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고전 수업 365 - 매일 10분, 내공을 키우는 고전 한 문장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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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동양고전...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의 사서를 비롯하여 《명심보감》, 《채근담》, 《손자병법》, 《목민심서》 등.

한 번은 꼭 읽어야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매일 10분

고전 한 문장을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반가운 책이기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고전 한 줄로 매일 하는 '온고이지신'

365일, 고금의 인생을 읽고 나를 바로 세우다

1일 1페이지 고전 수업 365



《맹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좋은 옷을 입고 배불리 먹으며 따뜻한 곳에서 잠만 잔다면 개돼지와 뭐가 다르겠는가?'

정신이 가난하면 아무리 풍족한 의식주를 누릴지라도 근본적 결핍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더러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정신적 풍요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역설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양고전은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데 더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에 난해하고 고루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으로 읽기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언젠간 읽어야지...

그 언젠가가 이번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의 사서를 비롯하여 《명심보감》, 《채근담》, 《손자병법》, 《목민심서》 등에서 추려낸 명문을 토대로

1년 365일 매일 한 페이지씩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인과 예, 효와 충절, 믿음과 우애, 지식과 탐구 등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것이 총망라되어 있기에 이 한 권은 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신적 양식서이자 인생의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필사'에 눈을 뜬 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고전 한 문장을 손으로 쓰고 마음에 새기면서 깨달음으로 세상사를 깊이 있게 통찰하며 스스로를 다잡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흔 즈음에 마주한 이 문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와닿았었습니다.

소란한 일상과 지친 우리에게 건넨 수천 년 전의 선현의 이야기.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포문을 열어준 글은 《논어》의 한 문장이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때에 맞게 살라'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는 자립했고, 마흔 살에는 미혹되지 않았다. 쉰 살에는 천명을 깨달았고, 예순 살에는 귀로 들으면 그 이치를 알았고, 일흔 살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되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吾十有五而志於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늙어 죽을 때까지 배움의 길은 끝나지 않기에, 배움을 향한 학습과 수양의 길은 평생을 관통한다는 이 말.

새해의 첫걸음에 너무나 좋은 문장이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내일을, 그리고 마주한 오늘을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에게 건넨 고전 문장.



한신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유방의 존경.

이 지혜가 오늘 사색의 길목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지막을 장식한 이야기.

1년 그 대장정의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그동안 제가 가졌던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새것을 알라'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다른 이의 스승이 될 수 있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서 세상살이의 이치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지혜와 사상, 판단을 담을 줄 알아야 한다. 지식과 학문을 갖춘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지혜와 사상, 올바른 판단력을 갖춘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 page 95

동양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제부터 매일 이 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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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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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매일 밤 꿈을 꿉니다.

좋은 꿈이면 깨기 싫고 무서운 꿈이면 번쩍 눈이 떠진...

때론 수수께끼 가득한 상징으로 가득한 꿈을 꾸게 되면 한참을 곱씹게 만드는 꿈.

우리는 왜 꿈을 꿀까?

꿈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꿈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솔직히 '꿈'에 대해선 꿈풀이 정도로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꿈'의 모든 것을 알아볼까 합니다.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건설을 가능하게 한 지혜의 원천

꿈의 세계에서

인문, 역사, 예술, 과학을 발견하다

꿈의 인문학



이 책은 브라질 히우 그란지 두 노르치 연방대학교의 뇌 연구소 설립자이자 라틴 아메리카 교육, 인지 및 신경 과학 대학의 운영 위원이기도 한 세계적 신경과학자인 '싯다르타 히베이루' 교수가 19년 동안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예술을 넘나들며 꿈과 수면이 인간의 인지 능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여 집대성한 것이었습니다.

고대의 벽화, 점토판, 성경, 베다, 각 대륙의 부족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등에서부터 최신 뇌과학과 꿈 연구자료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사료를 통해 인간의식의 진화 단계를 살펴봄으로써

꿈의 주관성을 보편적 특징으로 전환하여

꿈을 개인의 경험에서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경험으로 인식을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와...

꿈이 가진 놀라운 능력과 잠재력에 읽을수록 경이로웠습니다.

