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
조성용 흔글 지음 / 경향B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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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렸습니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


'내일'이 두려운 건......

'오늘'이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다가올 '내일'에 막연히 희망만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내일이 두려웠습니다.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늘 그 자리에 나아가지 못하고, 그렇게 남들과의 격차가 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것도 벅차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꾸짖고 자책하다보니 자꾸만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 아닌 위로.

솔직히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책에 의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 책, 『내일이 두려운 오늘의 너에게』는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살자>


부담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이라는 말을 뺄 줄 알아야 한다. 잘하자는 말보다 그냥 하자는 말, 잘살자는 말보다 그냥 살아가자는 말. '잘'이라는 한 글자만 빼내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하고 싶을 땐 그냥 하고, 이겨낼 땐 그냥 이겨내자. - page 75

'잘'이라는 한 글자가 전한 무게감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족하더라도 '그냥 해보자!'라는 작은 결심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어느새 새해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의 차이>


누군가는 오늘이 특별한 날이겠지만,

또 누군가는 오늘을 특별히 쓰지 못한다.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하루'라는 선물을

누군가는 우울하다는 이유로 포장한 그대로 두고

누군가는 포장을 풀어 마음껏 쓰고 다닌다.

그 사람의 하루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마음가짐의 차이일 뿐. - page 164

주어진 오늘을 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을까......

최대한 후회없이 살기를 바래어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전하는 위로처럼, 저자가 한 <그런 사람이 좋다>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좋다>


보이는 부분에 머무르는 사람보다는

보이지 않는 상처마저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게 된다.


내 상처를 늘어놓더라도

겁먹고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걱정하며 걸어와 안아줄 그런 사람.

서서히 내 마음에 스며드는 사람. - page 150

이런 사람이 되어 나의 상처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치유를 못하면 적어도 그 상처를 들여다 봐줄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멈추어 서야만 하는 순간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age 10

그 이유가 찾기 힘들다면 잠시 이 책에 기대어 저자가 건네는 위로를 받는 것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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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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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선정!

그들이 PICK!한, 2018 ~2019년 전 세계 최고의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2019 『타임』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도 뽑혔다고하니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그것이 뭘까?

너무나 궁금해서 읽게 된 이 책.

배움의 발견


첫 장을 펼치면 마주하게 되는 <프롤로그>는 그녀의 일곱 살로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

여느 가족들과는 달랐습니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교실이라는 곳에는 한 번도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학적부도 있을 수가 없다. 아홉 살이 되는 해에 사후 출생증명서를 받게 되긴 하지만, 아이다호 주정부와 연방 정부에게 일곱 살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 page 12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이 다스리는 세상이 망한다 해도, 우리 가족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 page 12


그녀가 아파도 제대로 병원에 가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정규 교육과정 역시도 받지 못한, 인간으로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도 존재를 몰랐던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의 어린 시절을 채워준 것은 성경과 모르몬경, 그리고 자연이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것은 종말론을 믿는 아버지의 모르몬교 원리주의와 피해 망상으로 인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세상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게 해 준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셋째 오빠 '타일러'였습니다.

그녀의 오빠들-토니, 숀, 타일러-은 학교에 입학하였었고 몇 년 후 모두 아버지가 모두 자퇴시키고 집에서 가르치겠다고 맹세했었습니다.

하지만 셋째로 태어난 타일러는 달랐습니다.

1년 내내 학교를 다니면서 대수학을 배웠고 그후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독학으로라도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 낯선 곳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가는 오빠.


그런 오빠가 타라에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됐어, 타라.」오빠가 말했다. 「오래 머물수록 떠날 확률은 점점 낮아져.

「오빠 생각엔 내가 꼭 떠나야 할 것 같아?

타일러 오빠는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전혀 주저 없이 말했다. 「내 생각엔 이 집이 너한테는 최악의 곳이야.」오빠는 속삭이듯 말했지만, 그 말들은 고함처럼 느껴졌다.

「떠나서 어디로 갈 수가 있을까?

「내가 간 곳으로 가.」오빠가 말했다. 「대학으로 가는 거야.」- page 195

그렇게 그녀는 ACT 시험에 필요한 과목들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기적처럼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정규 교육 과정을 밟은 소녀가 아니었기에, 열여섯 살까지는 학교에 가 본 적 없었기에 그녀의 대학 생활은 그야말로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친구, 지인, 이성을 대하는 법에서부터 커피를 마시는 법, 쪽지시험을 보는 법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깨닫고 이해해야했습니다.


