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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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도시 사랑과 애착, 그리고 집요함에 놀랐는데, 정리하다 보니 도시가 가진 장점이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사실, 책을 읽을 때 반감이 들었다. 분명 도시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문제가 많은데, 저자는 10개를 말하면 그중 9개가 장점이고 1개가 단점이었고 그 단점도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이런 일반적인 인식을 알고 있는 듯, 도시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마다 꼭 통계적 수치를 가지고 와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간략하게나마 저자가 말하는 도시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놀랍게도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흔히, 도시라고 하면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 잘 정리된 도로와 지하철, 깨끗한 거리를 떠 올리기 싶다. 그러나, 저자는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정부가 사람이 아닌, 건물과 인프라에 투자한 정책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쇠퇴하는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주택과 인프라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건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도 뉴올리언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뉴올리언스의 아이들 교육을 지원하는 데 그토록 절실히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연방 정부가 도시의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쓴다는 것이 과연 정말로 합리적이었을까? 뉴올리언스의 위대함은 항상 건물이 아닌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디트로이트와 뉴욕에서 도시 재개발로 인해 흉물스러운 슬럼가가 멋진 신축 건물들로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도시의 쇠퇴를 막는 데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 멋진 신축 건물들은 사실 정치인들에게 성공한 도시를 만든 것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세워진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나도 동의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는 건물에 투자하기 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것은 대표적으로 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학기관을 지원하고 많은 이들이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인적자본에 투자를 하게 되고 이것은 도시가 번영하게 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 없이 건물만 투자한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괜히 스탠포드대학교 옆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길러진 인재들이 따로 나와서 실리콘밸리를 이루기 시작하였고 산업이 자연적으로 육성되고 성장한 것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사람은 모여 있을 때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사회의 정보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 복잡성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는 사람들 모으는 힘이 있고 그렇게 모였을 때 복잡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아이팟이다. 아이팟은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한 곳에 모음으로 새로운 '물건'이 탄생하였다. 도시는 이렇게 아이디어가 모이는 장을 마련해준다.

 

사람은 숙련된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 그 일을 접하는 두 명보다는 숙련자 한 명과 초보자 한 명을 붙여서 일을 시작하면 후자가 생산성이 더 빨리 올라갈 것이다. 도시는 이런 만남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교육과 국가 GDP 사이의 이런 놀라운 상관관계를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인적 자본의 외부효과(human capital externalities)'라고 부른다. 이것은 사람들이 다른 숙련된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저자는 도시의 승리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이야기한다. 도시에 모여 살면 평균 수명도 더 길어지고 공동 공간도 사용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올라간다고 말한다.  에너지 효율을 설명한 것은 놀랄만한 부분이긴 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녹지에 둘러싸여 살자고 주장할 때 그것은 환경에 주는 피해를 극대화하게 된다. 저밀도 지역은 결국 더 많은 이동을 요구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널찍한 생활 공간은 분명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으나 교외 주택들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즉,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외 지역의 가구는 도시 지역 가구보다 평균 27퍼센트의 전기를 더 소비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에너지를 더 소비해서 자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외에 살기 위해선 자동차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지에 모여 있는 가난한 자들이다. 서울에도 높게 솟은 아파트 너머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판자촌 언덕을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도시의 빛과 그림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늘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이런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도시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해 '도시의 승리'저자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도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 뿐이지 도시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을 서울에 사는 부자와 비교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과 비교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비교해볼 때,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은 도시의 좋은 인프라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보다 삶의 질이 좋다는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즉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도시의 가난은 도시의 부가 아니라 시골의 부와 비교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판자촌이 부유한 시카고의 교외 지역과 비교해 봤을 때는 끔찍해 보일지 몰라도 그곳의 빈곤율은 브라질 동북쪽 시골의 그것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가난한 사람들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없지만 그들이 도시와 시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다수는 분별 있게 도시를 선택한다."  
 
이 주장은 어떻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있는 접근 방법이다. 실험을 할 때 다른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독립변수를 확실히 구분하여 비교하는 것이 맞다. 논문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질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도시에 사는 부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시골에 사는 가난한 자 모두 똑같은 생명을 지닌 인간이다.  

