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이는 공식 - 같은 월급으로 다른 결과를 만든 월급쟁이 부자들의 비밀
김경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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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으'는 공식이 아니라 잘 모'이'는 공식이다. 즉, 어떤 특정한 습관과 태도, 규칙을 정하면 돈이 알아서 잘 모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거나 지금부터라도 받는 월급이 잘 모이기 원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되는 것들을 <잘 모이는 공식> 책을 통해서 얻기를 기대한다.

 

잘 모이는 공식을 알아야 된다는 것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이유들, 습관들로 인해 월급이 잘 모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안 모인다'는 말은 '모으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심히 모았지만 생각과 달리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열심히 물동이에 물을 퍼 담았건만 물동이에 구멍이라도 있는 건지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대답은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였다. 첫 번째 대답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나마 이 대답은 원인을 짐작할 만한 실마리가 숨어 있다. 바로 과소비다. 

 

그렇다면 잘 모이는 공식이란 무엇인가? 똑같이 월급을 받는데 어떤 사람은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어떤 사람은 자산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만 먼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시작한다

 

"저축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보다 돈을 목적과 쓰임새에 맞게 모은다. 그래서 중간에 다른 곳으로 돈을 흘리지 않는다. 생각한 대로 목적에 맞게 돈을 잘 남기는 사람들, 그들만의 계획으로 돈을 모으고 쓰는 방식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특별한 방법이다. 바로 돈이 '잘 모이는 공식'이다."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몇 가지만 간추려서 이야기하면, 먼저 저축은 할 수 있는 조건, 환경일 때(보통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최대한 많이 해야 된다고 말하며 월급의 70%를 저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같은 회사의 어떤 대리님이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신입사원 때를 이야기하시며 그 당시 월급의 80% 가까이를 저축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큰 도전을 받은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대리님은 집이 서울이어서 별도의 숙식비가 들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모이는 공식>에서 말하는 좋은 케이스에 해당되었다. 

 

20-30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주택문제일 것이다. 책에서도 당연히 주택 마련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데 결혼해서 12년 이내에 주택 마련하는 것을 끝내야 하고 적정한 주택 자금의 비율은 소득의 55%라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교육 자금 준비 공식, 수익률이 아닌 달성률 우선 공식, 목적별로 계좌 나누기, 노후 준비의 공식, 소비 및 생활 예산의 적정 수준, 보험료 및 보험 선택 등 돈을 모으고 쓰는 것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신용카드는 초단기 대출이다'라는 말이다. 카드회사들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엄연히 따지면 신용카드를 쓰는 것은 말 그대로 신용대출이다. 한 달 혹은 두 달짜리 단기 대출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런 계약서 없이 그냥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서명만 하면 자기 수중에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책에 따로 언급은 되어 있지 않지만 할부도 마찬가지다. 12개월 할부는 그저 12개월에 나눠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대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출에 해당하는 신용카드와 할부는 잘 모이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 피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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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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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계와 과학적 기법을 이용해서 오늘날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왜 심각한 불황들이 발생하는가? 우리는 대침체와 그로 인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가? 우리는 이런 위기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실증적인 증거에 기반을 두고 이러한 질문들에 답할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책 서두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책 전반을 통해 답변을 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심각한 불황과 대침체가 일어나는 이유는 '소비의 감소' 때문이다. 즉, 수요 측면이 문제이다. 경제 상황은 수요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가 감소하는가? 바로 '빚' 때문이다. 왜 빚인가? 빚과 집값 폭락이 결합된 순자산의 감소는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출의 증가는 거품을 낳는다. 거품이 대출의 증가를 낳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실험을 통해 빌린 돈으로 구매하게 될 때 거품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거품은 꺼지게 되고 이는 집값 폭락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단순히 빚이 있는 가계뿐 아니라 빚이 없는 가계의 소비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빚으로 산 집은 집값이 하락하면 압류가 되는데 이는 전체적인 집값 하락을 불러오는 외부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의 축소는 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빚으로 지은 집>에서는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것처럼 빚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빚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기본적으로 금융 시스템에는 돈을 빌리는 '채무자'와 돈을 빌려주는 '은행'혹은 '대부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채무자가 대부자에게 '빚(debt)'을 지게 된다. 문제는 손실이 채무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손실이 채무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부의 불평등과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 대출이 많은 경제에서 집값이 폭락하면 순자산이 적은 채무자들이 손실의 가장 큰 부분을 감당하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도는 더욱 악화된다. 저축자가 손실을 입은 상황이 오더라도 상대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상황은 오히려 개선된다. 위의 예에서, 집값 하락 이전 주택 소유자는 집값의 20퍼센트를, 저축자는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 소유자는 전 재산을 잃게 되고, 저축자는 집값의 100퍼센트를 보유하게 된다."
 
