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의 첫 책.
산문집으로 시작했다. 담백한 문체의 글을 읽으니
뭔가 위안이 된다. 꼭 위안의 글을 읽어야 할만큼 맘이 복잡한게 아녔는데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나는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청년을 알고 있다. 배, 울타리, 부엌 찬장, 탁자, 헛간 그리고 집까지 못 만드는 게 없다. 일할 때 그는 무척이나 평온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태도가 반듯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럼에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건, 그야말로 정말로 갈망하는 것은 휴식 시간인 듯하다. 망치소리가 멈춘 그 고요한 시간에 그는 애면글면 마음속으로 들어온 시나 이야기를 적는다. 사실 그는 글을 다루는 일에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나무망치와줄자를 다루는 솜씨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글쓰기의 즐거움이 덜한 건 아니다. 더욱이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모든 걸 조심스러운 속도로배운다. 비록 처음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시작한다 해도 결국글을 다루는 일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또한 그는 이 쉼의 시간이 행복하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때의 그는 능숙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 P19

나는 중서부의 한 도시에서 1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온 해 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여러 달 책임 있는 자리에서차분하고 사려 깊게, 그리고 대부분의 낮 시간을 실내에서 산뒤라 활동하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현관에서내 연장들을 들고 때리고 두드려서 단순하고 유용한 물건, 이를테면 책꽂이나 탁자를 만드는 대신 집을 짓기 시작했다. - P22

내 집이 완성되었을 때 친구 스탠리 쿠니츠미국의 계관시인으로 풀리처상과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가 우리 마을 반대쪽 끝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쓰다 버린 노란 문을 주었다. 나는 실내에 반 고흐의풍경화와 블레이크의 시, 그리고 M이 색분필로 그린 그림을 걸었다. 집 모퉁이에는 새들이 둥지를 쳤다. 나는 램프를 켰다. 집짓기가 끝났다.

*여기에서의 M은 작가의 연인 몰리 멀론 쿡? - P28

나는 그 작은 집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은 원예용구와 이런저런 상자들을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다. 거기서 시를 한 편이라도 썼을까? 그렇다. 몇 편 썼다. 하지만 그 집의 목적이 생각을 위한 은신처였던 적은 없다. 나는 그 집을 짓기 위해
지었으며 그 집 문지방을 넘어 떠나버렸다. - P29

몇 년 전 나는 휘트니 가문, 그중에서도 특히 뉴욕에 가문의이름을 딴 박물관을 세운 글로리아 밴더빌트 휘트니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휘트니 부인의 손녀로 자신의 가문을 이야기하며 ‘대물림된 책임감‘이라는 근사한 표현을 썼다. 물론상속된 부와 그것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정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 나는 얼른 그 표현을 마음속 주머니에 챙겨두었다!

~~맘에 들어오는 표현을 잊어버릴까봐 얼른 주머니
에 챙겨두었다는 표현 ...

내 맘에도 챙겨둬야지!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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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망각의 예술
기억과 망각은 종이 한장의 차이만큼도 안되는것 같다. 인간의 뇌가 기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각을 위한 기관이라면 망각은 너무 자연스럽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사례를 읽을 땐 무서워졌다. 잊고 싶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나의 뇌라니... 생각만해도 소름 끼친다.

새로운 용어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화증confabulation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것이 내 기억인 것처럼 말하는 기억의 오류 중 하나.

기억은 항상 왜곡되고 변형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설단현상TOT Tip Of the Tongue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 흔히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 말막힘. 떠오를듯 말듯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고 입안에서만 맴도는 기억. 하지만 분명 뇌 어딘가에 숨어 있다.^^

*신데렐라의 못된 언니 ugly sister 이 못된 훼방꾼 때문에 시험 때마다 잘못된 답을적어서 틀린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다!

*미래기억prospective memory 기억해야 한다는걸 기억하는게 어렵다. 메모하고 폰에 알람 설정도 해놓고 옆지기에게 미리 말해놓고.. 할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좋아

망각이 우리를 살게한다. 차라리 잊고 싶을 때도 있다. 의식적인 망각이 필요한 경우. 오래된 비밀번호, 거슬리는 광고음악, 그리고 트라우마...