 

삶의 질을 평가할 때 단순히 도시의 가난한 사람이 시골의 가난한 사람보다 더 낫기 때문에 도시는 죄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궤변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사람을 중요시한다면, 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삶의 질이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삶의 질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 없이 그저, 도시는 그래서 여전히 위대하다는 식의 귀결은 곤란하다. 물론, 저자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덜하거나 이 책의 주제와 맞지 않아서 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내용 없이 달랑 몇 가지 비교를 넣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저자는 도시의 승리를 이야기하며 도시로 인해, 인간의 삶은 더 부유해지고 풍요로워졌으며,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고 인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삶의 의미, 인간다움 등 인생 개개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도시의 삶이 정말로 시골의 삶보다 더 나은지는 답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저자는 도시화가 더 많이 진행된 나라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울보다 지방에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모두가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집값이 높은 지역은 도시의 승리에서 예외인가?  

저자는 도시에서의 바쁜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즉 호모사피엔스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는 그런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할 시간과 여유 따위는 주지 않는다. 그저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떠밀려 밥을 먹으러 가고 떠밀려 집으로 들어가는 떠밀려 사는 인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는 있다. 그래서 매출이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개인의 인생은 온데간데없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의미 없이 수십 년을 살게 된다.  

 

시골은 다르다. 도시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하며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가 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다들 노년에는 경쟁이 없고 바쁘게 돌아가지 않는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을 꿈꾸는 것이다. 도시의 인프라, 예를 들면 문화시설이라든지 병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근교의 조용한 지역으로 가서 살고 싶은 것이다. 결국 도시가 모든 답은 아니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그저 도시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도시가 존재할 이유도 있지만 동시에 시골이 존재할 이유도 있는 것이다. 뭐든지 균형이 필요하다.  

 

책을 정리하며, 도시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그리고 그 장점은 산업의 번영과 특히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혜택으로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인간 개개인의 인간다움이 개선되고 향상되는지는 다른 척도가 필요하고 내가 생각할 때는 이 점에서는 도시가 승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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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0-2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예찬론을 펼치는 책인가 보군요 도시가 그렇게 좋다는데도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은걸 보면 도시도 시골도 다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데굴데굴 2017-10-22 09:4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개인의 취향 혹은 목적에 따라 잘 선택해야 되는 것 같아요!!
 
불황터널 진입하는 한국 탈출하는 일본
박상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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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터널'은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 재임 중인, 박상준 교수, 경제학자가 쓴 책이다. 소제목 '진입하는 한국 탈출하는 일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일본은 불황터널, 즉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데 성공할 것으로 진단하고, 한국은 자칫 잘못하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고 냉정하게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결국 부동산 붕괴가 올 것이다'라거나 '한국은 일본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일본이 오히려 특수한 경우다'라는 양 극단의 입장이 아니라, 어떤 부분은 일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나눠서 입장을 정리한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 여건이 다르다. GDP규모, 해외순자산, 정부부채, 기업부채 등이 다르다. 그리고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긴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은 아직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들을 그대로 가지고 올 필요는 없다. 그러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 저성장 등 이미 한국에서도 진행 중인 여러 문제들을 일본은 이미 경험하였고 그에 대응하여 마련한 정책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우리도 우리 학습하고 필요에 따라 정책에 활용하여야 한다.

 

