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그래서 아침부터 뼈맞고 있는 느낌
79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10권도 안되지만 여타의 독서 편력이나 평론, 서평 책들보다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시작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근데 정희진 샘은 베스트셀러는 읽지않는다는데
정희진 샘 책은 베스트셀러다.
˝어떤 시각으로 읽느냐가 내용을 결정한다.˝(14면)고 했으니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의식에서 제해버리고 나만의 시각으로 읽어보자!

내가 구매했단 것도 잊고 있었는데 <페미니즘의 도전>도 책꽂이에 떡 하니 있다.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텍스트를 통과하기전의 내가 있고, 통과한 후의 내가 있다. 그래서 간단히 말해 독후의 감이다. 통과 전후 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치고 아프고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이다. - P19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01-16 14: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좋더라고요! 저도 읽은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이후에 시리즈로 나온 것들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은하수 2023-01-16 18:33   좋아요 1 | URL
그쵸
저 오늘 1장 고통 읽었는데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쓸수 있는지 매번 감탄해요 여지를 주지않는 단정적인 짧은 문장들에서 헤어나올수가 없네요 멋져요!

바람돌이 2023-01-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 책은 진짜 뼈맞는 느낌이 맞는거 같아요. ㅎㅎ
저는 이 책보다는 그래도 <페미니즘의 도전>이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요즘 나온것 중에서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가 좋았고요.

은하수 2023-01-16 22:03   좋아요 0 | URL
ㅎㅎ
흥미 위주의 독서생활자인 저는 참으로 느끼는 바가 많네요.
저도 얼른 <페미니즘의 도전> 읽어 볼게요
책 대기중입니다.
근데 제가 구입한 책은 표지가 분홍색..
쫌 의외라! 맘에 안들긴 하네요.

북프리쿠키 2023-01-1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의 진가가 드러나는 책이라 생각해요^^

은하수 2023-01-17 15:56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런가요
전 정희진 샘 첫책이라 ... 아닌게 아니라 좋은 글을 너무 많이 써놓으셔서 어떤 문장을 남겨야할지 고르는데 머리털 뽑힙니다^^
읽기 전에는 다들 그렇게까지? 했는데 역시 읽으니 역시 다들 대단하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마중물샘의 회복 과정 궁금하고 응원하는 맘이라 빨리 읽고 싶은데, 도통 책 읽을 시간이 안나서 대체 며칠을 붙들고 있는거냐! ㅠㅠ

그래도 최현희 선생님을 응원한다!
그래서 별 5개다.


오늘처럼 내 경험이 별다른 노력이나 의지 없이 어떤 수업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내 삶이 엄청나게 회복되고 있다는 너무나 결정적이고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에 나는 기뻤다. 바깥으로 나를 내보이고, 내몸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양의 절대 규칙 같은 것을 툭 내려놓고 내 페이스를 찾은 것과 연결된 작용이었다고 생각한다. - P206

사람의 몸이 정말 대단한 것이 온몸이 풀가동하여수술한 부위를 치유하고 변화한 상태에 적응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오늘 겨우 수술 나흘째다. 나는 애쓰고 있는 내 몸에 경외감과 고마움을 느낀다. 애쓰는 몸덕분에 이렇게 모처럼 마당을 돌보는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픈 에세이인데 술술 읽혀서 괜히 미안하다.
이 글 읽으며 내 남편을 대입시켜 보았다.
31년째 살고 있지만, 싸우고 나선 혼자 살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았지만 아직 살고 있는거로 봐선 나도 남편이 먼저 세상 떠났다면 작가와 비슷한 심정일거 같다.
얼마 전 그날도 맨날 티격태격하는 부녀지간 보면서 딸에게 말했다. 넌 아빠한테 불만 많겠지만 그래도 혹시 엄마보다 아빠가 먼저 떠났다면 엄마 엄청 힘들거 같다고...

그래서 이 책이 끌렸나보다!


