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 - 월가 최고 두뇌들의 숨 막히는 머니게임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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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숏과 플래시 보이스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어스 포커다.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일하며 경험한 채권 시장의 세계를 실감 나고 현장감 있게 담아내었다. 

 

라이어스 포커는 일종의 베팅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허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제목을 라이어스 포커로 지은 이유 중 하나는 살로먼 브라더스의 회장인 굿프렌드를 비롯하여 살로먼의 직원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라이어스 포커는 결국 누가 더 허세를 잘 부리느냐인데 살로먼 브라더스가 부렸던 허세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가 입사할 때 즈음, 채용 인원을 대규모로 늘릴 뿐 아니라 사무실 확장도 함께 진행하였다. 그래서 4년도 채 되지 않아 사무소 직원이 150명에서 9백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신입사원의 연봉도 어마 무시했는데, 그 당시 저자의 초봉이 40대 중반 대학교수 연봉의 두 배였다고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한 2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같은 곳은 신입 연봉이 2억 정도 된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고액 연봉을 신입사원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살로먼 브라더스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투자은행은 왜 별다른 경험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많은 돈을 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신입들이 전화기에 붙어 앉아만 있어도 회사는 그들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단 말인가? 투자은행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살로먼 브라더스는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량은 넘쳐났고 단지 그 물량을 매매할 담당자들이 필요했고 그것은 큰 기술을 요하지 않았다고 마이클 루이스는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는 내부 고발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실제 살로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회사가 불량 채권을 고객에서 넘김으로 회사는 익스포저를 제거하고 거기다가 매매 수수료까지 챙기는 악랄함 또한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 또한 처음에 아무것도 모를 때 시키는 대로 하다가 불량 채권을 고객에게 넘기게 된 것이다. 그는 그리고 나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고 싶은가? 나는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했다. 그러나 내 두뇌가 그때 느꼈던 최초의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 나는 어쨌든 그 소식을 전했다. 그는 소리치고 괴로워했다. 그게 다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소리치고 신음하고... 이것이 브로커의 미학이다. 이 일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난 그런 미학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이었다. 고객이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있는 그 순간,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날 죽일 수도 없다. 나를 고발할 수도 없다. 나는 직장을 잃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6만 달러의 손실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움으로써 살로먼에 작은 기여를 한 영웅이었다. 
이런 상황을 편리하게 해석하는 길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그의 잘못이다. 이것이 채권시장의 법칙이다. 카비아트 엠터(Caveat emptor). 이 라틴어 경구는 "사는 사람이 주의 깊게 봐야지(누굴 탓해)"라는 뜻이다."

 

'내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고객은 분명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칠 것이고 그 분노가 나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다. 그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 고객은 나에게 법적으로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이익을 남겼고 회사에서도 이제 나를 인정해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이 흘러갈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상을 달리던 회사가 기울어져 갈 때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그 모습을 다음과 같이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로먼의 위대한 영광은 사라지고 이제 자기 보존을 위한 몸부림만 남은 것이다.
세일즈맨은 트레이더를 욕했고 트레이더는 세일즈맨을 탓했다. 트레이더들은 짜증을 냈다. 왜 트레이더들의 채권을 멍청한 유럽인에게 팔지 못하는 것인가. 세일즈맨은 화를 냈다. 왜 우리 트레이더들은 진저리 나게 끔찍한 채권밖에 들고 있지 않은 것인가. AT&T처럼 처리 곤란한 채권을 내 고객에게 떠넘기려는 트레이더가 내게 말했다. "팀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나는 "무슨 팀 말씀이시죠?"라고 물었다. 물론 그의 채권을 팔아 손실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객과의 관계가 깨지는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즉, 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야 할 회사의 부서들이 서로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서에 책임을 묻기 바쁜 모습니다. 그 누구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틈만 보이면 책임을 전가하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꼭 자기가 불리하거나 필요할 때만 우리는 한 팀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울어가는 회사의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인재 유출이다. 저자는 자신들의 선배들은 입사 3년이 지나도 85퍼센트가 남아 있었지만 그의 동기들은 3년 만에 75퍼센트가 회사를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회사가 어떠한 지는 내부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회사에 비전이 없다면 당연히 다들 떠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회장인 굿 프렌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굿 프렌드의 천재성은 자신의 이기적인 이익을 보다 높은 원리로 둔갑시켜 감추는 데 있었다. 이 둘은 좀처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내가 월가에서 배운 한 가지는 투자은행가가 원리, 원칙을 얘기할 때는 늘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보스들은 자신들의 실수에 무덤덤한 것 같았다. 이들은 건성으로 조사를 하는 것 같더니만, 결국 이미 지난 일이니 덮어두자는 식으로 얘기했다. 일이 확대되는 것(그래서 자신들이 사임하는 것)이 회사에도 좋지 않다는 투였다. 나는 최고경영자라는 사람들이 회사가 망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크게 걱정이 됐다."

 

라이어스 포커는 과거 베일에 쌓여 있던 살로먼 브라더스의 내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월스트리트의 단면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작동하는 돈의 논리, 허세와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막연히 월스트리스트를 동경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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