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는 더욱 cardio를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 하루에 1마일 걷기를 해보고 있다. 더 하면 좋고 아니더라도 무조건 1마일을 걷는 것으로 심리적인 부담을 낮추고 천천히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2009년 몸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하여 지금처럼 운동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으니 증명이 된 이런 방식의 mind training은 사실 운동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것에 적용이 가능하다. 저축도, 투자도, 독서도, 심지어는 일도 이렇게 작은 행위의 반복적인 성공을 통해 아주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이다. 내가 처음 떠올린 것도 아니고 많은 책에서 이미 다뤄져온 이 강력한 방식을 다시 찾은 건 COVID-19때 피크를 친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달리기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다. 한때 체력이 넘쳐 weight를 치고, 시속 6-6.5마일의 속도로 내리 한 시간을 머신에서 달리고 다시 자전거를 30분간 타고 줄넘기까지 하던 시절의 체력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보다 훨씬 나이를 더 먹었고 이에 따라오는 게으름은 덤이지만 다시 회복하면 좋겠다. 














지난 주 금요일에 갑자기 내리는 폭우를 뚫고 도서관에서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책을 빌리면서 같이 가져온 책을 주말에 읽었다.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도 소용이 된다. 덕분에 엊그제 책을 주문하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중고본을 몇 권 함께 넣었다. 많이 읽을땐 비슷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조금 멀어졌던 작가인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된다. 






























깊은 읽기도 좋고 아무런 생각이 없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즐기는 독서도 좋다. 그때의 기분에 따라 쉬운 책을 읽기도 하고, 한국어로 된 책을 보다가 지겨워지면 영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눈과 뇌를 refreshing하기도 한다. 다른 몇 개의 언어를 더 배울 수 있다면 그 언어로 된 책을 읽어보고 싶다. 분명 익숙한 한국어와 영어를 읽는 것과는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서. 


책을 중복구매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때마다 업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아직 넣지 않은 책들도 꽤 있으니 지금 9000권을 넘긴 상태라고는 하지만 거의 만 권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지난 2019년에 지금의 사무실로 와서 자계서 등 갖고 있을 필요도 없고 기실 사기에 가까운 쓰레기 같은 책들을 꽤 버리긴 했는데 5년이 되고나서 보니 어느새 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정말이지 내 작업공간이자 오락공간이 되어줄 30평 정도의 깨끗한 공간이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따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여유가 되면. 


요란한 난리법석의 한동훈을 보면서 그 본판이 참으로 천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때 정국을 주도했다는 자들이나 한국에서 소위 가운데서 욕 안 먹고 착실하게 명예와 돈을 탐하면서 살아온 인간들의 수준이 딱 그 정도가 아닌가 싶다. 이수정을 봐도 그렇고. 


사람이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또 엉뚱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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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4-05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을 하면서도 운동을 병행하는 게 정말 너무 어렵지 않나요ㅠ 그런 의미에서 transient guest님 대단하신 것 같아요!! 기분이나 그때 컨디션에 따라 골라 읽는 병행독서 너무 즐겁죠!

transient-guest 2024-04-06 02:2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제가 일하는 환경이 그래도 운동시간을 낼 수 있는 수준이라서 그런 것도 있어요. 예전에 몸이 안 좋았던 기억때문에 더욱 신경써서 이 습관이 유지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깊은 독서는 좀 어려운 성향이라서 ㅎㅎ 이런 책 저런 책 골라서 되는대로 읽자는 주의랍니다.ㅎ
 

언제부터인가 한 해의 흐름을 분기로 끊어서 보기 시작했다. 대충 서른의 중반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때가 말하자면 창업의 시기였고 이제 개인사무실을 운영한지도 12년이 넘었으며 누구나 그러하듯이 일과 함께 나이를 먹어버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조금 더 있으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가 되는 지점에 도착해 있다. 


