page 28


회사에서는 SNS를 통해 그를 마케팅하려 하지만 에릭은 썩 내키지가 않습니다.

이미 도리안 크롬웰에게도 벌어진, 사생팬과 맞팔한 도리안 크롬웰의 사고는 에릭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어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결국 테사의 계정에 팔로우를 하게 됩니다.

#에릭쏜중독

2190만 트윗

아침에 눈을 뜬 뒤로 고작 30분 사이에 10만 명이 더 늘었다. - page 36 ~37


난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에릭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아주 작은 선의의 거짓말일 뿐. 해가 될 것 같으면 그냥 다 접ㅈ으면 그만이다. 안녕 잘 가 인사하고 계정 비활성화. 그리고 유령 같은 남팬 테일러는 트위터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진작에 그만뒀어야 한다는 걸 안다. 본인에게는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안다. - page 190​

하지만 그들은 SNS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서로 위안을 받게되고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그들은 만남을 추진하지만......


그런데 그 판타지마저도 그의 것일 뿐, 테사는 생각이 다르다. 테사는 에릭 쏜을 원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뮤직비디오와 팬픽 밖의 에릭 쏜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테사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녀는 평범하기를 원하는 거니까. 그 역시 그러길 얼마나 바라왔던가. 평범한 직업, 평범한 친구들, 평범한 집, 평범한 청구서. 평범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여자친구. 언젠가는 평범한 아내까지. 어쩌면 평범한 미니밴에 태우고 다닐 평범한 아이들 몇 명까지. 이렇게 묶여있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도 다 가질 수 있었을 거다. 어쩌면 테사까지도. - page 381


소설로만 그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이 소설은 BTS 이전 빌보드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6년 연속 수상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심한 우울증으로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한 '저스틴 비버'의 그림자가 짙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버뿐 아니라 국내 연예인에게도 최근에 우울증으로 인해 목숨마저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마냥 넘어갈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팬과 연예인과의 관계.

서로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 선을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움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침대에 누워 상반신을 드러낸 채 강력 접착테이프에 묶이고 재갈 물린 에릭 쏜.

천 개가 넘는 리트윗 수를 보자 에릭은 온몸이 떨렸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보고도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천 명이나 된단 말인가. 이들에겐 누군가가 이 사진을 실제 상황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냥 다 장난이고 게임인 거다. - page 221

누군가에겐 장난이고 게임인 것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심하면 그들의 목숨마저 노리는 행위인 것입니다.

보다 성숙하고 올바른 SNS 문화가 형성되기를, 그 전에 '인간'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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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
정철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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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SNS, 공유경제 서비스 등.

이제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들입니다.


이런 단어가 나온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IT 기술의 현실 속을 살아가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앞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기에 보다 그 의미를 알아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

 


'빅데이터'를 피부로 느끼게 한 사건은 아마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힐러리 클린턴이 높았지만 결과적으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고 몇몇 언론에서는 뒤늦게 선거 전 빅데이터 분석에서 예측된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왜 여론조사와 빅데이터에는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구글의 검색어 분석 결과와 사회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비교하면서 사람들의 진실한 생각은 결국 구글의 검색어 분석 결과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구글의 검색은 익명으로 이루어지고 개인적이며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입력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age 20

그럼에도 빅데이터 분석에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솔직하지 않은 생각과 가식으로 넘쳐난다면 그 분석에 의존한 결과는 실제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광고로 넘쳐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결국 페이스북도 매스미디어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빅데이터 분석 대상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SNS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page 20 ~ 21


책에선 IT 기술 발전이 가져온 어두운 면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화두다. 그런데 사실 양극화라는 말은 IT 분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IT 분야는 양극화에서 두 극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양극화보다는 승자독식을 의미하는 소수 집중이 더 어울린다. 이는 곧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으로, 효율과 경쟁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IT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승자독식 현상이 진행되어왔다. 데이터베이스, 하드웨어, ERP/OA 소프트웨어 분야는 물론 소셜, 모바일 분야에서도 소수 집중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IT가 발전함에 따라 여러 산업의 몰락이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IT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IT 시장의 성장 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앞으로 등자아할 새로운 기술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 page 45

특히나 우리나라의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에 도달하였음을 일러주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스피커가 보고싶은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고 저는 필요한 정보에 대해 물어보곤 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SF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현실화될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음성대화 방식 인터페이스가 가져올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며, 음성대화 방식은 미래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이 덜 발전했을 뿐이다.

더구나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로봇 분야를 생각해 보면 더욱더 분명해진다. 이미 일부 자동차회사는 음성인식 기능을 자동차에 채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관련 기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아이들도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더 이상 부모에게 묻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이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가능해진다고 해도 나는 컴퓨터와 사랑에 빠져 컴퓨터를 질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 page 212 ~ 213


매체들을 보면 '5G'에 대한 보도가 뜨겁습니다.

