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 행복에 서툰 당신을 위한 7단계 심리수업
라즈 라후나탄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왕 사는 인생, 매일 매 순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아니, 행복한지 물어보면 안 될 정도로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행복에 관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과연 행복한 삶이 인간의 선택과 의지로 가능한가?'이다. 이에 대해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의 저자 라즈 라후나탄은 '그렇다'라고 답변하며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의 삶에서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은 왜 불행한가? 왜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가? 당신의 삶에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쉽고 간단하며 중요한 답은 바로 '비교'이다. 비교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성과급을 생각해보자. 당신의 회사가 이번에 많은 수익을 내서 당신은 1억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었다. 기쁜가? 행복한가? 그렇다. 물론, 당신의 연봉이 5억 정도 되면 뭐 그렇게 기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1억 원의 성과급을 받는 것이 로망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성과급 1억 원이라니.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서 발생한다. 회사 직원들 모두가 이번에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고 축제 분위기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다들 2억 원을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났으며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이직을 해야 되나 내가 무엇이 문제가 있나 등등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아프고 두통이 시작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비교'이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 분명,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행의 큰 이유다. 
 
그리고 또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하는가 생각해보자. 언제 당신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는가? 혹시, 일이 없어도 퇴근하지 못할 때 아닌가? 아니면 외부 약속이 없어 항상 같이 먹자고 하는 꼰대 같은 상사로 인해 매번 고통스러운 점심을 먹어야 하는 순간? 이럴 때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걸까? 바로,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삶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자율성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책에서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말하는 대로 자기인식이 충분히 있는 사람은 불행의 요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할 수 있다. 위에서 비교와 자율성 두 가지를 간단히 이야기했는데 책에서도 행복의 요소로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본 욕구가 충족된 후 행복해지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은 숙달 Mastery과 소속감 Belonging과 자율성 Autonomy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숙달은 비교와 관련된 내용이다. 즉, 비교나 우월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 자체를 통해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이 상태를 칙센트미하이라는 심리학자가 플로우라고 부르는 상태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떤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해서 시간의 흐름을 놓치는 상태이다. 이 시간 자체가 의미가 있고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가 설명을 하면, 우리는 쉽게 물적 보상을 통해 일에 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받으면 집중력을 잃는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생산성도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말하는 행복의 요소는 소속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로부터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엔돌핀이 도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아무한테도 연락이 안 오고 대출 문자나 전화만 온다면 '나는 그동안 뭐 하며 살았나?'하며 자격지심이 들 것이다. 사람은 관계 가운데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젊은 의학도인 폴 칼라니티가 쓴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에도 이에 대한 성찰이 잘 나와 있다. 폴 칼라니티는 평생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깨닫기 위해 문학을 전공하고 다시 의학을 전공하였고 암 말기 판정을 받고 씨름하다가 관계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이다."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에서도 관계를 맺는 것과 행복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다. 한 연구는 참가자들 중에서 상위 10퍼센트의 행복한 사람들을 나머지 참가자들과 구별 짓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행복한 집단에서는 전원이 적어도 친밀한 관계를 한 가지 이상 맺고 있었다. 따라서 가장 행복한 집단에 속하고 싶다면 끈끈한 관계 맺음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당신은 언제나 연락해서 무슨 이야기든지 할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을 위한 한 가지 요소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물론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총 7가지 잘못된 습관(저자는 죄라고 지칭)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7가지 좋은 습관을 소개하며 행복한 삶을 위한 훈련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에 대한 관심이 많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한 가지씩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실천에 옮기면 될 것 같다. 그럼, 지금보다는 개선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는 그리고 저자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가'이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고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당연히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삶과 더 행복한 삶이 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따라서, 나는 단순히,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행동과학, 의사결정이론, 소비자 행동 등 마케팅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따라서 이 바운더리 안에서의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라고 봐야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길과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한 가지 길을 이야기한다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종교와 영성 분야의 연구에서는 삶에 대한 영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난다' 라는 부분이다. 기독교를 예로 든다면, 기독교를 통해 책에서 말하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커버가 된다. 책에서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이타주의' 즉,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갈 때 더 행복하다고 하는데,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수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이다.