가을 즈음에 한국에 다녀오면 4분기와 함께 NFL시즌이 시작된다. 한 해의 마감으로 향하는 안도감과 미식축구의 시즌이 온다는 흥분도 금새 지나가버리고 연말이 지나면 다시 한 해가 시작하는 지점으로 리셋이 된다. 정신없이 이런 저런 일에 회사걱정을 하고나면 어느덧 3월이 되어 한 해의 1/4이 지나가고 거기서 한 달을 더 보내면 한 해의 1/3이 지나간다. 이것을 매년 반복하는 것도 그렇고, 대충 가을에서 지금까지를 잡으면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니까 가을을 기준으로 하면 벌써 한 해의 반이 지나간 느낌이다. 앞으로 다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아마 한국을 다녀갈 시기와 함께 가을의 NFL시즌이 돌아올 것이다. 정말 시간의 흐름은 이 나이가 되면 서리얼하다고 느껴질만큼 빠른 것이다. 


 



























최근에 읽은 만화책들이다. 어릴 땐 부모님이 사주지 않으니 읽지 못하다가 성인하고도 나이가 더 들어버린 지금은 내 마음대로 구해서 읽고 있다. 덕분에 근래에 다시 책읽기가 조금 수월해졌으니 꾸준함과 함께 변화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뭔가 빠른 은퇴를 꿈꾸며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이 되어버린 듯한 삶에서 책읽기와 영화, 그리고 운동이 있어 다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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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사에서 나온 아주 옛날 판본의 '더블린 사람들'을 최근에 읽었다. 지금은 민음사, 을유문화사, 문학동네,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고전문학시리즈가 유명하지만 아주 먼 옛적에는 범우사란 곳이 꽤 유명했었다. 딱 봐도 있어보이는 느낌의 크고 두꺼운 판형으로 나온 책을 구경만 하다가 점심값을 아끼고 용돈에 보태서 한 권을 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1997년의 판본까지만 알라딘에서 볼 수 있는데 내가 가진 책의 표지와 누렇게 바랜 종이를 보면 얼추 내가 중학교 3학년 무렵에 구한 몇 권의 범우사 책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니벨룽겐의 노래' 또한 2014년 판본밖에 찾아지지 않는데 내가 갖고 있는 범우사의 판본은 대충 91년을 전후해서 나온 것이다. 워낙 오래된 책이라서 최근에 나온 것으로 한 권을 더 구하긴 했지만 교과서에서 언급된 작품을 제대로 구해서 본다는 당시의 흥분이 지금도 떠오를 만큼 멋진 책이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도 마찬가지로 91년을 즈음하여 구한 판본과 함께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을 갖고 있다. 역시 당시 무척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 여러 번 읽어서 그런 것인지 내용 또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건 한 권으로 된 것을 역시 91년 느즈막히 가을 무렵에 구한 것 같다. 제대로 읽은 적은 없고 아마 교과서에서 본 것을 책으로 구하고 싶었던 같다. 사실 연구목적이 아니라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긴 하다만 어쩐 일인지 영문으로도 한 권 갖고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범우사의 책을 갖고 있는데 당시 조악한 문고판이 아니면 door to door sales person을 통해 구하던 장정본의 비싼 문학전집이 아닌 한 권씩 발품을 팔아가며 구하던 문학책은 범우사에서 나온 것이 가장 멋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잠깐 보니 50권이 넘게 갖고 있는 것 같다.


일하기 싫어서 월요일부터 게으름을 피우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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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3-19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범우사 애독자시군요. 저는 삼중당이 싫어서 범우사를 읽었는데 지금은 출판사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죠? 윤형두 사장이 그 시절 업계에선 나름 꽤 유명했더군요. 지금도 옛 시절이 그리워 사는 사람이 있겠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책을 여러 판본으로 가지고 있다던데 역시 책 고수시네요.^^

transient-guest 2024-03-19 10:35   좋아요 1 | URL
당시의 추억이 있어요. 어릴 때 돈 모아서 한 권씩 사던 기억에 요즘도 한국가서 헌책방에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보게 됩니다. 뭔가 책이 삭아서, 판본이 달라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끔씩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작품을 사게 되네요. 갯츠비를 제가 아마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그리고 다른 출판사 두 곳 정도의 판본으로 갖고 있을 거에요.ㅎㅎㅎ
 

어쩌다 보니 바쁜 와중에 오후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점심약속이 집 근처였기 때문에 식사 후 잠깐 만난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다시 운전하고 사무실로 갔다가 돌아오기엔 시간이 조금 애매해진 것이다. 운동을 갔다가 집으로 가면 진짜 일 할 시간이 남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돌아와서 메일 몇 개를 쓰고 나니 막상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천상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뤄버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고 덕분에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다. 