먼저 부동산 관련 이야기를 하면, 일본의 지가는 2000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14년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도쿄 23개 구(도쿄 23개 인구는 대략 천삼백만 명, 서울 면적과 비슷)는 약 8%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로 저자는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었지만 도쿄 23개 구(도쿄도)는 꾸준히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도쿄도가 인구가 증가한 이유는 젊은 사람들의 인구 유입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본 전체적으로는 반토막이 났지만 도쿄도는 거의 안 떨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일본이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낮은 성장률이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급격한 성장률 감소였다. 일본은 성장률이 3.6%에서 0.6%로 급감하였다. 그리고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이 동시에 발생하였다.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금리 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인플레이션은 간단히 물가 상승을 말한다. 다르게 말하면 화폐 하락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 다르게 표현하면 경기침체이다. 물가하락하면 물건을 싸게 사서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를 가지고 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생산자에게는 당연히 타격이 크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물건값이 더 내리기를 기대하며 소비를 뒤로 미룬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자들은 기대한 만큼 물건을 팔 수 없고 결국 가격을 더 내려야만 한다. 생산활동 역시 위축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대하고 다시 소비를 뒤로 미룸으로써 생산을 더 위축시키고 당연히 소득수준도 하락하게 된다. 물가의 하락이 경기침체를 부르고, 경기 침체가 물가를 더욱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더 내려갈 것을 예상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는 상당하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가격이 내려갈 것을 예상하면 결국 경기침체를 불러 오는 것이다. 이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자기실현적 기대'라고 한다. 

 

다음으로 유동성 함정은 금리 정책이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금리 정책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도 책의 설명을 빌리는 것이 이해하기가 쉽고 정확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량이 풍부해지면 금리가 내려가고, 통화량이 줄어들면 금리가 올라간다. 이 원리를 이용해, 중앙은행은 목표 금리를 설정하고, 그 목표금리가 실현되도록 통화량을 조절한다... 그러나 통화량을 아무리 늘려도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수가 있고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소비나 투자 등 총수요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항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 하나를 잃게 되고 경기침체는 마냥 길어질 수 있다."

 

즉,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인데, 한국은행에서 돈을 풀면 금리가 내려가고 이에 따라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야 되는데, 유동성 함정에 걸리면 이런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즉,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이 대표적인 금리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아는 것처럼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은행이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되는데,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면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며 오히려 이자도 은행에 지급해야 되는 걸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라는 용어 자체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금리를 말하기 때문에, 원래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았는데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돈을 맡기고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돈을 중앙은행에 맡길 이유가 없어지게 되고 시중은행은 대출을 확대하고 투자, 소비를 늘리려고 하게 된다. 이렇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사실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 국민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내려가리라는 디플레이션 기대를 하게 된다. 결국, 이런 기대는 '자기실현적 기대' 작용으로 실제로 더 깊은 디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이 디플레이션 기대를 인플레이션 기대로 전환해야 되는데 마이너스 금리라는 정책을 통해 일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본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들은 일본 국민들은 '이제야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될 수 있구나'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이러한 기대는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불러 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이라고 했는데 디플레이션이 나쁘다고 인플레이션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슈퍼에서 과자 하나 사기 위해 한 박스의 지폐를 들고 가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과도한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혼란이다. 오늘 양말 하나 가격이 백만 원이었는데 내일 가보니 이백만 원으로 오르는 식으로 걷잡을 수 없이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이런 상황 또한 통제해야 한다. 따라서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보통 2%의 물가 상승률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일본에 발생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일본에 발생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일본의 오랜 논의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말하고 있다.

 