특히나 도시 문명에서는 사회 기능에 필수적인 꿈의 역할이 멈추었어도,

오늘날까지도 꿈은 거의 모든 우리 조상이 채택한 삶의 방식을 간직하고 있는 현대 수렵채집인들의 정신 속에서 살아가며 그것을 환히 비추기에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경로와 우리에게 닥친 도전 과제들을 설명하려면 꿈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꽤나 놀라웠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을 꾸었기 때문이고, 오직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으로 남겼기에 서사는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졌으며 현실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발명되고 도시의 불빛으로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든 인간은 점점 꿈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불면증이 만연하고 하품이 일상이 된 시대.

꿈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빈부격차, 기후 위기, 팬데믹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꿈속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시간이 적기 때문에...

그래서 히베이루는 자각몽이 꿈의 예언을 받는 것을 넘어 직접 꿈을 자각하고 우리의 내면 의식을 깊이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조성과 시뮬레이션 능력을 키우고 인간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꿈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진일보하게 도울 수 있다고 제언하였습니다.

문화적 래칫이 전 세계의 붕괴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가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리 몸에 가장 깊이 밴 습관이 가져올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을 한시라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원 파괴부터 정신과 뇌의 양분화까지, 미세 플라스틱의 축적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흑인 인구의 황폐화까지, 경찰의 집요한 잔혹성부터 끈질긴 남성 우월주의까지, 자살의 유행부터 아직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땅에 대한 삼림 벌채의 가속화까지, 심각한 불평등부터 만연한 부패까지, 중독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돈 중독부터 사육과 잔인한 도살을 통한 동물 대학살까지, 약자를 약탈하는 자본주의부터 성공적인 로봇 도입으로 인한 거의 모든 직업의 종말까지, 자각몽은 그 광대함에서 이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내는 정신 공간이 될 잠재력이 있다 하였습니다. - page 523 ~ 524

꿈을 연결고리로 한 인간 정신의 짧은 역사.

그 여정엔 불완전함, 전치, 압축, 등장인물의 다양성, 예상치 못한 복귀, 분명한 설명이 없는 세부 사항들, 심지어 관련 있는 세부 사항들의 부족함도 감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이란 단순한 개인의 뇌 작용을 넘어서 역사적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었나요?

아마 그 꿈이 우리 조상들의 메시지이자 인류가 지금껏 고민했던 모든 문제의 답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 모두 꿈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지요.

저도 오늘은 꿈이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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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의 삶과 예술
최성숙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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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조각의 하나하나는 생명 그 자체, 즉 자연 속의 식물,

곤충 혹은 새들의 발견, 성장과 자석성이 자란 것과도 정확하게 닮은

시머트리의 생명 원리로서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이 창조적 원칙의 귀결로 문신의 모든 작품은 매혹적이며 거대한 보석과도 같다."

- 자크 도판느(국제 예술평론가협회 정회원)

조각 3대 거장으로 불리며 우주의 원리와 생명력을 나타낸 '문신'.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몰랐었습니다.

"문신은 대한민국 예술의 전통을 여러 세기에 걸쳐 심어놓은 거장들의 특징을 모두 갖춘 타고난 예술가다."

- 자크 토판느(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이제라도 '문신' 이름을 새겨보려 합니다.

우주를 조각한 거장

더 큰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문신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정리하다!

문신의 삶과 예술



영국의 헨리 무어(Henry Moore)

미국의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

와 함께 '세계 3대 조각 거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예술가, '문신(Moon Shin)'.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일생과 예술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첫 번째 장에서는 '문신의 삶'을

두 번째 장에서는 '문신의 예술 세계'를

세 번째 장에서는 '문신의 미술관'으로 문신이 1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향 땅 황무지를 개척하고 돌을 쌓아 올리며 손수 미술관을 짓는 과정부터 이를 조국에 기증하기까지의 일들을

네 번째 장에서는 문신이 타계한 후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를

끝으로 다섯 번째 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신을 보필해왔던 '최성숙, 문신을 기리다'

로 그의 모든 면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본명은 문안신.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아버지와 함께 고향 마산으로 돌아오고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탄광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마산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아버지를 대신해 손재주가 좋은 어머니가 뜨개질, 조개 캐기 등으로 생계를 꾸렸는데 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린 안신은 어머니가 조개를 캐는 동안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혼자 모래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문신은 어릴 적 모래놀이가 훗날 자신의 미술적 조형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 page 12

열두 살 때 자주 다니던 시민극장 근처에 서양화가 박명수가 '태서명화'라는 화방을 열었는데 그곳에서 난생처음 본 서양화에 눈을 떼지 못한 안신.