그리고 브리검 영 대학교 교수는 그녀에게 케임브리지 대학교로의 배움 확장을 권하게 되고 결국 케임브리지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됩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왔을 때 케리 박사와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변화를 겪었어요. 다른 학생들은 이렇게 높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편안한 표정이었지만, 이제 굉장히 초조하고 불편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학생은 그 반대의 여정을 밟은 듯하군요. 처음으로 학생이 편안해 보여요. 동작에 모두 나타나지요. 마치 평생 지붕에서 지내 온 사람처럼.

...

「바람을 받으며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람을 받으며 서 있는 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아서예요.」내가 말했다. 「바람은 그냥 바람일 뿐이에요. 지상에서 이 정도 바람을 맞고 쓰러지지 않는다면 공중에서도 이 정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아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유일한 차이는 머릿속에 있을 뿐이지요.

교수는 나를 멍하게 쳐다봤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저는 그냥 서 있을 뿐이에요.」내가 말했다.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벌충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높이 때문에 겁이 나니까 몸을 낮추고 있잖아요. 하지만 몸을 웅크리거나 옆으로 걷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킬 뿐이에요. 두려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바람이 학생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교수가 말했다. - page 371 ~ 372


그녀가 2019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이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 page 492


그녀를 통해 본 '교육'의 의미.

그 순간까지 그 열여섯 살 소녀는 늘 거기 있었다. 내가 겉으로 아무리 변한 듯했어도 - 내 학업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고 내 겉모습이 아무리 많이 변했어도 - 나는 여전히 그 소녀였다. 좋게 봐준다 해도 나는 두 사람이었고, 내 정신과 마음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 소녀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버지 집 문턱을 넘을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따.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 page 506 ~ 507

결국 그녀의 삶 전부가 교육이요, 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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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그림 -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
김한들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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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오전 오후를 보내고나면 어느새 어둑한 밤이 찾아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 둘 잠을 청하게 되고 고요해진 집안.

순간 공허함과 고독이 찾아오곤 합니다.


부엌으로 가 커피 한 잔을 끓입니다.

그리고 커피향 한 모음 맡고나서 읽을 책을 골라 의자에 앉아봅니다.

그렇게 내 안을 조금씩 채우곤 합니다.


이 책의 겉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

왠지모르게 공감이 될 것 같은,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마음이 움직여 읽게 되었습니다.

혼자 보는 그림』 

 


본격적으로 그림을 보기 전.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십 년간 수많은 그림을 보며 살았습니다. 그중 발걸음을 잡는 작품은 드물었습니다. 드문 만남은 저를 오랜 시간 머물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옆의 그림으로 옮겨 갈 때도 저는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혼자 보는 그림이었습니다.

혼자 보는 그림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마음이 어딘가에 다다르면 안정을 얻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스스로 정박했습니다. - page 9

혼자 보는 그림이란......

결국 나에게 전하는 위로였습니다.


책은 4부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전병구' 작가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저자가 큐레이터로 지낸 '일상'의 이야기를.

'박광수' 작가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슬픔'의 이야기를.

'팀 아이텔' 작가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선택적 고독'의 이야기를.

마지막엔 '알렉스 카츠' 작가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희망'을,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 중에 공감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음먹고 쉬는 것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여유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그리고 '나만 뒤처지지 않을까, 내 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이 몰려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같은 말을 되뇌었다. 같은 속도로 가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그러니 타인의 기준에 맞춰 조바심 낼 필요 없다고. 지금 삶의 속도에 의연하게 발을 맞추자고. - page 31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바쁜 삶을 다시 꾸릴 것이다. 세상에는 모두 때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을 놓치면 안 되니까. 몸이 고되더라도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이렇게 쉼을 즐기며 살자는 다짐을 애써 해 본다.

좋아하는 미술관이 멀어도 가끔은 찾아가 전시를 보는 것. 그런 소중한 경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차를 마시며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온기로 목 안에 남겨 놓는 것. 나이가 들었을 때 감기에서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이렇게 쌓은 온기일 것이다.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마음이고 마음은 이런 기억에서 온다. 이름 모를 해변에서 가장 뜨거운 지금 같은 순간에서 말이다. - page 31 ~ 32

저 역시도 '나만 뒤쳐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마냥 부정적이었고 불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마음이라는 것을 한결 조바심을, 불안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박광수' 작가의 작품이 유독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  <검은 숲 속>, 2017

 

박광수 작가와 막걸리를 마시며 어느 때보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그 때.