 

또한 교회는 관계를 더 깊이 가질 수 있는 공동체를 제공한다. 물론, 상처받고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 가운데서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물론, 종교라는 것이 단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교에 헌신한다는 것이 고뇌와 수행, 절제와 고통의 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종교를 통해 책에서 말하는 것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이 이 책(이 책은 신앙서적이나 종교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이 말할 수 있는 행복의 한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어스 포커 - 월가 최고 두뇌들의 숨 막히는 머니게임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빅숏과 플래시 보이스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어스 포커다.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일하며 경험한 채권 시장의 세계를 실감 나고 현장감 있게 담아내었다. 

 

라이어스 포커는 일종의 베팅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허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제목을 라이어스 포커로 지은 이유 중 하나는 살로먼 브라더스의 회장인 굿프렌드를 비롯하여 살로먼의 직원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라이어스 포커는 결국 누가 더 허세를 잘 부리느냐인데 살로먼 브라더스가 부렸던 허세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가 입사할 때 즈음, 채용 인원을 대규모로 늘릴 뿐 아니라 사무실 확장도 함께 진행하였다. 그래서 4년도 채 되지 않아 사무소 직원이 150명에서 9백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신입사원의 연봉도 어마 무시했는데, 그 당시 저자의 초봉이 40대 중반 대학교수 연봉의 두 배였다고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한 2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같은 곳은 신입 연봉이 2억 정도 된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고액 연봉을 신입사원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살로먼 브라더스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투자은행은 왜 별다른 경험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많은 돈을 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신입들이 전화기에 붙어 앉아만 있어도 회사는 그들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단 말인가? 투자은행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량은 넘쳐났고 단지 그 물량을 매매할 담당자들이 필요했고 그것은 큰 기술을 요하지 않았다고 마이클 루이스는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는 내부 고발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실제 살로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회사가 불량 채권을 고객에서 넘김으로 회사는 익스포저를 제거하고 거기다가 매매 수수료까지 챙기는 악랄함 또한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 또한 처음에 아무것도 모를 때 시키는 대로 하다가 불량 채권을 고객에게 넘기게 된 것이다. 그는 그리고 나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고 싶은가? 나는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했다. 그러나 내 두뇌가 그때 느꼈던 최초의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 나는 어쨌든 그 소식을 전했다. 그는 소리치고 괴로워했다. 그게 다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소리치고 신음하고... 이것이 브로커의 미학이다. 이 일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난 그런 미학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이었다. 고객이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있는 그 순간,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날 죽일 수도 없다. 나를 고발할 수도 없다. 나는 직장을 잃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6만 달러의 손실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움으로써 살로먼에 작은 기여를 한 영웅이었다. 
이런 상황을 편리하게 해석하는 길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그의 잘못이다. 이것이 채권시장의 법칙이다. 카비아트 엠터(Caveat emptor). 이 라틴어 경구는 "사는 사람이 주의 깊게 봐야지(누굴 탓해)"라는 뜻이다."

 

'내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고객은 분명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칠 것이고 그 분노가 나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다. 그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 고객은 나에게 법적으로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이익을 남겼고 회사에서도 이제 나를 인정해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이 흘러갈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상을 달리던 회사가 기울어져 갈 때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그 모습을 다음과 같이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로먼의 위대한 영광은 사라지고 이제 자기 보존을 위한 몸부림만 남은 것이다.
세일즈맨은 트레이더를 욕했고 트레이더는 세일즈맨을 탓했다. 트레이더들은 짜증을 냈다. 왜 트레이더들의 채권을 멍청한 유럽인에게 팔지 못하는 것인가. 세일즈맨은 화를 냈다. 왜 우리 트레이더들은 진저리 나게 끔찍한 채권밖에 들고 있지 않은 것인가. AT&T처럼 처리 곤란한 채권을 내 고객에게 떠넘기려는 트레이더가 내게 말했다. "팀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나는 "무슨 팀 말씀이시죠?"라고 물었다. 물론 그의 채권을 팔아 손실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객과의 관계가 깨지는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즉, 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야 할 회사의 부서들이 서로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서에 책임을 묻기 바쁜 모습니다. 그 누구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틈만 보이면 책임을 전가하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꼭 자기가 불리하거나 필요할 때만 우리는 한 팀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울어가는 회사의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인재 유출이다. 저자는 자신들의 선배들은 입사 3년이 지나도 85퍼센트가 남아 있었지만 그의 동기들은 3년 만에 75퍼센트가 회사를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회사가 어떠한 지는 내부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회사에 비전이 없다면 당연히 다들 떠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회장인 굿 프렌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굿 프렌드의 천재성은 자신의 이기적인 이익을 보다 높은 원리로 둔갑시켜 감추는 데 있었다. 이 둘은 좀처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내가 월가에서 배운 한 가지는 투자은행가가 원리, 원칙을 얘기할 때는 늘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보스들은 자신들의 실수에 무덤덤한 것 같았다. 이들은 건성으로 조사를 하는 것 같더니만, 결국 이미 지난 일이니 덮어두자는 식으로 얘기했다. 일이 확대되는 것(그래서 자신들이 사임하는 것)이 회사에도 좋지 않다는 투였다. 나는 최고경영자라는 사람들이 회사가 망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크게 걱정이 됐다."

