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지친 일상을 떠나고 싶어서 갑자기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는 개구라고......
2003년인가 04년엔게 검도시합에서 심하게 다친 뒤로 만성이 되어버린 발바닥 부상을 근 십여년만에 치료해보려고 뉴욕을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밤 10:50비행기를 타면 자는 사이에 현지에는 7시 20분 경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혹시 공항에 사람이 많을까, 그리고 2박3일 일정이라서 공항의 long-term parking에 차를 대고 셔틀을 타야하기에 좀 넉넉하게 나왔더니 왠걸, 버스도 금방, security checkpoint도 금방 통과해서 boarding까지 무려 한 시간하고도 반 이상이 남아버렸다. 내일 오후 1시 경에 시술을 받아야 하기에 속을 비워두려고 했으나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가 밤에 혼자 떠나는 여행은 또 무척 오랜만이라서 마침 탑승게이트 근처에 있는 bar에 들어와버렸다. 가볍게 파인트 한 잔만 하려고 했는데, long과 fries를 시켜놓고 이렇게 앉아있다.
stem cell 연구와 응용이 황우석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한국에서는 다소 주춤하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미 세미나를 통해 기술을 팔아먹고 있고, 재주있는 의사들은 이를 배워 시술하고 있다. 내 이모부가 그들 중 하나다. 한국에서 신경외과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온 이모부는 당시만해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이곳에서 시험을 보고, 레지던스를 마쳤는데, 이게 80년대의 이야기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마취과 의사로 시작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서 병원장으로 계시다가 자기 clinic을 차려 나왔는데, 플러싱쪽에서 꽤 이름난 pain clinic을 운영하고 계신다. 그 덕을 좀 보게 된 것이다.
내일 일정에 따르면, 오후에 lipo를 하여 추려낸 내 몸속의 비곗덩어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이를 혈청과 혈소판에 섞은 후 발바닥에 주사하는 것을 모두 진행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mapping이 되지 않아 어떤 줄기세포가 어디에 반응하는지는 모르지만, 연골조직, 디스크, 근육/근막손상, 그리고 무려 탈모에도 효과를 보고 있음이 이미 증명되었고, 임상실험단계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도 - 머리에 구멍을 뚫어 환부에 직접 주사한 결과 - 80%의 조직회복을 보였다고 한다. 기대가 클 수 밖에.
어릴 때 싸움도 못하고 힘도 약했던 나는 미국에 와서야 이런 저런 운동을 접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건드려본 태권도, 쿵후, 단전호흡, 유도, 킥복싱, 합기도 (최근에 하다 말 가능성 무지높음), 그리고 검도에서 가장 나에게 잘 맞았던 검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권도 시합에서도 몇 번 이긴적이 있지만, 검도는 시합성적도 좋았고, 가끔 무아지경을 경험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무도이기 때문에, 이 부상만 좋아진다면 그간 쌓은 weight training을 검도의 힘으로 전화하여 열심히 뛰고 싶은 것이다.
책과 무도는 내 로망이니까. 검과 서에 능한 선비가 많지는 않았겠지만, 그것이 내 이상이다.
빈 속에 들어간 탓인지, 평소 주량에 비해볼때 벌써 슬그머니 피어나는 buzz가 좋다. 마치 98년에 DC에서 NYC로 가는 밤기차를 타고 마시던 하이네켄, 그리고 그때를 다시 살아보는 것 같다. 비행기여행에서 물론 기차여행의 낭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고 이렇게 멀리 혼자 떠나보는 건 매우 refreshing하다.
걱정이라면 돌아오는 비행기의 도착시간이 밤 10시, 그리고 다음 날 9시에 미팅이 있다는 점...그딴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즐겨야지. 내일 시술이 끝나면 한 동안 바른생활과 섭생, 그리고 결정적으로 운동을 쉬어야 할 테니까.
아무튼 지금 feeling 매우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