그리고 가장 무서운 질병.. 알츠하이머가 남아 있다. 아침에 이 병을 생각하니 눈물이 쪼금 났다. 그토록 사랑하는 내 딸의 얼굴도 이름도 잊어버리게 되는 병. 너무 가혹하지만 기억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일화기억은 매번 인출될 때마다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매번 우리가 뭔가를 떠올릴 때마다 잘못된 정보가 침투해 기억을 실제 경험과 다르게 왜곡할 수 있다. 일화기억에 거짓 정보가 침투하는 가장 흔하면서도 확실한 경로는 언어, 특히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 P118

특정한 정보를 글로 쓰면서 우리는 글쓰기의 대상으로 선택한정보에 대한 기억을 자세히 되뇌고, 따라서 강화할 수 있다. 반면글쓰기는 대상으로 선택하지 않은 정보를 되뇌고 기억으로 떠올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감각경험을 언어로 전환하면 경험에대한 원래의 기억은 왜곡되고 축소된다. 작가로서 자괴감이 드는대목이다. - P121

설단현상은 찾고 있는 단어와 연관된 신경세포들이 일부만 활성화되거나 약하게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 P133

어쩌면 간접적으로 연관된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내가 간절히 찾아 헤매는 단어와 발음이나 뜻이 비슷한 단어도 여기에속한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애매하게 관련된 단어들을 신데렐라의 못된 언니 ugly sistersi라고 부른다. 불행히도 못된 언니에게 다가가면 상황은 뜻하지 않게 악화된다. 이 훼방꾼이 우리의 주의를돌려서 정말로 원하는 단어가 아니라 애매하게 닮은 단어로 향하는 신경경로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찾고 있는 단어를떠올리려고 할 때마다 못된 언니만 떠오르게 된다. - P135

사람들이 무엇을 잘 잊어버리는지 순위를 매겨보면 고유명사가 일반적인 단어보다 설단현상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사람 이름을 잊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이고 빈번한 현상일뿐,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은 아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겠다 - P140

"누군가 나와 친구에게 어떤 남자의 얼굴 사진을 보여준다고하자. 나에게는 그의 직업이 베이커 baker, 즉 제빵사라는 정보를친구에게는 그의 이름이 베이커Baker 라는 정보를 알려준다. 며칠후에 그 사람은 나와 친구에게 같은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남자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내 친구가 그의 이름인 베이커를 떠올릴 가능성보다는 내가 제빵사, 즉 베이커라는 직업을 떠올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 P140

여기서 잠깐 나와 친구는 분명 같은 사진을 보고 베이커라는같은 단어를 들었다. 그런데 왜 베이커라는 동일한 정보가 이름이 아니라 직업으로 저장되었을 때 더 잘 기억되는 걸까? 이것은베이커/베이커의 역설 Dater/baker paradox 이라고 알려진 현상이다. 주변에 아는 베이커가 없더라도 제빵사라는 직업은 뇌에서 여러 가지 연상, 시냅스 신경회로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시각화하여 베이커에 대해 연상작용을 했을때, 즉 일반명사화 되었을 때가 기억이 더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고유명사화된 이름으로서의 베이커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따라서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신경회로가 뻗어나갈 여지를 주지 않으니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워진다. - P140

미래기억ropectivememory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이다.
미래기억은 정신적인 시간여행 같다. 미래의 내가 하려는 일을미리 정해두기 때문이다. 뇌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인 동시에 미래의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떠올려야 하는 기억이다. 그리고우리가 잘 잊어버리는 기억이기도 하다. 사실 미래기억은 신경회로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도 않고 너무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아니라 망각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 P146

*시간의 힘을 견뎌낼 만큼의미가 있는가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기억이 궁극적으로 사라지느냐 아니냐는 일단 뇌에 저장된 정보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억을 잠식하는 시간의힘을 거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즉 반복과 의미부여다. 뇌에 겨우 저장한 정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활성화하라.
정보를 자꾸자꾸 되뇌는 것이다. 회상하고, 되뇌고, 반복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하면 시간에 굴복하는 기억의 양을 크게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가 테스트에서 100퍼센트를 달성할때까지 외우고 나서도 계속 공부하면 된다. 숙달된 후에도 계속반복한다. 나는 지금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맥베스의 "내일, 내일, 또 내일"이라는 독백을 틀리지 않고 암기할수 있다. 고등학교때 외우고, 외우고, 또 외웠기 때문이다. - P165

그러면 이미 강화되어 장기기억 저장소에 들어간 기억을 잊고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정보를 인출하는 계기가 될만한 단서와 맥락에 되도록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곳에 가지도 말고, 그런 기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입에 담지도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그런 기억을 되뇌어서도 안 된다. 나도 모르게거슬리는 광고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면 즉시 노래를 멈춰라. 그만, 그만 끝까지 부르면 안 된다. 생각을 전환해라. 원하지 않는 기억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저항해라, 완전히 인출해버리면 그때마다 기억은 강해진다. 기억은 내버려둘수록 약해지고 잊힌다. - P176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해마가 우리 뇌에서 의식적으로 저장되는 기억을 새로이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부위라는 점을 알 것이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전형적인첫 증상은 오늘 있었던 일 또는 몇 분 전에 있었던 일을 잊는 것이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같은 이야기나 같은 질문을계속 되풀이한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기억을 잃는 것은 정상인이 겪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이미 생성된 오래된 기억들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해마에 의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인출되어야 할 새로운 정보들이 유실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한 시간 전에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심지어 점심을 먹었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 하면서 60년전 등굣길에서 있었던 일은 매우 상세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 P194

