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나아가기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단순한 지식들은 전혀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현생인류와 같은 종으로 분류된다는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축적되고 또 얼마나 많은 원시인류가 사라져갔는지 혹은 각 인류의 등장시점은 언제인지 또 어떤 특이점 등이 있는지에만 집중해서 그야말로 시험을 위한 지식의 암기 수준에 불과했었기 때문에 기본 용어 외에는 시험이 끝나고서 내 머리에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수 있을지 끝까지 다 읽을수 있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끈건 제목이었지만-읽어나갈수록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단 생각은 변함없음- 지금은 원시인류의 이동경로도 재밌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살았던 인류도 아닌데 굳이 관심이 생길까 싶지만, 작가가 썼듯이 세계 어느 지역이었든 관계없이 ‘쉼 없이 이동하는 삶‘이란 어느 인류에게나 해당하는 보편적인 현상이었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몇 천년 전에 융성했다 사라진 인류의 터전이 한반도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이 흥미로웠고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들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많은 페이지를 읽는건 안된다. 머릿 속에 욱여넣는 기분이 든달까 ㅠㅠ
어쨌든 천천히 읽어야한다는 것!
˝어쩌면 삶은 그냥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차용권은 없으며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있다. 오늘 우리가 머무르는 곳의 열쇠는 내일이면 다른 존재의 손에 있을지도 모른다.˝(P209)

쿠르간을 만들던 동쪽 사람들은 기원전 3000년대 초반 어느시기에 브리튼섬에 도착했다. 이 방랑자들은 기반암에 컵과 반지를 닮은 무늬를 새기고, 거대한 암석을 원형으로 세우는 데골몰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스톤헨지와 에이브버리 유적이 있는 곳부터, 뼈처럼 흰 석회질 암석 위로 탐스러운 풀이 자라는 영국제도 끄트머리까지, 수많은 장소에서 수천명이 한데 모여 저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돌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언제나 이동하며살던 사람들에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곳에 머물러 사는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쿠르간: 약 5000년 전 이래 유라시아 북부 초원 지대에 살던 유목민들이 남긴 거대한 무덤을 일컫는다. 지하에 묘실을 놓고 흙이나 돌로 봉토를 쌓아 밀들었다. 단독묘 또는 합장묘이며 무기와 장 신구. 희생된 동물, 마차 등의 껴문거리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P206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나야 이주민들과 함께 온 것은 언어와 금속제 무기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독일, 헝가리, 라트비아에서 발굴한 500구의 유골 중6구에서 흑사병의 원인균인 유럽 페스트균의 유전체가 발견되었다. 스텝 지대 사람들의 풍토병이 수천 년 후 유럽을 휩쓴 유행병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 P207
한곳에 오래 머무른 집단일수록 공동체의 유대는 그 땅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되고, 새로운 관념이나 집단이 도래하면 큰저항이나 단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집단이 한장소를 영원히 점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새로운 소규모 집단이 이미 정착해 있던 훨씬 큰 집단에 유입되어그들을 대체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처음부터 새로운 집단의 의도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은 그냥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차용권은 없으며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있다. 오늘 우리가 머무르는 곳의 열쇠는 내일이면 다른 존재의 손에 있을지도 모른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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