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EBS에서 하는 <까칠남녀>에 출연했었다.
여성의 권리에 더 방점이 찍힌 프로인데다
그 프로에서 내가 했던 역할이 거의 무조건적인 여성 옹호였기에,
난 많은 안티팬을 거느리게 됐다.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9월이 됐을 때 난 그 프로를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피디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 능력보다 날 더 높이 쳐준 피디는 “그런 게 어딨냐”면서 나를 붙잡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마음이 참 고맙다.
후임자가 없다고 푸념하던 피디는
손아람이라는, 팩트와 논리로 무장한 명석한 남성패널을 후임으로 앉혔고,
덕분에 <까칠남녀>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프로가 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프로를 죽자고 욕하는 세력들은
아무도 안보는 시청자게시판을 점령한 채 “까칠남녀 폐지”를 외쳤다.
누가 이런 발언을 했는데 이게 교육방송이 할 짓이냐, 당장 폐지하라,
패널 중 한명은 이런 사람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 폐지하라.
결국 그 뜻이 이루어진 건 12월에 방영된 성소수자 특집이었다.
인기프로 <아는 형님>의 포맷을 따와 성소수자에게 궁금한 것들을
패널들이 묻는 형식으로 구성한 그 회차는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갖춘 수작이었다 (그래서 난 다시보기로 결제한 14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물론 이건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훨씬 많았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비난글은 평상시보다 수십배 늘어났고,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시위가 시작됐다.
학부모 연대라는 곳, 개신교 단체, 나중에는 애국보수 단체까지 가세해
EBS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패널 중 한명인 은하선이 잘렸고, 여기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손아람과 이현재. 손희정이 가세하면서
결국 <까칠남녀>는 시즌1 종료를 앞두고 없어지고 만다.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감은 담당피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셌다.


 

 

 

 

 

 

 

 

월요일 밤 11시 35분부터 방영되는 이 프로가

그 시간에 잠자기 바쁠 아이들 교육에 얼마나 큰 지장을 초래했는지 난 모르겠다.
그들은 프로가 음란하다고 말하지만, 그 회차 어디에서도 난 음란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프로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그들의 말에도 동의가 안된다.
사회학자 오찬호가 쓴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의 역사가 무구하다는 뜻은
그렇게 박해를 한다고 해서 (동성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방증한다.
어느 사회에나 동성애자는...특정 비율로 존재한다. 통계상 동성애자의 비율은 9-11% 사이이다....
동성애를 인정한 나라에서 동성애자가 범람한 사실은 없다. (110쪽)]
다시 말해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에 더 가깝다는 얘기,
하지만 동성애 반대자들에게 이런 팩트를 제시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
그들은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어떤 주장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BS 반대집회에 나온 목사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목사: 여러분, 까칠남녀 봤나요?
일동: 안봤어요.
목사: 잘하셨어요. 그런 프로 보면 안되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해당 회차도 보지 않은 채 거리로 나왔다는 얘기,
그러면서도 추위를 무릅쓰고 반대집회에 나온 맹목이 무섭다.
이런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저들이 일으키는 소동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진작 그만둔 것이 좀 미안하다.
피디와 제작진, 그리고 패널들이 마음고생하는데
난 한발 떨어진 곳에서 이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게시판에 있는 다음 글이 날 웃게 만든다.

 

 

애들아, 욕하기 전에 최소한 방송은 보고 욕하는 게 도리란다.

나, 9월에 그만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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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01-2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말씀감사합니다 근데 이건 전혀상처가 안돼용 전지금 관망자인걸요 열시미할게요

2018-01-25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01-25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윗님 긴말씀감사합니다 님의견존중합니다 다만 이런 건 있어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이 남들 눈을의식해 이성애자처럼 행동 하고 결혼까지 한다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동성애자 가 다시 이성애로 전환 된 사례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雨香 2018-01-2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남녀를 종종 봤는데요. 이처럼 젠더에 대해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가만히 냅둘까라는 걱정도...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출연진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초보 입장에서 잘 조율한 박미선님, 적당히 욕먹을 위치에 선 정영진님, 여전사 같았던 은하선님, 그리고 서민 님이 감초같은 역할을 하셨는데.... ㅠㅠ