"장기침체의 원인에 대한 오랜 탐색과 논쟁의 결론은 총공급도 문제였고 총수요도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그 중 더 큰 문제가 무엇인지,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서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해야 했다. 총수요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확장적인 재정, 금융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에 총공급 부문을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퇴출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총수요파의 승리였다. 우선 총수요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잠재GDP가 마이너스일 수가 없다. 총공급이 제대로 늘지 않았다고는 하나, 총수요는 총공급보다도 더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도 일정부분 수요의 하락에 원인이 있었다는 것 역시 논문을 통해 실증되었다. 따라서 정부정책에 대한 영향력에서도 총수요파가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즉, 총수요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의 하나로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불황터널 책 전반에 걸쳐서 말하고 있듯이 일본은 총수요와 관련하여 양적완화, 투자와 소비 활성화 유도, 재정정책 등을 도입하였고 총공급과 관련하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퇴출하고 여성인력의 증가를 유도하며 외국에서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총수요와 총공급을 개선하기 위해 수 많은 정책을 도입하고 실행하였다.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엔화는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엔화가 절하되면 수출 경쟁력이 좋아져서 경제 회복에 유리하지만,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엔화 절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2000대 중반 일본은 경제 회복을 하려는 듯 했으나 2008년 위기로 인해 다시 주춤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불황터널의 저자는 일본과 한국의 비슷한 점 또한 열거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 역시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인구구조, 노동력의 감소, 경제성장률, 잠재GDP, 인플레이션율, 저금리, 주택시장 침체 등의 움직임이 1990년대 초,중반의 일본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의 일본보다 나은 점도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연평균 성장률이 0%대에 머물 만큼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부실채권과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고 무엇보다 GDP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낮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진입하고 있는가? GDP 갭이 수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뚜렷하다. 노동력인구는 곧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고 생산성 증가율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연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는데 거기에 더해 현재의 고용환경도 안정적이지 않으니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가계의 부채는 이미 GDP의 80% 선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해도 주택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모든 요인들은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불황 터널'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양적완화 같은 정책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저금리를 유지하며 적절한 통화가 공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영광을 쫓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5%, 6% 같은 성장률을 쫓으려고 하지 말고 저성장 시대에 어떻게 내실을 다지며 일자리를 창출할지 건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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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tamani 2017-10-2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읽었습니다 근데 일본의 인구감소라는 요인을 너무 쉽게 간과한 통찰이 아닐까요

데굴데굴 2017-10-21 22:40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저도 생각못하고 있었는데 말씀대로 인구 감소의 측면을 여성 인력과 외국 우수 인재 영입으로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간과한 부분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학자여서 거시적 흐름에 더 집중한 경향이 있네요. 반대로 최근에 읽은 <2019 부의 대절벽>은 여러 주기를 들어가며 이야기지만 주로 인구의 증감으로만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있더라고요
 
마법의 돈 굴리기 - 개인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전략에서 로보어드바이저까지
김성일 지음 / 에이지21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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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예전에는 각주를 거의 보지 않았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한데, 각주는 글자도 작을뿐더러 보통 책의 맨 뒤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일이 각주를 챙겨 읽다가는 책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의 돈 굴리기'는 각주를 챙겨 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책,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출처에서 핵심 내용을 인용 및 요약하는데, 너무나 정리를 잘해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저자 소개란에 보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책을 통해 해소했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자료 정리의 대가이신 듯하다.

 

책은 왜 투자를 해야 되는지, 왜 투자에 실패하는지, 그리고 자산배분이 답이고 실제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왜 투자를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하고 있는데, 그중 인상적인 내용은 복리의 마술이 어떤 사람에게는 복을 주는 복리고 빚을 못 갚는 사람에게는 고통을 주는 폭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래서, 복리라고 하면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만 생각하기 싶다. 그러나 반대 급부로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구조이다. 따라서, 복리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100만원 빌렸는데 연체이자가 계속 붙어서 나중에는 150만원, 2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왜 투자에 실패하는지에 대해서는 행동경제학, 심리학 등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경험적 접근법(휴리스틱), 전망이론, 인지부조화, 확증편향, 생존자 편향, 최근성편향 등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것이 투자자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자산배분과 관련해서는 실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따라서 해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자산배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인데,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을 선택하여 주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채권투자에 대해서, 부동산 투자, 금 투자, 그리고 해외투자와 환율의 위험 요소 등 다양한 주제의 액기스를 담고 있다. 이 책이 모든 내용을 다 커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투자와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은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무엇보다 쉽게 쓰였기 때문에 처음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나아가 심도 있는 공부를 원하면 각주를 통해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저자는 현재 은행에서 IT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월급쟁이로서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될지 10여 년을 고민했고 그 고민을 블로그를 운영하며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마법의 돈 굴리기'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 따라서 일반 직장인들이 보기에 적절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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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0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젠 돈 좀 많이 벌고 싶다... 이 책을 한 세번 정도 읽으면 그럴 수 있으려나? 하루하루 막걸리로 버티는 것도 힘들다.ㅎㅎ

데굴데굴 2017-10-20 17:2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면 그래도 최소한 쉽게 돈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ㅜ ㅎㅎ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
박상우 지음 / 도서출판 원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주식투자에 정도는 없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매매전략을 선택해야 된다. 그런데 매매전략의 방법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주식하는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 맞는 매매전략을 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치투자방식이 대세였으나 요즘 SNS나 증권 관련 사이트에서 퀀트투자 관련 글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퀀트투자는 이미 미국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조금 전파되는 듯하다. 

