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 일본의 사례, 1945-2012년 메디치 WEA 총서 1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 양기호 옮김, 문정인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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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만나게 되는 계기는 참 다양하다. 일본 외교관 출신의 방위대 교수 출신 지식인인 마고사키 우케루의 신간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최근 윤여준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원제인 <(일본)전후사의 정체>라는 제목을 보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이 어떻게 해서 자주적 노선을 상실하고, 미군 점령기를 거쳐 거의 미국의 꼭두각시 같은 나라가 되었나 하는 것이 마고사키 교수가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룬 내용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되리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소련을 비롯해서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치열한 냉전 시대를 경험한 외교통인 마고사키 교수는 일본이 어떻게 해서 대미 정치적 추종노선을 우선하게 된 시점이 냉전시대가 아닌 전후에서 비롯되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치욕스러운 태평양전쟁 패전 후, 천황제 존속과 전범 처리 문제를 일본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수장이자 군신(軍神)이자 사실상 일본 점령총독으로 부임한 더글라스 맥아더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사실 자신이 도발한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의 이런 주장은 어떤 명분도 없는 것이었다.

 

한편 일본을 미국의 속국화하는 영어 공용어화와 달러 사용 같은 미군의 초기 점령 초안을 외무대신으로 맹활약했던 시게미쓰 마모루의 노력으로 무산시켰다고 마고사키 교수는 증언한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자주노선 세력과 아니다 그래도 미국의 주장대로 패전국 일본을 따라가야 한다는 추종노선이 대립이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명확하게 지적한다. 미국은 다양한 공작활동을 통해 패전부터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자주노선을 지향하는 일본의 역대 정치 세력을 무력화시켰다고 기술한다. 그 정점에는 미국의 사주를 받는 일본 언론과 도쿄지검 특수부의 활동이 있었다. 자주노선을 주창하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리를 언론이 흘리면, 도쿄지검 특수부의 예리한 칼날이 그들을 표적으로 해서 치명상을 가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주노선파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장명이다. 어쨌든 주요 희생자로는 처음에 등장한 시게미쓰 마모루를 위시해서, 하토야마 이치로 그리고 70년대 일본 정계를 파란으로 몰고간 록히드사건의 주역 다나카 가구케이 전 수상의 구속 등이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로 대표되는 주일미군 주둔에 대한 역사적 시발점 역시 일급전범으로 전쟁 발발과 진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쇼와 천왕의 조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역사적 사실도 빼놓지 않고 있다. 원래 일본의 경제력을 그들이 침략했던 우리나라와 베트남 혹은 필리핀 수준 이하로 동결한다는 미군의 방침은 한국 전쟁의 발발로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세계대전의 주범인 독일과 일본의 군국화의 재발을 막기 위해 경제부흥을 저지한다는 미국의 전략은 일본의 이웃인 한국전의 개시로 인해 극적인 전환을 맡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소련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의 첨병으로 미국은 일본의 역할을 변경한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일본 경제 부흥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대전략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이 마고사키 교수의 냉철한 지적이다.

 

쇼와 시대의 요괴로 알려진 만주국의 설계자이자 전범으로 스가모 형무소에 갇혀 있던 기시 노부스케는 감옥 안에서 전후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냉전이 시작되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냉전이 일본과 자신과 같은 전범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냈다.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지만,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이었던 일본의 엘리트들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북핵 문제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전범이 안치된 신사참배, 끝없는 극우적 발언 때문에 주변국과 긴장이 조성된 국면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이 개입해서 일본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들은 수평적 미일 동맹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지 않은가. 마고사키 우케루 교수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답게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는가>에서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전후 70년간 일본을 사실상 지배해 왔는가를 증언한다. 저자의 그런 노력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지만 역시 일본 학자답게 미국의 세계전략에 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과 자주노선 강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한계가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한국전에서 평양탈환의 역사적 시점을 오기(誤記)한 점(123)을 보면, 역사적 사실의 확인 부분에서 조금 미진한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든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를 읽으면서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공존을 위해, 주변국 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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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전 : 호기심의 승리 지식의 반전 2
존 로이드 & 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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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서 우리나라에 구전되는 대표적 속설 몇 가지를 읽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전혀 과학적 근거 없는 대표적 속설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동안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온 걸 부인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영국의 유명한 퀴즈쇼 프로그램인 에서 기원한 <지식의 반전> 역시 우리가 그간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너 그거 알아? 하는 식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생각나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싶었다.