죽기 몇 주 전 남편이 내게 말했다. "나이 든 너를 보고싶었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섭섭하다."
들을 때는 몰랐는데 눈물 나는 이야기를 했던 거구나,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영정 속 얼굴은 거기서 시간이 멈춘채 영원히 변치 않는다. 이제부터는 나만 나이를 먹는다.
세월이 흘러, 아들의 영정 앞에 합장하는 노파로 보이는날도 언젠가는 찾아오리라. 시간은 막무가내로 흘러간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장은 1987년 영국 요크셔 커크번에서 발견된 철기 시대 공동묘지 중 전사의 묘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전사하면 바로 ‘검‘, 검은 청동보다는 당연히 철이다. 한반도 고대 국가에서도 청동기와 철기가 교차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나. 신화 속에서 헥토르의 검도 청동이었고, 아킬레우스와 호메로스의 산문에 등장하는 영웅들도 모두 청동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철은 별 특징이 없이 수수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었다. 철은 용광로의 온도를 적어도 1500도까지는 올려야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은 완성하기만 하면 변덕이 심한 청동과 달리 고분고분해진다. 청동은 만들다 부러지면 녹여서 주조하는 과정을 맨 처음부터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두 동강 난 철검이나 부러진 쟁기는 불에 달궈서 두드릭만 하면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철은 타협이 가능한 금속이다. 실수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P233)


철을 다루는 일은 리듬과 인내, 뚝심에 관한 것이다. 심장박동처럼 일정한 망치질은 형태가 없는 괴철을 철괴로, 낫으로, 검으로, 칼날로 만든다. (중략) 청동은 영웅에게 잘 어울리는 금속이지만 유연하지 않기에 뚝 부러지기 쉽다. ... 인간은 철을 벼리고 철은 인간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철은 인간에게 끝없는 노력과 분투를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되는 법을 가르쳤다. 첫 번째 대장장이들은 철로 만든 물건이 견고하고 강하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고, 그 후로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P235)

웃통을 벗어던지고 번갈아 벌겋게 달군 쇠를 내려치는 조선시대의 대장장이들이 생각나게 하네. 김홍도의 그림에서 익히 보아오던 모습^^

커크번에서 발견된 전사의 모습을 잠시 설명하자면,
무덤의 주인은 20~30 대 남성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 측면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안치되었으며 ‘가슴에는 창 세 개‘가 꽂혀 있었다.

커크번의 무덤은 철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그 곳에 묻힌 남성은 전사였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슴에 꽂힌 세 개의 창이었다. 고고학자들은 창이 무덤에 묻히기 직전 찔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 후 무덤이 덮였고 긴 창의 자루는 봉분 밖으로 돌출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내 나름대로 유적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무덤에 묻힌 남성은 투사였고 용감한 사람이었으나 전투가 아닌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이 동료들은 그에게 전사로서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사후에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커크번 전사의 무덤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같은데?...
이런 이야기들을 방송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해도 재밌겠는데...?
하면서 읽다 보니 영국 BBC에서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꽤 많이 제작한단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가 혹 이 책을 쓴 ‘닐 올리버‘ 일지도...
작가가 20여 년 동안이나 방송용으로 제작도 하고 각본도 썼다고 하니까.

뉴질랜드에 살던 마오리족의 타투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인육을 먹는 것만큼이나 유럽인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것은 마오리족의 문신이었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단어, ‘타투‘는 사모아 말에서 ‘두드리다‘라는 뜻의 타타우tatau에서 유래했다. 유럽에서도 켈트인과 갈리아인, 픽트인 등도 피부에 칠을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 다른 곳의 풍습이 전해진 것이었다. 영국인 선원들은 마오리족의 문신에 매혹되어 이내 자신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P244)

와이라카는 마오리족의 전설 속 인물이다,
3000년 전, 선장의 딸이었던 와이라카는 여성과 아이들만 타고 있던 카누가 전복될 위험에 처하자 여자는 노를 저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앞장서 노를 저어 배에 탄 사람들을 구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북섬 베이오브플렌티 해안에는 와이라카의 용기를 기리는 청동 동상이 서 있다.(P239)