 

퀀트투자는 계량투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종목을 매수할 때 상장된 전체 회사에 특정 기준에 의한 순위를 부여하여, 회사의 가치를 계량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등급의 회사를 매수하는 매매전략이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지가 또한 천치 만별이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도 이런 퀀트투자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전체 상장된 회사를 계량화할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시뮬레이션이다. 백테스트(backtest)라고 하는데, 과거에 이 매매전략으로 투자했을 경우 예상되는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업수익률이 1위부터 10위인 회사를 내가 2000년부터 매년 초에 매수하고 2000년 12월 31일에 일괄 매도한 후, 다시 2001년 기준 영업수익률 1위부터 10위인 회사를 다시 매수하는 식으로 매매를 했을 때 매년 수익률이 어떠한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런 백테스트를 거쳐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 매매전략으로 앞으로 주식 매매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느냐?"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과거에 알파를 창출한 매매전략이 미래에도 알파를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로는, 백테스트 결과가 단지 그 특수한 기간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주식시장의 조건적 환경에 의해 효과적이었는지 아니면 전기간에 거쳐서 효과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과거에는 수익률을 보장했지만, 이제 그 매매전략이 일반 개인에게도 알려졌기 때문에 더 이상 수익이 나는 기법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첫 번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테스트 기간을 가능한 길게 잡아야 한다. 여기서 한국 주식시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은 50년, 60년 길게 잡고 백테스트가 가능하지만 한국 시장은 20년 이상 백테스트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년 이상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백테스트 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에 반해,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책은 수십 년을 백테스트한 결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의 백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두 번째 이슈 관련해서는, 많은 퀀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백테스트를 하였다. 예를 들면, 특정 방식의 기법이 세상에 알려지고 난 다음,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다시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수익률이 조금 줄어드는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슷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퀀트투자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백테스트를 통해 투자자는 기법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주관과 감정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회사를 계량화하다 보면 듣보잡인 회사들이 필터링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조그마한 회사에 내 돈을 투자할 수 있을까? 그래서 20-30개의 회사에 분산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어쨌든, 서론이 너무너무 길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내용이라서 정리하고 시작하였다.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은 다양한 방식의 전략을 한국 시장에서 백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마법공식, 저PER, 저PBR, 개인순매수종목, 공모주투자, 무상증자, 유상증자, 요일별 매수전략, 1월효과 등에 대해서 직접 백테스트를 하고 수익률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기법뿐만 아니라 자금관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자금관리와 좋은 기법 두 가지만 익혀도 주식시장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주식시장을 이긴다는 것은 코스피지수를 뛰어넘는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물론, 수익이 큰 만큼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의 저자는 이것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투자에 적합한 습관을 다시 한번 요약하면, 플러스 숫자가 나오는 매매 전략을 만들어 놓고, 그 매매 전략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그 매매전략에서 나오는 매매신호를 기계적으로 따라서 매매하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자금관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멱함수 법칙을 설명한다. 즉, 상상할 수 없는 큰 가격 변동이 꼭 발생하고 예상외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손절매나 2% 규칙과 같은 리스크관리를 반드시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법이라도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테러에 의해 무너질 줄 누가 예상했겠으며, 미국의 금융위기가 언제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의 기법에 대한 확신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할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자금관리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된 글을 소개함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다양한 방식의 투자에 따른 백테스트 결과는 책과 그의 블로그를 참조하길 바란다. 