박명수는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었고 간판 그림을 그리며 이때부터 화가라는 꿈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열여섯 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일본으로 유학을 하고

'나는 이제 문안신이 아니라 화가 문신이다'

라는 다짐과 함께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어떤 이유인지 문신은 당시 예술인촌 전반에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화풍을 따르지 않았고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예과와 본과를 합쳐 총 7년 동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꾸준히 극장 간판과 만화 그리기, 목공 등 여러 일을 하며 이렇게 번 돈 중 학비와 생활비 일부를 제외하곤 남은 돈을 모아 마산에 계신 아버지에게 고향에 땅을 구매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훗날 문신미술관의 터전이 된 추산동 언덕배기 땅.

해방과 함께 마산으로 돌아온 문신.

모던아트협회 회원으로 다양한 화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술가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고 생각한 문신은 세상을 향한 열망이 점점 커지며 프랑스로 떠나게 됩니다.

앵포르멜 사조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추상회화의 본질을 깨닫고, 관념이 아닌 체험과 납득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게 됩니다.

"나는 이곳 파리에 와서 내 눈으로 오늘날 현대미술이 지향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현대 미술 작가 중 일가를 이룬 이들의 작품이 한결같이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조각에 빠지게 된 것은 나의 의지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파리 서북쪽에 있는 라브넬 성을 수리하면서 조각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쌓아가게 되었습니다.



발카레스 조각 전시를 통해 <태양의 인간>을 선보이며 '목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조각가가 되지만 그의 삶은 화려하지만 않았습니다.

헛간을 개조한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며 잦은 부상을 입었고 더욱이 타지에서 홀로 있다는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미술관을 세워 작품과 함께 조국에 기증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고 이후 14년간 황모지를 개간 미술관을 직접 건축하고 완공 1년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저는 흙으로 돌아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면서 장엄하게 산화하고자 합니다. 몸은 비록 내 고향에 안치된다 하더라도 살아서 못다 한 저의 예술 세계를 부활시켜 민족문화와 더불어 영생하고자 하니 문신 예술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기원합니다."

문신의 예술에서 가장 큰 특징이자 시그니처는 '시머트리'인데,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연에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차이를 염두에 둔 것인데 인공적인 대칭 미가 아닌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좌우균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한 그.

좌우균제는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 자연의 형태에서 벗어나 점, 선, 면 등 순수한 조형 요소로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간 문신.

그렇기에 이 예술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대한 사람이면, 또 그런 기회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앞에 섰을 때 순간적으로

'이것이 문신이다'

라 외칠 수 있었습니다.

일생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며 고독과 죽음이라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던,

한국에서조차 외로움을 느껴야만 했던 그의 아픈 삶은

생명에 대한 찬미로 이어졌고

회화와 드로잉, 채화, 조각 등 여술로 승화한 문신.

이제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작품을 다시 마주하며 그의 이름은 제 가슴 속에도 새겨봅니다.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나는 서민과 같이 생활하고

나는 신처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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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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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본 에세이 『편의점 30년째』를 읽고 나서 또다시 '편의점'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편의점에 진심인 사람인데

어쩌다 편의점 회사에 입사하여

어쩌다 보니 '홍보맨'으로서 10여 년째 일해오며 편의점을 참사랑하게 된

'유철현' 씨 이야기.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세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쩌다 편의점



혹시 당신은 처음 편의점에 갔던 날을 기억하는가?

오래전 그때는 분명 미지의 그곳에 마음이 설렜지만,

지금은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차츰차츰 무뎌졌기에...

최초의 그 두근거림을 그리워하던 어느 날,

나의 첫 편의점이 내게 속삭였다.

그것이 바로 너와 내가 오늘을 좀더 특별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그리하여 시작된 편의점 이야기.

무척이나 공감되는 우리네 이야기였습니다.

읽으면서 그의 '일상의 로그'는 또 하나의 역사였고 편의점이라는 공간 속에 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어졌었습니다.

정감 있는 이곳, 편의점.