불행히도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동차를타고 누비며 희생자를 물색하는 살인마처럼 뇌의 다른 부위에 침입한다. 병이 공간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으로 퍼지면 환자들은늘 가던 장소에서 길을 잃는다. 『스틸 앨리스』에는 공간기억을인출하지 못하게 된 앨리스가 25년간 살았던 하버드 스퀘어에서느닷없이 길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영화에서는 하버드 스퀘어를 뉴욕으로 바꿔서 앨리스가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에서 길을 잃는다).

알츠하이머병은 또 전전두엽과 전두엽의 신경회로를 손상시킨다.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부위들이다. 이 부위들이 손상된 환자는 논리적 사고, 의사결정, 계획 수립, 문제해결능력 등에장애를 겪는다. 그렉이 계획을 바꾸도록 생각을 전환하지 못해
결국 마른 옷 대신 젖은 옷을 입고 나왔을 때 알츠하이머병은 그의 전두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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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문학으로 분류되는 책들 위주의 독서에서 벗어나 역사, 과학으로 분류되는 책들도 좀 열심히 읽어보리라는 나름의 독서 계획을 가지고 신중하게 선택한 첫 과학 도서이다. 어려우면 어쩌지 걱정도 잠시, 쉽게 술술 잘도 읽힌다. 참으로 다행^^

제목으로 대충 유추한 내용이 딱히 있었던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일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해서 그런가

쉬워서 좀 실망한건가? 싶기도 하고...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예상보다 난이도는 하, 흥미도는 생각보다 잘 읽혀서 중상 정도 줄 수 있을 듯하다.


Part 1. 기억의 과학

 기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인지(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와 주의 집중이다. 기억은 우리가 동영상을 찍는 것처럼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과 소리를 끊김없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 부분만 캡처 하듯 저장이 된다. 우리가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주의를 기울여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기억은 잊혀지고 어떤 기억은 남아 있게 된다. 우리가 방금 한 말, 사람 이름,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동차를 타고 늘상 건너던 다리를 건넜는지 안 건넜는지 등이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고, 스스로 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기억 때문이 아니라 기억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뭔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그 뭔가에 '집중'을 해야만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부주의'를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기억 : '지금 이 순간' 머물러 있는 기억이다. 지금 바로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보고, 맛본 것, 지금의 감정, 지금의 언어 등등이 전전두엽의 제한된 공간에 아주 잠깐-15-30초 동안 다섯 개에서 아홉 개까지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머물다 사라지는 기억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억의 최초 관문.

 장기 기억으로 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주의 집중이 필요하다.


 *근육기억 :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 순간이 우리에게 충분히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순간의 경험이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장기기억으로 강화될 수 있다. 반복하고 집중해서 연습하다보면 이전에 서로 무관하던 신체 동작들이 힘들게 처음의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몸으로 체득된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도 동작이 물 흐르듯 빠르게 연결되고 의식적으로 떠올리느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한다고 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 운전하기, 피아노 연주 하기, 날아오는 야구공 잡기 등. Just do it의 상태가 되는 것. 반복하고 반복하고 무한 반복하면 뇌는 달라지고 뇌가 달라지면 몸을 움직이는 방식도 달라진다네! 우리가 잘 아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의미기억 : 내 머릿 속 백과사전...뇌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정보는 작업 기억에서 벗어나 해마로 전달되고 강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른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학습한 지식, 삶과 세상에 대한 사실을 저장해둔, 우리 뇌의 백과사전이다. 