"이처럼 자금관리는 개별 거래와 계좌의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도록 하고, 분산투자를 통해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임으로써 기하평균수익률을 높이도록 한다. 또, 포지션 규모 관리를 통해 최적의 투자금액을 산출해서 수익을 극대화시킨다. '손실은 자르고 수익은 키운다'는 투자의 대원칙은 좋은 매매전략과 제대로 된 자금관리가 결합될 때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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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0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여러분, 자본주의의 꽃! 주식으로 대박나세요~ 아마, 주식으로 대박난다면 이곳에서 활동하는 알라디너들이 대폭 감소할 듯..

데굴데굴 2017-10-20 17:27   좋아요 1 | URL
ㅠㅠ 진짜 다들 주식으로 대박나시면 좋겠네요ㅠ 그리고 잉여 시간이 많아서 더 열심히 활동들 하시기를!!!!ㅎㅎㅎㅎ

sprenown 2017-10-20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그럴까요? 술마시고, 노느라 정신없을 것 같은데..ㅋㅋ

데굴데굴 2017-10-20 22: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럴 가능성이 높긴합니댜 ㅋㅋ
 
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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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 여의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증권가이다. 실제로 여의도에 가보면 수많은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증권맨이라고 하는데 보통 '여의도'증권맨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여의도에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금융결제원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4시 이전에 처리해야 되는 모든 서류를 직접 금융결제원에 가서 결제해야 했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했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거래소가 여의도에 있기 때문이다. 증권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매수 매도 신호를 거래소에 전달해야 되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당연히 도달하는 시간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들 거래소 근처에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시간 차이가 얼마나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그 시간 차이로 돈을 버는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 HFT)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로 마이클 루이스의 <플래시 보이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초단타매매는 'High Frequency Trading(HFT)'을 뜻하는 것으로 분,초 단위의 주가 흐름에 따라 하루에 수십 번에서 수백 번씩 거래를 하며 매매차익을 남기는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과는 다른 개념이다. HFT는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수백만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빈도로 매매하는 거래 방식으로, 알고리즘 이용이 필수적이다.
 
책의 처음 설명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에게는 수백만 분의 1초가 중요하다. 그들은 이 시간을 얻기 위해 몇 천억 원을 투자해서 케이블을 설치한 회사(이 회사는 강 아래 터널을 뚫기 위해 세상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대여 비용만 200만 달러(한국 돈으로는 무려 약 20억 원)인 드릴을 이용하기도 했다)에 몇 억원 혹은 몇 십억 원의 수수료를 낼 용의가 있다. 즉,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이 초단타매매를 통해 몇 억, 몇 십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책에 보면, 어떤 초단타매매 회사는 휴먼 에러로 인한 한 번의 손실 말고는 1년 넘게 매일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인가? 간단히 설명하면,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매수 주문을 넣을 때 그 누구보다도 먼저 그 주문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100원에 10만 주를 사려고 주문을 넣으면 그들은 먼저 100원짜리 물량을 싹 거둬들인다. 왜냐하면 십만 주를 사야 되는 주체가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주식을 101원 혹은 더 위에 가격으로 매도한다. 10만 주를 사려는 사람은 반드시 물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래를 하면 그들은 그날 무조건 매도를 하기 때문에 밤에 위험 포지션이 없다. 두 발 두 팔 뻗고 잘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다음 날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데(밤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유가가 급락할 수도 있고) 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포지션을 청산하고 장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그저 부럽다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역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이 그치면 안 된다. 우리는 '그렇다면 저런 방식으로 매매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증권거래소가 이 매매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뉴욕 시 상원의원 찰스 슈머는 SEC에 편지 한 통을 쓴 다음, 그 내용을 알리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편지에서 슈머는 증권거래소의 행위를 비난했다.

 

"증권거래소들은 거래 정보가 트레이더들에게 공개되지 전에 약삭빠른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거래소는 매매주문 정보가 공개되기 전 몇 분의 1초 동안 그 정보를 '순간적으로 노출해주는'flash 대가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증권거래소는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 허용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 이렇게 정보를 순간적으로 노출해준다는 것으로부터 flash라는 단어가 나왔고 이 책의 제목도 플래시 보이스가 된 것이다. 2011년 볼러맨이라는 사람이 나스닥을 나올 때 나스닥은 수입의 3분의 2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초단타매매회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브로커들이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를 돕는 대가로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러한 HFT회사의 선행매매는 시장 참여자들의 참여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는 화면이 실제 화면이 아니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게 되면 당연히 매수 매도를 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는 시장 활성화에 방해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어떤 종목을 매수하려고 버튼을 누를 때마다 사려고 했던 물량이 사라진다면 그 누가 시장에 참여하겠는가.
 