마태우스 2018-02-17 13:18   좋아요 1 | URL
저는 좀 부족한 점이 많았죠. 제가 그만둔 뒤 나온 손아람 작가님이 역할을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비난여론에 결국...ㅠㅠ 아쉽네요.

moonnight 2018-01-2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소수자 특집편을 보고, 드디어 이런 프로그램이 방영되는구나 뿌듯했는데 ㅠㅠ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참 답답해요.ㅠㅠ

마태우스 2018-02-17 13:17   좋아요 0 | URL
그죠. 최소한 보고 비판했으면 좋을텐데요
 
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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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검사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일보다 사랑에 전념하거나, 돈과 권력에 쉽게 넘어간다.
물론 드라마의 이미지가 마냥 허구인 것은 아니어서,
검사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외치고 있진 않았으리라. 
어느 직종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부 정치검사가 문제인 것이지 검사가 다 나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일선에서 수많은 사건과 싸우며 정의구현에 공헌하고 있으며,
그들로서는 검사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검사 드라마가 나와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의와 싸우는 평검사 이야기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이건 검사들이 책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사내전>은 김웅이라는 검사가 자신이 겪은 사건들을 독자에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일단 실제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리얼리티와 박진감이 넘치며,
그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지라 드라마로 만들기 딱이다.
내가 쓴 책도 아니면서 ‘작가님들께 바친다’라는, 선정적인 리뷰 제목을 단 건 그런 이유다.
물론 이 책이 드라마로서의 가치만 있는 건 아니다.
글을 워낙 잘 써서 술술 읽히는데다
전업작가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비유가 찰지다.


1) 고의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보험사기꾼 사건을 얘기할 때
[울버린 김씨는 불운의 아이콘이다...운전만 하면 여성 운전자가 김씨의 낡은 프레스토를 들이받았고...걸어다닐 때도 그의 불행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도 3일만에 쌩쌩하게 완치되어 걸어다니다 다시 전치 4주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김씨의 뼈가 울버린처럼 아다만티움으로 코팅된 거라고 보는 편이 더 상식적인 판단일 거다 (41쪽)]


2) 수십건의 사기를 친, 그러면서도 구속 한번 당하지 않은 할머니에 대한 기술
[할머니는 아주 당당하게...법정에 출두했다. 사람은 한번 이겨본 상대는 쉽게 생각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2002년 이후 한때 이탈리아나 포르투칼 축구팀을 우습게 봤던 것과 유사하다.(85쪽)]


3) 허위 매출로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꾸민 뒤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팔아넘기는 사기꾼이 있다.
그걸 믿고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인수하면 당연히 장사가 안되는데,
이전 점주는 이게 매장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점주에 따라 20% 이상 매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 변명은 도시가스냐 프로판가스냐에 따라 라면 맛이 달라진다는 주장과 비슷하다.(93쪽)]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뭘까?
이 책에 나온 사건 대부분이 사기사건인 걸 보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쓴 동기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기는 남는 장사다.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세금도 안낸다. 사기를 쳐도 잘 잡히지 않고 설사 잡혀도 대부분 쉽게 풀려난다. 그러다보니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사건이 발생한다. 2분마다 1건의 사기가 벌어지는 셈이다.” (19쪽)
우리나라가 사기공화국인 이유는 그러니까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사기범의 재범률이 77%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매정한 말이지만 각자가 알아서 사기를 피해야 한다.” (21쪽)
각종 사기범죄를 친절하게 다룬 이 책을 읽는다면 사기를 덜 당할 수 있으리라.
꼭 드라마 소재에 목마른 작가가 아니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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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8-01-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발췌해주신 글 보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실화가 대부분이라니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해요 정말 재미납니다