수많은 명작을 낸 Patricia Highsmith의 유명한 시리즈 첫 권. 구판절판 후 작년에 새롭게 나온 것을 구했다. 영문판으로는 3부작으로 나온 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디엔가 깊이 파묻혀 있어 당장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섯 권으로 이우러진 시리즈의 첫 작품은 The Talented Mr. Ripley로 영화화된 바 있고 이 외에도 Replay's Game, 그리고 태양의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 있는데 Ripley's Game은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이야기 같고 태양은 가득히는 첫 번째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뉴욕에서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 리플리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선박제조업의 그린리프씨의 아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고 이탈리아로 가게 된다. 리플리 인생역전의 시작은 그렇게 아주 작게 시작되나 아마 무척 창대할 것으로 보이는 바 남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다. 당시 맷 데이먼과 쥬드 로, 귀네스 펠트로, 필립 시모어 호프만, 거기에 젊은 시절의 케이트 블랜쳇, 잭 데번포트까지 지금보면 엄청 호화로운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럴땐 역시 physical media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한 것이 넷플릭스 등등 OTT마다 라이센싱이 나뉜 탓에 이젠 한 곳에서 모든 영화를 스트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영화를 몇 편 집중해서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어 영화에 미쳐 매일 극장에 가던 대학생시절이 떠오른다. 


필력과 썰이 대단하다. 천편일률적으로 뻔한 소리만 늘어놓을 수도 있었을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고 쉽게 포인트를 잡아 중세 유럽의 상징적인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좋다. 저자는 원래 유명하고 책도 여러 권이 있는데 이번에 시험삼에 구해보니 다른 책들과 그가 번역한 책들도 모두 구하고 싶어졌다. 예전에 암흑시대로 잘못 알려진 중세는 기실 그렇게 단적으로 구분지을 수 없다는 건 나중에 이런 저런 경로로 지식을 얻어 알게 되었다. 중세에도 오랜 평화와 발전된 생산력으로 안정적인 인구증가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중세의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시기가 먼저 왔으며 이후 다시 지구가 소빙하기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중세유럽의 '암흑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분명히 하는바 다채로운 모습으로 중세의 굵직한 이야기를 보고 나면 진짜 역사책을 보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첫 권과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많이 장황한 탓에 두 번째는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몇 번인가를 내려놨다가 다시 잡고 지난 주말에 끝낼 수 있었다. 가스등시대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커플(?)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즐겁기 때문에 팬이 많고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도 엄청 많은 노작과 파생작이 있기 때문에 평생 읽어도 다 못 볼 것이다. 원작의 작품과 연대기를 보충하거나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경우도 있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도 있으며 심지어 SF와 호러까지 영역이 확장되어 있는 그야말로 셜록 홈즈는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Denis O Smith의 작품은 부연설명이 너무 많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또다른 홈즈세계관의 모습을 그려낸 의미가 있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맥주나 위스키는 잘 안 마시고 있고 소주는 한국사람들과 어울릴 때만 마시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세계관이 무척 일본스러우면서도 깊고 웅장한 니혼슈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좋은 니혼슈를 구하는 것이 꽤 어렵다는 점. 이제 갓 시작하고 있고 자주 마실 여건은 아니라서 구보타 만쥬, 다사이의 준마이 다이긴조 니혼슈를 몇 번 마신 것이 전부인데 맛이 깊고 양조장마다 차이가 느껴져서 무척 신선하다. 이 부분도 책을 더 구해서 볼 생각이다만 선택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책의 반은 같은 책 일본어버전으로 꾸민 어학목적이 더 강하게 보이는 책은 피할 생각이다. 입문서로 나쁘지 않고 subtle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잘 전달하는 책이지만 분량과 구성은 좀 불만이 있다. 사케로 보통 알고 마시는 발효주와 일본에서도 쇼추로 불리는 증류된 독한 술까지 쭉 돌아보고 싶다.