어느 순간부터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박광수 작가는 '래빗 홀'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영화 속 후반부의 대사.​


 

​박광수 작가는 일명 '불사람'이 주인공으로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다 마지막에 그 숲으로 날아오던 새가 어딘가에 부딪혀 깃털을 터트리며 사라지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해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됩니다.

그때의 일렁이는 검은 선.

모든 것이 소멸하고 사라진 순간.

그 자리에 피어오르던 슬픔이.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

사랑했던 무엇인가가 존재했던 자리에서 슬픔은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은 작아지거나 옅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슬픈 경험과 기억은 내 몸과 삶에 각인되어 나와 함께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몇 개씩의 작은 돌멩이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공평하게 말이다. - page 66

​혁오의 <톰보이>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불이 붙어 빨리 타면 안 되잖아
나는 사랑을 응원해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 혁오의 <톰보이> 중에서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고독'은 마냥 외롭고 구슬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유롭고 현연한 태도였던 '선택적 고독'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게 필요한 게 아니다. 시간만 있으면 된다. 스탠드 조명에 꽂힌 백열등의 노란빛으로만 가득 찬 어두운 방, 그 불븣 아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매트리스, 그 매트리스를 감싼 하얗고도 바스락거리는 시트, 그 시트를 덮은 포근하고도 따듯한 이불, 그리고 나. 이렇게 아무 말도 없는 고요, 그 안에 머무르는 시간.

그 시간 안에 머물면 결국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삶이라는 것은 오로지 나의 탄생과 함께 시작해 나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므로 외로움은 존재의 본질이다.

그림 앞에 홀로 주저앉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진실하게 말하고 평담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했다. 나는 존재의 본질을 어느 정도 느끼며 살고 있는 걸까.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지금은 앞으로 더 선택한 고독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 page 117 ~ 118


이 그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모두가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플라뇌르!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 평화로운 사색.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따뜻한 햇볕의 온기임을.

그림을 보면서 잠시나마 그 온기를 느껴봅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동시대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미술 에세이의 경우는 유명한 화가, 명작들을 위주로 다른 이가 했던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혼자 보는 그림』은 오롯이 큐레이터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그리고 작품 감상이 아닌 '공감'이 있었다는 점에서 담백하게 다가와 진한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그림과 저자의 이야기와 읽는 독자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이 되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어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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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슬리버 지음 / 몽스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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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여고 앞 분식집 사장님,

밤에는 판타지아 대륙을 누비는 사냥꾼


그의 정체가 궁금하였습니다.

분식집 사장님의 이중생활.

기적의 분식집

 


오늘도 지겨운 하루의 시작.

먹고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그러나 잘 되지는 않는 그런 일.


부산 동아여중, 동아여고, 동아대 앞에 자리잡은 분식집.

오늘도 아침부터 가게를 깨끗이 청소하는 '강성호'에게 주인 할머니가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고생하는구먼."

"할머니 일어나셨네요."

주인 할머니다. 나이를 너무 자셔서 거동이 꽤 불편하신데 성호에게 가게를 싸게 임대해 준 고마운 분이다.

"요즘 장사는 좀 되는가?"

"뭐, 늘 그렇죠."

"총각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잘되어야 하는 건데."

"언젠가는 잘될지도 모르죠. 근데 어디 가세요?"

"텃밭에." - page 10 ~ 11


청소를 하고 재료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하지만 점심시간에도 매상은 신통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녁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매상은 더 안나오고 가게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라는 심정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그는 요즘 꾸는 꿈이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신비한 대륙을 누비는 사냥꾼.

숲에는 이름 모를 열매가 가득하고 바다에는 손으로 건져 올릴 정도로 물고기가 풍족한 그곳.

물결치는 푸른 문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나면 꿈에서 깨어나는데......

성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뭐야, 저거."

물결치는 푸른 문이 방구석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 page 15


'혹시 어딘가로 통하는 차원 문이나 그런 거 아냐?' - page 16

한참을 관찰해도 푸른 문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밑질 것 없는 인생, 큰 맘 먹고 문을 열어 들어가봅니다.