다시 편의점으로의 발걸음이 설레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 먹는 '삼각김밥'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고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1992년 처음 등장한 '삼각김밥'.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당시 TV 광고도 왕왕 했지만 그마저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상품이었던 삼각김밥은 시간이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과 바쁜 직장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고, 1998년 IMF를 겪으며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모멘텀이 되어 200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되지만 지금은 도시락에 밀려 과거의 영광이 조금 희미해진...

저도 돌아보니 오랜 시간 삼각김밥과 함께 소중한 추억들을 이어왔고 지금은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 작지만 특별한 '삼각김밥'.

오늘은 아이들과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으며 식사 그 이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나는 달랑 삼각김밥을 하나 먹고 있지만 그 한입에 누군가의 열정, 또 한입에 누군가의 정성, 또 한입엔 바로 우리의 인생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 page 38

'허니버터칩'

2014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이 감자칩은 SNS 등에서 '존맛탱'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된 지 약 한 달 만에 모든 편의점에서 과자 매출 1위를 찍고 장장 1년여에 걸친 전국적인 품귀 현상으로 이른바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일으킨 이 과자.

저도 이 과자를 먹어보겠다고 매일 편의점에 출석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거의 눈길도 주지 않지만...

아무튼 편의점 회사에 다니는 그에게 지인들은 허니버터칩 좀 구할 수 없냐는 청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퇴근길에 집 앞 단골 편의점 점주님이 그를 불렀다고 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인 점주님은 평소에 자주 안부도 묻던 사이여서인지

"저기, 허니버터칩 먹어 봤어?"

조심스레 가져온 허니버터칩은 봉지가 뜯어져 있었고 컵라면도 아닌데 웬 나무젓가락이 꽂혀 있었던 겁니다.

점주님은 나무젓가락으로 봉지에서 허니버터칩 두 조각을 살포시 꺼내며

"어서 먹어봐. 요즘 이게 그렇게 인기야. 내가 단골들한테만 맛이라도 보라고 이렇게 한 봉지 꿍쳐두고 조금씩 주는 거야. 물건도 잘 안 들어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있어야지 원. 오늘도 이거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스무 명은 왔다 갔어."

"실망하고 돌아서는 사람들 얼굴이 딱해 보이더라고.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웃으면 얼마나 좋아?! 한 명이라도 더. 이심전심이지. 손님들이 좋아하면 나도 참 좋더라고."

점주님이 건넨 호의.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나무젓가락 한 벌로 실현한, 저도 편의점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누가 편의점을 삭막한 도시의 얼굴이라고 했나!

누가 편의점을 차가운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했나!

따뜻하고도 뭉클한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

편의점에서 일 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바로 '컵얼음'이라는 사실을.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컵얼음은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며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해 2013년 처음으로 소주, 맥주, 바나나맛우유 등 쟁쟁한 스테디셀러들을 제치고 편의점 상품 전체 판매량 1위에 오르는데...

밑바닥 조연에서부터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찬 컵얼음을 보며

나는 이때 보도자료를 내면서 '언젠가 네가 꼭 성공할 줄 알았어!'라고 전지적 오지랖 시점에서 내 일처럼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한 길만 걸어온 얼음은 그렇게 편의점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었다. 가장 차가우면서 가장 뜨겁게. - page 177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바로 앞, 빛을 내며 반기는데...

행복이 뭐 별건가!

좋아하는 것 손에 들고 집으로 가 즐기는 것.

그렇게 오늘의 소소하지만 진한 행복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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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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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에 같이 읽어보게 된 이 책.

솔직히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이 책.

사실 책 표지로는 그저 말 그대로 선생님 이야기? 인가 했는데...

이렇게 물씬 맞을 줄이야...

읽고 나서 한참을 헤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늘어가는 직업여성들.

그럼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일과 삶이 힘겨운 이들.

공감하기에 가슴 후벼졌던 이야기들.

이제 시작합니다.

"우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하다. 온전한 미래가"

코리안 티처



소설은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한국어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학기마다 하나 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갔던 이야기.

우선 봄 학기는 '선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7급 공무원을 준비하던 선이는 한국어 강사 국가고시로 방향을 틀어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합격합니다.

그리곤 H대 어학당 채용공고에 지원을 하였고 베트남 특별반에 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인 꽌의 인스타그램에서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게 되는데...

여름 학기는 '미주'의 이야기였습니다.

H대 어학당 8년 차의 베테랑 강사인 그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수업을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결코 학생들을 봐주는 법이 없기에 강의평가에서 늘 하위권을 맡게 됩니다.