얼룩말 2018-01-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네 님이 구매가 밝은 사회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페크pek0501 2018-01-1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세상 공부가 될 것 같아 꼭 읽어야 하는 책인 듯...
티브이의 <이것은 실화다>를 책으로 보는 맛이 느껴질 듯합니다.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리고 사기에 안당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순오기 2018-01-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몰라서 못 쓴다는 말에 공감해요. 좋은 검사가 많아져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장바구니에...^^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이걸 꼭 한드로 만들어주길 빕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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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선생과 내가 관계를 맺은 것은 10여년 전이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해주고 싶어서 강사를 수소문하다 이정모 선생을 알게 됐다. 다들 그랬겠지만 나 역시 이정모 선생의 외모에 놀라자빠졌다. 이선생은 ‘나보다 더 심하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몇 안되는 분이다. 하지만 그분의 강의를 듣고 나선 그보다 100배쯤 더 놀랐다. 전혀 관계없는 말로 시작된 강의가 글쓰기로 연결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정모 선생의 최대 매력은 그의 인간성이다. 잠깐만 같이 있어도 “아 이분 참 좋은 분이구나!”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그의 인간성은 이정모 팬클럽이 만들어진 원천이다.


하지만 능력이 없었다면 그 팬클럽은 오래가지 못했을지 모른다. 2011년, 이정모 선생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 된다. 그가 관장으로 재직했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리적 불리함을 이겨내고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됐다. 또한 그곳은 수준높은 과학강연과 토크가 펼쳐지는 과학아카데미이기도 했다. 위치도 그렇고 강사료도 많은 게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이정모 선생이 불러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기에 부름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날 때마다 근처 치킨집에 모여 수다를 떨던 장면은 내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 베스트’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 수다에 끼기 위해서 저 멀리 일산에서, 충청도에서, 강원도에서 달려와 줬다. 하리하라로 유명한 이은희 작가님과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작가님을 뵌 것도 그 모임에서였다.


처음 만난 계기가 ‘글쓰기 강의’였으니, 이정모 선생은 당연히 글도 잘 쓴다. 과학에 관해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우리네 삶과 관련해 과학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과학과 삶을 연결시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정모 선생은 이 분야에 있어서 단연 독보적이다. 이번에 나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그 결정체로, 이 책을 읽으면 삶과 밀착된 과학 이야기를 원없이 즐길 수 있다. 예컨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는 말을 보자. 이정모 선생은 모 기업 대표가 에어컨이 고장난 것에 항의하는 직원을 미꾸라지에 비유한 일화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미꾸라지를 변명한다.

“...미꾸라지를 나쁜 비유에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꾸라지는 보양식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는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천 마리까지 먹어치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하수구에 미꾸라지를 풀어 모기 애벌레를 먹어치우게 하기도 한다. 미꾸라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 책에 대해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난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썼다.
[이정모 선생은 과학저술분야의 업계 라이벌이다. 물론 라이벌이라는 건 내 생각일뿐 작품의 질이나 판매량 모두에서 아직 나는 한참 못 미친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사건들을 재미있게 쓴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우리 둘의 격차를 다시금 절감한다. 이정모 선생님 언젠간 꼭 따라잡고 말겁니다. 10년만 기다리세요.]
아쉽게도 지면 제한으로 맨 마지막 구절만 실렸는데, 책으로 나와 다시금 읽어보니 10년은 내 만용의 소치였다.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난 이정모 선생같은 내공은 갖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 글은 그러니까 따라잡지 못할 거라면 찬양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평소 신조를 실천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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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1-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슬펐는데 카스피님이 이렇게 어여쁜 메시지를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무술년이구나, 올해가.. !

정희용 2018-01-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용하고 안락한 곳에 서민 선생님의 둥지가 있었군요. 이정모 관장의 책을 낸 바틀비 출판사 정희용 주간입니다. 추천사도 감동이었지만, 전후 맥락을 이렇게 밝혀주시니 더 흥미진진하군요. 허락하신다면, 이 글을 출판사 페북에 게재하고 싶습니다. 괜찮을지요?
아울러,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꾸벅~

마태우스 2018-01-06 17:02   좋아요 1 | URL
아유 그럼요 제가 영광이죠! 이 책이 잘 되기를 빕니다. 제가 낸 책보다 더 사랑스러운 책은 오랜만이네요^^