기존의 LTE 대비 최대 20배가량 빠른 속도.

그리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이를 혼합한 MR(Mixed Reality),

점점 더 넓은 범위에서 활용될 기술들 속에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2020년은 기업의 IT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시작될 해가 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IoT, 그리고 산업의 변화 등 앞으로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해 중요한 투자와 전략의 변경 등을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중요한 결정은 결국 CEO의 몫이 될 것이며 향후에는 CEO의 판단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 page 272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일깨워주었습니다.


솔직히 IT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네 우리 일상에서도 만나보았던 일들이었고 뉴스나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접하였기에 쉽게 읽혀지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번 2020년이 IT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시작될 해가 될 것이라고 하니 그전에 이 책을 읽으며 상식을 쌓는다면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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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여행 사전 -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
임요희 지음 / 파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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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흥미로웠습니다.

말 그대로 '색(色)다른 여행'이었기에 궁금하였습니다.

깊고 신비로우며 사랑스러운 빛깔,

버건디의 매혹 속으로 떠나는 색다른 여행

버건디 여행 사전

 


여행이라하면 '낯선 곳'으로의 '떠남'만을 생각하였습니다.

남들이 가는 곳에서, 남들이 본 것만 보고, 남들이 먹는 것을 먹으며 남들이 찍는 사진을 찍으면서 마치 나만의 '여행'이라는 '착각'에 빠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런 판에 박힌 여행은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발상의 전환.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특별함을 찾아보면 어떨까." - page 6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고 합니다.

보남파초노주빨, 일곱 빛깔 무지개 가운데 버건디 자리만 없는 이유가 뭘까. 굳이 자리를 찾자면 빨강과 보라 사이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버건디는 무지개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색, 신만이 볼 수 있는 색, 희망 그 이상을 상상하게 하는 색이 버건디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으므로 버건디는 미지의 색이다. - page 7 ~ 8

이 매혹적인 색 '버건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먼저 만나게 된 <버건디 고무 대야 : 세상 뜨거운 여행>.


나의 어린 시절 물놀이의 장소였고 우리 아이도 물놀이의 장소인 '고무 대야'.

보자마자 너무나 정겹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고무 대야.

점점 자랄수록 대야가 아닌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물줄기는 너무나도 거칠고 차갑기만 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도 만나게 될 고무 대야 밖의 삶이 너무나 뜨겁거나 차갑지만은 않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가슴 아팠던 <버건디 룸 : 남영동 대공분실과 다크투어>.

영화 <1987>을 보았기에 더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정처 없이 끌려와 물고문에 전기고문을 당하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구조의 대공분실 건물.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비명과 그들의 흐르는 피가 제 귓가에, 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과의 가상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선생님은 이런 무시무시한 건물을 지었습니까?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피의 현장을 목도하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제가 인권을 유린해요?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저는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공산 세력을 징벌하고 제거하는 데 약간의 힘을 보탰을 뿐입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인권 옹호를 목적으로 건설된 인권센터입니다."


그가 이렇게 나온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세계 이성의 충직한 하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 사견은 없다는 식의 논리는 정치 세력이 정적을 살상할 때 합당한 구실이 되어주었다. 생명존중을 넘어서는 가치는 없다. 제아무리 위대한 대의라해도 구체적 인간에 대한 배려 없이는 보편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 page 67

 


우리가 사는 세상에 '버건디'란 색이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궁궐 기둥이, 편지를 배달해주는 버건디 우체통이, 그리고 하루해가 기울고 도로를 가득 채우는 차량의 버건디 빛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버건디 퇴근길 :삶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그리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친 발걸음으로 행복을 찾는 것.

그 행복을 향해 오늘도 버건디 빛을 밝히는 그들의 불빛이 조금은 옅어지길 바래봅니다.


한 가지 색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마치고나니 스스로에게도 묻게 됩니다.

'나는 무슨 색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할까?'

나를 성장시키는, 나의 삶의 틈엔 어떤 색으로 메워야할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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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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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일명 '벽돌책'이라 불리는 교양서적을 만나게되면 손이 가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저 주저하고 끝까지 읽지 못하기에 시도조차 안했는데 이런 저의 독서병을 고쳐준 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습니다.

책의 두께가 무색할만큼 가독성이 있었고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만 감동을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도 스테디셀러인데 선뜻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줌으로써 그 책으로의 접근을 쉽게 해 주기에, 그리고 패널들과의 대화를 통해 책의 정보에서 나아가 사고의 확장까지 넓혀주기에 덕분에 책의 재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당연히 읽어야겠다고 느꼈고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총, 균, 쇠》, 《사피엔스》에 이어 인류 역사에 새바람을 일으킬 책 <가디언>

인류 역사 중 '길들임'에 초점을 맞춘 이 책 역시도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인간과 길들여진 종의 역사.