세 번째 문제는 필요 없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금융 중개가 필요했다. 그리고 중개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여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비용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비용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는데도 여전히 중간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중개를 하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이후로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하니, 이들의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책에서 묘사한 대로 '스캘퍼 주식회사는 시장에 아무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서도 시장의 핵심 참여자로 잘 못 인식될 수 있다.'

 

이런 불합리하고 소모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시스템과 트레이더들을 발견한 사람은 브래드였다. 그래서 그는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장에 도전하였다. 해법은 일단 간단해 보였다. 바로 주식 매매주문이 동시에 모든 거래소에 똑같이 도달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래소에서도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직접 거래소를 세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문제는  금융계 안의 편협한 이기주의와 돈이었다. '금융계 안의 모든 사람들이 편협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계가 얼마나 부패하고 사악해졌는지에 상관없이 금융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이미 기득권인 그들은 굳이 체제나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또한 거래소를 설립하려면 돈이 있어야 했는데, 브래드를 부추기던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며 돕기 힘들다고 변명했다.

 

"그들은 모두 브래드가 새로운 거래소를 만들기 원했고, 모두 새 거래소의 혜택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모두 다른 누군가가 그 일에 자금을 대리라 생각했다. 다들 그럴듯한 변명 거리가 있었다. 사실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형 연기금의 본업을 벗어나는 일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웠다."
 
사람 마음이 이렇다. 모두가 혜택을 받고는 싶다. 혜택을 못 받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혜택을 얻기 위해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 먼저 나서면 그만큼 위험도 크고 수고해야 하며 노력해야 되기 때문이다. 다들, 나무에서 열매가 언제 떨어지냐를 바라보고만 있지, 나무 심는 이는 없으며 물주는 이도 없고 열매를 따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어쨌든 브래드는 고생 끝에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었다. 거래소를 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injustice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나 싶다.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힘과 마음. 이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고 브래드와 함께 할 사람들이 힘을 합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브래드는 거래소를 설립하고 이름을 IEX라고 지었다. 이 거래소의 특징은 주문이 거래소에 동시에 도착하도록 장치를 만들어 선행매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효과는 엄청났다. 주문의 92%가 적정가격에서 거래가 되었는데, 이렇게 적정가격에서 거래되는 것은 다른 거래소는 20%도 안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골드만이 이 IEX 거래소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IEX는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먼 이야기 같지만 불과 몇 년 전의 이야기이다. IEX는 2012년에 설립되었고 작년에 드디어 미국 SEC는 IEX를 새 증권거래소로 승인하였다. 그리고 2016년 8월 19일 IEX 거래소가 정식 거래소로 개장되었다. 

 

지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많은 트레이더들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차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멍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injustice이다. 그 구멍을 메우려고 나설 때, 함께 그 구멍을 메울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그 구멍을 브래드와 IEX 거래소는 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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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0-1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 공매도 세력들을 보면서 분노하며, 이 탐욕스런 게임의 끝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했거든요

injustice 에 대한 분노..

데굴데굴 2017-10-19 21:4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공매도 조회가 가능해도 공매도 세력은 여전하니깐요 사실 기관만 공매도을 할 수 있는 건 불공평한 거죠 개인 기관 둘다 가능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해야 되는데

나와같다면 2017-10-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G디스플레이 작은 주주가 술 한잔 마시고 썼습니다 ㅋ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데굴데굴 2017-10-19 22:02   좋아요 1 | URL
LG디스플레이 공매도가 전체 매매 비중의 10%가까이 되네요ㅜ 개인이 승리하기 위해선 비중 조절과 인내가 필수 인것 같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9 22:06   좋아요 1 | URL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