 

라이어스 포커는 과거 베일에 쌓여 있던 살로먼 브라더스의 내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월스트리트의 단면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작동하는 돈의 논리, 허세와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막연히 월스트리스트를 동경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프 프로젝트 -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헬렌 피어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특히, 사람과 관련된 일은 더 그렇다.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다시는 그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범죄를 예방하려고 한다. 각종 질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질환의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문제는 사람과 관련된 일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생을 과거부터 추적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추적조사해야 하는가? 그리고 조사를 하고 싶어도 과거 기록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추적 조사를 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그래서 질환, 범죄 등의 원인을 사회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사람의 과거에서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출산 전인 임신 때부터 그 사람에 대한 기록을 남겨둔 연구가 있으니, 그 연구가 바로 '코호트 연구'이고 이 책 라이프 프로젝트의 주제이다. 따라서, 이 코호트 연구의 자료들과 흔적들만 잘 쫓아가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추적조사한다는 말만 들어도 뭔가 굉장히 어렵고 큰 프로젝트라고 짐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영국에서 이루어진 코호트 연구는 1958년을 시작으로 12년마다 총 5번이 진행되었지만, 진행될 때마다 어려움이 없었던 연구는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비용이었다. 보통 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대상이었는데, 그들의 출생을 기록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접 그 가정을 방문해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고 이것은 다 비용과 연결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과 연구 기간이 너무너무 길다는 것은 투자나 지원을 받기 힘든 가장 큰 이유였다. 왜냐하면, 지원을 받으려면 프로젝트의 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성과가 예상되는지를 이야기해야 되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투자를 하면, 단기간에 그로 인한 보상을 기대한다. 그 보상은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명예나 권위, 혹은 학술적 가치 같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코호트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을 하였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투자나 지원을 받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 코호트 연구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몰랐다. 말 그래도 추적 조사이기 때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럼 최소 50-60년은 지속되어야 할 연구 프로젝트인 것이다. 즉, 연구 성과물이 30년 뒤에나 나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지속적인 인터뷰와 자료 수집, 보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은 계속 지불되어야 할 터였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감히 누가 투자하고 지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호트 연구를 위해 온몸을 바친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코호트 연구는 시작되었고 유지될 수 있었다. 물론, 코호트 연구는 긴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코호트 연구의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호트 연구가 시작될 때 공헌한 주요 인물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결코 코호트 연구들은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이 다음 글에 잘 나와 있다.
 
"하지만 출생 코호트 연구로 인해 밝혀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생의 첫 몇 년이 나머지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고, 좋은 직업을 얻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간단히 말해, 부모의 처지가 자녀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임신 때의 환경, 그리고 태어나고 나서 처음 몇 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 아는 사실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이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부모, 비좁은 집 등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힘겹게 인생을 시작한 아이들은 점차 행동장애, 질병, 부진한 학업 성취도 등에 시달리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임신 기간 동안 알코올을 피하고 생선을 먹었던 것은, 코호트 연구 결과를 통해 도출된 사실이 이제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 좋다는 '상식 역시 마찬가지다."

 

"육체노동자들의 아기들은 전문직 계층의 아기들보다 사망률이 훨씬 더 높았다."