즉, 1억 원을 가진 사람이 5억 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4억 원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집값이 폭락해서 4억 원이 되면 1억 원을 가졌던 사람은 빈털터리가 되고 4억 원을 빌려준 사람은 기존에는 아파트의 80%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100%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빚은 부의 불평등이 더 심해지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물론, 집값이 6억 원으로 오르면 1억 원 가진 사람은 자산이 두 배가 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문제는 거품으로 형성된 가격은 언젠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대출은 이런 거품을 부추긴다. 또한, 빚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자산이 하락할 때, 순자산 감소 폭이 커지게 되고 결국 이는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빚은 보험과 정반대로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빚은 주택 소유와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기는 커녕 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빚은 대침체기 동안 부의 불평등을 두드러지게 심화시켰다. 빚은 또한 압류를 통해 자산 가격을 떨어뜨린다. 떨어진 자산 가격은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을 크게 감소시키며 이는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의 원인이 과도한 부채와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순자산 감소, 그리고 이어지는 소비의 감소에 있었으니 이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대침체는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을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부채탕감과 채무 계약의 경직성 완화이다.

 

먼저, 직접적인 부채 탕감이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은행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은행이 파산하거나 마비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가 온다는 논리가 항상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논리에 대해 '예금주와 지급 결재 제도는 보호되어야 하나, 이것과 은행의 장기 채권자와 주주를 지원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실제로 주주와 장기 채권자들의 투자금을 완전히 없어지게 하면서도, 지급 결제 제도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책에서도 은행이 금융 중개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을 너무 우선시한 나머지 대침체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가계를 구제할 수 여러 방법들이 사장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중 한가지 방법이 적극적인 부채 원금 탕감이다. 

 

원금 탕감을 이야기할 때 제기되는 두 가지 반론이 있는데 바로 은행의 이익 감소 및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다. 이와 관련해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반론자들은 원금을 탕감하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채무자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이 정책을 악용할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즉, 탕감 받을 것을 예상하고 돈을 빌려 가고 갚을 의지도 없고 애초부터 파산신청을 해서 원금을 갚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매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출을 받아서 사는 것이지 원금을 탕감 받을 것을 예상하고 계획적으로 빌리고 계획적으로 파산을 하려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다음의 이유를 들어가며 원금 탕감을 도덕적 해이와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이유로 맞지 않는다. 집값 하락은 주택 소유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기 때문이다... 집값의 전반적인 하락 같은 경제 전반에 걸친 총체적 충격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의 관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책에서는 원금 탕감을 통해 '단순히 채무자의 부담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아무에게나 무분별하게 대출해 주는 것을 막는 억제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원금 탕감을 받은 채무자들의 대출 상환율이 더욱 높을 뿐 아니라 채무 불이행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수입과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서 나온 레버드 로스 관련 사레들에 대한 보다 긴 연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적극적인 가계 부채 재조정 프로그램은...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이며 채무 불이행과 압류를 경험하는 가계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고, 그 결과 집값이 더 하락하며, 실물 경제가 악화되어 채무 불이행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자기 강화적인 악순환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채무 계약의 경직성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의 계약 구조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채무자에게 너무나 불리한 계약 구조이다. 문제는 손실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총체적인 경제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은 '하방 위험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빚으로 지은 집>에서는 말하고 있다. 손실과 이득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debt) 형태가 아닌 주식(equity)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져야 된다. 책에서는 이 방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금융 계약에 주식의 성격을 강화하면 경제 전체의 위험 분담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이득을 얻고, 집값이 폭락해서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방 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채권자가 부당하게 감당하게 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득이 발생할 때는 이득을 나누고,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예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자금 대출의 경우 기존 채무 방식에 의한 계약이기 때문에 원금이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호주나 영국은 학자금 대출 상환액이 졸업자가 버는 수입의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더 나아가 단순히 개인 소득에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에 연동시키는 것이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끝으로,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문제의 장본인은 빚이다. 그리고 해결책은 명약관화하다. 가계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위험에 연동된 주식 성격의 계약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더 많이 채택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그러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가계는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도 은행권이나 가계로 하여금 융통성 없는 채무 계약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 보조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해결책들은 원칙적으로 매우 분명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이며, 이들 소수의 기득권층은 빚의 사용을 권장하는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어떤 시도도 관철되지 않도록 애쓸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한 가지 주제에 충실한 책일 뿐만 아니라 기존 견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및 연구를 통해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예상 반론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 유시민의 글쓰기를 들으며 좋은 글은 '주제가 분명하고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며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는데, 이 책이 딱 그에 맞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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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대디 2017-11-0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저명한 경제 학자들이 쓴 유명한 책이지요. 작년에 읽다가 이리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낸 저자들의 지식에 탄복을 했었습니다.