서니데이 2018-01-0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0 23:59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좋은 일 많이 있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인선영 2018-01-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마태우스님 글 즐겨 읽고 지지합니다.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유쾌하고 사랑스런 말과 글을 계속 부탁 드려요. 이 책은 당장 읽어야 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1 00:00   좋아요 0 | URL
앗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지지에 부끄럽지 않은 삶 살겠습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

myjay 2018-01-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추천사를 보니 볼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 서평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38   좋아요 0 | URL
아유 별말씀을요. 망설인다고 못난이는 저얼대 아닙니다!

clavis 2018-01-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겸손이 묻어나는 추천사가 매력적입니다^^마태우스님도 제가 참 존경하는,곁에만 있어도 좋은 분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40   좋아요 1 | URL
겸손이 아니라 리얼입니다. 글구 제가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놈은 아니어요 흑흑. SNS처럼 저 역시 좋은 척하고 살고 있어요 ㅠㅠ 하지만 clavis님의 말을 들으니 앞으론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불끈.

clavis 2018-01-1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곳이든 사람이 착해지려고 서로 노력하는 곳을 보기는 힘든데 그런 면에서 마태님 멋지셔요 여성으로서도 감사드리고요 저도 한번 멋지게 살아보렵니다 이 하루를♡♡

책벌레씨 2018-04-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민교수님 이곳에 계셨네요 아니 왜이리반갑죠 ㅎㅎㅎ 글찾아읽겠습니닷

마태우스 2018-04-22 0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이 늦었네요. 이곳은 제 친정입니다. 뭘 해도 다 너그러이 받아주죠. 역시 친정이 제일이구나, 싶답니다.
 

 

 

 

 

 

 

 

 

 

 

 

 

 

개 산책은 영 신경쓰이는 일이다.
공원이라고 해봤자 사람을 위한 공간인지라
개를 데리고 가는 게 영 불편했다.
개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고, 그들은 노골적으로 개에게 불쾌감을 표시하니까.
최시원 사건이 난 뒤에는 개 산책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작년 말, 천안에 강아지를 위한 공간이 생겼다.
공원의 일부에 철제 담장을 두르고 그 안에서 개들이 놀 수 있게 만든 곳으로, 
개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개들이 목줄을 매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매주 로또를 사는 게 마당이 있는 별장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집에서 십여분 거리-천안은 모든 곳이 다 십여분이긴 하다-에 개 공원이 마련됐으니
굳이 별장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아내와 난 작년 말부터 시간 있을 때마다 개들을 공원에 데려가 놀게 하면서
그간 꿈꿔온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개주인들이 개똥을 잘 안치운다는 점이다.
아침 일찍 공원에 갈 때마다 전날 싼 똥들이 널려 있는데,
개똥을 치울 비닐도 비치해 놓는 등 공원 측에서 나름의 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똥을 안치우는 인간들은 아주 많다. 
개똥은 장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난 개가 다섯 마리임에도 혹시 응가를 하는지 주의깊게 보다가
일이 벌어지면 잽싸게 달려가 준비된 비닐장갑으로 똥을 수거하는 반면,
일부 개주인들은 개를 놀게 한 뒤 자기는 스마트폰만 하거나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니,
개가 똥을 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면적이 넓지도 않고, 따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판에 개똥이 계속 방치된다면
우리에게 소중한 이 공원이 오래지 않아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아내와 난, 갈 때마다 남의집 개똥을 보이는 족족 치운다.
하지만 똥은 매일같이 나오고, 바빠서 며칠 못 가기라도 하면 똥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진다.
눈이 온 엊그제, 개똥을 치우다 하도 화가 나서 눈에다 이렇게 썼다.

"개똥치워"

오늘 아침에 가보니 눈은 녹았고, 글씨는 지워졌다.
그리고 예전처럼 개똥이 나뒹군다.