 

이 책의 부제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호기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자연현상에 대해서부터 시작해 보자. 물은 0도에서 언다고 한다. 사실일까? 순수한 물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가능한 일이란다. <지식의 반전>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파괴하는 것으로 그 막을 올린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내준다. 오호, 이런 식이라면 수백 년 동안 진행되온 논쟁을 순식간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한미FTA가 발효된 이래,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일 중의 하나가 된 오렌지가 원래는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어쩌면 우리가 고집스럽게 생각하는 오렌지의 오렌지 색깔은 에틸렌으로 처리된 사실을 알면 더 이상 오렌지가 먹고 싶어지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에틸렌 처리된 오렌지가 무해하다고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우리 가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전 전기제품인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데우거나 조리하는게 아니라 단순하게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 물 분자를 자극해서 뜨거워진 물로 음식을 익힌다는 사실도 전혀 새로운 정보였다.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일상에 이런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을 줄이야.

 

우리의 몸에서 가장 흔한 금속 원소가 칼슘이라는 건 어쩌면 상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뼈 속에 함유된 칼슘이 1년에 20퍼센트씩 주기적으로 교체가 되고, 50세가 되면서부터는 빠져 나가는 비율이 높아져 결국 노인이 돼서는 칼슘 부족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어떤 정보는 그저 재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어떤 정보는 우리 실생활에 매우 유용한 정보로 다가온다.

 

<이상하고 특별한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장에서도 놀랍고 새로운 사실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단세포 동물의 대명사로 부르는 아메바가 사실은 우리 생각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구한 동물로 소개된 투구게 역시 인상적이었다. 예의 장을 읽다 보니 동물 혹은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라틴어 지식이 없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이 분야는 우리네보다는 서구 사람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지리 분야에서도 <지식의 반전>은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최남단이 희망봉이 아니라는 사실도,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게 형편없이 패배한 프랑스군이 사실은 역사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군대라는 사실도 전혀 새로운 정보였다. 영화나 책을 통해 역사상 그리스 출신 대왕이라던 알렉산드로스 역시 그리스가 아닌 발칸 반도의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 전선에서 핀란드 보병들이 소련군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사용한 몰로토프 칵테일이 사실은 칵테일 이름이 아니라 당시 스탈린 정권의 외상이자 마지막 볼셰비키 몰로토프를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책이 전하는 지식의 반전은 끝이 없다.

 

책의 말미에 실린 역자의 후기를 보고서 인터넷으로 예의 퀴즈쇼 프로그램인 을 유투브로 시청해봤다. 2003911일에 첫 방송된 <애덤> 에피소드를 봤는데, 사회자와 네 명의 패널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책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다양하면서도 재밌는 주제들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다 보니, 조금은 딱딱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의 일반적 무식을 깨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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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 천안함 특종 기자의 3년에 걸친 추적 다큐
김문경 지음 / 올(사피엔스21)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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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13326일 금요일 밤, 서해 백령도 부근 접적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했다. 그리고 104명의 승조원 중 58명이 구조되고, 46명이 실종되었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 어뢰 공격으로 인한 침몰이라는 것이 공식발표였다. 하지만, 사건 초기 충돌과 좌초 등의 언론 발표로 엇박자를 비롯해서 국방부의 갈짓자 행보 그리고 없다고 하던 TOD 영상의 계속된 공개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실은 서해 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렸다.