데굴데굴 2017-11-08 22: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으면서 정리를 너무 잘한 책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유명한 책 답게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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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데드하트'이다. 빅 픽처 이전에 출판된 작품인데 빅 픽처가 인기를 끌게 되어 뒤늦게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것 같다. 

 

닉 호손은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우연히 발견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도를 보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한 여자(앤지)를 만나게 된다. 잠깐의 만남을 즐기려는 닉 호손의 의도와는 달리, 앤지에 의해 납치(?) 되어 지도상에 나타나지도 않는 울라누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앤지와 부부가 되어 생활하게 된다. 
 
울라누프는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장 가까운 마을이 1,400km나 떨어진 완전히 세상과 단절된 마을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닉 호손은 도망갈 수 없는 천연 감옥에 갇힌 것이다. 오십여 명 되는 네 가족이 자신들의 화폐(치트)와 법을 정하여 자치구처럼 살아가고 있는데, 앤지의 아빠인 '대디'의 말이 곧 법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닉 호손은 거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잠깐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온 것뿐인데, 자칫 잘못하여 평생을 울라누프라는 아무도 모르는 작은 마을에서 살 운명이 되어 버렸다.

 

울라누프는 저축의 개념이 없었다. 일주일간 일을 하면 치트라는 화폐를 받는데 유효기간은 일주일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면 쓸 수 없는 화폐였던 것이다. 따라서 따로 모아놓을 필요도 없었고 그저 한 주 벌어 한 주 먹고사는 단순한 삶의 형태였다. 

 

"우리는 저축이라는 개념을 싫어하지. 돈을 쌓아 놓게 만들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네가 나보다 많이 가졌잖아.' 같은 말을 하게 만드니까. 우리가 '치트'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야. 그 주에 번 돈은 저축하지 말고 다 써야 한다는 원칙이지. 재산 문제로 빚어지는 분쟁의 싹을 아예 싹둑 잘라 버리기 위해 모두를 평등하게 만든 거야."

 

<데드하트> 곳곳에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치트 화폐도 그런 비판 중 하나였다. 현대 시스템의 한 축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유재산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다. 그러나 이것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분쟁의 싹이 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유산 때문에 싸우는 형제들을 우리는 수 없이 듣고 보지 않았는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숙연하고 엄숙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자식들이 보고 있는데도 서로 고함을 지르며 멱살을 잡는 추태를 부리는 이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을 이처럼 바닥으로 떨이 지게 만드는가. 바로 돈과 탐욕이다. 울라누프는 최소한 이런 추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산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데드하트>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점을 비판한다. 닉 호손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힘든 노동에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하며 삶을 견딘다. 노동이 그저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한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일할 뿐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초라한지 마주하지 않기 위해 일할 뿐이다. 계속 바삐 일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절망적으로 무가치하다는 사실과 우리 스스로 빠져든 막다른 길의 깊은 수령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소득이 없기 때문에 살아갈 수 없다. 일을 하는 것은 일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 수입을 얻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단이자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너무나 의미가 있는 일인것처럼 착각하고 그 일에 몰입한다. 먹는 시간,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스스로를 계속 펌프질하며 쉬면 안 된다고 채찍질한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시간이 잘 가서 좋다고 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작, 무엇이 중요하고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전혀 돌아보지 않은 채. 많은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기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하는지 돌아보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돌아보고 싶지 않아 더 바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혹시나 내가 막다른 길,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까 싶어서.

 