그가 깊숙이 노를 밀어 넣어 힘껏 당겼을 때, 노의 궤적은 코루를 닮아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고리,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고 이끌어온 끝없는 원의 형상 말이다. 와이라카는 자신을 인류의 기억 속에 아로새겼다. 여성을 속박하는 전통과 엄격한 규율의 세계에서 자란 그였지만, 필요하다면 저항해야 한다는 사실을, 질책과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더 중요한 일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P246)

이제 채 100페이지도 남지 않았다.
읽을 페이지가 얼마 안남아 있어서 아쉬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장 나아가기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단순한 지식들은 전혀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현생인류와 같은 종으로 분류된다는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축적되고 또 얼마나 많은 원시인류가 사라져갔는지 혹은 각 인류의 등장시점은 언제인지 또 어떤 특이점 등이 있는지에만 집중해서 그야말로 시험을 위한 지식의 암기 수준에 불과했었기 때문에 기본 용어 외에는 시험이 끝나고서 내 머리에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수 있을지 끝까지 다 읽을수 있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끈건 제목이었지만-읽어나갈수록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단 생각은 변함없음- 지금은 원시인류의 이동경로도 재밌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살았던 인류도 아닌데 굳이 관심이 생길까 싶지만, 작가가 썼듯이 세계 어느 지역이었든 관계없이 ‘쉼 없이 이동하는 삶‘이란 어느 인류에게나 해당하는 보편적인 현상이었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몇 천년 전에 융성했다 사라진 인류의 터전이 한반도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이 흥미로웠고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들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많은 페이지를 읽는건 안된다. 머릿 속에 욱여넣는 기분이 든달까 ㅠㅠ
어쨌든 천천히 읽어야한다는 것!

˝어쩌면 삶은 그냥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차용권은 없으며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있다. 오늘 우리가 머무르는 곳의 열쇠는 내일이면 다른 존재의 손에 있을지도 모른다.˝(P209)






쿠르간을 만들던 동쪽 사람들은 기원전 3000년대 초반 어느시기에 브리튼섬에 도착했다. 이 방랑자들은 기반암에 컵과 반지를 닮은 무늬를 새기고, 거대한 암석을 원형으로 세우는 데골몰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스톤헨지와 에이브버리 유적이 있는 곳부터, 뼈처럼 흰 석회질 암석 위로 탐스러운 풀이 자라는 영국제도 끄트머리까지, 수많은 장소에서 수천명이 한데 모여 저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돌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언제나 이동하며살던 사람들에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곳에 머물러 사는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쿠르간: 약 5000년 전 이래 유라시아 북부 초원
지대에 살던 유목민들이 남긴 거대한 무덤을 일컫는다. 지하에 묘실을 놓고 흙이나 돌로 봉토를
쌓아 밀들었다. 단독묘 또는 합장묘이며 무기와 장
신구. 희생된 동물, 마차 등의 껴문거리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P206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나야 이주민들과 함께 온 것은 언어와 금속제 무기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독일, 헝가리, 라트비아에서 발굴한 500구의 유골 중6구에서 흑사병의 원인균인 유럽 페스트균의 유전체가 발견되었다. 스텝 지대 사람들의 풍토병이 수천 년 후 유럽을 휩쓴 유행병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 P207

한곳에 오래 머무른 집단일수록 공동체의 유대는 그 땅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되고, 새로운 관념이나 집단이 도래하면 큰저항이나 단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집단이 한장소를 영원히 점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새로운 소규모 집단이 이미 정착해 있던 훨씬 큰 집단에 유입되어그들을 대체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처음부터 새로운 집단의 의도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은 그냥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차용권은 없으며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있다. 오늘 우리가 머무르는 곳의 열쇠는 내일이면 다른 존재의 손에 있을지도 모른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