그러다 이번 학기에 2급을 맡게 된 미주는 세 번이나 유급을 한 벨라루스 국적의 학생 니카를 만나게 됩니다.

그를 꼭 3급으로 보내야겠다는 열의와 다르게 작은 오해로 인해 결국 고소를 당하고 마는데...

가을 학기는 '가은'의 이야기였습니다.

H대 어학당에서 단 두 명뿐인 지방대 출신이지만, 강의평가에서는 늘 1등을 하고, 학생에게 공개 고백을 받기도 하는 등 인기가 많은 2년 차 신입 강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하나의 문자가 전달됩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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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겨울 학기는 '한희'의 이야기였습니다.

2년 전 책임 강사로 H대 어학당에 들어왔고, 겨울 학기가 끝나면 재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 연장을 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는데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궂은일을 하면서도 일을 하는 그녀.

그리고는 그 후 모두의 이야기...

"다른 강사분들도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교육도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여러분은 그 돈으로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학생이 갑이고 여러분이 을입니다. 학생이 없으면 여러분은 여기서 일할 수도 없어요."

...

당신은 틀렸어. 우리는 정이야. 학생이 갑이고, 당신이 을이고, 바로 옆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책임 강사들이 병이고, 나와 같은 평강사들은 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강평으로 우리를 자르겠다고 위협하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거고, 여기 있는 강사들은 위협당하면 위협당하는 대로 당신 비위에 맞춰 멍청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고. - page 120 ~ 121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 네 명의 이야기,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

아니,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

더 정확히 하자면 우리 현실 이야기였습니다.

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까라면 까야지'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오래 다니겠다고 결심하는 '선이'의 간절함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라는 동료들의 시선에도 매번 학국어학당의 관습에 맞서는 '미주'의 정의로움도,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리지만 그래서 타인의 불행 또한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해버리는 '가은'의 순진함도,

한국어의 미래시제를 의심하며 갑질을 당하는 것에도 갑질을 하는 것에도 익숙한 '한희'의 치열함

다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속상하고 분노가 치밀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사회에 살아가고 있고 치사하지만 살아가야 함, 버티고 있음에 우리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들의 '가르침'.

결국 우리 사회를 '가리켜' 목소리로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마치 선이가 학생들에게 했던 것처럼...

선이는 숨을 고르고 바로 수업에 돌입했다. 학생들에게 형용사를 가르쳐야 했다. '좋다'와 '나쁘다'를 가르치고, '많다'와 '적다'를 가르치고, '행복하다'와 '슬프다'를 가르치고, '많다'와 '적다'를 가르치고, '행복하다'와 '슬프다'를 가르쳐야 했다. 언젠가는 '정당하다'와 '부당하다'를, '감격스럽다'와 '모욕적이다'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선이는 학생들이 그런 단어를 배울 때 '부당하다'보다 '정당하다'가, '모욕적이다'보다 '감격스럽다'가 더 한국 생활에 유용한 단어라고 느끼기를 바랐다. - page 47

그리고 전한 메시지.

이제 한희에게는 미래시제가 필요했다. 온전한 미래가 필요했다. 의지에도, 추측에도 기대지 않는 하나의 완전한 사실로 존재하는 미래가 필요해졌다. - page 223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문법을 통해 우리에게 일침을 가했던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어는 왜 이유 문법이 많을까? 가은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유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가은은 생각했다. 왜?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된 거야? 이유가 뭐야?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결과가 있으니 원인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다 보니 이렇게나 많은 이유 표현이 생겨난 거 아닐까.

결과 표현은 '-(으)ㄴ 결과', '-(의)ㄴ 끝에', '-(으)ㄴ 나머지' 정도로 적은 걸 보면 정작 결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는 건가. 이미 벌어진 일에는 순응하면서도, 그 일의 이유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언어.

가은이 이유 문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배우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가은이 이유를 그다지 묻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은은 자신이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가은에게 사람들이 이유 없이 베푸는 호의와 같았다. 어느 날 주어진 것.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 page 173

'살아 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

그냥 살아가는 것도 벅찬데 살아 남아야 한다는 사실에 더 힘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읽고 현시대를 되짚어봐야 할 책.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이 사회를 향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책.

나의 목소리가 모두의 울림으로 되는 그날이 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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