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고 신진대사가 떨어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두 가지 요소에 따라 살이 빠지기는 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두 가지 요소는 식사와 심폐지구력운동이다. 검도나 태권도 같은 무술만으로도 몸이 유지되던 건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인데, 당시에도 만약 지금처럼 기초적인 근육운동과 지구력운동을 해주었더라면, 어쩌면 나는 큰 부상이 없이 지금까지도 열심히 검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만성이 되어버린 족저근막염 탓에 검도처럼 발바닥과 힐에 큰 무리가 가는 운동은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2015년 초에 stem cell therapy를 한 차례 받은 후 상당히 좋아진 것이 지금처럼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몇 번씩 trial and fail 끝에 꾸준히 뛰고 걷고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 2016년 연말에서 2017년 연초였다. 그간 근육운동 외에도 이렇게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지구력운동을 병행했고, 음식을 잘 조절한 결과 바지사이즈가 두 개 정도 줄어든 효과를 봤고, 허리와 배, 그리고 몸 전체의 군살이 더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올여름동안은 이 부분을 조금 게을리했더니 겨우 다시 그 상태에서 현상유지만 하고 있다. 심지어 운동은 훨씬 더 양과 강도가 늘었는데도 말이다.
기계에서 뛰는 건 편리하고 날씨에 따라서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여러 회사의 기계를 써본 결과 각각의 구조나 작동원리에 따라 아픈 곳이 정확히 있었다. 어떤 기계는 발바닥이, 어떤 기계는 무릎이, 어떤 기계는 골반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뛰는 것이 자연스럽게 줄고 사이클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운동량이나 만족도는 뛰고 걷는 것에 미치지 못함에 다시 조심스럽게 트랙을 뛰는 것을 시도하게 되었다.
기계에서는 시속 6.6마일 정도의 속도로 2-3마일, 최고로는 3.5마일까지 멈추지 않고 뛰는 정도였고, 통상 65분간 5-5.5마일을 뛰고 걷는 정도였는데, 트랙은 지면과의 마찰, 공기저항 등의 이유인지 훨씬 힘들게 느껴졌는데, 조금 익숙해지고 나니 다리에 근육이 단단해지는 걸 볼 수 있었고 이는 하체근육운동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만족을 준다. 무리하기엔 나이도 있고 해서, 천천히 속도와 거리를 늘려갔는데, 이런 측정을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뛰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단위환산이 가능한 트랙이 최고다. 거기에 all weather type이면 약간의 바운스가 있어 단단한 콘크리트 (절대 피해야할)나 아스팔트 (그나마 낫고)보다는 좋았다. 물론 흙바닥이나 잔디를 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건 도심에서는 바라기 힘든 호사다. 뛰는 길이 잘 되어 있는 공원도 걷고 뛰는 길은 아스팔트인데, 하이킹코스를 잘 잡으면 약 5-6마일을 평지와 언덕을 오갈 수는 있다. 다만 요즘 이곳의 급속한 인구증가, 그것도 중국인 인구가 많아진 탓인지 이런 하이킹코스는 아주 이른 아침에 가도 이미 주차공간을 찾을 수가 없어서 주말에 몇 번 시도해보고 give up했다.
어쨌든 처음엔 2마일을 반은 뛰고 반은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거리와 속도를 늘려서 천천히 3마일로, 그리고 4마일 total로 가다가 얼마전부터는 5-5.25마일 정도를 65분 이내에 뛰고 걷기를 하는 수준까지 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runtastic이라는 앱구매와 허리에 두르는 폰/열쇠주머니를 구매한 것. 밖에서 뛸 때 트랙이 아닌 이상은 늘 거리를 미리 코스에 맞춰 측정해야 하고, 손에는 늘 열쇠와 전화기를 드는 것이 아주 귀찮기 그지 없었는데, 지금은 두 손이 비어있어 아주 상쾌하다. 거기에 runtastic을 돌리고 뛰면 거리와 속도까지 측정하고 기록해두니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measure하고 기록해야 향상된다는 말은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닌가 싶다.
일주일에 평균 5-6일의 운동을 하는데, 5일이상은 근육운동이 포함되어 있고 5일 이상의 런닝이나 사이클링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가을을 맞아 음식조절, 주로 술을 덜 먹는 것 (안주빨이 센 탓에 폭식의 이유가 된다)을 한 달 정도만 잘 수행해도 좋은 결과를 볼 것 같다. 작은 키라서 많이 잘 줄이고 졸여서 코너 맥그리거처럼 양복빨이 나오면 좋겠다.
참고로 내 근육운동루틴도 그간 하던 3일체제가 아닌 2일체제로 바꾸고 중간에는 하루를 쉬는 방식 - 물론 이런 날은 보통 뛴다 - 으로 바꿨는데, 근육이 더 잘 유지되는 것 같다. 아마 앞서의 체제는 한 부위로 다시 돌아오는데 평균 3-4일이 걸린 반면에 지금의 체제로는 2일을 쉬면 보통 다시 같은 부위로 돌아오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첫 날 chest 5-6가지, back 5-6가지, shoulder 5-6가지를 3-4셋트, 셋트당 최고 14-16, 최하 6-8 rep으로 하고 둘째 날은 legs 6-8가지, triceps 4-6가지, biceps를 4-6가지로 비슷한 셋트/rep으로 하며 보통 끝나고 뛰거나 사이클링을 한다. 여기에 물론 abs/core도 4-6가지 정도를 섞는데, 보통 다른 운동과 함께 같이 하기 때문에 근육운동에 1.5-2시간, 런닝/사이클링에 1시간 정도가 소요되므로 가능하면 새벽, 아니면 밤시간을 이용하고 부득이한 경우 오전/점심/저녁 중 두 파트로 나눠서 근육과 지구력운동을 해주기도 한다. 여기서 수영을 종종 더할 수 있다면 좋겠고 아무래도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비틀어진 몸을 바로잡는 필라테스나 요가를 해줄 수 있으면 아주 좋겠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도 결국은 시작하지 못한 투기종목운동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다.
한국에서 내 나이대의 남자가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데, 운동이나 독서가 특히 그런 큰 혜택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자영업자라서 시간배분이 상대적으로 편한 점도 있지만, 그것 외에도 환경의 차이도 클 것이다. 다 나처럼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건강관리를 잘해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들. 하루키처럼 건강하게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