 

"... 하층계급의 아이들이 학교 성적만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부유층 아이들보다 키가 평균 3.3센티미터 더 작고, 언어장애는 6배 더 많았다. 그리고 치과에 가본 적 없는 아이들이 거의 3분의 1이었던 반면, 상류층 아이들은 1퍼센트에 불과했다."

 

"최고 오염 지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기침이 잦았고, 기관지염과 폐렴 같은 하기도 감염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아파서 학교에 결석할 확률도 높고, 귓병으로 귀에서 고름이 날 확률도 조금 더 높았다. 이번만은 사회계급과 무관했다. 노동계급이든 중간계급이든 오염 지역에 산다면 똑같이 영향을 받았다. 아무리 잘 살아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결과, 강도죄, 폭력 범죄, 성범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부모의 별거나 이혼 같은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사건을 겪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책에는 코호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흡연과 암의 연관성이 지금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 상관성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코호트 연구에 있어서 교란 변수를 제거하는 것은 언제나 큰 과제였다. 흡연과 암의 상관성에서도 교란 변수를 제거하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연구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왜냐하면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사회계급이 더 낮고, 더 가난하며, 더 작고 지저분한 집에서 사는 등 이미 불리한 조건들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연구할 때, 두 부모와 한 부모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란 변수들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란 변수를 제거하고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도출되어야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거나 문제의 원인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코호트 연구로 문제의 원인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이 연구의 시사점 중 하나는 경제적 차이가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결국, 그 아이의 인생을 어느 정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코호트 연구자들은 이들을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너무 암울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호트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또 다른 지표가 눈에 띄었다. 바로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 중에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성취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연구자 필링은 386명의 불우한 아이들 중 83명이 이 성취자 그룹에 속했다는 것을 알고는 성취 요인을 찾기 위해 연구한다.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 야심 찬 학교, 거주지, 가정환경, 그리고 바로 개인의 의욕(의지) 였다. "성취자들은 비성취자들과 달리 의욕이 넘쳤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 했고,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라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의지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모와 학교, 거주지, 가정환경은 개인의 의지와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개인이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다른 환경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리한 조건을 탈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좀 더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와 학교가 변해야 된다. 

 

책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매일 책을 읽어주고 자녀에게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주는 것 등이 다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밀레니엄 코호트는 '훌륭한' 가정교육의 범위를 더 넓히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대화하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고, 규칙적인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을 정해 주고, 부모의 권위를 지키며 훈육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체벌 같은 가혹한 훈육은 나쁜 결과를 낳았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의욕이 그 실행 방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책을 읽어 주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이득이 된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과연 시대가 지날수록 개선되었는지 여부이다. 코호트 연구자들도 세월이 지나며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5개의 코호트 연구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비교 연구조차도 쉽지 않은 연구였다. 왜냐하면 각 시대별로 인터뷰한 질문이 다를 뿐 아니라 자료의 보관 형태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 자료들을 다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질문과 어느 질문이 같은 질문인지를 매칭해야 되는 일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노력 끝에, 연구자들은 시대별 비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계급 별 사회 이동성이 더 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즉,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부자가 되거나 성공할 확률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만 봐도, 이 해석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는 신입생들을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돈 있는 사람이 교육에 투자하여 좋은 대학에 보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고시를 합격해 신분이 상승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가능성조차 희박해지고 있다. 코호트 연구 결과 그대로이다.

 

그럼, 왜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책에서 그 이유를 단편적으로 찾을 수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피터 웨지는 영국의 역사가이자 사회주의자인 R.H. 토니가 1913년의 한 강연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
"사회악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 옳은지 몰라서가 아니다. 잘못된 행위를 끊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악을 근절할 힘을 가진 자들은 의지가 없고, 의지가 있는 자들은 아직 힘이 없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끊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개선할 힘이 있는 자들은 다 부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 자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라이프 프로젝트에 나오는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여러 상관관계는 분명 정부의 공공정책에 영향을 주어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 계급 간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상황은 여전히 아이들의 성장과 진로, 그들의 성공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어도, 부모라면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자녀들에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녀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불리한 조건으로 인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1만 권을 읽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2015년 기준으로, 성인의 평균 독서량이 1년에 9.1권이라고 한다. 인심 써서 10권이라고 하면, 1만 권을 읽는데 무려 1,000년이 걸린다. 만약, 책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권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1년에 약 50권을 읽을 것이고 그럼 200백 년이 걸린다. 따라서, 1만 권이라는 숫자는 절대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아무리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 인생 동안 읽은 책이 만권을 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목표를 책 제목으로 잡은 것이다.

