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코로나 19가 등장하면서 집 밖은 너무나 위험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뉴스 특보'로 감염자들의 증가만 등장하고......

어김없이 봄바람은 불어와 나뭇가지에 푸른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습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솔직히 우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어느새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할 무렵 더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여행과 관련된 책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상 어느 약국에도 없는 치료약, 여행에서 일상의 고통을 치유하다


이 한 줄의 문구가 저에게도 마치 치료약처럼 다가왔기에 이 책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20년 여행고수가 겪은 22편의 이야기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행복, 삶의 은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유럽의 풍경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냥 보는 순간 '내가 드디어 여행을 떠났구나!'라는 느낌이 들면서 가슴 한 켠에 여행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오슬로 행 완행열차였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세 시간이면 오슬로에 도착하는 급행열차가 아닌 꼬박 여섯 시간이 걸리는 완행열차를 타게 되었지만 이 시작으로 여행의 첫 발을 내딛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행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놀라운 일은 없다. 내가 오슬로 행 완행열차를 탔던 그날 조용한 멈춤과 바게트 빵 같은 일상적인 것에 놀라움을 발견했듯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놀라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 page 19


스위스 국경의 작은 도시, 슈타인 암 라인.

릴케 자신의 자전적 수필 『말테의 수기』(민음사)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저자도 그곳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연결고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릴케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도피해서 가게 주인처럼 삶의 단조로운 행복을 누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렬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한탄을 하기도 했다.


"아, 이것으로 족하면 좋으련만."


책방을 지나 다시 강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이 자전거에 꽃과 과일을 싣고 지나갔다. 강에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십 년 후쯤 이 도시에 가게 하나 사서 희귀한 책을 파는 책방 주인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자전거 바구니에 시장에서 산 꽃과 과일을 담고 라인간의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비 내리는 날이면 멋진 퇴창을 열고 나만을 위해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음미하며 빗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젊은 날의 릴케와 달리 그것으로 족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십 년쯤 앉아 있고 싶었다. - page 36


언젠간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아일랜드의 '호스'.

시인 예이츠가 살았다고 표시된 작은 동판이 붙어진 그곳을......

한국이 그리워 이곳을 지날 때면 김소월이 늘 동판에 적힌 시를 읽으며 영감을 받아 「진달래꽃」을 지었다고 하는데 왠지 저도 그곳에 가만히 앉아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I have spread my dream under your feets.

Tres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내 꿈을 그대 발밑에 뿌려드렸습니다.

사뿐히 즈려밟으소서. 그대가 밟는 것은 저의 꿈이니

- W.B. Yeats 「Clothes of Heaven」중에서


여행을 하는 이유.

책에선 이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예기치 못한 색깔들을 자신의 팔레트에 채울 수 있기에, 내가 가진 색깔의 한계를 넘을 수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진짜 삶도 은유로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살아내기 바빠서 삶의 은유를 잃었다. 정작 잘 산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상처투성이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다. 이런 우리에게도 삶을 시적 기억으로 아로새기는 순간이 필요하다. - page 206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은유가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행에서 삶의 은유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나는 어디에서 삶의 은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봅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모든 것에서 은유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가 전한 메시지는 이것이었습니다.

꼭 자신만의 은유를 찾기를......

삶의 은유를 찾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를 바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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