이들은 아마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개똥을 치우지 않았을 터,
개주인들이 욕을 먹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개를 예뻐하는 사람도 남의 개똥이 더러운데,
개를 미워하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개주인에게 개를 예뻐하는 것에 걸맞은 도덕관념이 있었다면,
최시원 사건 때 개빠들이 그렇게까지 욕을 먹지 않았으리라. 
어떻게 하면 그들의 행태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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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좋아 2018-01-1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강아지 산책시킬 때 똥 치우는 건 당연한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마태우스 2018-01-13 07:41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너무들 한다 싶습니다 ㅠㅠ 개 동호회 회원들끼리 모여서 개 풀어놓고 지네들끼리 이야기만 한다니까요....ㅠㅠ
 

 

 

 

 

 

 

 

 

 

 

 

 

페미니스트 홍승은은 페이스북에서 아버지를 차단했다.
그래도 핏줄은 끊을 수가 없는 법이라 가끔씩이라도 만날 수밖에 없는데,
한번은 홍승은의 카페에 아버지가 찾아온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아빠: 너는 왜 자꾸 아빠 나쁜 점만 글로 쓰냐? 내가 그렇게 나쁘게만 했냐?
홍: 예전에 승희가 말대꾸한다고 쓰레기통 뒤집어서 머리에 쏟은 적도 있고, 나 잘 때 얼굴에 얼음물 부은 적도 있지.
아빠: 아 됐고, 그거 말고 내가 잘해준 것도 있잖아. 내가 요즘 창피해서 못다녀. 무슨 내가 폭력 아빠인 줄 알겠다.
홍: 아빠는 폭력아빠 맞았어. (191쪽)

 

이 대목을 읽다 몇 년 전 생각을 했다.
한겨레신문의 명 인터뷰어 이진순님 덕분에 아버지와의 일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날 참 미워했고, 폭력도 썼다는 내용이었다.
그게 신문에 나간 뒤 가족들 사이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누나와 여동생은 아버지를 나쁘게 묘사했다고 화를 냈고,
그들 때문에 신문을 본 어머니도 “내가 얼굴을 들고다닐 수 없다”고 불쾌해하셨다.
누나와 여동생이 한겨레신문사에 방문해 그 기사를 당장 내려달라고 한 건 그 하이라이트.
뒤늦게 기자한테 그 얘기를 듣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었다.
당시 여동생이 내게 이런 문자를 보낸 기억도 난다.
“뜨려면 니 실력으로 뜨지, 왜 아버지를 이용해서 뜨려고 해?”

 

당시 내가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맞았다고 얘기하느냐 마느냐는 맞은 자의 권리이며,
난 그 권리를 향유할만큼 구박을 받았다고 믿었으니까.
그렇긴 해도 내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뷰에서 그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그런 얘기를 못했지 않았을까.
그런데 홍승은은 아버지가 살아계신데도 그런 말을 한다.
그러고보면 홍승은은 정말 용기있는 분이다.
아직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낙태의 경험을 책에 쓰는 것도 그 용기의 징표인 듯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난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당신이 내게 큰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을 것 같다. 
아버지 입장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피해자였고, 꿈에도 당신이 폭력아빠란 생각을 못하지 않았을까.
홍승은의 아버님이 쓰신 <고슴도치>를 보면, 그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세상에 진짜 폭력적인 아버지를 못 보았구나.
...졸지에 주인공이 되었다.
페미니스트, 딸 덕분에
그래 애비를 팔아서 잘 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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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2-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부터 찜해두고 있던 책이었는데 새해에 바로 사야겠어요!!

마태우스 2018-01-02 20:33   좋아요 0 | URL
아 네...유명한 책이군요. 다락방님 반갑습니다^^

마늘빵 2017-12-2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마태우스님. 요 글 보고 저도 방금 질렀네요.

마태우스 2018-01-02 20:33   좋아요 0 | URL
앗 네...후횐 안하실 겁니다. 저는 남자라서, 이런 책 보고 많이 배웁니다. 현실에서 느끼는 성차별을 알 수 있거든요

stella.K 2017-12-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자신이 어떤 폭력을 쓰는지
잘 모를 때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더구나 가부장제에선 더 그렇겠죠.
암튼 이 책 대단한 책 같습니다.
저도 기회되면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8-01-02 20:34   좋아요 0 | URL
글게요 저도 남자라 늘 반성하며 살아야겠죠... 반갑습니다.

책읽어주는홍퀸 2017-12-29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홍씨가 머찌단말이죠!😁

마태우스 2018-01-02 20:34   좋아요 0 | URL
아 네...홍씨가 멋지죠. ^^

재는재로 2017-12-3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복많이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02 20:34   좋아요 0 | URL
앗 재는재로님 이미지 없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