어떤 시인이 무슨 시를 썼는지 모르겠으니 내가 책을 산 이유는 오래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반 정도는 오래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는 바 달리 흥미가 가지 않았기에 건성으로 읽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좀 나았지만 전혀 모르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딱히 흥미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첫 만남은 좀 그랬으니 언젠가 두 번쨰 만날 때의 다른 느낌과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열심히 책을 사고 영화를 구하고 음반을 구하는 건 내 자신의 만족과 미래를 위함이면서 내가 사랑하는 industry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당장 아마존에서 사면 훨씬 더 싸게 구할 책도 종종 서점에서 구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온라인커머스에 잡혀먹힌 끝에 Best Buy에서도 이젠 매장에 영화와 게임을 전시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일이 서점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책 없는 서점은 얼마나 삭막한 곳일까.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미래가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면 가까이 다가와 있을까 두려운 아저씨의 넋두리다. 


한 주를 잘 보냈으니 내일까지 마무리를 잘하고 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열심히 살다보면 그 하루하루의 삶이 compound되어 좋은 날을 맞을 것이라 믿고 있다. 결국 인생이나 주식이나 모두 compounding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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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3-15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리플리 시작합니다.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영문판인가 했더니 한글판이네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transient-guest 2024-03-15 10:2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리플리 시리즈는 소장가치도 있고 일단 재밌습니다 님께서도 즐겁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blanca 2024-03-18 09:04   좋아요 1 | URL
덕분에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곧 2권 들어갑니다.
 

모든 것이 북확실해보이는 요즘이다. 오늘 부패한 극우성향의 판사들이 다수가 되어버린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미국의 민주시민들에게 역대급 빅엿을 먹였다. Insurrection Clause의 적용여부만 판단했다고는 하지만 법으로 그의 행위를 Insurrection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주도한 사실상의 쿠데타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그들이 왜 모르겠는가. 트럼프가 지명한 법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Clarence Thomas라는 희대의 부패한 악당판사를 대법관자리에서 내칠 방법이 없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어찌 종신직이 보장된 정부의 자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대로 승세를 타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두 번의 임기를 넘어 독재자가 되려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인데. 정말이지 트럼프가 정치일선에 나선 이래 전 세계에서 비슷한 레벨의 또라이들이 그간 너무도 당연해서 법제화하지 않았던 사실상의 관습법을 깡그리 무시한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가 빨리 죽어버리는 것만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검은 놈이나 흰 놈이나 나쁜 놈은 그냥 나쁘다. 














작가의 작품 넷을 모두 읽었다. 홈즈시리즈는 워낙 홈즈를 좋아해서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도 다양한 비공식/공식적인 노작을 구해서 보는 터 호로위츠의 작품도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맥파이 살인 사건도 그랬고 이번의 작품 또한 재미는 대충 평균치의 어느 정도로 느껴진다. '중요한 건 살인'에서는 흥미롭게도 작가자신이 등장하여 현실과 소설, 혹은 소설과 현실의 사이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이런 시도는 아주 신선한 것이 아니라서, 그리고 추리소설이라면 일단 그 자체에 충실하게 접급해야 할 것이나 결정적인 변수가 내 생각에는 본격적인 추리에서 이 작품을 다소 멀어지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지만 완전히 상상해야만 떠올릴 수 있는 단서가 사건해결에 있어 핵심정보가 된다면 조금 unfair하다는 생각이다. 홈즈시리즈나 더 써주었으면.



'마의 산'을 세 번의 시도 끝에 완독한 이래 작가의 작품들은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읽는다.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다섯 권의 단편 전집에서 두 번째로 최근에 엮어진 책을 구해 읽었다. 워낙 이런 저런 판본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경로로 이미 읽은 작품도 있었지만 기억이란 것이 가물가물하여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마의 산'에서 느껴지는 긴 호흡과는 차이가 있지만 분명히 그 모티브로 생각되어 짧게나마 '마의 산'에서의 요양원이 떠오르는 것도 있고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이 떠오르는 작품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지 말고 기획한 시리즈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오다 마는 시리즈만큼 독자를 실망시키고 농락하는 것 같은 경우가 없기 때문에. 기실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간중간 절판되어버리는 책이 있는 시리즈로 종종 짜증이 나고 있어 더더욱.
