 

저자의 목표는 아주아주 높다. 바로 하루에 한 권, 1년에 300권을 읽는 것이 목표다. 그럼 33년만(?)에 1만 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저자는 평균 하루에 두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평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데 한 달에 6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고 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서평도 쓰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1년에 700여권을 읽기 때문에 이 상태로 10년만 조금 넘으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드는 의문은 '어떻게 읽으면 되는가?'이다. 그런데 그전에 짚어야 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떤 책을 읽느냐?'이다. 저자는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경제경영서, 자기 계발서 등)과 빨리 읽을 필요가 없는 책(소설, 에세이 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독서법은 경제경영서나 자기 계발서 등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에 국한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독서법을 플로우 리딩이라 명명한다. 플로우 리딩은 저자의 다음 표현에 잘 정의되어 있다.


"음악을 듣듯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 -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흘러보내면 나도 모르게 기억에 남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즉, 책이랑 씨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먼저 책을 읽었다면 그 안에 담긴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즉,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책과 씨름하기보다는 음악을 듣듯이 책을 흘러가게 하라는 것이다. 음악을 흘러들어도 인상적인, 기억나는 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읽고 한 문장이라도 기억에 남아 있다면, 바로 그 한 문장 때문에 책을 읽는 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저자의 이런 독서에 대한 정의는 초, 중고등학교에서 교육받은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이러한 독서 방식을 받아들이기가 더 쉽지 않다. 대한민국 교육은 책을 씹어 먹을 듯이 지지고 볶으며 외워야 한다. 시험 문제를 어디 귀퉁이에서 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 방식은 교과서뿐 아니라 평소 책을 읽을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화려한 형광펜을 동원해 한 페이지를 읽는데도 5분, 10분 걸리는 것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한 번의 독서로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사고방식도 문제입니다. 단 한 번의 독서로 그 안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만약 한 권의 책을 일주일 걸려 정독했다고 하더라도 한 달 후에는 1퍼센트밖에 남지 않는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같은 일주일 동안 열 권의 책을 빨리 읽어서 10퍼센트를 얻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따라서, 이 책의 저자 방식대로 플로우 리딩을 하기 위해선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을 다 이해하겠다라든지, 이 책을 섭렵하겠다, 정복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음악을 듣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책은 또한 여러 구체적인 독서 습관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동일한 시간대를 정해 독서 습관화하기'
'아침 시간대 읽는 것을 추천'
'독서를 습관화하려면 빨리 읽을 만한 책 고르기'
'매일매일 읽기'
'책 한 권에 10일 이상 매달리지 않기'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과 시간이 필요한 책을 병행해서 읽기'
'가능하다면 책은 하루 안에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이상적'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서평을 쓰는 사람답게 정보를 안에 두지 말고 글을 쓰는 것 등을 통해 아웃풋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요한 내용은 손으로 꼭 옮겨 적으라고 한다. 또한 그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꼭 뽑으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실제로 이방법으로 '신은 한 문장에 깃든다'에 연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책을 열두 권씩 읽을 때마다 그중에 최고의 책을 뽑으라고 조언하며 1년이 다 되면 그중에서 다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한 권 고르라고 한다. 

 

저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과감히 뛰어넘고 읽으라고 조언하는데 "차례만큼은 여유를 갖고 지긋이 정독하기 바랍니다."라고 차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얇은 책이지만 독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들에게는 유익한 책이다. 특히, 실제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나와 있기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7-10-26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하네요. 독서 1만권이라니... 평생 한 5천권 정도 읽으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만.