 이에 반해 이전에 일어난 일,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는 '일화기억'이라고 한다. 간직하고 떠올리게 되는 개인적인 삶의 기억들과 연관되는 기억이다. 의미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섬광기억 : 잊지 못할 그때 그 사건. 여느 날과 다름없는 특별하지 않는 날을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 실패, 사랑, 모멸, 결혼, 이혼, 탄생, 죽음 등 감정이 결부된 사건들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이 강렬할 수록 기억은 더 생생하고 세세한 내용까지 정교해진다. 이런 기억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감정과 결부된 이야기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말함으로써 기억들을 강화하게 된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극히 감정적인 어떤 일을 경험한다면 소위'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는 것이 생성될 수 있다. 충격적이고 의미 있으면서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사랑 등의 격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경험들에 대한 일화 기억들이다. 최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 사고나 4.16 세월호 참사, 배우자로부터 청혼을 받은 날이거나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우승, 첫 아이가 태어난 날의 기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에게 일어난 일화기억들을 하나로 엮으면 나의 인생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을 '자서전적 기억'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기억하는지는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떤 기억을 남기기로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평범한 일상을 기억으로 남기는 법 : 

   ~일상에서 벗어난다. 

   ~모바일 기기를 끄고 세상을 본다. 

   ~느낀다. 

    ~되뇐다. 

    ~일기를 쓴다. 

    ~SNS를 활용한다. 

    ~라이프 로그를 활용한다.


음음... 이런 노력들을 기울여 열심히 기억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되뇌고, 페이퍼를 쓰고 일기를 쓰겠지만 어차피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왜곡될 것이고..... 다 틀린 기억이 된다네....?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거다.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글을 쓴 기억도 지워질 것이고 기억해서 읽는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노력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나의 텅 빈 뇌는 앞으로 어찌 될까 걱정이 된다. 걱정하고 있느니 하나라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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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에 관심은 가는데 첫 책을 잡기가 쉽지 않네요. 써주신 글 보니 이 책도 어렵지 않게 뇌과학에 접근할 수 있을 듯요. 보관함에 잘 챙겨두고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

은하수 2023-01-27 12:11   좋아요 1 | URL
뇌과학이란 용어 자체가 무색할만큼 쉬워요^^
뇌과학인데... 기억과 망각, 그리고 기억을 잘하기위한 일상의 방법이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비교적 접근이 쉬웠어요.정말 술술 잘 읽힙니다^^

렛잇고 2023-01-27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문학에서 좀 벗어나 다른 걸 시도하는 게 목표입니다! 은하수님 화이팅하세요!!^^

은하수 2023-01-27 22:13   좋아요 1 | URL
렛잇고님께서도 재밌는 다른 분야의 책 찾으시기 바랍니다. 찾으시면 공유해 주세요 ~~^^
 

근데 왜 이 책은 도서관 서지 정보에 ‘철학‘으로 분류되어 있는걸까? 가끔 전혀 아닌데 싶은 서지 정보들이 있다. 진심궁금.


*첫문장*

01.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일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은퇴한 하라구치 아키라는 규칙적인 반복 패턴이 없는 무한소수 파이를 소수점 아래 11만 1700자리까지 암기했다. 3.14159 이하 11 만 1695개의 수를 기억한다는뜻이다. 흔히들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에 만족하며 경로우대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69세의 나이에 말이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그렇다.  - P25

-그 기억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뭔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지(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끼고)와 주의집중이다.  - P40

입력된 정보에 ‘주의‘라는 신경자극이 더해지지 않으면 해마는어떠한 감각정보도 ‘장기기억‘으로 강화시키지 못한다. 내가 다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리 위를 주행한 경험은 몇초 만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뇌에서 사라져버렸다.

방금 한 말, 사람 이름, 전화기를 어디에 두었는지, 어마어마하게 큰 다리를 건넜는지 안 건넜는지 등이 생각나지 않는 첫 번째이유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안경을 어딘가에 두면서 스스로 그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안경을 둔 곳에 대한 기억을 만들 수 없다. 나중에 안경을 못 찾아서답답해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억 때문이 아니다.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기억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안경을 잃어버린 이유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다(그리고 안경은 아마 머리에 쓰고 있었을 것이다!) - P42

그러니까 뭔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우선 그 뭔가에 집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말처럼 쉽지 않다.
지금처럼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시대가 아니더라도 우너 뇌는 원래 집중을 잘 못 한다. - P43

-30초면 휘발되어 버리는 기억들
지금 이 순간,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 불린다. - P53

-작업기억의 보관용량
작업기억은 지속시간도아주 짧지만 보관용량도 크지 않다. 작업기억이 한 번에 보관할수 있는 정보의 양은 얼마나 될까? 매우 적다는 사실도 놀랍지만꽤 정확하게 규명되어 있다는 사실도 의외다. 작업기억의 보관용량은 1956년 조지 밀러George Miller가 처음 규명했고 그의 연구 결과는 아직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업기억은 15초에서 30초 동안다섯 개에서 아홉 개까지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 P55

