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뜻 스쳐보면 어디선가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왔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일상에 지쳐 자신을 되찾기 위해 신나게 먹고 뜨겁게 기도하고 자유롭게 사랑을 했던 그녀의 이야기.


사실 그런 느낌인 줄 알았습니다.

하! 지! 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표지에서부터 비집고 나오는 웃음.

뭐지?!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책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음식. 나는 음식 생각을 하고, 음식 관련 글을 읽고, 음식 관련 글을 쓰고, 음식을 먹어. 너는 마라톤을 하지. 그리고 넌" - page 12


자신의 위장 욕구가 식구들의 영적 자양분보다 더 중요한 사람으로 매도당할만큼 식탐 하난 끝내주지만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알코올 애호가이자 애 아빠인 '부스'.

마흔 살 생일을 앞두고 그는 무기력한 불안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삶이나 모든 경험에 '헬로, 헬로, 헬로'야." 마흔이라는 이정표를 막 지나간 친구 하나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날이 지나고 나면 기본적으로 무조건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가 된다니까." 마흔이라니. 어떻게 내가 마흔이 된단 말인가! 존 레넌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슬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흔이면 살 만큼 살았네, 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그 산송장의 나이로 접어든 것이다. 사회의 관심이나 요구에 불필요한 잉여의 삶 말이다. - page 25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그의 아내 '리센'은 그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린 떠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

"아니. 우리 다 같이 떠나자고. 당신, 너무 피곤해 보여. 당신이 진짜로 행복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당신 술 마신다고 뭐라 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진짜. 당신은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계속 마시잖아.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아. 당신, 술 마셔도 너무 마셔. 나 많이 생각했어.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해. 당신도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그것밖엔 해결 방법을 못 찾겠어. 우리 인도에 가는 게 어때?" - page 33 ~ 34

뜬금없이 '인도'에 가자고하는 아내.

인도에 가면 교통지옥에, 식중독에, 가난, 땡볕, 벌레들, 질병, 말라리아 등등 최악이지만......

순간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마이클, 시크 케밥만 생각해.' - page 34


참으로 단순한 그.

하지만 그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내가 조건을 제시합니다.

"나 지금 완전 진지해.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그리고 이건 정말 확실하게 분명히 해두고 싶은데, 이번 여행은 당신이 떠났던 음식 투어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는 게 좋아. 난 절대로 석 달 내내 이 음식점에서 저 음식점으로 왔다 갔다만 하다 올 생각은 없어." - page 34

전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겠다는 아내.

이미 그의 머릿속엔 인도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아내의 조건을 수락하며 석 달간의 장기 인도 여행이 시작됩니다.


인도에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행하기 적합한 날씨와 합리적인 여행 물가를 고려하다보니 어느새 6개월이 지나야 인도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도 순탄치 않음을 시사해주곤 하였습니다.

세관원이 내 여권을 천천히 넘기며 도장을 차례로 찍는 몇 분 사이, 나는 가족 일동에게 예방 차원에서 살균 손소독제를 차례로 짜주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켰다. 인도에 입국한 것을 환영하며 긴급 상황 발생 시 연락해야 할 영국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자동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 휴대전화마저 우리가 곤란을 겪을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만 같았다. - page 43


역시나 미식탐방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셰프가 직접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같이 식사도 합니다.

그렇게 인도의 지역마다의 음식문화와 인도 음식에 얽힌 역사까지 그의 여행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온 진짜 이유였던 정신, 마음 수련.

그 중에서도 그에게 한 번도 해본(수련해본? 견뎌본?) 경험이 없었던 요가 체험.

처음엔 지루하고 굳이 해야하는가 싶어 잔꾀도 부르던 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비나이가 와서 말했다. "오늘 좀 더 강해진 느낌 아닌가요?"

나는 활짝 웃었다. 그랬다. 나는 강해져 있었다.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아시겠지만 진짜 포기할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나의 꾸준한 노력이 신기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이게 되더라고요." - page 331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

그가 인도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삶에 균형, 고요, 명료함 그리고 절제를 좀 더 불러올 수 있도록 돕는 도구들 - 요가, 명상 수련-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더 큰 틀에서 볼 때 요가와 명상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나는 행복을 찾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당연히 온 식구를 지구 반대편까지 다 끌고 가서 사원과 교회들을 전전하며 행복을 찾아다니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그 길에는 실망과 유감스러운 의상 코디(대부분이 타이다이 티셔츠)만이 기다릴 뿐이다. 행복은 일시적이고,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기계빨서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간에 행복은 의지가 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도로 불러낼 수도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 page 435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인도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내복이 있어 현명한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나의 행동, 나의 신념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한 적절한 질문들을 던져보라고 내 옆구리를 넌지시 쿡 찔러주었다. - page 441


그와의 인도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맛있게 웃겼지만 결국 '행복'에 대한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피곤에 찌들어 실의에 빠져 있는, 멘털이 탈탈 털려 자신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그와의 여행으로 잠시나마 소리내어 웃으며 일탈을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 역시도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게끔 해 주었기에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