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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뭐라고 - 강준만의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평점 :
강준만 교수님의 글쓰기 10계명이다.
1. 남의 글을 베껴라.
2. 글쓰기는 설득이다.
3. 글쓰기는 공감이다.
4. 초고를 버리지 마라.
5. 김훈을 흉내내지 마라.
6. 글쓰기는 자기 사랑이다.
7. 메모의 효용성을 믿어라.
8. 글쓰기의 고통에 속지 마라.
9. 글쓰기는 자기표현의 권리다.
10. 창작자가 아닌 편집자의 자세를 가져라.
저자는 자료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어떤 주제에 대해 책을 쓸 때에 관련 책과 기타 자료들을 모두 다 구해서 읽는 '못된' 버릇이 있다고 스스로 밝힌다. 또한,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이미 다른 누군가가 비슷하게 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독창성으로 착각한 셈이다."
국내에서 저자만큼 책과 자료를 보유하고 읽는 사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겸손함이 그를 더욱 채찍질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그런데 이랬던 그가 이제는 그 버릇을 버리기로 했다고 말한다. 꼭 필요한 것만 빼고 가급적 인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원한 것이 수많은 핵심 메시지 인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소제목 중에서 몇 개를 뽑으면 다음과 같다.
- 구어체를 쓰지 말라는 말을 믿지 마라
-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
-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다
- '질'보다는 '양'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적자 생존'을 생활 신앙으로 삼아라
- 글의 전체 그림을 미리 한 번 그려보라
- 사회과학적 냄새를 겸손하게 풍겨라
-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스토리텔링을 하라
- 제목이 글의 70퍼센트를 결정한다
- 통계를 활용하되, 일상적 언어로 제시하라
- 시늉이라도 꼭 역지사지를 하라
- 뭐든지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보라
- 스스로 약점을 공개하고 비교 우위를 역설하라
처음에 적은 10계명과 위에 적은 소제목들만 곱씹어도 충분히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글쓰기의 고통은 과욕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창작자가 되려기 보다 윤리적인 편집자의 자세로 글쓰기를 할 것을 권면한다. 그럼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 강제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새로운 경험, 독서, 사색 등을 통한 적절한 아웃풋도 필요하다. 저자는 더불어 무엇을 알아서 쓰기 시작하지만 쓰다 보다 쓰면서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글쓰기의 고통'은 사실 '생각하기의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아무런 보상이 없는 고통은 아니다. 때로 생각하기는 고통스러울망정 그 고통은 쾌락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게 오직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교육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공부하는 게 고통스러우면서도 공부를 통해 모르던 걸 알게 되고, 생각을 통해 배운 지식을 확장시키는 기쁨이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잘 베끼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남정욱은 오로지 자신의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은 '무식한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동시에 '유치한 생각'이거나 '위선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남정욱은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일단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한다. 열 개 정도면 거의 모든 '정보'가 잡힌다. 그런 다음, 중복이나 근거 희박을 걷어내고 흐름을 재배치하고 내 말투로 바꾸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 작업은 고도의 기량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어서 글쓰기는 '독창성의 게임'이라기보다 '기억력의 게임'이고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의 게임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책을 발췌해서 읽기도 하고 속독 후 다시 정독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여러 번 읽는다. 저자는 책에 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코멘트하며 키워드는 책 뒷장에 써놓는다. 또한 학생들에게 다독을 권한다. 이는 양의 축적이 질의 변화를 가지고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사고 훈련도 중요한데, 글을 읽을 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각해보고 판단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도 소개한다. 이는 과제를 미완성했을 때가 완성했을 때보다 기억에 강하게 남아 판단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현상이다. 일단 몇 줄이라도 써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글을 매듭 짓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원국씨는 이야기한다. 강준만 교수는 글을 쓰다 막히면 중단한다. 그런 다음 미완성 글을 1~2줄 메모로 남겨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한가하거나 자투리 시간에 메모를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걷기가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생각이 떠오르면 언제든 메모를 하기 위하여 A4용지 1~2장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런 다음 메모한 것을 컴퓨터에 입력해 관리한다. 재밌는 것은 메모를 하다 보면 생각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듯 떠오른 생각은 다시 떠오를 때도 있지만, 나중에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글쓰기를 생활 취미로 삼는 소확생은 사회에 등을 돌리는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평온한 방식의 민주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