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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8장은 1987년 영국 요크셔 커크번에서 발견된 철기 시대 공동묘지 중 전사의 묘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전사하면 바로 ‘검‘, 검은 청동보다는 당연히 철이다. 한반도 고대 국가에서도 청동기와 철기가 교차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나. 신화 속에서 헥토르의 검도 청동이었고, 아킬레우스와 호메로스의 산문에 등장하는 영웅들도 모두 청동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철은 별 특징이 없이 수수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었다. 철은 용광로의 온도를 적어도 1500도까지는 올려야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은 완성하기만 하면 변덕이 심한 청동과 달리 고분고분해진다. 청동은 만들다 부러지면 녹여서 주조하는 과정을 맨 처음부터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두 동강 난 철검이나 부러진 쟁기는 불에 달궈서 두드릭만 하면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철은 타협이 가능한 금속이다. 실수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P233)
철을 다루는 일은 리듬과 인내, 뚝심에 관한 것이다. 심장박동처럼 일정한 망치질은 형태가 없는 괴철을 철괴로, 낫으로, 검으로, 칼날로 만든다. (중략) 청동은 영웅에게 잘 어울리는 금속이지만 유연하지 않기에 뚝 부러지기 쉽다. ... 인간은 철을 벼리고 철은 인간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철은 인간에게 끝없는 노력과 분투를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되는 법을 가르쳤다. 첫 번째 대장장이들은 철로 만든 물건이 견고하고 강하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고, 그 후로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P235)
웃통을 벗어던지고 번갈아 벌겋게 달군 쇠를 내려치는 조선시대의 대장장이들이 생각나게 하네. 김홍도의 그림에서 익히 보아오던 모습^^
커크번에서 발견된 전사의 모습을 잠시 설명하자면,
무덤의 주인은 20~30 대 남성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 측면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안치되었으며 ‘가슴에는 창 세 개‘가 꽂혀 있었다.
커크번의 무덤은 철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그 곳에 묻힌 남성은 전사였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슴에 꽂힌 세 개의 창이었다. 고고학자들은 창이 무덤에 묻히기 직전 찔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 후 무덤이 덮였고 긴 창의 자루는 봉분 밖으로 돌출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내 나름대로 유적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무덤에 묻힌 남성은 투사였고 용감한 사람이었으나 전투가 아닌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이 동료들은 그에게 전사로서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사후에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커크번 전사의 무덤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같은데?...
이런 이야기들을 방송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해도 재밌겠는데...?
하면서 읽다 보니 영국 BBC에서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꽤 많이 제작한단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가 혹 이 책을 쓴 ‘닐 올리버‘ 일지도...
작가가 20여 년 동안이나 방송용으로 제작도 하고 각본도 썼다고 하니까.
뉴질랜드에 살던 마오리족의 타투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인육을 먹는 것만큼이나 유럽인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것은 마오리족의 문신이었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단어, ‘타투‘는 사모아 말에서 ‘두드리다‘라는 뜻의 타타우tatau에서 유래했다. 유럽에서도 켈트인과 갈리아인, 픽트인 등도 피부에 칠을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 다른 곳의 풍습이 전해진 것이었다. 영국인 선원들은 마오리족의 문신에 매혹되어 이내 자신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P244)
와이라카는 마오리족의 전설 속 인물이다,
3000년 전, 선장의 딸이었던 와이라카는 여성과 아이들만 타고 있던 카누가 전복될 위험에 처하자 여자는 노를 저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앞장서 노를 저어 배에 탄 사람들을 구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해안에는 와이라카의 용기를 기리는 청동 동상이 서 있다.(P239)
그가 깊숙이 노를 밀어 넣어 힘껏 당겼을 때, 노의 궤적은 코루를 닮아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고리,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고 이끌어온 끝없는 원의 형상 말이다. 와이라카는 자신을 인류의 기억 속에 아로새겼다. 여성을 속박하는 전통과 엄격한 규율의 세계에서 자란 그였지만, 필요하다면 저항해야 한다는 사실을, 질책과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더 중요한 일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P246)
이제 채 100페이지도 남지 않았다.
읽을 페이지가 얼마 안남아 있어서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