이들 외에도 소소하게 읽은 가벼운 소설이 좀 있으나 굳지 남기지는 않기로. 추리소설도 즐겁고 에세이도 좋고 하루키가 직접 선별한 그가 애정하는 피츠제럴드의 후기작품모음도 훌륭했다. 이 나이가 되어 말하기엔 좀 뭣하지만 세상이란 것이 거칠고 힘들기에, 게다가 세상이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나쁜 쪽으로 가는 것 같아 늘 불안한 시절에 책을 벗삼아 잠시 위안을 받곤 한다. 책이 쌓여가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훨씬 앞지른 것이 이미 오래지만 그래도 그렇게 쌓아논 책을 하나씩 뒤적거리다가 잘 만나지는 어느 날 단숨에 읽어버리는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아무리 안 읽어지는 책이라도 해도 손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한쪽에 쌓아놓게 된다. 요즘 사들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에 비해 읽는 속도가 형편없이 느려진 탓에 여기저기 틈에 박아놓은 책을 뽑아서 보면 안 읽은 책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지만 그래도 읽는 행위 이상 사들여 쌓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바쁜 와중에 잠깐 숨을 돌리려고 이번에 다시 나온 리플리시리즈 전권에서 첫 번째인 The Talented Mr. Ripley (재능 있는 리플리)를 펼쳤다. 멧 데이먼, 존 말코비치, 그리고 알랭 들롱이 떠오른 것은 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윤석렬의 한국도 그러하겠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극렬지지자들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관들, 주와 시정부 곳곳의 극우분리주의자들, 차별주의자들, 의회 등등 곳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걸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자들이 있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위해. 참담하고 암울한 심정이다. 트럼프는 절대로 당선되어서는 안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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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3-0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트럼프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어가는 분위기던데요. 피선거권 박탈은 어려울 거 같았어요
우울하네요.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임기 중 사망한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저도 홈즈 시리즈는 너무 좋아해요~~^^
세상사가 힘들고 머리가 복잡할땐 역시 추리 소설이 최고 같아요^^

transient-guest 2024-03-06 02:39   좋아요 2 | URL
이대로 가면 트럼프가 될 확율이 매우 높죠. 트럼프가 있어 바이든이 있고 바이든이 있어 트럼프가 있는 정치의 공존이 기괴합니다. 둘다 너무 늙었고 트럼프는 실제로 치매나 정신분열초기증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죠. 트럼프가 되면 죽을 때까지 권력을 잡고 있으려 할겁니다.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퇴보하는 최악의 미국과 미국에 영향권하의 나라들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저도 추리소설이나 다른 light한 책을 보면서 머리를 식힙니다. ㅎ

stella.K 2024-03-05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어쩌자고 트럼프가... 유구무언입니다. 도대체 미쿡이 어찌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 두들겨가며 잘 살다 죽을텐데 늙으막에 나라 말아먹을 일있는지. 참 인물이 그렇게도 없는지. 선거 막판에 뭔가 기적같은 반전이 일어나 주면 안될까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쩝

transient-guest 2024-03-06 02:41   좋아요 2 | URL
진짜로 극우는 세상에 쓸모가 하나도 없네요. 이게 무슨 세계적인 상황인 것 같기도 해요. 어디서나 지금 극우가 득세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광기와 혼란의 시대를 거쳐서 다시 큰 전쟁으로 가는 건 아닌가 싶네요. 일단 social mobility가 너무 없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세상에서는 판을 흔들어서 리셋하려면 대재난급의 자연재해나 큰 전쟁밖에 없는 것 같아요. 뭔가 대반전이 나오든 아니면 반트럼프의 이탈표가 나와서 이기든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얄라알라 2024-03-06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럼프 경선 승리 기사가 아침 깨보니 속보로 나와 있더라고요^^;;;
정치에 관심조차 돌리게 만드는 세상..책으로 마음을 달래시는군요.

transient님 리뷰 보니, 초딩 때 멋모르고 전집으로 읽었던 셜록홈즈 시리즈 이제 읽어야 내용을 알 것 같아요. 토마스 만의 단편선은 보티첼리의 표지와 어울리는 내용인지? 갑자기 소설류 읽고픈 욕구 자극 받고 갑니다.

transient-guest 2024-03-06 11:36   좋아요 1 | URL
오늘 Super Tuesday라고 여러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하는 날인데 아마 트럼프가 거의 공화당표는 다 가져갈 것 같습니다. 이상한 시대에 이상한 현상을 보면서 살게 되네요. 관심을 끄진 못하고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요.

홈즈나 동시대를 무대로 하는 소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그 맛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전 그냥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의 이 시대를 좋아합니다. 사실 그다지 합리적이거나 평등한 사회는 아니었지만 그냥 소설속의 무대로는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