닉 호손은 울라누프에서 3주 동안 밴에 매달려 수리를 하고 멋지게 고쳐놓았는데 고쳐놓자마자 대디가 다시 때려 부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고는 침대에 드러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게 지내게 된다. 첨에는 말도 못하고 정신이 나간 바보처럼 연기하려고 하는데, 나중에는 자신이 마냥 연기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앤지의 말대로 나는 똥오줌이 질펀한 매트리에서 잠을 자야 했다. 앤지는 나를 똥오줌 천지인 매트리스에 내버려 두고 빈백 의자에서 잠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벌인 짓이 마냥 연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이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 자신도 알 수 없는 세계에 다다라 있었다. 연기였다면 지금쯤 포기해야 마땅했다. 밤새 똥오줌 천지인 매트리에서 누워 잔다는 건 연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는 마치 영화 엑스페리먼트(The Experiment, 2001)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 엑스페리먼트에서는 일반인을 모집하여 실험을 하는데 아무 기준 없이 일반인을 간수와 죄수로 나눠 각자의 역할에 맞게 행동하라고 지침을 내린다. 처음에는 모두들 어색하게 자신의 역할에 따라 행동을 하다가 나중에는 간수 역할을 한 사람은 진짜 자신이 간수인 것처럼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결국 죄수를 죽이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처럼 처음에는 연기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이처럼 연약해서 생각과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데드하트>는 닉 호손이라는 인물과 울라누프라는 마을을 통해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데드하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중부를 부르는 표현이지만 직역하면 죽음 심장, 죽은 마음이다. 현대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겉보기에는 열심히 일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은 시간을 때우는 것이 전부인, 살아 있으나 살아 있지 않은 '데드하트'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라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여태껏 지금 달리고 있는 길에 필적할 만큼 잔혹하고 위험한 길로 들어서본 적이 없었다.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더위를 식힐 나무그늘도 없었다. 마른 잡초조차 없었다. 생명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생명체가 나타나면 여지없이 죽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황무지였다. 평평하게 펼쳐진 메마른 세계, 검붉은, 녹아내린, 대륙의 데드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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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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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사랑에 빠지고 20년 뒤에 만난 조지와 리아나. 조지는 20년 동안 그녀를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라이니는 사실 조지를 범죄에 이용하려고 계획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조지는 20년 만의 만남과 그 모든 정황이 이상하지만 라이니가 시키는 대로 다 실행한다. 라이니는 말 그래도 조지의 사랑을 아낌없이 빼앗아 자신의 완벽 범죄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과거에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가 내려진 용의자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돈을 훔치고 잠적하려고 한다. 공범인 다른 남자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자신의 죽음을 위한 목격자가 필요한데 바로 '조지'였다.

 

조지는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퍼즐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완벽히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라이니가 살아 있음을 확신하고 그 증거를 찾으러 그녀가 머물렀던 집에 찾아간다. 이미, 경찰들이 대부분의 증거가 될만한 자료는 압수해간 상태이지만 조지는 그녀가 어떤 단서를 남겼으리라 확신하고 집 내부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책에서 엽서를 발견하고 그 엽서에 있는 사진이 있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아직 덜 빼앗긴 사랑이 남아서 더 빼앗기고 싶어서인지, 아님 여전히 그녀를 사랑해서 조지 자신도 과거를 지우고 그녀와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라이니의 마지막 계획에 멕시코에서 조지와 같이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니는 대학 때 조지와 사랑에 빠졌고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조지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라이니는 범죄를 계획하며 접근할 때 조지에게 보상으로 만 달러를 주게 되는데, 결국 조지는 이 돈을 가지고 멕시코로 가게 되는 것이다. 라이니가 보상을 줄 때 아마 그 돈을 사용해서 멕시코로 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도 함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도 조지가 멕시코로 와서 이제 모든 과거를 지우고 둘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혹은 20년 전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새롭게 출발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생활을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데 첫 이미지가 너무 나쁘게 인식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본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실수로 그런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한 번 이미지가 박히면 미운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밉게 보이는 것이다. 믿는 대로 보인다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이럴 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 나의 과거를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출발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새로운 회사로 간다고 해서 나의 본성, 과거까지 바뀔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비단, 학교나 회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외모,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원하는 가족, 내가 원하는 외모, 내가 원하는 이름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되어야 비로소 조금의 선택권이 생기지만, 특히 가족은 나이가 들어도 이미 선택된 것이라서 바꾸거나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라이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이름을 바꾸고 외모를 바꾼다고 해서 나의 모든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는 다음과 같이 다시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의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그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냐.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

 

잠시 후 그들은 다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넌 가정환경이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부모님도, 고향도, 뉴잉글랜드도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향에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대학을 선택했겠지. 가족 안에서 이방인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넌 몰라."

 

"그래. 인정해. 알았으니까 진정하라고. 네 말에 극구 반대하는 건 아냐. 다만... 어른이 됐을 때가 어릴 때보다 더 진정한 나에 가깝다는 말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 잠깐만, 끝까지 들어봐. 난 두 모습 다 진정한 나라고 생각해. 사람의 태생을 무시할 순 없어. 아무리 그러고 싶다 해도 불가능해. 그건 늘 존재하고, 우리의 실체이기도 해."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하는 나와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붙잡으려고 하는 과거의 나.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인간의 내면이 어쩌면 조지와 라이니의 대화가 같지 않을까.