 

당시 특종기사를 낸 김문경 기자는 그 누구보다 진실의 가까이에서 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당시 사건을 다큐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해냈다. 사건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숱한 추론과 억측을 자아내며 그야말로 진실의 영역이 아닌 자신이 믿고 싶은 바를 믿는 종교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중간 평가격인 지방선거를 석달 두고,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이던 민주당에서는 여권에서 선거 장사의 수단으로 쓴다는 비난을 퍼부어 댔고, 여권에서는 북한의 어뢰 공격에 대한 피습이라고 이 사건을 규정하고 일체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사실 천안함 사건은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우리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주제가 되어 버렸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진실 규명을 위한 과학적 접근이 전개되면서 더더욱 그렇게 됐다. 김문경 YTN 기자는 당시 특종 기사를 다룬 베테랑 기자답게 다양한 각도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고 미스터리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지은이는 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다큐소설이라는 방식을 채용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일장일단이 있는 느낌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미스터리 해결을 위한 방식을 거부하는 이들은 이 책의 내용을 모두 픽션이라고 일축하지 않을까. 물론 이 다큐소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이들에게는 어느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진실에 대한 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들은 생각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왜 정부는 합조단의 발표만을 그야말로 도그마처럼 받들면서 예의 발표에 이견을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진실규명을 위한 논쟁을 애써 무시해왔는지 알고 싶다. 사고 현장 부근에서 인양했다는 어뢰추진체에 묻은 흡착물질에 대한 합리적 의혹이 아마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또한 시대를 풍미한 나꼼수에서도 출연한 바 있는 존스홉킨스 대의 서재정 교수는 어뢰피습이 아닌 폭침설을 주장했다. 지은이가 왜 <과학 혹은 가학>이라는 소제목을 정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뒤 같은 해에 우리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다시 한 번 한반도에 조성된 초긴장 사태를 경험했고, 삼년이 지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3, 북핵문제와 미국의 강경대응으로 다시없을 것 같았던 전쟁의 암운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일상화된 불안과 위기 속에 북한의 전쟁위협보다도 대형마트의 주말휴업이 더 무섭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그냥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했던가. 이제는 역사가 된 천안함 사건을 통해 예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제거해 왔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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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13 스카우팅 바이블 - 왕초보부터 골수팬까지! 2013 프로야구 제대로 파헤치기
정철우 외 지음 / 길벗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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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2013년 올해 프로야구 초반의 가장 큰 뉴스를 꼽는다면 바로 어제까지 이어진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이래 12연패 행진일 것이다. 맙소사 12연패라니!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래 12번을 내리 졌단 말인가? 선수단 전원은 삭발하고 임전무퇴 한국시리즈 전략, 총동원 체제로 돌입했지만 결국 연패의 사슬을 끊는데 실패했다. 좋지 않은 뉴스이긴 하지만 과연 한화가 언제 연패를 끊을지 프로야구 초반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 셈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지만 바다 건너 소식이긴 하지만 박찬호-김병현 그리고 추신수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호투 소식도 반갑다. 이제 바야흐로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에 이번 시즌에는 나도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아야지 싶다. 이번 시즌에는 야구 초보(?)를 한 명 데리고 야구 룰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려 주어야 하는 지대한 과제가 생겼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그리고 <프로야구 2013 스카우팅 바이블>의 도움을 빌리고자 한다.

 

우선 이번 시즌 우리나라 프로야구 개막 이래 23년만에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모두 9개 팀이니, 한 팀은 쉬게 된다는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항상 신생팀이 생길 적에 짝수팀으로 운영을 했다고 하는데,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바이블 답게 다양한 야구 규칙과 포지션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다시 한 번 각 포지션별 숫자를 맞춰 본다. 프로야구 캐스터가 무슨 암호처럼 말하는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정도는 기본일 것이다.

 

다음은 팀 소개가 이어진다. 아무래도 전년도 순위대로다. 사실 오래전 삼미 슈퍼스타즈 시절 이래 인천 연고팀을 응원하는지라, 역시 SK 와이번스에 눈길이 간다. 최약체 팀으로 항상 꼴찌 레이스를 달리던 팀이 지금은 고양 원더스에서 현직 감독으로 여전히 활동 중인 야신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새천년의 새로운 강팀으로 거듭났다. 2년 전, 시즌 중 갑작스런 감독 경질로 일대 파란을 몰고 왔지만 저력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기록을 남긴 점이 눈에 띈다.