데굴데굴 2017-10-26 09:4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양질의 책으로 딱 5천권만 제대로 읽고 싶네요 1년에 100권 읽어도 50년 ... ㅎㅎㅎ 헉 벌써 천권 넘게 읽으셨네요!! 대단하십니다ㅜ

sprenown 2017-10-2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자의 독서습관이 있기 때문에 호불호를 따질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저 같은 경우는 만권읽으려면 눈이 열개가 있는 괴물이 되어도 불가능할 거 같아요..몇권을 읽느냐(읽었냐)보다는 읽은 그 책에서 얼마나 느끼고, 삶을 변화시켰는가가 중요하지 않나? 스스로 위안하며 살지요.ㅎㅎ

데굴데굴 2017-10-26 10:03   좋아요 3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ㅎㅎ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을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얻고 삶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독서를 할 것인지. 물론, 다독과 정독 둘 다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각자 맞는 스타일대로 읽으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sprenown 2017-10-2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책이란 것도 각자의 필요에 의해 읽는 것이니까...저 서평가처럼 책 많이 읽는 것이 밥벌이나 명성과 관련되는 경우 시험공부나 고시공부하듯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한권의 책, 한줄의 글을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읽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책 적게 읽는다고 누가 잡아가지는 않잖아요..ㅎㅎ

데굴데굴 2017-10-26 10: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맞아요 결국 독서는 즐거워야 되는 거 같아요 숙제하는 것처럼 처리해서도 안되고 ㅎㅎ 괜히 스스로 많이 읽어야 된다고 부담을 느끼는데 거기서 벗어나야 되는 것 같아요
 
내 남편의 직업은 전업투자자 - 아내도 인정하는 '인생역전' 주식투자 노하우
정극모 지음 / 부크온(부크홀릭)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 전업투자자의 아내가 쓴 책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가정을 가진 전업투자자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저렇게 정한 것 같다. 나름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투자의 핵심, 종목 선정사례까지 알차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다음 질문의 답을 구했다.
몇 종목이나 보유해야 하는가?(투자 종목 수)
얼마나 보유해야 하는가? (투자 기간)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 (투자 비중)
주식투자를 하면서 위의 세 가지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은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이미 이긴 게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다시 겸손의 시작이다."

 
여기에 저자의 핵심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 추가로 손절 여부에 대해서도 저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다만, 언제 매수해야 되고 언제 매도해야 되는지 그 시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또한, 사례를 통해 회사 분석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알려주고 있지만 2,000개가 넘는 회사 중, 어떻게 그 회사를 분석하게 되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실생활에서 얻는 정보를 투자로 연결해서 관련 회사를 찾아 분석하다보니 저평가 되어있어서 투자했다'라고 설명하는 회사도 있긴 한데, 아무래도 이 최초 관심 회사 선정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30여 개의 종목에 300만 원씩(별도로 현금 1,000만 원 보유) 43개월 동안 투자하라고 권면한다. 투자 종목수(30여 개)와 비중, 보유기간(43개월)이 다 들어 있다. 여기다 손절라인을 17.5%로 잡든지 아니면 종목수를 50여 개로 늘려 무손절을 하라고 한다. 이것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렇게만 되어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 각각에 대한 근거가 나와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종목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저평가 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책에서 저자는 실제 회사를 거론하며 어떤 식으로 회사를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6개월은 추적 공부한 다음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관점으로 회사를 분석하는데 어떤 방면으로 보아도 저평가 되어있다고 판단되면 좋은 투자 대상인 것이다. 저자는 회사 연혁, 대표, 업종 시장 전망, 회사 이익과 이익 전망(제품의 경우 앞으로도 수요가 증가할 것인지 예측. 수출의 경우 판매량과 문화 연결) ,유형자산, 토지, 부동산 등을 분석, 동종업체와 비교하여 저평가 여부 판단, 주요매출처를 체크하고 그 매출처들의 상황 체크 등등을 조사 연구한다.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나 소논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중소형주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은 퀀트 투자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입증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구절을 인용하며 책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 분야에 있어서 득도를 하면 인생을 바라보는 하나의 철학과 관점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주식은 인간의 인생사를 집약해 놓은 축소판이라고 여길 만큼 희로애락이 모두 존재한다. 이런 주식 분야에서 나름 길을 찾은 저자의 인생에 대한 관점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삶은 소소한 것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삶을 감사하게 여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매년 떠나는 해외여행도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재작년부터 혼자 떠나는 여행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로 배운 필름 카메라를 더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 투자자의 여행기를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제가 낸 책들이 투자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