 

조지는 사람은 과거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년 뒤, 라이니를 다시 만나고 범죄에 연루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뀐다.

 

"하지만 바다에서 부활한 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수중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테고-이것만은 확실했다- 새로운 신분을 얻을 것이다. 머리를 새로운 스타일로 바꾸고 새 이름을 얻어 머나먼 어딘가에서 살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재능이었다. 변신. 조지에게는 저주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재능이고 장기이며 능력이었다. 라이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러고 나면 예전의 자신을 쉽사리 죽여버렸다.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도 모조리. 변신이 그녀의 재능이라면 조지는 그녀가 왜 자신에게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조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늘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왜 그녀가 자신에게 끌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지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했고 다시 사랑을 찾으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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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전쟁 - 글로벌 머니의 흐름을 지배하는 투자의 원칙
영주 닐슨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글로벌 투자 전쟁'은 저자의 이름이 특이해서 고르게 되었다. 저자인 영주닐슨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이자 삼성자산운용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이름만 듣고는 재야의 고수인가 생각했다. 왜냐하면 재야의 고수 중에 실명을 쓰지 않고 닉네임(보통 네 글자)으로 활동하고 또 그 닉네임으로 책을 쓰는 분들이 최근에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색해보니 월스트리트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활동했고 <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라는 책도 쓴 정통파 출신이었다. 저자의 이름 '영주닐슨'은 결혼하면서 한국이름에 남편의 성을 붙인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저자는 먼저 다니는 회사의 주식은 절대 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주식의 격언 중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은 흔히 한 종목에 몰빵하지 말라고 많이들 사용하지만 사실 이 격언의 본질은 분산 투자를 통한 변동성 및 리스크 관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여러 종목에 나눠서 분산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 신흥국 시장, 원자재 시장,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을 한 나라,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 가둬두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글로벌 시대에 자산 관리가 전혀 글로벌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최소한 투자의 기본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투자 상품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투자의 기본을 알아야 누가 좋은 자산관리 전문가인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차를 직접 만들 필요가 없는 것처럼, 투자를 하기 위해 상품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특히 자산관리 전문가라 불리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항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좋은 전문가인지를 가려내기 위해선 투자의 기본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자율이다. 기준이자율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채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저자는 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자율이 인상될 때 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자율이 인상되면 실물 경제에서는 기업의 이자비용이 증가하니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미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신규 투자 역시 감소할 것이다. 소비자 또한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난 나머지 금액으로 소비하게 되니 소비가 감소하고, 이 역시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주가에 반영된다.
물론 기업의 성과, 나아가 주식시장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이 아지율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자율이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주식시장을 걱정하는 건 섣부른 면이 있다.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은 대체로 경제 상황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에서 설명한 여러 과정을 거쳐 이자율 변동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12~18개월 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채권 트레이더 출신 답게 채권과 관련된 여러 요소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채권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소를 수익률, 위험성, 유동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다른 금융자산시장과의 연관성(안전자산선호)으로 인해 채권 수요가 증가하는 일도 상당히 일어난다고 언급한다. 또한 인플레이션도 채권의 공급을 결정하는 한 요소라고 말한다.

 

거시경제와 관련해서 주요 지표를 소개하고 있는데, GDP, 고용, 인플레이션, 금융정책과 이자율, 재정정책과 재정적자, 경제 주체의 전반적인 경제 인식이다. 이 중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주로 쓰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실제 금융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전문가가 '시장을 이기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시장을 이긴다는 것은 특정 기간 다우지수라든지,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뜻이다. 운용하는 금액이 클수록 시장의 수익률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 전문가들에게는 시장을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알파'를 찾기 위해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금융 전문가들의 매매 방식을 또한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추세추종 방식이 일반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가치투자가 투자의 정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모멘텀을 이용한 추세 추종 방식이 많이 쓰이고 있다. 추세추종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가격이 오르면 더 오르고 떨어지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은 개인이 한 방향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즉, 오를 때 매수하는 방식이다. 떨어질 때는 매수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선물은 떨어질 때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공매도가 가능하다. 책에서 한 금융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매매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물거래 매니저들은 시장을 추종하는 경향trend-followers이 있습니다. 이런 투자 성향을 따르면 일반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시장의 방향(또는 역방향)이 어떻게 되는지 정의하고, 그 계산에 따라 매수나 공매도를 결정합니다."

 

"원자재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트레이딩 시그널은 다른 시장에서도 쓰이는 것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예는 '트렌드는 당신의 친구'라는 것입니다. 이 콘셉트를 중심으로 규칙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계속 올라가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계속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이미 번 수익을 지키는 것이 새로 수익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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