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천천히 다 읽어냈다. 언뜻 와닿지 않는 주제들도 있었고-아니 많았고- 더 알아보고싶은 분야도 있어서 일단 책을 몇 권 선정해 두었다. 너무 많아도 어차피 다 못읽게 될테니까 할 수 있을정도로만 선정했다. 다른건 몰라도 페미니즘에 대한 책은 기본서부터 제대로 읽어보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305)˝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단지 그것이 온몸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여럿 남겼으니 그것으로 나의 독후감을 완성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나는 온몸으로 통과한 것이 될수 있지 않을까!

여성주의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사상이라는 인식이다.
여성주의는 여성에 관한 주장이아니라 사회에 대한 것이며 평등이 아니라 정의를 지향한다. 여성주의나 마르크스주의는 당파적이지만 인간 해방을 위한 ‘계몽‘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모든 사유는 경합하는 운동이지 그것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 집단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남성 페미니스트는가능하고 또 절실하게 필요하다.
저자 코넬(R. W, Connel)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석학으로서 남성성 연구의 선구자이며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남성으로서 자기 몸의 경험을 성찰하면서 여러 차례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를테면 ‘그녀‘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면서 50대에는 머리가 벗겨지고 아내와 사별했다." -남성성들 <남성성/들>_R.W.코넬 - P246
남성성의 실천은 여성성의 도움, 동원,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는 분명한 위계가 있지만 동시에 남성성과여성성은 젠더 구조로서 같은 뜻이다. 그러나 여성성은 남성 사회가 정의하고 남성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에, 남성성보다 ‘덜‘ 복잡하다. 반면, 남성성은 곧 인간성으로 간주된다. 이 책의 원제처럼 남성성‘들‘ (Masculinities)이고 복합적이다. - P247
술, 담배, 도박, 초콜릿, 관계, 섹스, 쇼핑, 미디어(스마트폰), 게임・・・・・….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에 중독되어 있다. 중독되지 않은 몸은 드물다.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긍정적 중독(일, 운동, 공부・・・・・…) 인경우 문제가 덜 될 뿐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중독자의 의지 부족이나 인격적 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대상이위로와 즐거움을 주거나 삶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중독은 생존을 도와준다.(……없이는 못 살아.") 그러니 지나친 수치심이나 굴욕감,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감정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중독은 누구나 겪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대응일 뿐, ‘문제가 아니다.‘ - P256
물내가 반복해서 읽은 부분은 통나무 이야기다. "폭우 후 물살이사납게 불어난 강물에 빠졌다. 다행히 통나무가 떠내려 와서 붙잡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숨을 쉬며 목숨을 부지한다...... 물 살이 잔잔한 곳에 이르자 헤엄치려 하는데, 한쪽 팔을 뻗는 동안다른 쪽 팔이 거대한 통나무를 붙잡고 있다. 한때 생명을 구한 그통나무가 이제는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강가의 사람들은 통나무를 놓으라고 소리치지만 그럴 수 없다. 거기까지 헤엄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P256
몸의 한 부분은 중독되어 있고 한 부분은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대개는 이 싸움에서 패배를 ‘선택‘한다. 상실은 너무 아프고 위로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시도와 좌절의 반복. 절망과 자학. 나는 캐러멜 마카롱을 입에 물고 울먹인다. "어차피 구원받지 못하는 인생이 있고 극복되지 않는 상처가 있다. 그냥 물에 빠져 죽자." 그러나 인생의 고문도 내가 불쌍했는지 그도 잠시 쉬고 있다. ‘악마(또 다른 나)‘가 문지방에 서서 나를 쳐다본다. 역치(値) 상태, 예를 들어 음식물이 위장에서 입으로 다시 나오는 경지에 이르면 다른 이야기가 절박해진다. -물에빠진 나를 구한 통나무가 나를 물 속에 붙잡아 둘 때 <달빛아래에서의 만찬>_아니타 존스턴 - P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