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처럼 책을 사들이는 것을 읽는 것 이상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꼭 비싸고 희귀한 고서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작가나 장르의 시리즈, 전집, 또는 출판사에 꽂혀 당장 읽지도 않을 책과 읽기 위한 책을 적절히 섞어서 주문하는 건 은근히 머리가 아프지만 재미있는 일이다.
예전에 시작한 '제안들'시리즈로 시작한 워크룸프레스의 책들은 절판되었거나 품절된 것들을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조금씨 사들이고 있다. 막상 책을 펼쳐보면 내가 지금 흥미를 가질 만한 것들인지 조금 모호하기는 하지만, 일부러 찾는 주제들이 아닌 상당히 특이한 것들이 많아서 좋다.
그 다음으로는 최근에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한 유유라는 작은 출판사의 책들이 있는데,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여러 번 읽은 '고양이의 서재'나 츠바이크의 에세이 몇 권을 이미 갖고 있더라. 이 역시 문고본처럼 작은 제본에 특색있는 꾸밈새가 맘에 드는데, Cyrus님의 서재에서 알게 된 겨울책방의 방송을 보고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외에도 천병희교수의 완역본 고전을 거의 다 모아가고 있고, 역시 겨울책방에서 소개를 받은 박종현교수의 희랍철학시리즈도 최근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그간 애거서 크리스티, 홈즈, 엘러리 퀸 전집, 괴도신사 뤼팽 등을 모아들였는데, 이들과 다른 점은 물론 이 시리즈들은 거의 다 바로 읽어냈다는 점이다. 다른 판타지나 SF시리즈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읽어나갈 것이지만, 고전문학이나 위의 출판사/저자의 시리즈는 아마 더 나중에 넉넉한 마음으로 하나씩 읽게 될 것이다.
더 나이가 들은 다음의 이야기겠지만, 구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이런 저런 책들과 영화, 게임 소프트는, 잘 하면 내가 노년을 즐겁게 보내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눈의 건강,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 노년의 은퇴를 대비한 투자 이상 중요한 것 같다. 평균으로 보아도 딱 살아온 날만큼이 지나면 언제고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으니 이런 생각도 하는 것이다.