그런데 시야에 뭔가 이상한 글자가 주르륵 내려옵니다.

 


게임 속 캐릭터 창처럼 자신의 스탯 창이 나옵니다.

그렇게 그는 판타지아 대륙으로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곳은 현실과 시간의 흐름도 달랐습니다.

현실에서의 1시간 30분이 판타지아 세계에선 15시간이 되고 그곳에서 채집한 것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먹고나면 그 능력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판타지아 세계에서 인연이 된 산고양이 '딩고'와 함께 신비의 재료를 찾아 만들어낸 음식은 조금씩 분식집에 손님들을 이끌게되고 자신의 스킬 중 '동물 친화 스킬'로 인해 방송계로도 진출하게 되고 그의 인생은 평범한 여고 앞 분식집 사장님에서 유투버로, 동물과 교감하는 이로,맛있는데 기묘한 능력을 선사하는 요리를 만드는 분식집 요리사로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판타지아에서 매일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며 마지막엔 새로운 인류, 엘프와의 만남이 시작되는데......


소설은 이렇게 다음 이야기를 넌지시 일러주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이 소설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온라인 게임도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제 머리 속에서 분식집 사장님은 캐릭터로 판타지아 세계에서 같이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스킬을 연마하면서 성장하였습니다.

과연 그의 이중 생활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하였습니다.

특히나 '엘프'와의 이야기.

더없이 광대한 모험이 펼쳐질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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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고 살 수 있다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수학적 사고의 힘
박병하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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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짐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속지 않고 살기!'

하지만 세상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아 넘어가기가 일쑤.


그런 저에게 다가온 이 책.

'일상의 유혹'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법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추상 차원으로 끌어올려 지독하게 엄격한 방식으로 보는 '수학'.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어떻게든 끌어내려 뒤트는 '속임수'.

이 둘의 아이러니한 관계 속에서 맞물리는 지점을 살피고 그곳을 자세히 살펴본 수학이야기는 복잡하고도 모호한 세상 속에서도 명쾌하고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갈 수 있음을 일러준 책이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쇼핑몰 할인에 숨은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장 할인, 약정 할인, 마감 할인, 1+1 행사, 가족 묶음 할인에 무려 '폭탄' 세일까지.

그 수많은 '할인' 에 가려진 진실.

절대 사장님이 미쳐서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는 거.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도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싼데 양 많고 양 많은데 질까지 졸은 게?

세상에 그런 제품은 없습니다.

양도 많고 질까지 좋으려면

제 값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다들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아님 싼 게 비지떡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우리같은 대형마트에 속아서

호구처럼 물건 사지 말고

똑똑해 지라는 말입니다! - <쌉니다 천리마마트> 정복동 사장의 말 중에서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고작'과 '무려' 사이> 이야기.

먼저 착시 효과가 나타나는 그림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착시'와 '착각'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에서 전한 말.

눈이 우리를 속일 때 우리는 논리로 그 속임수를 알아차린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이성의 눈이라는 제2의 눈이 있다. - page 134

 


그렇기에 '직관'과 '이성'에 대해 우리는 상호보완해야한다는 점을.

저에게도 너무 편협적인 '소설'과 '에세이'만 읽을 것이 아니라 '인문학', '철학', '과학'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이제야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수학적 눈으로 바라본 세상엔 굳이 복잡한 수식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뭐~

수식으로, 수학적 정의로 풀이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 어렵게 파고들 것이 아니라 '이러한 수학적 관점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 속 수학 세상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마지막엔 '인공지능 시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엔 소박한 명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수 계산이 인공지능의 뿌리다.

수 계산의 뿌리는 곱셈이다.

고로, 곱셈 없이 살 수 없게 된 시절이 인공지능의 시작이다. - page 279

그렇게 '곱셈'으로부터 시작된 저자의 이야기는 이진법으로, 인공지능으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자가 전하고픈 이야기는 단 하나였습니다.

논리적인 사고와 수학 교육의 중요성.

수학이란 발판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가오는 시대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솔직히 기기가 점점 발전하면서 단순한 계산들은 기계들이 해 주기에 '수학'이란 학문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수학은 단순계산만 있는 것이 아닌 '이성'이 담긴 '사고'를 해 준다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줄곧 외우기에 급급했던 수학.

지금의 우리 아이에게는 '외우기'보다는 '이해'의 수학을 전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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