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산책은 영 신경쓰이는 일이다.
공원이라고 해봤자 사람을 위한 공간인지라
개를 데리고 가는 게 영 불편했다.
개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고, 그들은 노골적으로 개에게 불쾌감을 표시하니까.
최시원 사건이 난 뒤에는 개 산책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작년 말, 천안에 강아지를 위한 공간이 생겼다.
공원의 일부에 철제 담장을 두르고 그 안에서 개들이 놀 수 있게 만든 곳으로,
개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개들이 목줄을 매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매주 로또를 사는 게 마당이 있는 별장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집에서 십여분 거리-천안은 모든 곳이 다 십여분이긴 하다-에 개 공원이 마련됐으니
굳이 별장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아내와 난 작년 말부터 시간 있을 때마다 개들을 공원에 데려가 놀게 하면서
그간 꿈꿔온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개주인들이 개똥을 잘 안치운다는 점이다.
아침 일찍 공원에 갈 때마다 전날 싼 똥들이 널려 있는데,
개똥을 치울 비닐도 비치해 놓는 등 공원 측에서 나름의 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똥을 안치우는 인간들은 아주 많다.
개똥은 장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난 개가 다섯 마리임에도 혹시 응가를 하는지 주의깊게 보다가
일이 벌어지면 잽싸게 달려가 준비된 비닐장갑으로 똥을 수거하는 반면,
일부 개주인들은 개를 놀게 한 뒤 자기는 스마트폰만 하거나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니,
개가 똥을 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면적이 넓지도 않고, 따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판에 개똥이 계속 방치된다면
우리에게 소중한 이 공원이 오래지 않아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아내와 난, 갈 때마다 남의집 개똥을 보이는 족족 치운다.
하지만 똥은 매일같이 나오고, 바빠서 며칠 못 가기라도 하면 똥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진다.
눈이 온 엊그제, 개똥을 치우다 하도 화가 나서 눈에다 이렇게 썼다."개똥치워"
오늘 아침에 가보니 눈은 녹았고, 글씨는 지워졌다.
그리고 예전처럼 개똥이 나뒹군다.
이들은 아마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개똥을 치우지 않았을 터,
개주인들이 욕을 먹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개를 예뻐하는 사람도 남의 개똥이 더러운데,
개를 미워하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개주인에게 개를 예뻐하는 것에 걸맞은 도덕관념이 있었다면,
최시원 사건 때 개빠들이 그렇게까지 욕을 먹지 않았으리라.
어떻게 하면 그들의 행태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