 

해태 타이거즈 이래 전통의 강팀인 기아는 선후배 간의 기강이 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강팀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꼴데로 불리며, 버릴 수 없는 애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야도 부산을 대표하는 팀인 롯데. SK식의 치밀한 전술 야구보다 선이 굵은 강공을 구사하는 롯데의 강렬한 팀 컬러에 마음에 든다. 최근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 주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간신히 1승을 올리고 개막 이래 연패 행진을 끊은 한화 이글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다.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을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했지만, 팀의 에이스 류현진의 공백은 시즌 초반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마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승전보가 계속해서 전해질수록 한화 구단의 속이 쓰릴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으로 거액의 돈을 쥐게 된 구단이 전력 강화에 왜 힘을 쓰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 비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시장에 나온 좋은 FA 선수들에 투자를 하지 않은 건지 여전히 미지수다. 노감독 홀로 팀을 이끌러 가기에는 약화된 전력 때문에 답이 없어 보인다.

 

바이블의 절반 정도가 이번 시즌을 뛰는 선수들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기록을 접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타자들의 선호하는 코스 분석부터 시작해서 투수들의 피안타율 분석은 물론이고 투구의 초속과 종속에 이르기까지 이 정도라면 우리도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분석에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 류현진 선수가 다저스 타자로는 십수년 만에 한 경기 3안타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야구는 기록의 경기구나 싶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호흡이 짧은 야구 경기가 누구에게는 그다지 매력 없는 경기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어떻게 보면 낯설고 생소해 보이는 간단한 야구 규칙만 숙지한다면 야구만큼 또 매력적인 스포츠 경기도 없으리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도 팬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텔레비전 중계로 보는 야구 경기도 좋지만,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보는 그 맛에 비하랴. 이번 시즌에는 정말 오래간만에 야구장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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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 내맘대로 노래 듣기
류인숙 지음, 신대기 사진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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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 세대만큼 음악 매체의 격동기를 보낸 세대가 또 있었을까? 카세트 테이프와 LP로 음악듣기를 시작한 우리는 CD, DCC 그리고 MD를 거쳐 mp3와 모바일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기에까지 이르렀다. 지나고 보니 참 다양한 매체로 음악을 들었구나 싶은 생각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건, 그 음악 자체라는 생각이다.

 

소백산 자락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는 자신과 음악의 처음 만남을 책 제목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로 추억한다. 궁금한 마음에, 성우전자에서 만들었다는 시대의 명품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를 검색해 봤다. 정말 요즘 같아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촌스러운 녀석이 그 시절에는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명품이었다니. 그것도 중동 건설 현장에서 피땀으로 번 돈으로 개선장군처럼 금의환향하며 사들고 왔다고 했던가. 카세트 테이프가 요즘에도 팔리는 지 문득 궁금해졌다.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지은이의 고달픈 청춘을 함께 한 음악에 대한 사연 깊은 이야기가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그녀가 치열하게 노동현장에서 그녀를 위로해준 음악과 함께 했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비슷한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어느 학생은 음악에서 또 다른 위로를 찾았었나 보다. 아무래도 지은이가 연배가 있다 보니, 그녀가 들려주는 가수와 노래 얘기가 곧바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귀에 익은 노래, 세월이 가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반겨주는 노래에 눈길이 간다.

 

아직 한 편도 제대로 못 본 그리스 출신 영화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작년 교통사고로 영면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처음 들으며 먼저 영화를 섭렵한 지은이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들었고, 그녀가 들려주는 칠레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의 죽음 앞에서는 경건함이 느껴졌다. 요즘에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 그룹 건아들의 원래 이름이 헬스맨(health man)이었다는 새로운 사실 그리고 정태춘과 해바라기 같은 가수들이 상처 받은 영혼에 위로를 주었다면 요즘 가요 차트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이 젊음의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노래패를 만들어 청중과 함께 했다면 요즘에는 기획사에 의해 철저하게 상품화되고 포장, 규격화된 채로 만들어진 노래를 소비하는 시대가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에는 시대는 다르지만 무언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만, 다음 세대는 작금의 아이돌 전성시대를 어떻게 회상할지 자못 궁금하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불후의 명곡>이라는 제목의 가요 프로그램을 봤다. 해바라기의 곡들을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코너였는데, 정말 좋은 노래는 세월이 가도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를 읽으며 나의 사연 깊은 노래 이야기는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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