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학으로 분류되는 책들 위주의 독서에서 벗어나 역사, 과학으로 분류되는 책들도 좀 열심히 읽어보리라는 나름의 독서 계획을 가지고 신중하게 선택한 첫 과학 도서이다. 어려우면 어쩌지 걱정도 잠시, 쉽게 술술 잘도 읽힌다. 참으로 다행^^
제목으로 대충 유추한 내용이 딱히 있었던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일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해서 그런가
쉬워서 좀 실망한건가? 싶기도 하고...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예상보다 난이도는 하, 흥미도는 생각보다 잘 읽혀서 중상 정도 줄 수 있을 듯하다.
Part 1. 기억의 과학
기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인지(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와 주의 집중이다. 기억은 우리가 동영상을 찍는 것처럼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과 소리를 끊김없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 부분만 캡처 하듯 저장이 된다. 우리가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주의를 기울여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기억은 잊혀지고 어떤 기억은 남아 있게 된다. 우리가 방금 한 말, 사람 이름,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동차를 타고 늘상 건너던 다리를 건넜는지 안 건넜는지 등이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고, 스스로 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기억 때문이 아니라 기억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뭔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그 뭔가에 '집중'을 해야만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부주의'를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기억 : '지금 이 순간' 머물러 있는 기억이다. 지금 바로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보고, 맛본 것, 지금의 감정, 지금의 언어 등등이 전전두엽의 제한된 공간에 아주 잠깐-15-30초 동안 다섯 개에서 아홉 개까지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머물다 사라지는 기억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억의 최초 관문.
장기 기억으로 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주의 집중이 필요하다.
*근육기억 :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 순간이 우리에게 충분히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순간의 경험이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장기기억으로 강화될 수 있다. 반복하고 집중해서 연습하다보면 이전에 서로 무관하던 신체 동작들이 힘들게 처음의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몸으로 체득된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도 동작이 물 흐르듯 빠르게 연결되고 의식적으로 떠올리느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한다고 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 운전하기, 피아노 연주 하기, 날아오는 야구공 잡기 등. Just do it의 상태가 되는 것. 반복하고 반복하고 무한 반복하면 뇌는 달라지고 뇌가 달라지면 몸을 움직이는 방식도 달라진다네! 우리가 잘 아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의미기억 : 내 머릿 속 백과사전...뇌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정보는 작업 기억에서 벗어나 해마로 전달되고 강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른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학습한 지식, 삶과 세상에 대한 사실을 저장해둔, 우리 뇌의 백과사전이다.
이에 반해 이전에 일어난 일,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는 '일화기억'이라고 한다. 간직하고 떠올리게 되는 개인적인 삶의 기억들과 연관되는 기억이다. 의미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섬광기억 : 잊지 못할 그때 그 사건. 여느 날과 다름없는 특별하지 않는 날을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 실패, 사랑, 모멸, 결혼, 이혼, 탄생, 죽음 등 감정이 결부된 사건들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이 강렬할 수록 기억은 더 생생하고 세세한 내용까지 정교해진다. 이런 기억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감정과 결부된 이야기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말함으로써 기억들을 강화하게 된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극히 감정적인 어떤 일을 경험한다면 소위'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는 것이 생성될 수 있다. 충격적이고 의미 있으면서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사랑 등의 격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경험들에 대한 일화 기억들이다. 최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 사고나 4.16 세월호 참사, 배우자로부터 청혼을 받은 날이거나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우승, 첫 아이가 태어난 날의 기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에게 일어난 일화기억들을 하나로 엮으면 나의 인생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을 '자서전적 기억'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기억하는지는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떤 기억을 남기기로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평범한 일상을 기억으로 남기는 법 :
~일상에서 벗어난다.
~모바일 기기를 끄고 세상을 본다.
~느낀다.
~되뇐다.
~일기를 쓴다.
~SNS를 활용한다.
~라이프 로그를 활용한다.
음음... 이런 노력들을 기울여 열심히 기억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되뇌고, 페이퍼를 쓰고 일기를 쓰겠지만 어차피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왜곡될 것이고..... 다 틀린 기억이 된다네....?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거다.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글을 쓴 기억도 지워질 것이고 기억해서 읽는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노력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나의 텅 빈 뇌는 앞으로 어찌 될까 걱정이 된다. 걱정하고 있느니 하나라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