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 운동을 했기에 하루를 쉬는 오늘. 침을 맞고 참기름, 들기름, 폰즈 같은 몇 가지를 사려 한국마켓에 예정에 없이 들리게 되었다. 마침 식욕이 없어 아침에 아보카도 두 개, 요플레를 먹고 중간에 일하면서 비스킷을 몇 개 씹은게 전부였던 하루. 이리저리 하릴없이 돌아다니다가 비록 값에 대비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팔고 있었지만, 내가 칼질을 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얇은 고기에 홀려 한 팩을 집어들고, 맥주에서는 통풍을 유발하는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아사히나마비루 대짜 한 캔을 사들었다 (집에 두 캔이 있어서...). 결과는 내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즐겁게 1마일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트랙 12바퀴를 돌고 다시 집으로 1마일을 걸어 돌아올 필요가 생긴 것.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번 달까지는 한국어책을 읽고 남은 2017년은 영어책위주의 독서를 해야할 듯. 지금 읽고있는 몇 권을 책들 중에서 러브크래프트와 홈즈를 섞은 영어책을 읽고는 있지만, 뭔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첫 권을 재미있게 읽다만 Wheel of Time시리즈를 시작할까, 피츠제럴드를 잡을까, 스타인벡을 뒤적거릴까...즐거운 고민...
'응답하라 1988'을 보다가 문득 필이 꽂혀 이승환 1집을 틀었다. LP가 있기는 한데,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인지 판이 많이 튕긴다. 결국 CD로 깔끔한,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음감으로 노래를 듣고 있는데, 심지어 원래의 A면과 B면으로 나뉘어 있었던 노래의 순서도 다른 것이 확실히 타임머신을 타기엔 조금 모자란다. 미국에서 60-70년대에 나온 중고판은 멀쩡한데, 80-90년대의 한국판은 왜 그리도 품질이 떨어지는 건지...
내가 좀 마이너한 취향이 있어 당시에 덜 유명하던 '김성호의 회상'이나 윤종신의 '처음 만날 때처럼', O15B 1집과 2집, 김광석 2집 등 LP로 갖고 있는데, 지금은 CD로도 구할 수 없는 송재호의 '늦이 않았음을' 같은 건 왜 안 구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와서 보니 내 추억이라는 건 온통 90년대에 머물러 있고, 엄청난 도전과 함께 삶이 팍팍해지던 2000년대엔 그다지 애틋한 추억이랄것이 없다. 나이를 생각하면 어린 시절 애늙은이란 소릴 듣던 녀석답게 일찌감치 늙어버린 셈인데, 또 계산하는 나이는 왜 이리도 늦게 먹은 것인지...이제 한 서른 정도 된 것 같아...
오늘부터의 날씨는 인디안써머도 지나간 완연한 가을색이다. 아직 볕은 따뜻하지만, 하늘은 높고 간혹 구름도 끼고, 무엇보다 바림이 차다. 술기운이 적당한 지금 비나 와주었으면...다음주까지는 비소식이 없으니 좀더 기다려봐야겠다.
조카가 미국나이로 얼마전에 세살이 되었는데, 엊그젠 애를 봐주던 어머님께 '할머니는 이담에도 하늘나라 가지마'라고 했단다. 요즘 애들은 어찌 그리도 빠른 건지. 지금 늙은 진주강아지를 가리키면서 진주엄마는 하늘나라 갔어?? 하다가 나온 말이라고...어미니는 좋아하지더만...
이제 겨우 9시. 갑자기 빈 내일의 스케줄은 무엇으로 채울까...한 잔 더할까...뭔가 쓸데없는 고민에 지나가고 있는 목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