그 역사를 거슬러가면 수천 년, 심지어는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약 1만 1천 년 전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처음 시작된 신석기 혁명이 현대 세계의 기초를 이루었고 다른 종들과 서로 진화적 경로가 맞물린 공생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길들여진 세계와 야생의 세계가 이어져 있음을, 야생을 가꾸는 것이 우리에게 직면한 과제임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소와 닭에서부터 감자와 쌀에 이르기까지 길들여진 종에 대해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학,지질학을 넘나들며 '김들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개'.

지금은 우리의 삶에서 '동반자'의 의미를 지닌 개는 거슬러 올라 갯과 늑대로부터의 시작되었습니다.

인간과 늑대의 관계는 일종의 공생 관계로 시작되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단지 음식 찌꺼기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질 뿐이었다 해도 인간 곁을 어슬렁거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늑대들은 인간이 자신들을 처음에는 이윳으로, 그런 다음에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도록 무의식적으로 훈련시켰을 것이다. - page 55

그렇게 시작된 늑대의 행동이 인간과의 유대 형성에 밑거름이 되었을 만한 특별한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추적의 추적을 하게 됩니다.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의 '길들임'도 있었습니다.

옥수수, 감자, 쌀, 사과.

특히나 우리의 주식인 '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재배되며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점점 중요한 주곡이 되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350억이 넘는 사람들의 주식인 '쌀'.

특히 저소득 국가와 중간 소득 이하의 국가에서 쌀은 가장 중요한 식용작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고 그중에도 비타민 A의 결핍으로 감염성 질환에 걸려 매년 약 50만 명의 어린이가 이로 인해 실명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비타민 A의 전구체로 유전자 변형 '쌀'의 개발과 그에 대한 논란이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황금쌀의 미래도, 새로운 변종의 수확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제적 채산성이 있다면 유망할 것이다. 하지만 황금쌀에는 그 잠재력을 가로막을 수 있는, 다른 유전자 변형 작물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되는 요인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황금쌀이 식량 작물이라는 점이다. - page 350 ~ 351

동물, 식물들을 바라보고 나니 결국은 '인류'가 남아있었습니다.

동식물만 길들여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환경 또는 변화하는 환경에, 동식물과의 동맹 속에서 서로를 길들이고 있었습니다.

바뀐 것은 우리가 길들인 종들만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를 바꾸었다. 이 각각의 동맹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일부는 퇴비 더미에 떨어져 새로운 나무로 성장한 사과 씨처럼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일부는 다른 종 쪽에서 부추겼을 것이다. 늑대가 개로 길들여진 경우, 늑대 쪽에서 먼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쪽에서 더 의도적으로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말과 소를 잡아 길들인 일은 확실히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동맹이 어떻게 시작되었든, 각 동맹은 생태적 공생 관계로 발전했다. 일종의 공진화 실험이었던 셈이다. 결국 길들임은 쌍방 과정이다. - page 516 ~ 517

 


우리가 '길듬임'의 역사를 알아야할 이유를 저자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축화 및 작물화가 일어난 경위를 이해하고 우리가 길들인 종의 야생 친척들을 추적하는 일은 역사적 이론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 지식과 그러한 야생종들은 오늘날의 육종 프로그램에 가치 있는 자원으로 쓰임은 물론, 우리가 길들인 동식물의 미래에도 중요하다. 아주 이기적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야생의 변이 도서관을 계속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야생종에게 좋은 것은 우리에게도 좋다. 우리는 진화와 생존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 - page 543

그들과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생존과 성공에 관련되기에 우리는 이에 대해 알아야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도 끊임없이 우려하던 바가 있었습니다.

잡종화는 온갖 종류의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종의 순수성, 즉 얼마나 많은 교자바이 신성한 종의 경계를 가로질러 일어나는가에 대한 생물학적 질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일 생식력 있는 자손을 생산하는 교잡이 충분이 일어난다면, 이는 우리가 정의하는 종의 경계가 너무 좁다는 뜻이 아닐까? 현재 이에 대한 논쟁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 page 85


"그리고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우리는 유전자 변형이 매우 효율적인 기술임을 받아들여야 해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먹여야 하니까요. 하지만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기술의 효율을 활용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하고 이익이 사회로 돌아가게 할 방법을 논의해야 해요." - page 312 ~ 313

우리에게 더 이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길들이는 행위 - 잡종화, DNA 유전자 변형- 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 앞에 많은 생각에 잠기게하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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