여기서 잠깐. 작업기억에 보관된 모든 정보가 수 초 만에 날아간다면, 어떻게 우리는 책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걸까?
애초에 굳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을까?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지난주에 춤 선생님이 안무와 함께 들려준 생소한 재즈 음악이어떤 선율이었는지, 2017년 내가 했던 TED 강연은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매순간 새로운 목록을 기억하고 15~30초에 한번씩 새로운 전화번호를 외우고 살기에는인생이 너무 복잡하다. - P61

도대체 작업기억은 무엇을 위한 걸까? 작업기억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억의 최초 관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세한 정보 가운데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것들은시한부의 작업기억 중에서도 따로 선택되어 해마로 전송된다. 해마에서 강화된 정보들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고, 장기기억은 작업기억과는 다르게 보관 기간과 용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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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천천히 다 읽어냈다. 언뜻 와닿지 않는 주제들도 있었고-아니 많았고- 더 알아보고싶은 분야도 있어서 일단 책을 몇 권 선정해 두었다. 너무 많아도 어차피 다 못읽게 될테니까 할 수 있을정도로만 선정했다. 다른건 몰라도 페미니즘에 대한 책은 기본서부터 제대로 읽어보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305)˝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단지 그것이 온몸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여럿 남겼으니 그것으로 나의 독후감을 완성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나는 온몸으로 통과한 것이 될수 있지 않을까!

여성주의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사상이라는 인식이다.

 여성주의는 여성에 관한 주장이아니라 사회에 대한 것이며 평등이 아니라 정의를 지향한다. 여성주의나 마르크스주의는 당파적이지만 인간 해방을 위한 ‘계몽‘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모든 사유는 경합하는 운동이지 그것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 집단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남성 페미니스트는가능하고 또 절실하게 필요하다.

저자 코넬(R. W, Connel)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석학으로서 남성성 연구의 선구자이며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남성으로서 자기 몸의 경험을 성찰하면서 여러 차례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를테면 ‘그녀‘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면서 50대에는 머리가 벗겨지고 아내와 사별했다."
-남성성들 <남성성/들>_R.W.코넬 - P246

남성성의 실천은 여성성의 도움, 동원,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는 분명한 위계가 있지만 동시에 남성성과여성성은 젠더 구조로서 같은 뜻이다. 그러나 여성성은 남성 사회가 정의하고 남성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에, 남성성보다 ‘덜‘ 복잡하다. 반면, 남성성은 곧 인간성으로 간주된다. 이 책의 원제처럼 남성성‘들‘ (Masculinities)이고 복합적이다. - P247

술, 담배, 도박, 초콜릿, 관계, 섹스, 쇼핑, 미디어(스마트폰), 게임・・・・・….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에 중독되어 있다. 중독되지 않은 몸은 드물다.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긍정적 중독(일, 운동, 공부・・・・・…) 인경우 문제가 덜 될 뿐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중독자의 의지 부족이나 인격적 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대상이위로와 즐거움을 주거나 삶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중독은 생존을 도와준다.(……없이는 못 살아.") 그러니 지나친 수치심이나 굴욕감,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감정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중독은 누구나 겪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대응일 뿐, ‘문제가 아니다.‘ - P256

물내가 반복해서 읽은 부분은 통나무 이야기다. "폭우 후 물살이사납게 불어난 강물에 빠졌다. 다행히 통나무가 떠내려 와서 붙잡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숨을 쉬며 목숨을 부지한다...... 물
살이 잔잔한 곳에 이르자 헤엄치려 하는데, 한쪽 팔을 뻗는 동안다른 쪽 팔이 거대한 통나무를 붙잡고 있다. 한때 생명을 구한 그통나무가 이제는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강가의 사람들은 통나무를 놓으라고 소리치지만 그럴 수 없다. 거기까지 헤엄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P256

몸의 한 부분은 중독되어 있고 한 부분은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대개는 이 싸움에서 패배를 ‘선택‘한다. 상실은 너무 아프고 위로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시도와 좌절의 반복. 절망과 자학.
나는 캐러멜 마카롱을 입에 물고 울먹인다. "어차피 구원받지 못하는 인생이 있고 극복되지 않는 상처가 있다. 그냥 물에 빠져 죽자."
그러나 인생의 고문도 내가 불쌍했는지 그도 잠시 쉬고 있다. ‘악마(또 다른 나)‘가 문지방에 서서 나를 쳐다본다. 역치(値) 상태,
예를 들어 음식물이 위장에서 입으로 다시 나오는 경지에 이르면 다른 이야기가 절박해진다.
-물에빠진 나를 구한 통나무가
나를 물 속에 붙잡아 둘 때
<달빛아래에서의 만찬>_아니타 존스턴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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